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재선 취임 연설 링크

Monday, January 21st, 2013

4년 전, 오바마 대통령 취임과 관련된 내용을 포스팅했다. 당시 내 흥분도—비록 우리 대통령도 아니지만—여전히 기억이 난다. 의욕이 넘치는 블로그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때 관련 글들을 꽤 찾아와서 참고하신 분들도 있고.

http://doccho.net/2009/01/21/오바마-연설문-분석-들으며-따라-읽기/

오늘 재선 취임식이 있었다. 이전에 비해 내 관심은 줄고 바쁘기도 하여 모르고 있다가 트위터에서 보게 된 링크. 역시 뉴욕 타임즈.

오바마의 재선 취임 연설 링크; 뉴욕 타임즈

첫 연설문 링크는 플래시로 만들어졌는데 이번 링크는 플래시가 아니다. 세월이 많이 갔고 변화가 많았다.

IT 강국?

Monday, September 5th, 2011

올해 봄에 70년대에 미국으로 이주해서 변호사가 되신, 60대 후반의 선배님 ((정확히 우리 아버지 연세이신데, 대략 5-6년 전부터 밖에서 알게 된 분들을 이렇게 부르는 게 좋아졌다.))을 알게 됐다. 같은 교회에서 우리 구역 구역장님의 친구분이셨는데, 이 두 분은, 내 시각으로 보기에, 매우 독특하셨다. 앉자마자 요즘 사회, 과학 등에 대한 질문과 대답, 토론을 이어가셨다. 통상 어르신들이 나누시는 일상의 토픽과는 거리가 있었다. 내게도 말할 기회가 주어졌고, 앞으로 갈 길에 대해 여러가지로 여쭙고 하던 와중에,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미국으로 온 게 잘 한 걸까요? 제가 영어로 사유하고 삶을 살아가는데 미국이, 영어가 어떤 의미일까요?”

“미스터 조, 하루에 미국에서 출간되는 책이 몇 권인 줄 아나? 한국 출판 책은? 모르긴해도 꽤 차이가 날걸세. 영어와 한국어로 된 정보의 양 차이는 예나 지금이나 좁아지지좁혀지지 않을 걸세. 앞으로 더 차이가 나지 않을까?”

그 두 분의 관심사는 그냥저냥한 일상이 아니었다. 우리 구역장님은 매주 받아보는 <타임>지를 반으로 접어 옆구리에 끼고 다니시는 분이고, 그 변호사께서는 그 날 자리에 앉기도 전에, 보자마자 내게 그 날 자 엘에이 타임스 기사 복사본을 건네셨다. 그 날 많은 걸 보고 느꼈다.

IT 강국이라는 말. 우리 사회의 지향점이다. 참 잘 찾았다. 마침 오늘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 <아이패드로 TV보고, 신문, 책 읽기>허지웅의 블로그 글 <심형래라는 이름의 욕망>을 읽었다. 그리고 궁금해서 “콘텐츠”로 구글링해서 얻어 찾아 간 한국콘텐츠 진흥원 홈페이지.

이제부터 초절정 각성하여 마구 쏟아낸다해도 영어로 된 정보의 양을 압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IT 강국을 하고 싶으면 콘텐츠 양에 신경 써야 한다. 양이 확보돼야 질적 향상도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Sunday, March 20th, 2011

이 곳 날씨도 한국스러워진다고, 이 곳에서 23년을 사신 분이 말씀하신다. 물론 한국만 못 하지만, 습도도 높아지고 비가 자주 오는 등, 변덕스러워진다고.

비.
비.

내 목마름을 적시는 비.

비.

미국, 안 그렇다. 1

Tuesday, May 12th, 2009

비용 줄이고 환경 살리고… 미(美) 대학들 “두꺼운 교과서, 전자책으로 대체” –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이제 겨우 10여개월 살아봤는데 이런 소리하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그런데 오지랖 운운 소리 들을지라도 하고 싶은 얘기가 종종 생긴다. 바로 위 내용처럼 엉뚱한 얘기를 들을 때다. 나도 전에는 ‘그런가보다, 미국 좋네’ 등 그냥 수용자 입장에서만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 좀 더 보고 생각하게 된 바를 얘기 안 할 수 없는 것이다.

얼마 전 아마존에서 킨들 DX를 발표했다. 킨들 2 발표 석 달이 채 안 돼 새 기종을 발표한 것이다. 뉴욕의 유서 깊은 페이스 대학에서 발표를 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신문과 책 대체 수단으로 킨들 DX를 내세우려는 전략을 돋보이게 하려는 것이었다. 뉴욕 타임스 최고위층도 왔다지, 아마.

나는 미래에 종이 신문과 책을 대체할 기술이 나올 것이라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아니 찬성하고 그렇게 나오리라 생각하고 적극 지지한다. 그렇게 돼야 한다. 되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를 대체한다고? 그게 가능할까? 적은 시간과 경험이지만 내가 지난 두 학기동안 여기서 본 이 곳 학생들의 공부 방법은 나와는 천양지차여서 놀랐다. 각 개인의 호불호에 따를 일이지만 교수님을 비롯해서 학생들 상당수가 교과서에 형광펜 잔치를 벌인다. 색깔별로 아주 색칠을 한다. 중요한 것만 챙기는 것도 아니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나와는 아주 다른 방법이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참 부담스럽다. 책도 오죽 비싼가. 내용도 많고 질도 괜찮은 종이지만 교과서 한 권에 10만원, 아니 20만원이 넘다니 참 기가 찰 일이다.

킨들은 아니다. 지금 그 킨들 DX는 아니다. 이런 학생들의 공부 습관을 일거에 바꿀 수도 없고 킨들이 그런 공부 습관에 맞춘 환경을 제공할 리도 만무하다. 기사에 나온 일부 몇 대학이 아주 초기의 시험 단계에 참가하기로 한 것일 뿐이다. 아직 시작도 안 된 일이다.

위 링크 기사를 보면, 기본도 안 됐다. 첫 문장과 다음 문장의 내용이 맞지 않다. 대체하고 있는데, 프로젝트에 참가하기로 한 건 말이 안 된다. 대체할 전망이라고 하면 모를까.

하루 아침 일도 아니고 신문의 질 저하는 예전부터 있던 일인데 굳이 이 기사에 거품을 무는 이유는? 물론 킨들에 관심도 있고 조선일보에 관심도 있어서다. 나처럼 매일 조선일보 사이트에 자주 접속하는 사람도 많이 않을 듯 하다. 그래서 불편하다. 저렇게 호도하는 내용이, 그리고 비겁하게 싸구려 냄새나는 제목 장사가 너무 불편하다. 따옴표를 찍는 방법도 모르고 그걸 비겁하게 이용하려는 얄팍한 수도 너무 뻔하고, 한 마디로 기자라고 개목걸이하고 다니고 팔뚝에 완장 차고 다니는 그치들의 뻣뻣한 목언저리에 비해서 허접하게 ‘생산’되는 그 글들이 불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안 그렇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기들 편한대로 이렇다, 저렇다 갖다 붙이면서 별 생각없이 글자 몇 가 끄적대며 수 천 만원 연봉 챙기는 그 기자 정신의 이면에 서 있는 미국의 허상. 그 허상은 너희들의 바람일 뿐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온갖 부조리며 인간 허투루보는 족속들이 즐비한 이 정글 같은 곳에 그냥 그렇다더라 하면서 끄적여 대는 한심한 글로 속 상하고 위에서 쪼임받고 허튼 자료 조사해야 하는 우리 군상들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아이폰 관련해서 멋대로 구는 힘있는 작자들의 횡포에 열 받다가 저 기사에 그만 이렇게 적고 만다. ‘정줄놓’ 시리즈 끝내며 열 그만 받기로 했는데…

오바마 대통령 주례 연설 9

Thursday, March 26th, 2009

http://www.whitehouse.gov/blog/09/03/20/A-Budget-Equal-to-the-Task-Before-Us/

시간이 빠르게 갑니다. ‘짤방’으로라도 지난 주에 올렸어야 했는데. 늦게 올립니다. 백악관도 바쁜가 봅니다. 스크립트 없이 영상만 제공되네요.

오바마 대통령 주례 연설 8

Saturday, March 14th, 2009

http://www.whitehouse.gov/blog/09/03/14/Food-Safety/

3월. 먹거리에 관해서 말씀하신다. 작년 한참 타올랐던 우리의 촛불이 떠오른다.

신뢰, 믿음 등 희망 섞인 구호에서 세부적인 국정 이슈를 잡기 시작한 모습이다. 첫 번째로 사람들 삶의 기본 요소인 먹거리를 챙기는 모습. 미리 작업하고, 아직도 한참 작업 중일 수 개월, 수 년에 걸친 대통령 프로그램대로 이행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이번 주 미국의 교육 문제 등 기초적인 미국민의 삶의 질과 나아갈 방향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 문제는 가시적인 성과를 논하기 이르더라도 나날이 어려운 모습이다. 전략적 우회일 지도 모르지.

이번 주는 다시 유투브로 돌아 왔다. 이래저래 백악관은 실험에 한창이다.

미국 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경험기, 2부

Tuesday, March 10th, 2009

(파일 업로드에 문제가 있어 사진이 누락됐습니다. 나중에 수정보완합니다.)
사진 첨부되었습니다.

0. 서설

1. 맥북 에어, 오랜만에 청소를 하다

2. 애플 스토어에서 서비스도 하나?

3. 미국 애플 스토어는 뭐, 다른가?

4. 애플 스토어에 수리 예약을 하다

(이상 1부 목차)

5. 애플 스토어, 직접 찾아가다

오늘은 2월 19일 목요일. 어제 온라인으로 예약은 했지만 토요일 약속시간까지 기다리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틀이나 기다려야 하는데 무엇보다 수리 여부라도 알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앞섭니다.

아침 수업을 들으면서 고민 끝에 애플 스토어를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본시 당일 방문자를 염두에 두는 것이 대개의 예약 시스템이라는 생각에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생각은 맞았습니다.

이른 봄 바람의 따스함도 에어 액정에 대한 걱정과 상념으로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평일 느즈막한 오후인데도 애플 스토어는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하지만 매장 깊숙히 자리잡은 지니어스 바를 바라보니 그리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지니들도 한가롭게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나가는 콘시어지 스태프에게 저간의 사정을 얘기했습니다. 기대와 달리 예약없이 지니어스 바 상담은 안 된다고 합니다. 지니어스 바 앞에 있는 리셉션용 아이맥으로 예약을 하라고 안내해 줍니다. 이 사람들의 ‘노’는 어지간해서 ‘예스’로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다시 예약을, 어제 예약을 했음에도, 시도해 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날짜가 하루 앞당겨진 금요일 오후 네 시에 예약 시간이 비어 있습니다. 분명 어제는 토요일 밖에 없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하루 당겨진 게 어디냐 싶어서 예약을 마쳤습니다. 그리고는 지니어스 바 앞에서 이들의 서비스를 유심히 지켜 봤습니다. 꼭 예약으로만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느슨한 일과로 보이는 가운데, 지니들도 바쁘게 예약 손님을 맞지 않고, 그렇게 맞을 손님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제 차례는 없지만 잠시 짬을 내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좀 더 옆으로 자리를 옮겨 지켜 봤습니다.

갑자기 모자(비니)를 쓴 지니 한 사람이 저와 눈이 마주치고 “뭐, 필요하신가요”라고 질문을 합니다. 순간 내 문제를 상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내일 예약을 잡았다고 답했습니다. 이 사람들 눈 마주치면 의례 던지는 인사치레 정도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지켜 봤지만 여전히 그리 빡빡하지 않은 일 진행으로만 보였습니다.

이윽고 용기를 내어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방금 제게 질문을 던진 지니에게 다가가 내일 예약을 잡았으나 잠깐 질문을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합니다.

“집에서 액정을 닦다가 코팅이 벗겨졌다. 난 힘을 주지도 않았고 오히려 키보드와 트랙패드 때문에 액정에 흠이 생겨 난 자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가. 그런데 사용자의 과실이면 보증 서비스가 안 된다.”

“과실일 수가 없다. ‘흠’이 생긴 곳을 문질렀는데 코팅이 벗겨졌다.”

“‘흠’이라고? ‘크랙’? 그렇다면 안 될 것 같다.”

“‘크랙’은 아니다.”

(옆 다른 지니)”물로 닦았는가?”

(괜히 꼬투리 잡힐까)”아니다. 입김만 불어 닦았을 뿐이다.”

“봐야 알겠지만 힘들 것 같다.”

대략 위와 같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흠’을 정확히 설명하기도 어려웠고 이해도 못 한 것 같았습니다. 내일 다시 와서 보여주겠지만, 보지도 않고 설명을 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맥이 탁 풀렸습니다.

6. “다 이루었다.”

흰 수염이 멋진, 인자하면서도 날카로운 인상의 헬드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불법행위법 수업. 긴장 속에서도 온통 신경은 오후에 잡은 예약 시간에 쏠립니다. 뭐라고 설명할까, 어떤 답을 해 줄까, 만일 서비스가 된다면 언제 맡긴다고 할까, 서비스 안 된다고 하면 어쩔까 등등… 점심 무렵이면 수업이 끝나 오후부터는 홀가분한 기분을 만끽해야할 금요일이지만, 오전부터 어깨를 짓누르는 고민과 수업 틈틈히 전해오는 긴장 속에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날 듯이 집으로 가서 점심을 대충 해결하고 예약 시간을 기다립니다. 예약 시각은 네 시 사십분. 점심을 먹고서도 한 시간여를 기다려야 하는데 맥없이 기다리느니 일단 가 보기로 했습니다. 예약 시간이 정확히 지켜질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 어제 가 본 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면 일찍 차례가 올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애플 스토어 @빅토리아 가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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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어서 그런지 지니어스 바는 어제와 달리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화면에서 등을 보이는 남녀는 유니바디 15″ 맥북 프로를 들고 와서 서비스 의뢰를 하는데 시간을 꽤 소요했습니다. 그 뒤로 보이는 모자(비니)를 쓴 지니가 어제 제게 답을 해 준 그 지니입니다. 오른쪽 챙 모자를 쓴 지니도 어제 그 지니고요. 이 애플 스토어는 지니어스 바에 대략 다섯 대의 맥북/프로를 두고 서비스를 진행하는데 보통 네 군데로 나뉘어 서비스가 진행됩니다. 왼쪽 둘은 맥 서비스, 오른쪽 둘은 아이폰/아이팟 서비스를 진행합니다. 비니를 쓴 지니와 사진에 안 보이는 다른 지니가 맥을 담당하는 지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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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시간보다 일찍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너무 일찍 간 관계로 매장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위 사진은 기다리며 찍은 매장 안 풍경입니다. 예약 아이맥 바로 앞에서 찍은 것인데 저 테이블은 1:1 예약을 한 손님을 위한 테이블입니다. 비교적 나이가 드신 저 하늘색 티셔츠의 스태프는 ‘specialist’라는 표시가 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손님에게 상세한 맥 사용 방법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맞은 편 손님들도 담당 스태프에게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복잡한 지니어스 바 앞과 달리 매장 안은 전체적으로 한산했습니다. 이 때 시각이 약 세 시 정도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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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옆으로 옮겨서 찍어 본 풍경입니다. 매장 안에는 가족들, 연인들, 남녀노소 등 ‘종류’도 다양한 손님들이 오고 갑니다. 왼쪽 아래에는 아이들용 아이맥이 두 대 놓여 있습니다. 처음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애플 체험 센터가 생겼을 때 아이들용 아이맥이 놓여 있었던 기억입니다만, 이후 바뀌면서 이러한 배치는 없어졌습니다. 위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반대편에는 벽 하나가 온통 소프트웨어 박스를 담은 선반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자연스레 매장에서 물건을 구경하고 즉석에서 구입을 하며, 이런저런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애플 스토어. 꼭 애플이 아니어도, 컴퓨터가 아니어도 좋은 사례로 연구해야 할 사례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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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시각은 세 시가 넘어서였지만 지니어스 바는 생각보다 혼잡했고 처음 사진에서 본 남녀 손님의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는 무슨 문제인지 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윽고 시간은 지나 네 시 경.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제 차례는 다섯 번째입니다. 제가 처음 도착했을 때 일곱 번째였는데 시간이 지나도 영 줄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예약 시간보다 빨리 볼 수 있겠다 싶었던 기대는 슬슬 반대로 바뀌어 예약 시간 네 시 사십분을 넘길 것 같았습니다. 이 때 안 일이지만 당일 예약도 가능한데 그건 이미 상황 종료된 일었고요.

현재 맥 파트를 담당하는 지니는 머리가 길고 약간 배고 나온 지니와 비니를 쓴 지니 두 사람. 머리 긴 지니는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를 붙잡고 수십 분을 서류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눈이 여간 날카롭지 않아서 아무래도 뭔가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제품 의뢰를 하러 온 남녀도 한숨을 간간이 섞고 앉아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비니를 쓴 지니가 담당한 손님은 대학(원)생으로 보이는 백팩을 맨 15″ 알북 사용자. 그냥 상태 점검하고 바로 맡길 것 같았던 상황이었지만 웬걸, 시간이 꽤 걸립니다. 매번 확인하는 바이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기다림은 정말 익숙해 보입니다. 이 사람들이 잘 참는다기 보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머리 긴 지니가 담당하던 남녀 손님이 자리를 뜹니다. 그 지니는 들릴 정도로 한숨을 푹 내 쉬고 묵묵히 흰 맥북 키보드에 열심히 손을 놀립니다. 아직 제 차례는 아니지만 저 지니에게 제 순서가 오면 별로 좋을 게 없어 보입니다. 제게 화를 내지는 않겠지만 어제 앞서 지니들에게 확인한 것도 있고, 제 상황을 설명할 능력도 부족하니 가급적 기분 좋은 지니에게 보이는 게 낫지 싶었습니다.

갑자기 지니어스 바 쪽이 한산해 지면서 호명되는 손님들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섯 번째 올라있던 제 이름이 슬슬 앞 순서로 변경됩니다. 어떤 지니일까, 제발 비니 쓴 지니에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되뇌입니다. 이윽고 15″ 알북 사용자가 자리를 뜨고 새 손님이 호명됩니다. 아, 제 차례가 아닙니다. 제 바로 앞 번호입니다. 다시 수 분여 기다림. 오렌지 색의–콘시어지로 보이는– 스태프가 제게 다가와 몇 번이냐고 묻습니다. 지니도 아니면서 왜 묻지 싶었는데 대답을 하고 옆에서 보니 매장 책임자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제 앞 다른 손님을 호명하더니 이윽고 머리 긴 지니가 나타나 맥북을 들여다 보면서 제 이름을 부릅니다. 으, 저 기분 안 좋은 지니가 내 담당이라니…

심호흡을 하고 설명을 하려던 찰나, 아침부터 준비한 온갖 설명 멘트가 깡그리 머릿 속에서 지워졌습니다. 이런 이런… 천천히 맥북 에어를 백팩에서 꺼냅니다. 에어가 처음 선 보였을 때 돌풍을 일으켰던 마닐라 봉투 모양의 슬리브를 꺼내 탁자 위에 놓습니다. 바로 옆 비니를 쓴 지니는 저를 기억하고는 관심있다는 듯 제 에어를 흘긋 곁눈질 합니다. 안 될거라고 한 제품의 상태가 궁금했을테죠.

걱정과 달리 머리 긴(길고 배도 나온) 지니는 제 얘기를 천천히 들어줍니다. 원래 준비했던 설명은 좀 길었는데 머릿 속이 텅빈 상태라 바로 액정을 보여주며 어제 설명한 것과 똑같이 얘기를 했습니다.

슬리브를 아래에 깔고 에어를 내려 놓았는데, 아, 이 지니는 뭔가 아는 듯 합니다. 최대한 제 사용 습관을 배려합니다. 에어 액정을 보기 위해 에어를 들어 올리는 모습이나 다시 내려 놓을 때 모습 등, 분명 이 사람은 오랫동안 맥을 써 왔고 저 같은 맥 사용자의 습성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충분히 배려된 느낌을 받으며 설명을 했는데 이윽고 이 지니가 대답합니다.

“수리 해 드리겠습니다.”

“네? 수리 된다고요? (반신반의하며, 그러나 분명 된다고 했으니 다른 대답 못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왜요?(라고 물었습니다. ㅎㅎ) 어제는 안 된다고 했는데(옆 비니를 쓴 지니를 흘긋 쳐다 봅니다. ㅎㅎ)…”

“이건 손님 과실이 아니니까요. 액정 문제네요.”

“아, 정말인가요. 고맙습니다X100”

기분히 확 날아오를 듯 좋아졌습니다. 예상 외로 순순히 수리 판정을 해 준 지니. 애플 스토어 및 스태프 시스템에 대한 장점이 돋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젊어 보이는 이들에게 주어진 권한이 꽤 커 보였고 예약과 기다림의 순간이 힘들어도 판정 및 수리 절차가 생각보다 간명하여 기다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는 듯 생각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지니는 제가 설명을 하지도 않았는데 맥북으로 서류 작업을 하며 제가 편한 날짜에 언제든 제 맥을 갖고 와서 수리를 맡기라고 합니다. 액정 문제는 당장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고 통상 수리는 5-7일 정도 걸리니 그렇게 말한다고 하였습니다. 요구하기 전에 제 마음을 헤아려 답변을 척척해 주는 지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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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분도 잠시. 이내 평정을 되찾았습니다. (믿으실 지 모르겠으나) 내내 에어 액정 수리 여부에 대해 마음이 쓰였으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미국 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판정 및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고 이런 과정을 주위 사용자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마냥 좋아하면서 웃고 있을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아까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 때부터 유심히 지켜본 바, 위 사진의 왼쪽 머리 긴(배도 나온) 지니는 저 흰 맥북으로 꽤 오랜 작업을 합니다. 도대체 어떤 화면일까 그것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이제 제 수리 판정도 내려졌겠다 본격적으로 탐구에 들어갑니다.

말을 않고 옆에서 같이 화면을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사진은 찍지 못 했습니다. 한국의 애플 사용자와 환경에 대해 관심있는 모습이었습니다만, 한국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 내가 속한 포럼에 이 광경을 ‘리포트’해야한다고 사전 양해를 했지만, 화면은 안 된다고 하면서 맥북을 돌려 테이블 뒤로 돌아가더군요. 그게 위 사진 모습니다. 원래는 바로 제 옆에서 맥북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돌아 들어가기 전, 바로 옆에서 본 지니의 맥북 화면을 기억해 보겠습니다. 일단 사파리입니다. 처음에는 아이튠스인 줄 알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주소창이 보이는 사파리인데 화면 내용 상단에 아이튠스처럼 큼지막한 상태 표시 창이 있습니다. 그 아래에 각종 폼으로 이루어진 화면이 떠 있고 (아마도) 손님과 제품 정보를 담는 칸으로 꽉 차 있습니다.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나 했던 의문도 풀렸습니다. 웹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어서 해당 제품을 조회하고 입력하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걸리는 듯 했습니다.

머리 긴 지니는 자신의 명함–은색 애플 마크가 빛나는–에 수리 번호를 적어 제게 주었습니다. 다음에 올 때 이 번호를 알려 주면 바로 맡길 수 있다고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보증 기간 내 언제든 제 편할 때 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나오는 길, 따뜻한 봄날씨에 절로 콧노래에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참, 오늘 모두 해결되었으니 내일 예약은 취소해야 합니다. 잊은 채로 나왔다 애플 스토어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지만 웃음은 가시지 않습니다. 앗싸!

7. 결론

구경만 하던 미국 애플 스토어. 며칠 동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수리 판정 경험을 해 봤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언어 장벽 문제도 있겠지만 문제 발생과 수리 여부 결정까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비단 저 뿐 아니라 지니어스 바에서 목격한 여러 사용자들을 보고 있으니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애플 스토어의 스태프들, 특히 지니어스 바의 ‘지니’들은 겉으로 보이는 자유로운 모습과 달리 소비자에 대해 큰 권한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태프끼리 의견 교환을 하지 않고도 독자적인 판단으로 수리 여부 판정을 해 주면서 기다림에 지친 손님에게 더 이상의 고통은 요구하지 않았고, 즉석에서 수리까지 해 주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위 사진에서 흰 아이맥은 즉석 수리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사용자가 보는 가운데 진행하더군요.

시스템이야 어떻든, 소비자가 원하는 환경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빠르고 명확한 서비스가 아닐까요. 제가 경험한 미국 애플 스토어는 비록 예약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며칠 기다려야 하는 일은 기본이지만, 일단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받는 서비스는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앞 사람을 기다리면서 힘들었지만 막상 제 차례가 되자 충분히 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고요. 수리 판정도 바로 해 줄 권한을 갖는 스태프이다보니 설명을 되풀이할 필요도 없었고 매우 빠르게 일 처리가 되었습니다. 빠르지는 않아도 명확한 서비스를 함으로써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우리 경우를 떠 올려 봅니다. 예약이라 할 수 없는 당일 번호표 시스템입니다. 약간 기다리기는 해도 오늘 바로 의뢰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속도는 빠른 반면에, 수리 여부 판정은 오늘 받기 어렵습니다. 상황 설명을 하고 입고를 한 후 입고증을 받으면 수 일 내에 문자나 전화로 판정 여부를 설명 듣고 그 다음 과정이 진행되는 시스템입니다. 오늘 처리’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오늘 판정은 ‘안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어느 방법이 좋을지는 정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지니어스 바 형태는 아니라 할지라도, 이들의 수리 판단 권한이 생래적이 아닌 교육과 훈련에 의한 것은 명확한 이상, 우리나라 애플의 수리를 담당하는 곳도 교육과 훈련에 의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 제가 잘못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 제 경험으로는 수리 담당 기사께서 단독으로 판단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해 주시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만…

제목과 달리 최종 수리까지 해 본 경험기는 아니어서 송구스럽습니다. 제 에어를 다루는 품새나 입고된 제품을 포장지에 담아 안으로 들고 들어가는 것으로 봐서는 미국 애플 수리 기사들도 꽤 조심스럽게 제품을 다루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언제고 제가 일주일 정도 에어 없이 살 수 있을 때 수리를 맡겨서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해 봐야겠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주례 연설 7

Monday, March 9th, 2009

http://www.whitehouse.gov/blog/09/03/06/Toward-a-Better-Day/

약간 더 달라진 모습. 스크립트를 제공하지 않네요. 취임 후 두 달을 채우기 전인데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바라기 어려운 일이겠지요.

부디 훈풍을 일으켜 세계 경기를 진작을 위해 미국의 역할을 다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바마 대통령 주례 연설 6

Saturday, February 28th, 2009

http://www.whitehouse.gov/blog/09/02/28/Keeping-Promises/

말이 많았던 듯 합니다. 유투브에서 자체 재생기로 바뀌었네요. ((재생기가 완벽하지 않네요. 자동재생되는 기능을 꺼야 하는데 찾을 수가 없습니다. 링크로 대체합니다.))

대통령. 말의 직업이겠지요. 모든 말이 기록으로 남은 엄중한 책임이 따르는 직업. 참 부담이 많을 자리입니다. 그럼에도 계속 신뢰와 약속을 주제로 삼는 오바마 대통령의 현재 상황은 또한 그렇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과에 따라 과정은 잊는 사회. 어두운 사회입니다. 신뢰와 믿음은 사전에서 볼 수 있는 낱말일 뿐이라면 그것만큼 사회가 어렵다는 방증이 따로 있을 수 있을까요. 위기에 위기가 겹치는 요즘. 참 힘든 시기입니다. 잘 견뎌내야겠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주례 연설 5

Saturday, February 28th, 2009

http://www.whitehouse.gov/blog/09/02/20/The-quickest-and-broadest-tax-cut-ever/

힘 있어 보이는 대통령 모습이다. 매주 연출되는 이 모습들. 이렇게 힘 있게 정책도 추진되었으면 좋겠다. 바쁜 한 주일정으로 주례 연설 챙기는 게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