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경험기, 2부

Tuesday, March 10th, 2009

(파일 업로드에 문제가 있어 사진이 누락됐습니다. 나중에 수정보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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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설

1. 맥북 에어, 오랜만에 청소를 하다

2. 애플 스토어에서 서비스도 하나?

3. 미국 애플 스토어는 뭐, 다른가?

4. 애플 스토어에 수리 예약을 하다

(이상 1부 목차)

5. 애플 스토어, 직접 찾아가다

오늘은 2월 19일 목요일. 어제 온라인으로 예약은 했지만 토요일 약속시간까지 기다리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틀이나 기다려야 하는데 무엇보다 수리 여부라도 알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앞섭니다.

아침 수업을 들으면서 고민 끝에 애플 스토어를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본시 당일 방문자를 염두에 두는 것이 대개의 예약 시스템이라는 생각에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생각은 맞았습니다.

이른 봄 바람의 따스함도 에어 액정에 대한 걱정과 상념으로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평일 느즈막한 오후인데도 애플 스토어는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하지만 매장 깊숙히 자리잡은 지니어스 바를 바라보니 그리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지니들도 한가롭게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나가는 콘시어지 스태프에게 저간의 사정을 얘기했습니다. 기대와 달리 예약없이 지니어스 바 상담은 안 된다고 합니다. 지니어스 바 앞에 있는 리셉션용 아이맥으로 예약을 하라고 안내해 줍니다. 이 사람들의 ‘노’는 어지간해서 ‘예스’로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다시 예약을, 어제 예약을 했음에도, 시도해 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날짜가 하루 앞당겨진 금요일 오후 네 시에 예약 시간이 비어 있습니다. 분명 어제는 토요일 밖에 없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하루 당겨진 게 어디냐 싶어서 예약을 마쳤습니다. 그리고는 지니어스 바 앞에서 이들의 서비스를 유심히 지켜 봤습니다. 꼭 예약으로만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느슨한 일과로 보이는 가운데, 지니들도 바쁘게 예약 손님을 맞지 않고, 그렇게 맞을 손님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제 차례는 없지만 잠시 짬을 내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좀 더 옆으로 자리를 옮겨 지켜 봤습니다.

갑자기 모자(비니)를 쓴 지니 한 사람이 저와 눈이 마주치고 “뭐, 필요하신가요”라고 질문을 합니다. 순간 내 문제를 상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내일 예약을 잡았다고 답했습니다. 이 사람들 눈 마주치면 의례 던지는 인사치레 정도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지켜 봤지만 여전히 그리 빡빡하지 않은 일 진행으로만 보였습니다.

이윽고 용기를 내어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방금 제게 질문을 던진 지니에게 다가가 내일 예약을 잡았으나 잠깐 질문을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합니다.

“집에서 액정을 닦다가 코팅이 벗겨졌다. 난 힘을 주지도 않았고 오히려 키보드와 트랙패드 때문에 액정에 흠이 생겨 난 자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가. 그런데 사용자의 과실이면 보증 서비스가 안 된다.”

“과실일 수가 없다. ‘흠’이 생긴 곳을 문질렀는데 코팅이 벗겨졌다.”

“‘흠’이라고? ‘크랙’? 그렇다면 안 될 것 같다.”

“‘크랙’은 아니다.”

(옆 다른 지니)”물로 닦았는가?”

(괜히 꼬투리 잡힐까)”아니다. 입김만 불어 닦았을 뿐이다.”

“봐야 알겠지만 힘들 것 같다.”

대략 위와 같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흠’을 정확히 설명하기도 어려웠고 이해도 못 한 것 같았습니다. 내일 다시 와서 보여주겠지만, 보지도 않고 설명을 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맥이 탁 풀렸습니다.

6. “다 이루었다.”

흰 수염이 멋진, 인자하면서도 날카로운 인상의 헬드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불법행위법 수업. 긴장 속에서도 온통 신경은 오후에 잡은 예약 시간에 쏠립니다. 뭐라고 설명할까, 어떤 답을 해 줄까, 만일 서비스가 된다면 언제 맡긴다고 할까, 서비스 안 된다고 하면 어쩔까 등등… 점심 무렵이면 수업이 끝나 오후부터는 홀가분한 기분을 만끽해야할 금요일이지만, 오전부터 어깨를 짓누르는 고민과 수업 틈틈히 전해오는 긴장 속에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날 듯이 집으로 가서 점심을 대충 해결하고 예약 시간을 기다립니다. 예약 시각은 네 시 사십분. 점심을 먹고서도 한 시간여를 기다려야 하는데 맥없이 기다리느니 일단 가 보기로 했습니다. 예약 시간이 정확히 지켜질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 어제 가 본 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면 일찍 차례가 올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애플 스토어 @빅토리아 가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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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어서 그런지 지니어스 바는 어제와 달리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화면에서 등을 보이는 남녀는 유니바디 15″ 맥북 프로를 들고 와서 서비스 의뢰를 하는데 시간을 꽤 소요했습니다. 그 뒤로 보이는 모자(비니)를 쓴 지니가 어제 제게 답을 해 준 그 지니입니다. 오른쪽 챙 모자를 쓴 지니도 어제 그 지니고요. 이 애플 스토어는 지니어스 바에 대략 다섯 대의 맥북/프로를 두고 서비스를 진행하는데 보통 네 군데로 나뉘어 서비스가 진행됩니다. 왼쪽 둘은 맥 서비스, 오른쪽 둘은 아이폰/아이팟 서비스를 진행합니다. 비니를 쓴 지니와 사진에 안 보이는 다른 지니가 맥을 담당하는 지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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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시간보다 일찍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너무 일찍 간 관계로 매장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위 사진은 기다리며 찍은 매장 안 풍경입니다. 예약 아이맥 바로 앞에서 찍은 것인데 저 테이블은 1:1 예약을 한 손님을 위한 테이블입니다. 비교적 나이가 드신 저 하늘색 티셔츠의 스태프는 ‘specialist’라는 표시가 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손님에게 상세한 맥 사용 방법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맞은 편 손님들도 담당 스태프에게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복잡한 지니어스 바 앞과 달리 매장 안은 전체적으로 한산했습니다. 이 때 시각이 약 세 시 정도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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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옆으로 옮겨서 찍어 본 풍경입니다. 매장 안에는 가족들, 연인들, 남녀노소 등 ‘종류’도 다양한 손님들이 오고 갑니다. 왼쪽 아래에는 아이들용 아이맥이 두 대 놓여 있습니다. 처음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애플 체험 센터가 생겼을 때 아이들용 아이맥이 놓여 있었던 기억입니다만, 이후 바뀌면서 이러한 배치는 없어졌습니다. 위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반대편에는 벽 하나가 온통 소프트웨어 박스를 담은 선반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자연스레 매장에서 물건을 구경하고 즉석에서 구입을 하며, 이런저런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애플 스토어. 꼭 애플이 아니어도, 컴퓨터가 아니어도 좋은 사례로 연구해야 할 사례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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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시각은 세 시가 넘어서였지만 지니어스 바는 생각보다 혼잡했고 처음 사진에서 본 남녀 손님의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는 무슨 문제인지 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윽고 시간은 지나 네 시 경.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제 차례는 다섯 번째입니다. 제가 처음 도착했을 때 일곱 번째였는데 시간이 지나도 영 줄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예약 시간보다 빨리 볼 수 있겠다 싶었던 기대는 슬슬 반대로 바뀌어 예약 시간 네 시 사십분을 넘길 것 같았습니다. 이 때 안 일이지만 당일 예약도 가능한데 그건 이미 상황 종료된 일었고요.

현재 맥 파트를 담당하는 지니는 머리가 길고 약간 배고 나온 지니와 비니를 쓴 지니 두 사람. 머리 긴 지니는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를 붙잡고 수십 분을 서류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눈이 여간 날카롭지 않아서 아무래도 뭔가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제품 의뢰를 하러 온 남녀도 한숨을 간간이 섞고 앉아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비니를 쓴 지니가 담당한 손님은 대학(원)생으로 보이는 백팩을 맨 15″ 알북 사용자. 그냥 상태 점검하고 바로 맡길 것 같았던 상황이었지만 웬걸, 시간이 꽤 걸립니다. 매번 확인하는 바이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기다림은 정말 익숙해 보입니다. 이 사람들이 잘 참는다기 보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머리 긴 지니가 담당하던 남녀 손님이 자리를 뜹니다. 그 지니는 들릴 정도로 한숨을 푹 내 쉬고 묵묵히 흰 맥북 키보드에 열심히 손을 놀립니다. 아직 제 차례는 아니지만 저 지니에게 제 순서가 오면 별로 좋을 게 없어 보입니다. 제게 화를 내지는 않겠지만 어제 앞서 지니들에게 확인한 것도 있고, 제 상황을 설명할 능력도 부족하니 가급적 기분 좋은 지니에게 보이는 게 낫지 싶었습니다.

갑자기 지니어스 바 쪽이 한산해 지면서 호명되는 손님들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섯 번째 올라있던 제 이름이 슬슬 앞 순서로 변경됩니다. 어떤 지니일까, 제발 비니 쓴 지니에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되뇌입니다. 이윽고 15″ 알북 사용자가 자리를 뜨고 새 손님이 호명됩니다. 아, 제 차례가 아닙니다. 제 바로 앞 번호입니다. 다시 수 분여 기다림. 오렌지 색의–콘시어지로 보이는– 스태프가 제게 다가와 몇 번이냐고 묻습니다. 지니도 아니면서 왜 묻지 싶었는데 대답을 하고 옆에서 보니 매장 책임자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제 앞 다른 손님을 호명하더니 이윽고 머리 긴 지니가 나타나 맥북을 들여다 보면서 제 이름을 부릅니다. 으, 저 기분 안 좋은 지니가 내 담당이라니…

심호흡을 하고 설명을 하려던 찰나, 아침부터 준비한 온갖 설명 멘트가 깡그리 머릿 속에서 지워졌습니다. 이런 이런… 천천히 맥북 에어를 백팩에서 꺼냅니다. 에어가 처음 선 보였을 때 돌풍을 일으켰던 마닐라 봉투 모양의 슬리브를 꺼내 탁자 위에 놓습니다. 바로 옆 비니를 쓴 지니는 저를 기억하고는 관심있다는 듯 제 에어를 흘긋 곁눈질 합니다. 안 될거라고 한 제품의 상태가 궁금했을테죠.

걱정과 달리 머리 긴(길고 배도 나온) 지니는 제 얘기를 천천히 들어줍니다. 원래 준비했던 설명은 좀 길었는데 머릿 속이 텅빈 상태라 바로 액정을 보여주며 어제 설명한 것과 똑같이 얘기를 했습니다.

슬리브를 아래에 깔고 에어를 내려 놓았는데, 아, 이 지니는 뭔가 아는 듯 합니다. 최대한 제 사용 습관을 배려합니다. 에어 액정을 보기 위해 에어를 들어 올리는 모습이나 다시 내려 놓을 때 모습 등, 분명 이 사람은 오랫동안 맥을 써 왔고 저 같은 맥 사용자의 습성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충분히 배려된 느낌을 받으며 설명을 했는데 이윽고 이 지니가 대답합니다.

“수리 해 드리겠습니다.”

“네? 수리 된다고요? (반신반의하며, 그러나 분명 된다고 했으니 다른 대답 못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왜요?(라고 물었습니다. ㅎㅎ) 어제는 안 된다고 했는데(옆 비니를 쓴 지니를 흘긋 쳐다 봅니다. ㅎㅎ)…”

“이건 손님 과실이 아니니까요. 액정 문제네요.”

“아, 정말인가요. 고맙습니다X100”

기분히 확 날아오를 듯 좋아졌습니다. 예상 외로 순순히 수리 판정을 해 준 지니. 애플 스토어 및 스태프 시스템에 대한 장점이 돋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젊어 보이는 이들에게 주어진 권한이 꽤 커 보였고 예약과 기다림의 순간이 힘들어도 판정 및 수리 절차가 생각보다 간명하여 기다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는 듯 생각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지니는 제가 설명을 하지도 않았는데 맥북으로 서류 작업을 하며 제가 편한 날짜에 언제든 제 맥을 갖고 와서 수리를 맡기라고 합니다. 액정 문제는 당장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고 통상 수리는 5-7일 정도 걸리니 그렇게 말한다고 하였습니다. 요구하기 전에 제 마음을 헤아려 답변을 척척해 주는 지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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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분도 잠시. 이내 평정을 되찾았습니다. (믿으실 지 모르겠으나) 내내 에어 액정 수리 여부에 대해 마음이 쓰였으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미국 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판정 및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고 이런 과정을 주위 사용자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마냥 좋아하면서 웃고 있을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아까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 때부터 유심히 지켜본 바, 위 사진의 왼쪽 머리 긴(배도 나온) 지니는 저 흰 맥북으로 꽤 오랜 작업을 합니다. 도대체 어떤 화면일까 그것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이제 제 수리 판정도 내려졌겠다 본격적으로 탐구에 들어갑니다.

말을 않고 옆에서 같이 화면을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사진은 찍지 못 했습니다. 한국의 애플 사용자와 환경에 대해 관심있는 모습이었습니다만, 한국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 내가 속한 포럼에 이 광경을 ‘리포트’해야한다고 사전 양해를 했지만, 화면은 안 된다고 하면서 맥북을 돌려 테이블 뒤로 돌아가더군요. 그게 위 사진 모습니다. 원래는 바로 제 옆에서 맥북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돌아 들어가기 전, 바로 옆에서 본 지니의 맥북 화면을 기억해 보겠습니다. 일단 사파리입니다. 처음에는 아이튠스인 줄 알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주소창이 보이는 사파리인데 화면 내용 상단에 아이튠스처럼 큼지막한 상태 표시 창이 있습니다. 그 아래에 각종 폼으로 이루어진 화면이 떠 있고 (아마도) 손님과 제품 정보를 담는 칸으로 꽉 차 있습니다.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나 했던 의문도 풀렸습니다. 웹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어서 해당 제품을 조회하고 입력하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걸리는 듯 했습니다.

머리 긴 지니는 자신의 명함–은색 애플 마크가 빛나는–에 수리 번호를 적어 제게 주었습니다. 다음에 올 때 이 번호를 알려 주면 바로 맡길 수 있다고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보증 기간 내 언제든 제 편할 때 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나오는 길, 따뜻한 봄날씨에 절로 콧노래에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참, 오늘 모두 해결되었으니 내일 예약은 취소해야 합니다. 잊은 채로 나왔다 애플 스토어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지만 웃음은 가시지 않습니다. 앗싸!

7. 결론

구경만 하던 미국 애플 스토어. 며칠 동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수리 판정 경험을 해 봤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언어 장벽 문제도 있겠지만 문제 발생과 수리 여부 결정까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비단 저 뿐 아니라 지니어스 바에서 목격한 여러 사용자들을 보고 있으니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애플 스토어의 스태프들, 특히 지니어스 바의 ‘지니’들은 겉으로 보이는 자유로운 모습과 달리 소비자에 대해 큰 권한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태프끼리 의견 교환을 하지 않고도 독자적인 판단으로 수리 여부 판정을 해 주면서 기다림에 지친 손님에게 더 이상의 고통은 요구하지 않았고, 즉석에서 수리까지 해 주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위 사진에서 흰 아이맥은 즉석 수리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사용자가 보는 가운데 진행하더군요.

시스템이야 어떻든, 소비자가 원하는 환경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빠르고 명확한 서비스가 아닐까요. 제가 경험한 미국 애플 스토어는 비록 예약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며칠 기다려야 하는 일은 기본이지만, 일단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받는 서비스는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앞 사람을 기다리면서 힘들었지만 막상 제 차례가 되자 충분히 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고요. 수리 판정도 바로 해 줄 권한을 갖는 스태프이다보니 설명을 되풀이할 필요도 없었고 매우 빠르게 일 처리가 되었습니다. 빠르지는 않아도 명확한 서비스를 함으로써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우리 경우를 떠 올려 봅니다. 예약이라 할 수 없는 당일 번호표 시스템입니다. 약간 기다리기는 해도 오늘 바로 의뢰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속도는 빠른 반면에, 수리 여부 판정은 오늘 받기 어렵습니다. 상황 설명을 하고 입고를 한 후 입고증을 받으면 수 일 내에 문자나 전화로 판정 여부를 설명 듣고 그 다음 과정이 진행되는 시스템입니다. 오늘 처리’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오늘 판정은 ‘안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어느 방법이 좋을지는 정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지니어스 바 형태는 아니라 할지라도, 이들의 수리 판단 권한이 생래적이 아닌 교육과 훈련에 의한 것은 명확한 이상, 우리나라 애플의 수리를 담당하는 곳도 교육과 훈련에 의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 제가 잘못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 제 경험으로는 수리 담당 기사께서 단독으로 판단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해 주시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만…

제목과 달리 최종 수리까지 해 본 경험기는 아니어서 송구스럽습니다. 제 에어를 다루는 품새나 입고된 제품을 포장지에 담아 안으로 들고 들어가는 것으로 봐서는 미국 애플 수리 기사들도 꽤 조심스럽게 제품을 다루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언제고 제가 일주일 정도 에어 없이 살 수 있을 때 수리를 맡겨서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해 봐야겠습니다.

아이폰 v. 팜 프레

Saturday, January 31st, 2009

한 마디로, 아이폰의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습니다. 이 때까지 무려 5년은 앞선 기술이라고 자랑해 왔고 사용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뿌듯해 했고 구글이 만들었다는 지폰도 우습게 넘겨 버렸습니다. 실제로 그랬죠. 지폰은 앱 스토어에 필적하는 ‘마켓’을 오픈할 것이라는 정도의 뉴스만 남기고 흐물흐물 잊혀졌습니다. 지금도 팔리고는 있을테지지만 존재감이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팜 프레. ((Palm Pre를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가에 관해서 puzit님이 조언을 주셨는데 다른 지적이 있었습니다. ‘프리’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이번 2009 CES에서 확실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20분이 넘는 위 비디오를 한번 보기를 권유합니다. 이럴 수가하는, 그러고 싶은 기능이 한 둘이 아닙니다.

먼지 백 버튼. 팜 프레의 모양은 귀퉁이 둥그스름하게 빠진 것을 빼고는 위에서 보면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군더더기 없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에서는 홈 버튼이라고 이름 붙여서 어느 앱에서건 홈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여기서 불편한 점이 생기는데 앱 간에 이동하려면 반드시 홈을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앱을 처음부터 다시 실행시켜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어느 앱은 홈으로 돌아갔다가 와도 그 지점에서 계속 실행이 이어지지만 어느 앱은 그렇지 않습니다. 팜 프레는 홈 버튼이 아니고 백 버튼 ((위 리뷰에서는 백 버튼이라고 들었는데 루빈스타인의 공식 발표를 보니 Center Button이라고 되어 있네요.))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홈으로 가는 게 아니고 앱을 나열하는, 멀티태스킹(다중작업) 화면으로 돌아가는 버튼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체 화면을 차지하던 앱이 축소되면서 같이 실행 중인 다른 앱들과 병렬로 나란히 늘어서게 되고 사용자가, 마치 아이폰에서 사진을 넘기듯이, 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주 부드럽게 화면이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멀티태스킹 ((Cards라고 이름 붙였네요.))은 위 백 버튼과 더불어 아이폰과 정확히 차별되는 지점입니다. 어느 정도 성능을 내 줄지 모르나 위 비디오에서 보여진 바로는 꽤 괜찮은 편으로 보입니다. 저 데모 기기가 현재 시판 중인게 아니고 좀 더 다듬어질 것을 생각한다면 틀림없이 더 훌륭하게 나오겠지요. 홈 버튼이 없는 대신 아래 백 버튼 주위 부분 ((Gesture Area라고 하네요.))이 터치를 감지하는 역할도 합니다. 위로 슥 훑어주면 홈 화면이 화면을 덮으며 나타납니다. 또한 나열된 앱을 집어서 위로 보내면 앱을 종료하게 됩니다(그렇게 보입니다).

다음은 키보드입니다. 아이폰이 터치 기기라는 걸을 강력히 인식시켜주는 부분이 바로 키보드입니다. 화면 조작만 터치로 하는 게 아니고 입력도 터치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온전히 ‘풀 터치’라는 이미지를 아이폰이 선점해서 주장하는 역할을 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키보드입니다. 그런데 팜은 잡스가 아이폰 발표 당시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던 그 하드웨어 키보드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잡스가 기존 키보드를 화면에 보이면서 완전히 구시대 유물로 선을 좍 그어 버렸을 때 사용자들의 뇌리에는 어느 새 그런 인식이 자연스레 스며듭니다. 그게 잡스가 가진 힘입니다. 현실왜곡장이 바로 그것이죠. 그런 부담은 아랑곳 없는 듯 팜은 구시대적 키보드를 달고 나옵니다. 써 본 분들은 평가가 갈리지만 최소한 애플의 터치 방식 키보드 옹호론자라 하더라도 불편한 점은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앞서 간 만큼 완전치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팜은 이런 부분을 어떻게 고려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왜 이렇게 키보드를 넣었을까요. 실제로 시판되고 써 봐야겠지만, 일단 기존 방식을 따름으로써 안전, 친숙함 등을 고려했을 것 같습니다. 안전은 애플과 부딪힐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죠. 현재로서는 터치 방식 키보드를 구현함으로써 얻는 위험 부담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애플의 방식 외에 현저히 다른 뭔가를 보여주기에는 말입니다.

충전기. 굉장하지 않습니까. 자석을 이용해서 붙여 놓기만 하면 충전이 된다니 말입니다.

그 외 음악, 비디오, 이메일 등을 시연하는데 화면이 작아 잘 보이진 않아도 꽤 잘 만들었다고 생각될만큼 시연 장면이 부드럽습니다. 리눅스 기반의 웹오에스라고 이름을 붙였나 본데 팜의 기술력이 대단합니다. 팜은 트레오라는 스마트폰의 원조들 격에 속하는 기기를 이미 만든 경험이 있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자, 애플이 최근 특허 운운하면서 열 받은 이유가 좀 감히 잡히지요. 그런데 더 크게 중요한 사실은, 바로 존 루빈스타인입니다. 넥스트 시절부터 잡스와 함께 일 했고 2006년까지 애플에서 아이팟을 담당했던 수석 부사장입니다. ((Senior vice president을 이렇게 해석하면 될런지?)) 이 분이 2006년 애플을 그만두고 잠시 공백을 거친 후 2007년 10월 팜으로 옮겨 갔습니다. 당연히 애플의 구석구석을 잘 알 수 밖에 없고 이번 팜 프레가 나오기까지 꽤 큰 역할을 한 것은 자명합니다. 위에 나열한 기술 중에서 홈 버튼과 키보드 빼고 애플에서 구현 예정이지 않은 기술이 있을까요? 전 이미 애플의 아이폰 로드맵 중에서 저와 같은 기술은 모두 들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면 놀랄만하지만 그렇다고 획기적이고 창조적인 것들은 아니지요. 팜이 먼저 치고 나왔고 상당히 비슷한 손가락 움직임에 따른 화면 조작은 애플에서 경계를 가질 만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사실 멀티 터치 기술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기술 자체야 특허로 보호해도 다양한 구현과 자잘한 기술적 차이로 얼마든지 우회가 되는 게 저 기술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인터페이스가 오히려 더 중요할 것입니다. 팜 프레는 그런 부분, 즉 아이폰의 화면 구성과 조작 부분을 꽤 연구하고 피할만큼 피하면서, 오히려 더 낫게, 루빈스타인의 머릿 속에 들어 있을 애플, 아이폰의 로드맵 중 일부를 미리 시장에 선 보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볼 때 아직 기술 타령 이나 신문에 오르내리는 우리 현실은 안타깝습니다. 이미 기술 자체의 구현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구현해 보일까 하는 단계에서 저들은 다투고 있는데 말입니다. 감압이니 정전압이니 하는 용어들을 입에 담는 자체가 너무 바보 같지요.

며칠 전 뉴욕 타임스에 기사가 하나 올랐습니다. 가십거리이긴 하지만 새로운 권력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로 블랙베리가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단순히 이메일 주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 최고의 지도자 그룹 중 한 사람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주변인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 게 핵심입니다. 노트북으로도 데스크탑으로도 업무를 볼 수 있지만 사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키보드를 만질 일은 없습니다. 그는 아마도 서류에 서명하고 남들과 얘기하고 듣고 검토하고 보고 받는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일들, 컴퓨터를 쓸 일이 전혀 없는 수 많은 일에 쌓여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유일하게 집중하여 작은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아마도 하루에 수십 분은 충분히 시간을 들여 혼자만의 시간 동안 뭔가를 해야 할 때 이용하는 게 바로 블랙베리입니다.

블랙베리의 성공은 오로지 이메일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블랙베리는 가히 실시간 이메일이라고 할만큼 이메일을 보내고 받는데 탁월합니다. 최근까지 여러 모델이 나오지만 인가젯의 리뷰를 봐도 블랙베리의 여타 기능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웹브라우저의 느린 속도는 도저히 인내할 수준이 못 되어 보입니다.

그런 블랙베리, 그런 구시대적 키보드를 달고 있는, 애플이 주장에 의하면 퇴물이 될 기기 라인업에 팜 프레가 들어 왔습니다. 팜 프레는 분명히 아이폰류의 새로운 스마트폰 대열에 넣을 수도 있을만한 기기이지만 제 생각에 팜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팜은 기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모양도 크게 다르지 않고 결정적으로 같은 방식의 키보드를 쓰면서도 훨씬 나은 성능과 조작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은 혼자이지만 팜 프레는 혼자가 아닌 것이죠.

지폰은 다음 버전이 나와야 아이폰과 견주어 볼만할 것 같고, 블랙베리는 아이폰과는 다른 지점의 단말기라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윈도 7을 탑재한 단말기는 과거 마소의 경우처럼 일단 나와야 뭔가 끼워주든 말든 할 것이고요.

팜 프레.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그럴 듯한 기기이면서 기술적으로도 아이폰과 대적할만한 기기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전적으로 비디오 리뷰만 보고 판단한 것이라는 전제이긴 합니다. 애플에서 공언한 5년을 앞선 기술은 불과 2년 만에 따라잡힌 것일까요.

(추가)
프레를 공개한 키노트 링크를 붙입니다. 누구인지도 모를 수 많은 사람들이 무대 위를 오가는군요. 애플이 발표의 임팩트는 역시 한 수 위.

팜 프레 공개 키노트

Can I give iTunes Plus music as a gift?; 구입한 아이튠스 플러스 음악을 선물로 줄 수 있을까

Thursday, January 15th, 2009

Can I give iTunes Plus music as a gift?

[From iTunes Store: iTunes Plus Frequently Asked Questions (FAQ)]

재미 없다는 평이 중론인 2009년 1월 맥월드 키노트, 그것도 애플의 마지막 참여였던 그 역사의 맥월드는 잡스도 아닌 쉴러가 발표하면서 막을 내렸다. 사실 요 몇 년을 돌이켜 보면 2008년 1월에 맥북 에어를, 2007년 1월에 아이폰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그리고 실제로 우리들은 그 멋진 하드웨어에 열광하기는 했지만, 1월 키노트의 핵심이 ‘하나 더’ 였던 적은 까마득한 옛날 일이다. ((실제로 이 주문은 약발이 꽤 없어졌다. 이 주문의 하이라이트는 2000년 가을 큐브를 발표할 때였다고 단언할 수 있다. One More Thing은 사실 하드웨어 라인업을 새로 소개하면서 획기적인 하나의 제품이 더해질 때 최고의 효과가 있다. 지난 1월 쉴러의 키노트 때도 이 주문이 나왔지만 확실히 기대심리는 최저였고 결과도 그랬다.))

줄줄이 읊기에는 귀찮음이 제일 변명이 될 터이지만, 여하튼 그동안의 1월 키노트는 오히려 아이라이프 발표가 하이라이트였다고 할 수 있다.

거대한 발걸음; 아이라이프를 보내며…

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2003년 1월 맥월드 키노트에서 이미 나온 프로그램에 몇 가지를 더해 하나의 ‘스위트’ 구성을 하며 아이라이프는 선 보였다. 이후 여섯 번의 해를 넘기며 아이라이프는 애플의 첫 해를 장식하는 대표적인 발표 제품이었다. ((http://en.wikipedia.org/wiki/Ilife 참고. 예외적으로 ’08 버전은 2007년 여름에 발표됐고 이름은 다음 해 번호가 붙여졌다. 따라서 ’08 버전은 2년치 버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도로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그러려니 하고 봐 넘겨왔지만 애플만한 회사의 CEO가 비록 몇 날 며칠 ((몇 일과 며칠의 차이를 외우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그 차이 없이 며칠이라고만 한다고?! 한글이 왜 이리 되는 것인지… ))을 연습에 바친다고해도 그런 발표는 쉬운 게 아니다. 의례 잡스니까 하면서 봐 왔지만 이번 쉴러(이 양반도 거물 아닌가)의 발표를 보면 확실히 타고난 것이라고만 하기에는 우리가 게을리 본 면, 즉 그들의 피나는 반복과 연습의 산물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과 첫 링크에 관련 없는 얘기를 썼다.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이번 발표는 아이라이프가 대세였고 어느샌가 그 소속에서 벗어난 아이튠스 ((http://en.wikipedia.org/wiki/Ilife 참고. 아이튠스에 대해서는 자세히 안 나와 있지만 처음에는 확실히 아이라이프 소속이었다.))는 DRM-free, iTunes Plus의 대대적인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가격 구성이 달라진 것은 일단 음반사들이 어떻게 가격을 매길지 지켜봐야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절묘한 가격 정책과 구성을 할 것임이 틀림없을테고.

아이튠스 플러스. 잠금 장치가 없다. 오로지 해당 곡마다 내 아이디가 새겨져 있을 뿐이다. 불법 공유가 다시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이런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잠금 장치가 없다는 것은 자유로운 기기 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사용자 마음대로 노래를 ‘뿌려도’ 좋다는 것일까, 과연?

위 첫 링크는 애플에서 제공하는 관련 ‘자주하는 질문’ 모음이다. 내용 말미에 해당 내용이 있다. 폰트까지 따라해 보자면,

Can I give iTunes Plus music as a gift?

이런 질문이 올라와 있다. 오, 식구들과 친구들과 노래를 공유해도 좋냐는 질문. 과연 그럴까. 해당 질문에 이어 자세한 사항에 대한 링크가 달려 있다. 가 보면… 역시 아니다. 원래 ‘선물’ 기능, 즉 노래를 선물해 보내는 기능이 있는데 플러스 음원도 그렇게 보낼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따라서 공유해도 좋다는 질문과 답변이 아닌 것이다.

어느 게시판에서 관련 내용을 읽고 어? 했다가 어… 했다. 애플이 그럴 리가 없다. 아이튠스 플러스는 남들과 공유하라고 음악 잠금 장치를 푼 게 아니다.

확실히 해 두고자 아래 애플의 친절한 설명 덧붙여 본다.

What is iTunes Plus?

iTunes Plus refers to songs and music videos available in our highest-quality 256 kbps AAC encoding (twice the current bit rate of 128 kbps), and without digital rights management (DRM). There are no burn limits and iTunes Plus music will play on all iPods, Mac or Windows computers, Apple TVs, and many other digital music players.

iTunes DRM-protected music includes audio with a bit rate of 128 kbps and allows users to transfer songs and videos to up to five computers, burn seven copies of the same playlist to CD, and sync to an unlimited number of iPods.

그러니까 아이튠스 플러스는 잠금장치 없는 고음/화질 미디어이고 시디나 디비디로 굽거나 다른 기기에서 재생할 때 제한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잠금장치 했던 음악은 다섯 대라는 현실적 제약이 있었고 시디로 구울 때도 일곱 번의 제한이 있었는데 이번 정책 변경으로 이러한 제약이 없는 노래/비디오를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코 남들에게 줘도 된다는 얘기는 없고, 그런 늬앙스를 풍기지도 않는다.

나만해도 몇 대의 맥과 아이팟이 있는가. 다섯 대의 제약은 실상 무리다. 가족도 애플의 정책에 의하면 ‘남’이지만 실제로 함께 쓰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동안 줄기차기 얘기해 왔던 것처럼 기존 시디나 디비디처럼 사용할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음원과 화원의 관리 방법을 애플에서 고민하고 제공해야 한다고 할 때, 가족끼리 주고 받고 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그런 면에서 애플티비와 맥 미니를 잇는 새로운 미디어 홈 서버의 출현도 점쳐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잠금장치? 친구와 공유? 가능했다. 잠금장치 해제, 다섯 대의 제약 없어짐, 무한대로 공유? 가능하다. 하지만 구입 당시 약속한 내용에 반하는 사용 행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법 위반의 사용이 된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의 자유지만, 한껏 애플 팬이 되고자 하며 그 고민과 사용자 배려 제품과 모습에 찬사를 보내 왔다면-비록 이상과 현실은 다르니 친한 몇몇에게 내가 구입한 음원을 주며 들어 보라고, 듣고 좋으면 한번 사 보라고 할지언정- 최소한 그들의 본심은 제대로 읽고 있는 게 팬으로서 지켜야 할 모습이고,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아쉬운 소리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뭐, 결론은 영어 공부인가? 아니, 알려면 제대로 알자. 이게 핵심이고… 사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렇게 시간 들여가며 게시판이니 블로그니 하며 서로 공유하고 돕는 것 아닌가. 지식은 자랑할 게 아니고 서로 나누고, 따라서 돕자는 취지일테니 말이지.

* http://albireo.nethttp://doccho.net에 동시에 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