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 그렇다. 1

Tuesday, May 12th, 2009

비용 줄이고 환경 살리고… 미(美) 대학들 “두꺼운 교과서, 전자책으로 대체” –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이제 겨우 10여개월 살아봤는데 이런 소리하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그런데 오지랖 운운 소리 들을지라도 하고 싶은 얘기가 종종 생긴다. 바로 위 내용처럼 엉뚱한 얘기를 들을 때다. 나도 전에는 ‘그런가보다, 미국 좋네’ 등 그냥 수용자 입장에서만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 좀 더 보고 생각하게 된 바를 얘기 안 할 수 없는 것이다.

얼마 전 아마존에서 킨들 DX를 발표했다. 킨들 2 발표 석 달이 채 안 돼 새 기종을 발표한 것이다. 뉴욕의 유서 깊은 페이스 대학에서 발표를 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신문과 책 대체 수단으로 킨들 DX를 내세우려는 전략을 돋보이게 하려는 것이었다. 뉴욕 타임스 최고위층도 왔다지, 아마.

나는 미래에 종이 신문과 책을 대체할 기술이 나올 것이라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아니 찬성하고 그렇게 나오리라 생각하고 적극 지지한다. 그렇게 돼야 한다. 되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를 대체한다고? 그게 가능할까? 적은 시간과 경험이지만 내가 지난 두 학기동안 여기서 본 이 곳 학생들의 공부 방법은 나와는 천양지차여서 놀랐다. 각 개인의 호불호에 따를 일이지만 교수님을 비롯해서 학생들 상당수가 교과서에 형광펜 잔치를 벌인다. 색깔별로 아주 색칠을 한다. 중요한 것만 챙기는 것도 아니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나와는 아주 다른 방법이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참 부담스럽다. 책도 오죽 비싼가. 내용도 많고 질도 괜찮은 종이지만 교과서 한 권에 10만원, 아니 20만원이 넘다니 참 기가 찰 일이다.

킨들은 아니다. 지금 그 킨들 DX는 아니다. 이런 학생들의 공부 습관을 일거에 바꿀 수도 없고 킨들이 그런 공부 습관에 맞춘 환경을 제공할 리도 만무하다. 기사에 나온 일부 몇 대학이 아주 초기의 시험 단계에 참가하기로 한 것일 뿐이다. 아직 시작도 안 된 일이다.

위 링크 기사를 보면, 기본도 안 됐다. 첫 문장과 다음 문장의 내용이 맞지 않다. 대체하고 있는데, 프로젝트에 참가하기로 한 건 말이 안 된다. 대체할 전망이라고 하면 모를까.

하루 아침 일도 아니고 신문의 질 저하는 예전부터 있던 일인데 굳이 이 기사에 거품을 무는 이유는? 물론 킨들에 관심도 있고 조선일보에 관심도 있어서다. 나처럼 매일 조선일보 사이트에 자주 접속하는 사람도 많이 않을 듯 하다. 그래서 불편하다. 저렇게 호도하는 내용이, 그리고 비겁하게 싸구려 냄새나는 제목 장사가 너무 불편하다. 따옴표를 찍는 방법도 모르고 그걸 비겁하게 이용하려는 얄팍한 수도 너무 뻔하고, 한 마디로 기자라고 개목걸이하고 다니고 팔뚝에 완장 차고 다니는 그치들의 뻣뻣한 목언저리에 비해서 허접하게 ‘생산’되는 그 글들이 불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안 그렇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기들 편한대로 이렇다, 저렇다 갖다 붙이면서 별 생각없이 글자 몇 가 끄적대며 수 천 만원 연봉 챙기는 그 기자 정신의 이면에 서 있는 미국의 허상. 그 허상은 너희들의 바람일 뿐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온갖 부조리며 인간 허투루보는 족속들이 즐비한 이 정글 같은 곳에 그냥 그렇다더라 하면서 끄적여 대는 한심한 글로 속 상하고 위에서 쪼임받고 허튼 자료 조사해야 하는 우리 군상들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아이폰 관련해서 멋대로 구는 힘있는 작자들의 횡포에 열 받다가 저 기사에 그만 이렇게 적고 만다. ‘정줄놓’ 시리즈 끝내며 열 그만 받기로 했는데…

아이폰 v. 팜 프리 4

Tuesday, May 12th,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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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전쟁, 바햐흐로 시작.

2007년 1월 아이폰을 발표했습니다. 관련 기술 업계보다 5년은 앞선 기술이라고 말하는 스티브 잡스의 말이 허풍이 아닐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2년 반도 안 된 지금, 아니 실제 출시는 6월이었으니 2년이 채 안 된 지금, 2009년 5월. 팜에서 프리 발표를 합니다. 다음 주 5월 19일 화요일이라는 예상 브로그 글이 나오고 있습니다. 위 사진도 곧 출시한다는데 무게를 둘 수 있는 충분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스마트폰의 역사를 따로 살피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의 역사–위키 링크)) 스마트폰 흉내만 낸 스마트폰을 1세대, 블랙베리를 2세대, 아이폰을 3세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나누는 기준은 첫째, 이메일 등 전통적인 전화 단말기 소통 방식 외 통신 수단의 활용, 둘째는 인터넷 기능의 확장입니다.

처음에 나온 스마트폰은 보잘 것 없었습니다. 90년대를 풍미한 PDA, 즉 애플의 뉴튼 메시지패드에서 유래한 개인 정보 단말기와 기존의 이동 전화 단말기의 특징적 기능을 접목하여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선 보인 것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인터넷의 태동기를 거쳐 폭발적인 기술적, 양적 성장기이기 때문에 웹의 기본 기능이랄 수 있는 이메일은 필수 기능으로 인식되었지만 장착만 되었을 뿐 대중적 기능으로 인식될만큼 널리 사용되지는 못 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1년 캐나다의 RIM이 블랙베리를 내 놓습니다. 2세대 스마트폰의 출현입니다. 강력한 이메일 기능은 충분히 블랙베리를 2세대 스마트폰이라고 부를 만하게 합니다. 개인 사용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필수 기기로 자리 잡은 것을 봐도 안정적인 기기 운용과 신뢰를 담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무선 접속의 방법론에 있어서는 여전히 기존 전파에 의존하는 단계입니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선 보입니다. 3세대 스마트폰의 출현입니다. 블랙베리 이후 우후죽순으로 3인치 안팎의 화면에 작은 키보드를 붙인 스마트폰이 주류를 이뤄 선 보였습니다. 윈도 모블, 심비안 등 블랙베리를 넘지 못 하는 선에서 이미 와 버린 웹 2.0 시대에서 웹은 커녕 인터넷 접속에 대한 고민을 이메일 선에서만 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에 비해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의 발표 당시 세 가지 기능을 담은 단말기로 소개되었습니다. 전화+아이팟+인터넷 커뮤니케이터가 바로 그 세 가지 기능입니다. 전화는 기본이고, 아이팟은 2000년대 들어 애플의 핵심 정신이랄 수 있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인터넷 커뮤니케이터? 그렇습니다. 단지 이메일이 아니라, 인터넷 연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웹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애플이 세 번째 혁신적인 사용자 소통방법으로 제시한 ‘터치’ 방식은 그 이용 범위와 한계에 있어 기존의 고정관념을 훌쩍 넘어 버린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전화 단말기에서 인터넷을, 웹을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결과물이자 새로운 인간과 기술의 접촉면에 대한 고심의 산물입니다.

1년 뒤 2008년 애플이 ‘앱 스토어’를 선 보이자, 스마트폰의 기준은 한층 높아집니다. 온갖 회사들이 앞다퉈 앱 스토어 출시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게 됩니다. 이름 붙여 보자면 애플은 3세대 이후 1년 만에 3.5세대 스마트폰을 선 보인 셈입니다. 인터넷을 넘어 데스크탑/노트북 수준의 응용 프로그램을 단말기에서 작동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5년 앞선 기술이라고 애플의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고 그것은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지난 2년여 동안 그 말은 사실이었고 기존 제조사, 기술사, 통신사 등을 봐도 모두 아이폰 외 대안이 없고 대중적 관심을 끌 기술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년이 된 지금,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노키아, 삼성전자, 엘지전자가 스마트폰에 못 미치는 ‘이미지 폰’으로 스마트폰 3세대 시대의 끝자락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사이, 팜 사는 프리를 선 보였습니다. 몇 회에 걸쳐 프리 관련 동영상과 관련 소식을 접한 바로는, 가히 3세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 필적할, 아니 (뚜껑을 열어 봐야겠지만) 더 나은 기술과 사용자 환경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입니다.

이미 월스트릿 저널의 월트 모스버그 등 기술 ‘구루’들에게 시제품이 전해졌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다음 주 발표 소식이 한층 흥미롭게 들립니다.

프리 출시를 앞두고 챙겨야 할 사항을 생각해 봅니다. 우선 3세대 스마트폰의 기본인 전화, 음악(및 영상), 인터넷 서비스는 기본입니다. 이미 프리 시연 영상을 통해 오에스 운용 방법에 대한 일단의 장점과, 백그라운드 실행 기술 및 방법이 주요할 음악에 대한 프리의 해법 등을 본 바 있습니다. 인터넷의 기본인 이메일 서비스는 아이폰을 훨씬 능가하는 원활하고 유연한 방법으로 제공됩니다.

아직 베일에 쌓인 부분은 웹 기술과 앱 스토어에 대한 계획, 그리고 세부적인 단말기 조작법입니다. 그동안 웹 기술은 동영상에서 제대로 선 보이지 않았는데 어제 나온 팜 프리 내부 참조 동영상을 보니 아이폰보다는 미려하지 못 한 화면으로 느껴졌습니다. 줌-인/아웃이 끊기는 듯한 방법인데 이것은 출시 후 자세한 리뷰가 필요할 것입니다.

앱 스토어는 계획 중으로 알고 있는데, 역시 어떻게 개발자를 모으고 이익 배분을 할 지, 세부적인 계획과 SDK 발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앱 스토어를 통해 아이폰이 3.5세대로 올라 선 만큼 후발주자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겠지요.

이 외 기본적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단말기 조작법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나올 것입니다. 어제 마찬가지로 나온 동영상을 보면 ‘제스처’ 기능 설명이 있는데 프리의 화면 네 방향 프로그램 운용 방식과 더불어 획기적인 프리의 장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스마트폰은 이제 다양하고 안정적인 운용이 중요해졌습니다. 전화를 걸고 음악을 듣고 이메일 체크를 하고 웹을 봐야 합니다. 게임도 해야하고 각종 정보를 보내고 받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작은 단말기에서 유려하게 실행돼야 하고 안정성을 담보해 내야 합니다. 또한 이 모든 과정을 조작하는 데 사용자의 느낌이 무척 중요합니다. 아이폰이 기본적으로 홈–프로그램 방식으로 약간은 답답한 방식을 (여전히) 추구하고 있다면, 프리는 이미 보여진 바에 의하며 꽤 흐름이 있고 유연한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프로그램 간 이동, 시작과 종료 방법 등이 이미 맛보기로 보여졌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될 것입니다.

팜 프리. 제대로 된 ‘새로운 녀석’이 ‘동네’에 나타났습니다. 전미 3순위 ((1위는 버라이즌, 2위는 AT&T, 4위는 티-모블이라고 합니다. 구글폰 G1은 티-모블이죠.)) 통신사인 스프린트 사와 계약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어떤 서비스 플랜으로 선 보일지도 관심사입니다. AT&T에서는 기본 플랜인 70불에서 데이터 요금을 10불 내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다음 달 애플의 WWDC와 더불어 뜨거운 여름이 될 것 같습니다.

맥북 에어 이야기 4

Thursday, April 30th, 2009

<맥북에어와 넷북 두께 비교. 출처: 플리커>

넷북이 돌풍을 몰아 가고 있다. 언젠가 우리의 전통적인 데이터 분류 및 처리가 웹 기반으로 대거 이동 중이라는 얘기를 한 바 있는데, 그 때 NC(Network Computer, 네트워크 컴퓨터)와 맥북 에어의 관계를 살핀 바 있다. 넷북도 아마 이 범주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위 스마트폰이라는 전화 단말기와 컴퓨터의 결합이 시도되고 있는 요즘, 아직은 전화기와 노트북의 구분이 명확하고 넷북은 분명 노트북의 ‘서브’ 정도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다음과 같은 기사가 눈길을 끈다.

뉴스위크: 애플과 버라이즌, 새로운 기기?

소위 미디어 패드라는 기기가 애플에서 준비 중이고 통신망 사용을 위해 미국 버라이즌 사와 협상 중이라는 얘기다. 아마존 킨들과 비슷한 크기지만 액정은 킨들보다 크다고 전하고 있다.

애플에서 소위 넷북 라인을 내 놓는 것일까?

넷북의 성립 요소가 뭔가. 우선 물리적, 하드웨어의 요소를 보자. 아톰(혹은 유사) 씨피유, 10인치 내외의 작은 액정, 키보드가 넷북의 필수요소다. 씨피유는, 얼마 전 칩 회사를 거둔 애플이 아톰을 쓸까? 킨들이 6인치인데 크기는 비슷한데 액정은 크다고 하니 10인치는 적절한 크기가 될 수 있다. 키보드는?

넷북류처럼 물리적 키보드를 붙인다면 분명 애플제 넷북이라 불릴 것이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은 적다. 이유는 아래에 이어보기로 하자.

다음, 넷북의 소프트웨어 요소를 본다면 주로 웹서핑과 간단한 문서 작업에 쓰이는 것이 넷북의 주용도가 된다. 구글 기어나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대체품으로 나오는 요즘 애플리케이션을 보면 넷북은 확실히 간단한 문서 등의 작업에 적합한 크기와 화면, 배터리 구동 시간 등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애플은 iWork라는 오피스 프로그램을 별매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오피스 맥 버전을 팔고 있다. 애플에서 이런 간단한 작업용 서브 노트북 군을 선보여야 할 이유는 뭘까. 사용자가 필요로 하니까?

결론적으로, 애플에서는 넷북이라는 범주에 들만한 기기를 내 놓지 않을 것이다. 애플은 현재 닷맥을 이어 모블미라는 서비스를 판매 중이고 iWork에 적절히 편리함을 제공하는 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웹 기반의 iWork를 내 놓는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물론 애플에서 꼭 그런 서비스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구글 기어를 쓰라고 애플이 유도할까, 정말?

하드웨어의 비현실성. 미디어 패드에 10인치 액정은 적절하다. 씨피유는 잘 모르겠다. 애플에서 칩 회사를 인수했으니 굳이 아톰을 쓰라는 법도 없을게다. 하지만 무엇보다 키보드가 어울리지 않는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 놓으면서 과거 애플이 컴퓨터 산업에서 혁신적으로 이끌었던 사용 환경에 대해서 되새긴 바 있다. 마우스가 그러했고 아이팟의 휠이 그러했다. 그리고 아이폰을 기점으로 톡 건드리는, 터치 기기를 선 보였다. 여기에 10인치 액정을 달고 키보드까지 딸린 기기를, 미디어 패드라는 이름으로 내 놓을까, 애플이?

결론적으로, ((미디어 패드에 대한 전망은 다른 글로 대체해 본다.)) 애플은 넷북을 만들지 않을 것이며, 작업용 노트북은 맥북 라인이 유일 할 것이다. 10인치 액정에 키보드를 달고 있는 ‘노트북/넷북’은 애플의 제품 라인업에 어울리지 않는다. 현재 나오고 있는 미디어 패드는 키보드보다 터치 방식의 액정이 들어간 다른 기기라는 설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 맥북 에어 때문에 애플은 넷북을 내 놓을 필요가 없다. 위 사진을 보시라. 앞뒤 길이만 좀 길 뿐, 액정은 3인치 이상 크고 키보드는 풀사이즈 방식에다 배터리 구동 시간도 5시간 정도나 되는데 굳이 넷북이 필요할 이유가 무얼까?

가격? 애플 살 때 가격은 가장 하위 고려 요소이지 않았나, 지금까지? 애플을 좋아해서 구입하든 싫어해서 비판하든 가격은 언제나 애플 제품에 있어서 최우선 고려 대상은 아니다. 언제나 그랬다, 좋아 사는 사람은 가격표가 안 보이고, 싫어 안 사는 사람은 이러저러한데 비싸다는 결론일 뿐.

애정의 조건

Friday, April 24th, 2009

관심 감사합니다.
저는 사업적 목적, 장삿속으로 하는 일입니다. 아마추어 아닙니다.

저 두 가지 말. 사람들의 관심이 어떤 개인에게 금전적 이익이 되는 구조는 실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모습이다. 아닌 일은 뭔가, 하긴.

그런데 주의할 일이 있다. 관심과 이익은 때로 짧게 연결 될 수도 있고 복잡한 실타래로 얽힐 수도 있는데 짧은 연결일 경우에는 이익 추구는 되도록 감추어지게 설계되어야 한다. 대중의 관심이 그 수익자 개인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아닌 경우 수익자는 자신의 수익이 그 관심에서 직접 비롯된 것임을 굳이 밝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고 또한 수 많은 진정한 관심을 배반하지 않는 일이다.

관심은 곧 애정이다. 애정도 목적과 대상에 따라 다양하지만 지금 우리가 따져보는 이 애정은 그야말로 순수한 애정이다. 옳고 발전된 기술의 혜택을 맛 보고 우리 생활의 토양도 다양한 관점과 바탕 위에서 더 비옥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내가 생각하는 사람들의 관심이자 애정이다.

그런데 그 애정에 대해서 감사하다고 말하면서도, 실상 애정은 그리 갖고 있지 않고 수익을 위한 노력이라고 하고 있다, 이 사람 지금.

서태지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배용준도 일본인들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도 키노트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람들의 애정을 잘 이끌어 올바른 목적에 인도한다 혹은 올바르게 보이는 목적으로 인도한다.

애정에는 조건이 따른다. 애정의 대상을 잘 살펴야 하고 혹 그 대상이 사람일 경우 애정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그 애정을 고스란히 자신의 이익으로 돌리는지 따져봐야 한다, 우리의 애정이 배반당하지 않으려면.

맥북 에어 이야기 3

Tuesday, April 14th,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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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 에어 & AirMail, 슬리브. 출처: 플리커>

세 번째.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연스러움. ((사전적 정의는 억지로 꾸미지 아니하여 이상함이 없다, 순리에 맞고 당연하다, 힘들이거나 애쓰지 아니하고 저절로 된 듯 하다, 라고 되어 있다. 맥북 에어의 자연스러움은 세 번째 뜻일 것 같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두께 얘기를 하면서 잠깐 언급한 바 있는 ‘에어메일’. 애플의 기발한 생각에 이어 기발한 생각을 해 냄으로써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조&판매 사례가 되었다.

노트북. Notebook. 공책. ((랩탑이 어떻게 노트북이 되었는지는 이 위키에서 유추가 가능하다.))
요즘 주위를 돌아보면 여기 학생들의 상당수는 수업 시간에 노트북(랩탑)에 바로 필기할 내용을 입력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아니 상당히 많은 학생들의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업이 시작했음에도 전원 코드를 꽂을 데를 찾아 강의실을 활보한다. 교수님도 결코 ‘나대는 학생의 수업 방해’로 쳐다 보지 않는다. 전통적인 학습 도구의 변화를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처음에 랩탑이라 소개되고 (아마도) 이후에 붙여졌을 이 ‘노트북’이라는 이름이 꽤 자연스러워진다.

흥미로운 사례도 있다. 해커의 역사에 집필 등 80년대부터 컴퓨터 역사의 한 가운데 있었으며 뉴스위크를 거쳐 지금은 와이어드에 몸 담고 있는 스티븐 레비. 애플이 좋아하는 저명한 저자/컬럼니스트. ((2008년 1월 초, 애플이 맥북 에어를 발표하고 나온 뉴스위크의 맥북 에어 리뷰. 레비는 애플의 발표 전부터 에어를 사용 중이었다.)) 레비 씨가 쓴 뉴스위크 글을 읽어 본다면–그는 맥북 에어를 잃어 버렸다. 이유는 글 속에 있다–맥북 에어가 얼마나 ‘공책’스러운지, ‘에어메일’에 담긴 맥북 에어의 그 신비한 ‘자연스러움’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서류더미에 묻혀 어딘가에서 재생용지로 분류될 맥북 에어. 대단하지 않은가!

맥북 에어는 분명 성능을 우선 할 수 없는 기종이다. 맥북 에어는 완전히 반대의 개념으로 탄생한 노트북이라고 봐야 한다. 대단히 아이러니한 일이다. 성능을 어느 정도도 아니고 ‘최대한 최소화’한 기종이 바로 맥북 에어다. 그런 맥북 에어에서 얻는 것은 무얼까. 역시 말꼬리로 붙인 ‘에어’라는 낱말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무선의 대중화, 가벼움 등 여러 해석이 나온 바 있다.

“There’s something in the air.”
맥북 에어를 발표하는 2008 맥월드에 붙었던 배너의 내용이다. 무색무취의 공기처럼 맥북 에어는 나와 함께 한다. 아마도 맥북 에어는 역대 가장 자연스러운 컴퓨터일 것이다.

아이폰 v. 팜 프리 3

Friday, April 10th,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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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프리 두 번째 비디오

* 첫 번째 비디오와 달리 두 번째 비디오는 유투브에 뜨지 않아서 위 링크로 대체합니다. 링크에 들어 가시면 “This Weekend”라는 제목의 비디오가 보입니다.

팜 프리의 두 번째 홍보 비디오가 올라 왔습니다. 며칠 되었죠. 역시나 대단합니다. 첫 번째 비디오 [관련 제 블로그 글 링크]와 마찬가지로 실생활에서 프리를 사용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편한 사용 환경을 홍보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번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이 영상을 통해서 관심을 갖고 보는 점은 프리의 작업 환경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아이폰 OS 3.0 베타 버전이 나왔지만 팜에게 으름장을 놓으며 관련 권리에 대한 소송 불사를 내 비친 것과 달리 (제가 보는 관점에서) 그닥 프리에 대항할 기능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폰 OS 3.0의 주요 기능은 애플 사이트에서 밝히는 것처럼 아래와 같은 것이 있습니다.

  • Search your iPhone
  • Cut, copy, and paste
  • Send photos, contacts, audio files, and location via MMS*
  • Read and compose email and text messages in landscape

앱 스토어의 앱 판매에 관한 근본적인 조정도 있었지만 홈페이지에서 밝히는 네 가지 대표 기능이 위와 같은 것입니다. 검색, 오리기&붙이기, MMS, 가로보기. 실망 그 자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기능이 3.0이라는 이름을 달고 대표적인 새 기능이라고 홈페이지에 올라 올 수 있을까요? 애플이 너무 안일한 게 아닐까요?

이에 반해 프리의 작업 환경과 방법은 참 대단합니다 또는 대단해 보입니다. ((아직 판매 전이니 속단은 이르겠죠.)) 우선 어플리케이션 간에 전환하는 방법은 여전히 프리의 강점으로 보입니다. 화면의 상하좌우를 이용해서 위로 보내면 어플을 끝내는 것이고 어플 간 전환에 좌우 스크롤을 이용하며 아래에서 홈 화면을 끌어 올린다든지 하는 부분은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획기적인 발상으로 생각됩니다. 네, 간단하지만 (혁신적이라는) 애플도 아직 선 보이지 않은 (그러나 애플도 알고 있고 준비 중이라는 기대를 갖는) 그런 기능입니다.

게다가 이번에 새로 선 보인 기능은 맥 오에스의 독(Dock)을 흉내낸 것으로 보이는 기능입니다. 물결치듯 어플 바가 보이고 전환이 가능한 것입니다. 전에 나온 실제 시연 영상에 보면 ‘센터’ 버튼이 위치한 본체 부분을 이용한 ‘제스처’ 기능으로 어플 간 전환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화면에서 바로 전환이 가능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애플에서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존 루빈스타인이 프리를 맡고 있는 점을 상기해야겠죠.))

홍보 영상이니만큼 보이는 만큼의 기대를 갖는 것은 너무 이른 판단일 수 있습니다. 보이는만큼 부드럽게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프리가 내세우는 작업의 편리함은 충분히 인지되고 기대를 갖게 합니다.

비디오는 ‘주말’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주말 정오에 브런치 약속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온라인이 확인된 친구는 지토크(G-talk)로 전갈/용건을 바로 전달하고 오프라인인 친구에게는 전자우편을 보내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판당고로 영화 예약, 전자우편 확인, 주소록을 통해서 친구 확인을 합니다.

그 가운데 “Messaging”이라는 이름이 붙은 화면이 특이합니다. SMS와 지토크가 동시에 떠 있네요. 네, 한 사람 이름 밑에 두 가지 메시징 시스템이 통합되어 보이는 것입니다.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자에 따라 구분 되지만 프리라는 플랫폼으로 통합해서 어떤 방법으로든 상대방과 통신을 하고 프리를 통해서 통신/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SMS인지, 지토크인지, 혹은 이메일인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방법으로, 혹은 비용을 고려한 저렴한 방법으로 상대방과 통신/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죠. 팜이 생각하는 가까운 미래의 플랫폼 전략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정리를 해 볼까요. 상대방과 통신을 하는 방법, 우리가 최근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1. 음성 통화 (화상도 포함)
2. SMS
3. 전자우편
4. 메시징 서비스

이렇게 네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위 두 가지는 전통적인 음성 단말기에서 사용하는 것이고 아래 두 가지는 인터넷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보통은 컴퓨터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비용은 역시 위 두 가지가 즉각적인 당사자 간 교신을 가능하게 해 주면서 비싼 반면, 아래 두 가지는 시간과 공간/환경의 제약이 따르며 즉각적인 교신을 확보하지 못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이 듭니다. ((인터넷 연결 비용을 따져야 하겠지만 이건 점점 낮아지는 추세인 점과 소위 스마트폰의 인터넷 연결 비용이 손쉬운 정액제가 대세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소위 스마트폰이라는, 전화 단말기+컴퓨터=’유사 컴퓨터’라는 기기가 갖는 대표적인 기능들입니다. 프리는 이번 영상에서 스마트한 단말기와 작업 환경을 통해서 이러한 비용 및 서비스 제공자의 제약을 간단히 뛰어넘은 통합 화면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상대방 이름 밑에 위와 같은 서비스 화면이 시간 순서대로 나열되어 그동안 통신해 온 이력과 내용을 보여 줌으로써 상황에 맞는 적절하고 저렴한 방법을 통해서 통신이 가능함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물론 프리를 통해서 그렇다는 것이죠.

아직 확정 전인 사항이 많기는 하지만 팜 프리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한 모양과 기능으로 계속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일명 구글폰, 안드로이드보다 더욱 쓸만해 보입니다. 역시 기기는 홍보/설명이든 리뷰든 실제 사용자의 사용 환경을 제시하며 설득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폰은 며칠 전 새로운 티비 광고를 세 가지 올렸습니다. 여전히 주안점은 앱 스토어에 다양한 앱이 있다는, 실제 사용에 관한 광고입니다. 호기심을 갖고 앱 스토어에 접속해 보지만 앱 스토어 출범 후 벌써 1년이 다 돼 가는 이 시점에서 광고를 통해 기대를 갖고 찾아본 것과 달리 공짜로 뿌려지는 앱의 밑에 달린 평가 지수 별 하나에 당혹감을 갖게 됩니다. 또한 2.99, 4.99라는 가격표가 달린 앱을 보며 과연 이 가격이 온당한지 확실치 않은 부분에 대해서 풀리지 않는 불안함, 지르기를 주저하는 제 모습에서 애플의 혁신은 어디서 나오나, 아이폰을 구매한 이후부터는 내 주머니 속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이 말은 가격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기대하는 혁신의 모습이 계속해서 구매로만 인도되지 말고, 좀 더 근본적인 혁신의 모습을 기대하는 시점이 도래했다는 뜻입니다. 위에서 밝혔듯 아이폰 오에스는 3.0이라는 숫자를 달고 이미 발표되었습니다.

아직 프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5년을 앞섰다는 스티브 잡스의 자신감에 찬 2년 전 키노트가 아직 생생한데 팜이 무려 3년을 단축한 게 아닌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지켜 볼 뿐입니다. ((여기에 최근 우리 나라의 인터넷 관련 법안과 이용 현실, 이동 통신사와 단말기 사업자들에서 느끼는 답답함까지 더한다면 절로 한숨이 나올 법한 부분입니다. 이들은 오로지 기술의 혁신을 최우선에 두고 저만큼 달리고 있는데 말입니다.))

맥북 에어 이야기 2

Monday, April 6th, 2009


<노키아 전화 단말기와 맥북 에어. 출처: 플리커>

맥북도 아니고 맥북 프로도 아닌 맥북 에어. 왜 맥북 에어인가.

에어의 특징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두께다. 얇은 두께를 강조하기 위해 서류봉투 광고를 선 보인 애플의 재미있는 발상은 단연 발군이었다.

두께 0.4(최소)–1.94cm(최대)의 흐르는 듯한 모습은 파워북 G3, 피스모 이후 애플 노트북에서 보이지 않은 미려한 곡선의 부활이라 할만하다.

바닥에 놓았을 때 에어의 느낌은 착 가라앉은 느낌. 비록 타 보지는 못 했지만 유명 수퍼카의 느낌이 이것이 아닐까 싶다. 단단한 바닥의 느낌을 그대로 전하는 듯한 키보드의 탄탄함,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힘을 흡수하는 검정 키보드의 이 느낌은 에어 사용자만이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설레발

Monday, April 6th, 2009

http://twitter.com/chanjin
오늘 자로 아이폰 6월 출시와 그에 따른 국내 출시의 희망 정도를 피력하고 계신데…

“출시설”이라고 말하기에는 근거가 희박한 희망사항 정도로 읽힙니다.

아이폰을 위시하여 최근에 도래한 ‘모블 소프트웨어’와 ‘소프트웨어 매매 시장’의 개념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특히 해당 국내 기업들의 매체 ‘선전전’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요. 어느 정도의 서비스일 지, 실체의 ‘맛’도 보기 전인데 마치 애플의 ‘앱 스토어’처럼 될만한 기대를 갖게 만드는 데 있어서 걱정도 됩니다.

매우 개인적인 염려이며 ‘설레발’이기도 하지만, 한편 이런 매체들에서 양산되는 온갖 발표과 설들과 더불어 ‘이름’과 ‘허명’에 기대 저 같은 일개 유저의 ‘설레발’ 못지 않은 ‘설레발’도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힘있는 분들의 ‘설레발’에 비판이 있었고, 이에 어느 분께서 개인의 경제 행위에 대한 비판이 온당치 않다는 의견을 올리셨던 기억이 있는데, 저는 좀 반대로 생각됩니다. 우리 현실을 객관적 시각으로 봐야 함에도 자꾸 저 먼 어딘가를 보게 만드는 의견들이 많아 보입니다.

전 요즘 도리어 삼성전자 편을 들고 싶어졌습니다. “그래, 아이폰 다 포기하고 기다릴테니 지금 소니 따라잡은 것처럼 한번 애플도 따라잡아 봐라.” 이렇게 말입니다. 단, 지금부터 핸펀 가게 진열장 채울 하드웨어 종류와 개수만 생각하지 말고 소프트웨어에 전력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10년이면 충분하겠죠?

맥북 에어 이야기 1

Thursday, March 26th, 2009


<맥북 에어, 출처: 플리커>

맥북 에어. 최고의 노트북. 내게 이 최고의 노트북 rev. A의 기회를 갖게 해 준 모든 주위 환경에 고마움을 느낀다. ((특히 알비님, 구희님!)) 워낙 뭐든 뒷착, 막차를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매킨토시 ((이젠 맥이라는 이름이 공식적이지만 여전히 매킨토시라는 이름은 정겨움을 넘어 그 이상의 느낌을 준다.)) 역시도 그래왔다. SE/30은 중고를, PowerBook 520은 엘렉스의 땡처리 행사에서 겨우 하나를, PowerBook G3, Pismo는 그 “아르마니” 라인업의 마지막 물건이었다.

rev. A. 그 제품의 철학과 노력, 고심과 번뇌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이다. 책도 초판을 모으는 수집가가 있듯이 매킨토시도 rev. A가 주는 마력(매력이 아닌 마력)은 남다르다. 바로 그 rev. A., 맥북 에어의 초판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이다.

맥북 에어. 유니바디 맥북 라인업의 ‘문열이’이자 중간에 끼어 ‘엔드 유저’급도 아니고 ‘프로 유저’급도 아닌 중간자. 하지만 그 중간적 입장이 주는 묘한 장점 또한 에어의 장점이다. 맥북 사용자도 맥북 프로 사용자도 적절한 필요와 가격, 성능을 고려하여 결정하여 기종을 결정했지만 에어는 그 이상을 요구한다. 성능은 맥북에 못 미치면서 가격은 프로와 같다(비슷하다고 해 두자). 사용자의 ‘선택’이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왜 당신은 맥북 에어를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 질문에 적절히 대답하는 것, 그리고 내가 몰랐던 맥북 에어를 돌아 보는 게 이번 이야기 모음의 목표.

아이팟 셔플: 디자인 이야기

Sunday, March 22nd, 2009

아이팟 셔플이 새로 나왔습니다. 세 번째 버전이지요. 첫 번째 버전은 아래 그림처럼 생겼고요.


<제가 좋아하는 파워서포트 실리콘 재킷을 입고 있는 아이팟 셔플 1세대, 출처: 플리커>

두 번째 버전은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셔플 2세대, 출처: 플리커>

저는 현재 셔플 2세대를 갖고 있습니다만, 1세대가 단종 된 후로 계속 갖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위 사진에서처럼 개념이 맞아 떨어지는 라인업은 보기만 해도 흐뭇함을 안겨 줍니다. ((글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옮기다가 미처 내용까지 수정이 안 되어 어색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셔플 1세대는 나노 1세대와 아이팟 5세대와 흐름을 같이 하는 디자인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죠.


<셔플 2세대, 나노 1세대, 아이팟 5세대, 터치, 아이폰, 출처: 플리커>

역시 나노 2세대는 흰 아이팟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래 사진은 어떤가요?


<아이팟 5세대, 나노 1세대, 셔플 1세대, 출처: 플리커>

왼쪽부터 각각 2005년 10월, 같은 해 9월, 같은 1월 선 보였습니다. 셔플이 2005년 연초에 가장 먼저 나왔고 가을께 나노가 처음 등장하고, 아이팟 5세대가 비디오 기능을 달고 나왔지요. 2001년에 처음 아이팟이 등장한 이후 해마다 세대를 달리하고 다시 미니라는 이름으로 아이팟 라인업이 분화된 이래 가장 완벽한 아이팟 라인업, 아이팟 2차 부흥기의 기틀을 마련한 라인업이 바로 저 세 모델의 라인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아이팟 디자인적 특징 중 하나인 흰색, 그 흰색을 기기 본체에 채택한 마지막 모델들이었습니다.


<iLounge에서 플리커에 올린 사진. 셔플 2세대는 나노 3세대, 아이팟 클래식(6세대)과 컨셉이 같습니다. 출처: 플리커>

이듬해인 2006년에 셔플 2세대, 나노 2세대가 알미늄 룩으로 선 보였는데 셔플은 “Wearable”이라는 컨셉으로 “Shuffle”이라는 특이한 개념을 그럭저럭 잘 이은 반면 나노는 첫 나노만큼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 했던 것 같습니다. ((매우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나노 3세대는 짜리몽당한 모양에 비디오 기능을 달고 나오면서 아이팟 클래식의 새 알미늄룩과 보조가 맞았고 셔플 2세대도 잘 어울립니다. 위에 나란히 선 보인 사진 보셨죠. 어떤가요. 꽤 잘 어울리죠.

2008년 가을, 어느덧 나노는 4세대에 이르고, 아이팟 클래식도 120기로 ‘단일대오’를 이루게 됩니다. 또한 2007년 9월에 선 보인 아이팟 터치는 ‘아이폰 대용’이라는 오명을 뒤로 하고 터치 2세대로 거듭나면서 아이팟 클래식을 뒤로 하며 명실상부 “가장 재미있는 아이팟”이라는 이름을 걸고 전면에 등장합니다. 이 때 아이팟 라인은 세 번째 큰 변화를 맞이합니다.

아이팟 디자인의 진수였던 흰색 본체를 포기한 이래 그나마 흰색 컨셉의 명맥을 유지하던 클릭휠도 클래식에만 남기고 사라진 것입니다. 물론 “크로마토그래피” 나노 4세대 9개 모델에서 두 개를 제외한 일곱 개 모델은 여전히 흰색 휠을 달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주력 모델을 봐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노 4세대의 대표 모델은 본체가 은색, 휠이 검정색이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2008년 1월 선 보인 맥북 에어의 컨셉을 닮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의 변화는 곧이어 선 보인 유니바디 맥북과 맥북 프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맥북 프로조차 검정색 ‘계산기’ 키보드로 바뀐 것입니다. 바햐흐로 애플에 은색+검정색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컨셉의 시발점은 아이맥 액정 2세대 버전입니다. 액정에 글래스룩을 도입하면서 검정색으로 사방을 감싸 버렸지요.))

얼마 전 선 보인 아이팟 셔플 3세대. 이러한 은색+검정색 라인업에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기존 2세대에서 은색 대표 모델 외에 알록달록한 모델로 가뿐한 느낌을 주려했던 셔플 조차도 이제는 은색과 검정색 두 모델로 자못 묵직하게 애플 ‘패밀리’에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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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팟 셔플 3세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크기입니다.>

제 손이 작은 편이고 더구나 손가락이 짧은 편이지만 그래도 새로 나온 셔플 3세대는 매우 작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잠시 사용해 본 셔플 3세대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맥오에스 텐 10.5 버전인 레퍼드에서 처음 선 보인 개량된 음성 기술이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매우 자연스러운(자연스럽다고 할 만한) 음성으로 현재 재생 노래와 재생 목록을 잘 안내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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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이어버드와 달리 마이크가 없는 셔플용 리모트 이어버드>

이번 셔플 3세대의 특징은 재생 버튼이 없어지고 오로지 이어버드가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마이크조차 없앤 셔플용 이어버드는 잭 부분의 모양도 변경되어 그동안 고질적인 파손 문제를 일으켰던 부분을 개선했습니다. 이후 아이팟과 아이폰의 번들 이어폰에도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새 셔플은 클립 부분에 ‘스뎅룩’을 반영하여 아이팟 같지 않은 기존 셔플의 분위기를 탈피하고, 음성 ((forist님 제보로 찾아낸 오타입니다. 제 요즘 생활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ㅠㅠ )) 안내 기능까지 더해 더욱 그럴듯한 아이팟 라인업의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이제 대표 아이팟인 터치와 새 나노와 더불어 은색, 검정, 스뎅룩 등이 어울려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게 됩니다.

아이팟 나노는 2005년 9월을 시작으로 매년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사실상 아이팟 판매의 대표주자는 아마도 나노 라인일 것입니다. 아이팟은 2005년 5세대, 2007년 클래식(6세대)로 2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선 보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터치 역시 2007년, 2008년 9월에 각각 업데이트 되었으므로 여름께 선 보일 것이 유력한 새 아이폰과 더불어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리라 기대합니다.

리모트가 달린 새 이어버드가 제한적으로 아이팟 모델을 지원하지만, 번들되는 것은 새 셔플이 가장 처음이고 ((새 이어버드 출시 이후로 번들이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본체 조절 버튼까지 없앴으니 올해 새로 선 보일 아이팟들은 어떤 모양과 색깔, 그리고 어떤 기능적 변화가 있을지 자못 궁금해 집니다.

새 셔플은 꼭 구입해야 할 소품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제가 달성하고 싶은 것은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입니다. 다행히 이 셔플을 파는 곳을 찾았는데 99불의 가격을 어떻게 극복할 지 그것이 과제입니다…


<위에서부터 셔플 1세대, 나노 1세대, 아이팟 5세대, 출처: 플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