미국식 아침식사

February 12th, 2009 | by doccho |

이제 미국 생활 6개월 째입니다. 아직까지 궁금한 게 이 사람들 뭐 먹고 사나 하는 것입니다. 저야 매일 밥인데 말이죠. 기회 될 때마다 여기 로스쿨 친구들에게 물어 보는데 딱히 이거다 하는 게 없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기회를 봤습니다. 집 앞에 있는 66번 도로 ((픽사-디즈니 애니메이션 ‘카’에 나온 길이죠.))의 역사를 증언하듯 서 있는 Red Hill Coffee. 여기서 기본 중 기본이 뭐냐는 물음에 아래와 같은 아침식사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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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과 커피 머그>

먼저 커피를 시켰습니다. 소박한 머그잔에 가득 담아 주는 커피.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종이로 된, 관광객이 가져갈 수 있는 메뉴판을 따로 줍니다. 메뉴판을 보니 커피는 단돈 1불. 저 머그잔에 가득 담아 줍니다. 오, 맛이 매우 부드럽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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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자리에서 본 식당 내부>

역사가 매우 오래된 집입니다. 벽면을 가득 메운 건 별별 모양과 배경의 사진들. 고색창연한 식당 테이블 보를 보니 정말 오래됐구나 싶습니다. 이런 느낌은 영화 탑건에 나왔던 샌디에이고의 식당을 연상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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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켓 + 그라비 소스>

오늘 주문한 메뉴는 베이컨 네 조각에 스크램블 계란 세 개입니다. 이런 기본 메뉴에 으깬 감자 구운 것과 위와 같이 비스켓+그라비 소스가 제공된다고 합니다. 가격은 7.5불. 꽤 비싼 가격인데 ((요즘 제 사정도 그렇고 전반적인 체감 물가도 그렇고)) 경험삼아 시켜 봤습니다. 비스켓은 우리나라 KFC에서 먹을 수 있는 그것과 같고요. 그라비는 평소 궁금해 하던 것인데 저렇게 찐득한 모양으로 덮밥처럼 덮어 나오네요. 맛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맛이었습니다. 저것만 먹어도 배가 솔찮게 차던데 과연 메인 메뉴는 어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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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모든 메뉴: 베이컨 네 조각+스크램블 에그 세 개, 거기에 감자와 비스켓, 커피>

주문한 메인 메뉴가 나왔습니다. 타지는 않았지만 아주 바삭하게 구워진 베이컨 네 조각과 스크램들드 에그 세 개. 거기에 감자까지 한 가득입니다. 비스켓 그라비 소스를 반도 안 먹었는데 저렇게 많이 더해졌습니다. 연신 커피만 마시다보니 어느 새 서빙하는 분께서 한 가득 커피를 리필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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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힐 커피숍 전경>

유서 깊은 도로변에 자리 잡은, 역시 유서 깊은 곳입니다. 문에는 한국전을 기억한다는 기념 표시도 달려 있습니다. 주변은 시 경계 지역으로 매우 황량합니다. 이 가게는 아침식사 전용으로 오후 1시에 문을 닫습니다.

위 식사는 경험삼아 시도해 본 것입니다. 입에 맞긴 하지만 가격과 양이 부담스러워 자주 찾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커피는 매우 괜찮습니다. 스타벅스에서 제가 즐기는 카페 미스토가 2불인데 여기 커피 1불에 리필을 계속 해 줍니다. 스타벅스도 카드 회원이어서 리필이 되긴 하는데 점원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데 여기는 알아서 척척 채워 주네요.

모처럼 휴강으로 얻은 목요일의 평화로운 휴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아까워서 안 남기려고 다 먹었더니 네 시간이나 지난 지금까지 속이 부대끼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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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미국식 아침식사”

  1. By BANG on Aug 11, 2009

    우리 애가 Cars를 수백 번 보아서…. 66번 도로가 꼭 제가 가 본 도로인 것 같습니다. 왠지 그냥 반갑네요. 모든 캐릭터 미니카를 다 가지고 있지요. 한국에는 종류가 많지 않아서 제가 보따리 장사(?) 몇 번 했습니다.
    저도 미국에 자주는 가지는 않지만, 갈때마다 소박한 다이너에서 식사하며 분위기 즐기는 것이 좋더군요.

  2. By doccho on Aug 11, 2009

    ‘카’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66번 도로는 외우기 쉬워서 알고 있던 것인데, 제가 머물던 아파트 바로 앞 도로가 그 유서 깊은 도로였다고 합니다. 위 커피샵도 굉장히 오래 된, 동네에서 유명한 곳이라고 하고요. 소박하고 말할 수도, 어떻게 보면 약간 구질구질한 면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 생활하고 만나고 얘기하며 한 끼 한 끼 더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부정적인 면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저도 그 속에서 일원이 된 느낌으로 식사를 했는데 역시 양이나 맛이나 부담은 있었습니다. ㅎㅎ

    이번에 나온 ‘업’ 보셨나요. 저는 살짝 눈물도 나고 그러더군요. 처음 주인공 노인의 일생 회상 장면이 참 멋졌습니다. 픽사 스튜디오가 여전히 멋진 영화를 잘 만들어줘서 아이들 키우는 입장에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토이 스토리 3 예고도 나오더라고요. 내년 개봉인가 그런데, 아주 기대됩니다. 저희 아이들도 아주 어렸을 적부터 픽사를 봐서 룩소 주니어의 그 통통 튀는 오프닝(엔딩)롤은 너무도 친숙해 합니다.

    그나저나 뱅님, 정말 한번 뵈어야 하지 않을까요? ^^ 9월 9일에 꼭 뵈올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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