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장 큰 애플의 숙제는 아이패드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앞서 다른 기종에 대한 제 생각도 좀 해 보고요.
1.
우선 맥. 맥 프로, 아이맥, 맥 미니의 세 라인업으로 가고 있고, 일찌감치 ‘아이 i’ 글자를 떼니 마니 할 정도로 이미 인터넷 시대는 한편 계속 성장할 부분도, 또 한편 저물어 가는 부분도 있는 말 그대로 우리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프로와 미니라는 이름을 보면 아이맥은 일찌감치 그냥 ‘맥’으로 불려야 마땅하지만 그 잡스의 재림과 애플 부활의 상징성 및 시장성을 고려할 때 그럴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애플이 맥 프로에서도 선 보이고 시도를 하듯, 맥도 언젠가는 아이맥이 아닌 그냥 맥이 되어야 할 시점이 올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 소량이나마 맥 프로와 맥 미니의 시장이 그대로 존재하면서 ‘맥’이 새로운 컴퓨팅 환경과 시대를 새롭게 여는, 즉 우리 생활과 일 환경에 대대적인 혁신을 주는 새로운 플랫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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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형 맥, 즉 모니터와 본체를 통합한 형태를 당분간 아범 시장까지 아울러 지속될 개인 컴퓨터의 형태가 될 것이고, 아이맥은 확실히 그 지점에서 시장을 선도한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비쿼터스? 맥 정도, 즉 과거의 NC 개념 정도가 탑재되면 변신 선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되면 Mac OS와 iOS의 통합까지는 아니어도 지금보다는 월등한 작업의 통합 환경까지는 제공을 해야 할 것으로 기대하고요. 한 때 아이팟으로 그걸 실현해 볼까 했던 애플이고, 이제 전세계 수 억 명의 손에 들린 아이폰이 그 역할을 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터미널로서 맥! 하긴 지금 구글의 지메일+앱스, 애플의 아이클라우드가 조금씩 그렇게 모습을 보여가고는 있죠. 드롭박스도 한 몫 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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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맥북. 맥북은 레티나 버전이 출시되면서 2015년이 다시 맥북의 원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가 각 사용자들의 비용과 사용/업무 환경에 맞춰 자유롭게 구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위 글대로 2010년과 2012년에 나온 현재 디자인들은, 아니 맥북 프로는 그 이전 알북으로까지 올라갈 수도 있으니, 이제 직사각형의 디자인은 더 이상 화두가 안 될 것입니다. 얇기 경쟁의 측면에서도, 최근 피씨 시장에서도 에어에 버금가는 기종들이 많이 진입하고 있으니, 이제는 빼기 경쟁이 되어야겠죠. 2008년에 에어가 그랬듯이 2015년부터 경량 뿐만이 아닌, 없는 것이 많은 맥북이 선 보여야 한 것입니다.
2015 맥북은 이름도 그냥 맥북이고, 그 기종이 가진 것은 오로지 화면과 키보드, 그리고 배터리 뿐입니다. 사용자들이 기존과 같이 노트북의 활용을 생각하고 사용할 때를 위한 확장은 최소한으로 존재합니다. 번거롭게도 동글이 필요합니다. 즉,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변화는, “그렇게 사용하지 말라”는 애플의 주장입니다. 오직 하루 한 번의 충전과 작업. 오로지 화면과 키보드. 이렇게 가는 것입니다. 키보드는 완전히 새롭게 등장했죠. 아이패드가 기존 입력 방식에서 완전히 다른 방식, 즉 손가락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노트북은 키보드가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고 혁신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애플의 생각이자 방향인 것입니다.
자, 이렇게 놓고 봤을 때 노트북의 미래가 궁금해집니다. 과연 애플은 노트북을 무엇으로 재정의하려는가. 아이패드와 맥북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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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프로가 선 보인 직후인 2015-16년 초반의 이 시점에서 위 질문을 품고 2008년 맥북 에어와 2010년 맥북 에어 2세대 소개 비디오를 다시 봤습니다. 2008 에어는 말 그대로 something in the air였고, 2010 에어 2세대는 바로 반 년 전에 소개된 아이패드의 성공을 자축하며 당시 맥북 프로로 대표되는 맥과의 간극을 잇는 다리로 맥북 에어를 새롭게 소개하고 있네요. 화면과 배터리를 강조하면서요. 즉, 이 때부터 애플이 맥북의 배터리를 아이패드에 비교하며 더 강조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12시간 배터리 성능을 기본적으로 갖게 되었죠.
2008 초 맥북 에어 오리지널 소개 @SF
2010 가을 맥북 에어 2세대 소개
재미있고 신기한 것은, 애플은 신기능과 재미를 맥북 프로 기종에 주지 않고 엔트리 기종(혹은 그 정도 급)에 둔다는 사실입니다. 적어도 맥북에서는 그러합니다. 맥북 에어가 최고 기종이 아니었고 2015 맥북이 또한 엔트리 기종입니다. 가격은 에어보다 비싸지만 적어도 이름에서 주는 느낌은 그렇습니다. 확장성의 대폭적인 축소도 엔트리 기종의 느낌을 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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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이폰은 굳이 프로, 미니 등의 분화와 구분이 필요 없이 그냥 화면 크기로만으로도 다양하고 거대한 시장이 되었고 그렇게 당분간 가겠죠. 2013년에 아이폰5를 잇는 5c가 나왔고 2015년 가을까지 즉 2년동안 잘 팔았습니다. 이제 다시 6c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즉, 매년 주기적인 새 제품에 더해서 애플은 아이폰 라인업에 4” 작은 화면까지 놓치지 않고 간간이 제품 보강을 해 주면서 모든 크기의 화면을 구비하고, 전세계 대중들을 상대로 iOS를 전파하고 익숙해 지도록 합니다. 아이폰은 애플 플랫폼의 전위입니다. 모든 사용자들은 아이폰, 즉 주머니 속 컴퓨터로 일상을 살고 일을 합니다.
4.
이제 아이패드 차례입니다. 애플의 가장 큰 숙제이자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폰으로 인해 컴퓨터를 뗀 애플이 회사의 위상과 현실을 반영하는 새 이름이 되었듯이 저는 1976년 애플 설립 이후, 컴퓨터로서 애플 1, 2, 3 그리고 매킨토시, 맥에 이어서 아이패드가 애플의 가까운 미래를 결정짓는 정체라고 봅니다.
원 글에서, 아직도 2011년에 나온 기기인 아이패드2에 최신 iOS를 지원하고 있다고, 놀랍다고 한 점이 저 역시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아이패드에 관해서는 좀 더 이전으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
아이패드는 다음과 같이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2010 오리지널 아이패드, 2011-2012 아이패드 2, 3, & 4, 그리고 이후 에어와 에어2, 마지막으로 최신 아이패드 프로까지로 말입니다.
오리지널 아이패드는 말 그대로 2007년 아이폰의 성공을 이어 2.5년 만에 선 보인 애플의 역작입니다. 아래 링크는 2010년 초 아이패드 발표 영상입니다.
오리지널 아이패드는 애플이 최고의 “모블 디바이스” 제조 회사임을 주장하며 발표되었습니다. 아이폰과 맥북 간 간극이 있으며 그 부분을 뭔가 key things를 갖춘 기기가 채워야 한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아이패드를 기획하고 개발하며 거기에서 착안하여 아이폰을 먼저 시장에 선 보였다는데, 실제로 애플은 컴퓨터, 맥에서 진화된 제품 라인업을 갖고 있는 회사이기에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위 오리지널 아이패드 발표 영상을 보면, 근래 아이패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얘기들이 좀 무상해 집니다. 2013년 애플이 아이패드 에어를 선 보이며 새롭게 아이패드를 재조명하기 전, 이미 애플은 2010년에 아이패드를 발표하며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의문과 미래에 대한 궁금함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010년, 아이패드는 기존 아이폰에서 비롯된 앱 스토어의 성공을 업고 등장했으며 킨들로 대표되는 디지털 책 시장에 iBooks와 북스토어까지 입점하며 등장했습니다. 즉, 책으로 대표되는 태블릿 기기의 필요는 일찌감치 대두되었으나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애플은 이 시장에 들어왔습니다. 또한 애플은 2010년 발표에서 iWork 제품의 아이패드 버전을 발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애플은 키-액세서리로 아이패드 독-키보드도 발표를 합니다. 즉, 애플은 아이패드의 미래가 맥을 대체하는 새로운 컴퓨터가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마우스로 대표되던 이전 30년의 입력 방식을 손가락으로 바꿨고 아이폰까지 가세해서 패러다임의 변혁을 이뤘지만, 키보드는 그대로 유지하며 우리가 상상하는 컴퓨터의 모습은 이러한 것이다라고 선언을 했던 것이죠.
iBooks와 iWork 패키지의 발표는 지금보니 상당히 다릅니다. 일단, 아이들과 미국 교육 제도 속에서 몇 년을 지내본 바, 책을 보는 일을 넘어서 책을 제작하는 일까지 생각해 보는 것은 상당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앱 스토어의 성공을 고스란히 복사하고자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누구든 쉽게 북스토어의 저자로 참여해서 자기 책을 만들어 보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죠. 애플은 이 발표에 이어서 맥용 iBook Author라는 앱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들은 사실 상 2년 차에 접어들면서 모두 산산조각이 납니다. (제 생각/판단입니다.) iBooks는 개인 출판 시장을 열지 못 했습니다. 비록 아이패드 2 발표에서도 iBooks 시장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결과는 우리가 알다시피 디지털 책 시장에서 킨들에 미치지 못 했습니다. iWork는, 2016년인 지금도 기본적인 생산 도구로서 인정받지 못 합니다. 도리어 애플은 작년 2015년 말 아이패드 프로 발표에서 마소의 오피스를 아이패드 프로의 킬러 앱으로 선전했습니다. 그리고 키보드 독은 1년차 오리지널 아이패드에만 한정, 아니 헌정된 액세서리였습니다. 즉, 애플은 보다 얇아진 아이패드를 2011년에 선 보이면서 정작 사용자들이 아이패드를 대하고 접하는 면을 더 중시한 것 같습니다. 소비자용 소비 기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앱 스토어 시장이 보다 확장되고 확산된 것은 맞을 것입니다. 아이패드 2와 3 발표를 보면 iMovie 앱과 Garage Band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지금 얼마나 사용자들이 그러한 애플의 바람대로 아이패드를 사용하는지는 의문입니다.
결국 애플은 기존 그들의 문법대로 첫 번째 제품을 시장에 내 놓고는 이후 아이패드 2, 3, 4에 이르기까지 하드웨어의 갱신과 디자인 변화를 선 보입니다. 한편 매력적인, 저렴한 개인 기기/컴 대용으로서 아이패드의 자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리고는 드디어 아이패드 4년차인 2013년,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 w/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내 놓습니다. 다섯 번째 아이패드이자 기술적으로는 4세대 아이패드입니다. 또한 애플은 2013년에 큰 발표를 하는데, 바로 iOS7입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iOS7은 아이브가 OS 디자인까지 개입했다고 알려진 것으로, 현재 최신 iOS에서 사용되고 있는 플랫 디자인을 처음 선 보인 것이었고, (https://en.wikipedia.org/wiki/IOS_7) 아마도 가장 논란이 되었던 iOS였을 것입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애플은 2013년에서 A7칩을, 즉 첫 번째 64비트 iOS 기기용 칩을 선 보였고 이 때 iPad Air와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당시는 미니2가 아니었음) 버전을 발표했습니다. 이 때 A7이 A7X 칩이 아닌 것이 눈에 띄는데 이미 그 전 해 2012년에 두 번의 아이패드 발표, 즉 봄에 아이패드 3(A6), 가을에 아이패드 4(A6X)를 선 보였기 때문에 향후 A7X를 어떻게 업데이트 전략에 이용할지도 궁금한 대목이었습니다. (물론 저 개인적으로는 애플의 어떤 칩을 어떻게 넣는지에 관계없이 그저 생활과 일 속에 스며든 채로 애플 기기를 사용한다는 것이 깡통 원칙입니다만).
이 때 애플의 아이패드 전략이 무척 흥미로웠는데, 왜냐하면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를 대대적으로 올려 세웠기 때문입니다. 한낱 마케팅 구호라고 하기에는, 화면 크기만 다른 에어와 새 미니가 똑같은 내부 구성을 탑재한 사실이 큰 의미를 시사하고 있으며, 향후 애플이 바라는 아이패드의 모습을 던져주는 단초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만일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가 존재하고, 다만 우리의 즉각적인 사용에 대한 결정은 어떤 사이즈의 화면과 입력 도구/방법을 사용할 것인가에만 집중이 된다면, 즉 Mac OS든 iOS든 (아니면 watchOS든) 그 어떤 기기이든 사용자의 정보와 일에만 집중이 되는 환경이라면, 애플이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략을 세우고 미래를 보고 있다면,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 레티나의 동급 전략은 참으로 말이 되는, 매력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즉, 이전 2012년 아이패드 미니가 처음 선 보였을 때 당시 주력은 아이패드 4로, A6X를 달고 레티나 화면도 두 번째로 탑재한 채 나왔지만 아이패드 미니는 레티나 화면도 아니고 무엇보다 내장 칩은 아이패드 2와 같았습니다. A5 칩이었던 것입니다. 두 기기의 성능 차는 대략 1.5년이 넘는 기간만큼 큰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기종 간 차별을 두었던 애플이 이제 같은 성능, 다른 화면 크기를 강조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아이패드 에어 발표 때 애플은 그동안 주력했던 하드웨어 향상에 “에어”라는 매력적인 이름을 붙이며 이제부터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할 수 있음을 선언했습니다. iOS7은 그러한 패러다임 변화를 시작하는 애플의 전체적인 전략 변경이었습니다. 하드웨어 성능도 동급인 미니에 레티나 화면을 넣어서, 맥이 그랬던 것처럼 다양한 소비자 환경에 맞춰 제품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같은 성능을 제공함으로써, 도구의 변별력보다는 일에 변별력을 두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유명한 캠페인 “What Will Your Verse Be.”을 내 놓습니다.
이미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소개된 바로, 이 광고에서 애플은 인간의 창작, 일, 다양성 등을 노래합니다. 우리의 현재를 다양하게 조명하며 인류의 진화와 진보를 예찬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아이패드. 우리의 도구로서 아이패드를 소개합니다. 4년차 제품으로 “에어”라는 이름, 즉 이미 하드웨어적 진화는 한 고비를 넘긴 아이패드 에어를 우리의 현재 도구로서 생각해 보기를 권합니다. 멋지죠. 애플이 2010년에 처음 아이패드를 내 놓았을 때 모두가 큰 화면 아이폰이라고 넘겼던 점, 이후 애플도 아이패드를 가지고 뭘 할지 모른다는 비판 등 무수히 아이패드를 둘러 싼 비판의 관점이 존재하는 가운데, 애플은 할 수 있는 한의 최고의 하드웨어 성능을 갖춘 아이패드를 시장에 내 놓고는 바로 소비자들의 평가와 반응이 무수히 쌓인 앱 스토어, 즉 시장의 관점에서, 그리고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 아이패드를 바라 보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묻죠. 아이패드로 뭘 하겠느냐고. 이미 이렇게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면에서 아이패드는 사용되고 있다고 속삭이면서 말입니다. 애플이 2010년 이후로 아이패드가 무엇인지 사용자들에게 주입을 시키려 했다면, 이제 애플은 사용자들에게 묻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애플도 가늠할 수 없고 관리가 불가능한, 다양성과 창조력이 매순간 실현되고 있는 앱 스토어가 있는 것입니다.
2014년에 애플은 에어2를 발표합니다. 기본 에어 모델에서 경악한 사용자들을 더 놀라게 만든 모델입니다. 두께에서 보여준 혁신 만으로도 존재 가치가 있는 모델입니다. 그런데 모델 구분명은 5,3. 좀 이상하죠. 그리고는 미니는 3로 명명하면서 사실상 미니2와 같은 사양을 내 놓습니다. 에어2의 칩은 A8X로 최대의 기술을, 하지만 미니3는 작년과 같은 A7을 그대로 유지하고 터치 아이디만 추가했습니다. 2013년에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를 에어와 함께 같은 선상의 기능 구성으로 선 보이며 아이패드가 더 이상 하드웨어적 구분이 없는, 우리의 일상에서 최적의 도구로서 기능하기를 원했던 애플은 바로 다음 해 2014년에 이렇게 다시 후퇴처럼 보이는 길을 택합니다. 한편, 2015년에 선 보인 미니4의 모델 구분자가 바로 5,1 & 5,2입니다. 즉, 애플은 이미 미니4가 존재하던 시점에서 미니3를 에어2와 함께 내 놓은 것입니다. (참고로 4,1는 에어, 4,3은 미니2입니다. 즉 에어가 모델 구분에서 앞선 번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니4 & 에어2는 다릅니다. 미니가 앞선 번호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애플의 행보가 꼭 이상하거나 내포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왕에 미니4 사양을 개발했지만 여러 제조상의 문제나 부품 수급 등의 문제로 미니3를 징검다리 삼았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판매가 시원치 않아서 하드웨어의 성능 향상을 그리 크게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에어2가 2014년에 이어 2015년까지 주력 기종으로 선 보인 것도, 그러면서도 가격을 전혀 인하하지 않는 것도 이런 면을 포함해서 다른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아이패드 프로는 모델 구분자가 6,7 & 6,8입니다. 놀랍죠. 제 생각에 6,1 & 6,2는 미니5, 6,4 & 6,5가 에어3일 것 같습니다. 애플은 3세대 제품에서 화면 크기별로, 출고 별로 한 번호를 건너뛴 구분자를 채택한 적이 있습니다. 즉, 6,3과 6,6은 없거나 아예 시장에 나오지 않을 기기일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가 에어2 & 미니4와 정확히 같은 폼팩터 형태를 갖고 있으니 아마도 6,1 – 6,5 제품은 모양은 갖되 프로에 있는 기능을 채택한 기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플 펜슬의 적용 여부가 그러하고, 네 방향 스피커(이건 프로에만 적용될 가능성 높지만)가 그러합니다. 화면의 입출력 빈도가 기존 아이패드 2 & 미니4보다 현저히 정밀한 점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이번에 에어2가 ‘유임’ 된 점이 무척 생각해 볼 여지를 던집니다. 애플은 2012년에 봄과 가을에 아이패드 3와 4를 연달아 내 놓기도 하였고 매년 한 차례(4이전에는 봄, 4부터 가을) 업데이트를 빼 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15년에는 가격도 그대로 에어2를 전면에 내 놓은 것입니다.
여러 구구한 설명이 붙지만, 시장의 제품 업데이트 주기, 즉 사용자들이 자주 아이패드를 기변하지 않는 점이 첫 번째로 꼽힐 것입니다. 저만해도 2011년 아이패드2가 여전히 중요하게 가족들의 사용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것처럼 최신 iOS9이 돌아가는 기기로 말입니다. 애플은 아이폰은 정확히 1년마다, 맥북과 아이맥은 약 10여개월 정도의 시간 차이로 제품 업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 외 기기들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듯 필요한 때마다 업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애플 티비가 그러하고 아이팟이 그러합니다.
반대로 시장에서 정확하게 출시를 손꼽는 기기들이 있습니다. 전화기 단말기들이 그러하고 CPU에 영향받는 맥북/아이맥이 그러합니다. 아이패드도 그랬습니다. 9월 아이폰, 10월 아이패드 공식이 2012년 이후로 계속해서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에어2는 그 대열에서 빠진 것입니다. 그리고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를 통해 6세대 아이패드가 존재함을 알리고 판매 라인업은 프로는 6세대, 에어2는 5세대, 미니4는 A8의 5세대 제품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여러 매체들이 아이패드의 업데이트 주기가 길어짐을 점치고 있습니다. 1.5년에서 2년까지, 아직은 예측 뿐입니다. 애플이 2010년, 2011년, 2012년 초까지 아이패드의 출시를 봄으로 잡았다가 2012년 10월부터 아이폰 주기와 같게 만들었던 것은 분명 의미가 있던 일입니다. 애플의 샌프란시스코 기조 연설이라고 불리던 매년 초 발표가 어느 새 사라진 지금, 비록 애플 와치가 봄 출시를 하면서 그 바통을 이어 받은 것 같지만, 이제 애플은 아이패드에 좀 더 의미있는 역할을 부여하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서두에 오리지널, 2-3-4, 에어 이후 세 단계로 나눠서 봐야 한다고 했던 것은 바로 제품 주기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에어2에 이르러 더 이상의 눈에 띄는 하드웨어 향상은, 당분간은 없으리라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아이폰이 2년 주기의 폼팩터 교체와 그 간극에서 이뤄지는 하드웨어적/기능적 업데이트를 시장에 뿌리 내렸다면 이제 아이패드는 아이폰과 다른 자체적인 혁신의 주기를 갖춰야 할 시점입니다. 5년 전 출시된 아이패드 2에서 여전히 iOS9이 운용된다는 사실은 사용자들이 갖고있는 기기 정체감, 즉 기기 교체에 대한 필요를 못 느끼는 점을 애플이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애플 스스로 제품 업데이트를 사용자들에게 간접 강요할만한 소구력을 내세우지 않는다, 못 한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즉, 아이패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고민을 해야 할 분야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애플이 제품 출시의 새로운 주기와 프로를 포함한 제품 라인업을 새롭게 만들어 낸 점을 감안해서 아이패드의 미래는 새롭게 우리의 흥미를 당깁니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잠깐 언급한 iOS 9. 우리가 맥오에스와 통합을 얘기하지만, 과연 그것이 이뤄질지, 이뤄진다면 어떻게 어떤 방법과 시간에 이뤄질지 참으로 어렵고도 재미있는 얘기입니다. 아직 iOS 10에 대한 말이 나오지는 않고 있습니다. 애플은 iOS9에서 아이패드에 힘을 실어주는 여러가지 기능을 덧붙였습니다. 특히 화면 분할보기 기능은 향후 애플이 어디까지 아이패드를 밀어 붙일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감상과 생각으로는 이 정도로 아이패드가 새로운 컴퓨터 환경의 도구로 재인식이 될지 회의적이기는 합니다. 마소의 서피스 프로 3 & 4를 보고 있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애플의 기기별 OS 전략이 맞는 듯 하지만, 마소가 서피스에서 우직하게 윈도 10을 고스란히 재현해 내는 것을 보면 과연 사용자들에게 맞는, 사용자들이 바라는, 사용자들이 결국 채택하게 되는 플랫폼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앱 스토어가 이뤄놓은 애플 제국은 분명 애플의 기획과 서비스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기반으로, 애플이 플랫폼으로서 맥과 맥을 대체할 다른 것, 즉 오늘의 아이패드를 내세우기에는 매우 가변적이고, 한편 고정적이지 못 한 면이 발목을 잡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윈도라는 고정 불변의 개념이 1995년 이후 형성된 마소의 정체성과 전세계 사용자들의 생활과 일의 일부분이라면 분명 마소는 윈도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서피스를 통해 빠르게 영광을 회복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아이폰과 앱 스토어로 성공을 거둔 애플은 다양해진 기기와 그에 대한 열광적인 대중들의 지지만큼 정확히 그 반대 지점 어딘가를 헤매고 있기도 합니다.
새로운 맥의 모습과 역할, 위치만큼이나 아이패드가 정확히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지, 그것이 애플의 큰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
각각 위와 같은 제목으로 나왔는데요. 첫 번째 광고는 피씨가 라디오 진행을 하며 청취자 전화를 받죠. 라디오쇼 제목처럼 피씨를 추천해 달라는 내용으로 이어지고요. 그 다음 것은 역시 한 여성 소비자가 피씨를 고르는 기준을 말하는데 피씨 쪽 아저씨들이 하나 둘 퇴장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피씨 소비자 AS 관련 풍자를 합니다.
제 맥북 에어 때문에 애플 스토어를 약간 경험하니 우리 애플 코리아와 같은 점, 다른 점이 보이고 일부 단점에도 불구하고 애플 쪽 서비스가 소비자 평가에서 수위를 달리는 것을 볼 때, 위와같이 제품 판매 뿐 아니라 사후 서비스에서도 애플이 자신감을 드러낼 만하구나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사실이 아닌데 저렇게 광고를 내 보낼 수는 없겠지요.
지난 번 마소 광고 시리즈 이후 애플 쪽 논평은 짤막한 것 하나였는데 역시 뒤에서 이런 걸 준비하고 있었네요. 통쾌합니다. 핫핫!
(파일 업로드에 문제가 있어 사진이 누락됐습니다. 나중에 수정보완합니다.)
사진 첨부되었습니다.
0. 서설
1. 맥북 에어, 오랜만에 청소를 하다
2. 애플 스토어에서 서비스도 하나?
3. 미국 애플 스토어는 뭐, 다른가?
4. 애플 스토어에 수리 예약을 하다
(이상 1부 목차)
5. 애플 스토어, 직접 찾아가다
오늘은 2월 19일 목요일. 어제 온라인으로 예약은 했지만 토요일 약속시간까지 기다리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틀이나 기다려야 하는데 무엇보다 수리 여부라도 알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앞섭니다.
아침 수업을 들으면서 고민 끝에 애플 스토어를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본시 당일 방문자를 염두에 두는 것이 대개의 예약 시스템이라는 생각에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생각은 맞았습니다.
이른 봄 바람의 따스함도 에어 액정에 대한 걱정과 상념으로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평일 느즈막한 오후인데도 애플 스토어는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하지만 매장 깊숙히 자리잡은 지니어스 바를 바라보니 그리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지니들도 한가롭게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나가는 콘시어지 스태프에게 저간의 사정을 얘기했습니다. 기대와 달리 예약없이 지니어스 바 상담은 안 된다고 합니다. 지니어스 바 앞에 있는 리셉션용 아이맥으로 예약을 하라고 안내해 줍니다. 이 사람들의 ‘노’는 어지간해서 ‘예스’로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다시 예약을, 어제 예약을 했음에도, 시도해 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날짜가 하루 앞당겨진 금요일 오후 네 시에 예약 시간이 비어 있습니다. 분명 어제는 토요일 밖에 없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하루 당겨진 게 어디냐 싶어서 예약을 마쳤습니다. 그리고는 지니어스 바 앞에서 이들의 서비스를 유심히 지켜 봤습니다. 꼭 예약으로만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느슨한 일과로 보이는 가운데, 지니들도 바쁘게 예약 손님을 맞지 않고, 그렇게 맞을 손님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제 차례는 없지만 잠시 짬을 내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좀 더 옆으로 자리를 옮겨 지켜 봤습니다.
갑자기 모자(비니)를 쓴 지니 한 사람이 저와 눈이 마주치고 “뭐, 필요하신가요”라고 질문을 합니다. 순간 내 문제를 상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내일 예약을 잡았다고 답했습니다. 이 사람들 눈 마주치면 의례 던지는 인사치레 정도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지켜 봤지만 여전히 그리 빡빡하지 않은 일 진행으로만 보였습니다.
이윽고 용기를 내어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방금 제게 질문을 던진 지니에게 다가가 내일 예약을 잡았으나 잠깐 질문을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합니다.
“집에서 액정을 닦다가 코팅이 벗겨졌다. 난 힘을 주지도 않았고 오히려 키보드와 트랙패드 때문에 액정에 흠이 생겨 난 자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가. 그런데 사용자의 과실이면 보증 서비스가 안 된다.”
“과실일 수가 없다. ‘흠’이 생긴 곳을 문질렀는데 코팅이 벗겨졌다.”
“‘흠’이라고? ‘크랙’? 그렇다면 안 될 것 같다.”
“‘크랙’은 아니다.”
(옆 다른 지니)”물로 닦았는가?”
(괜히 꼬투리 잡힐까)”아니다. 입김만 불어 닦았을 뿐이다.”
“봐야 알겠지만 힘들 것 같다.”
대략 위와 같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흠’을 정확히 설명하기도 어려웠고 이해도 못 한 것 같았습니다. 내일 다시 와서 보여주겠지만, 보지도 않고 설명을 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맥이 탁 풀렸습니다.
6. “다 이루었다.”
흰 수염이 멋진, 인자하면서도 날카로운 인상의 헬드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불법행위법 수업. 긴장 속에서도 온통 신경은 오후에 잡은 예약 시간에 쏠립니다. 뭐라고 설명할까, 어떤 답을 해 줄까, 만일 서비스가 된다면 언제 맡긴다고 할까, 서비스 안 된다고 하면 어쩔까 등등… 점심 무렵이면 수업이 끝나 오후부터는 홀가분한 기분을 만끽해야할 금요일이지만, 오전부터 어깨를 짓누르는 고민과 수업 틈틈히 전해오는 긴장 속에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날 듯이 집으로 가서 점심을 대충 해결하고 예약 시간을 기다립니다. 예약 시각은 네 시 사십분. 점심을 먹고서도 한 시간여를 기다려야 하는데 맥없이 기다리느니 일단 가 보기로 했습니다. 예약 시간이 정확히 지켜질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 어제 가 본 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면 일찍 차례가 올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애플 스토어 @빅토리아 가든스.
금요일이어서 그런지 지니어스 바는 어제와 달리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화면에서 등을 보이는 남녀는 유니바디 15″ 맥북 프로를 들고 와서 서비스 의뢰를 하는데 시간을 꽤 소요했습니다. 그 뒤로 보이는 모자(비니)를 쓴 지니가 어제 제게 답을 해 준 그 지니입니다. 오른쪽 챙 모자를 쓴 지니도 어제 그 지니고요. 이 애플 스토어는 지니어스 바에 대략 다섯 대의 맥북/프로를 두고 서비스를 진행하는데 보통 네 군데로 나뉘어 서비스가 진행됩니다. 왼쪽 둘은 맥 서비스, 오른쪽 둘은 아이폰/아이팟 서비스를 진행합니다. 비니를 쓴 지니와 사진에 안 보이는 다른 지니가 맥을 담당하는 지니들입니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너무 일찍 간 관계로 매장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위 사진은 기다리며 찍은 매장 안 풍경입니다. 예약 아이맥 바로 앞에서 찍은 것인데 저 테이블은 1:1 예약을 한 손님을 위한 테이블입니다. 비교적 나이가 드신 저 하늘색 티셔츠의 스태프는 ‘specialist’라는 표시가 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손님에게 상세한 맥 사용 방법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맞은 편 손님들도 담당 스태프에게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복잡한 지니어스 바 앞과 달리 매장 안은 전체적으로 한산했습니다. 이 때 시각이 약 세 시 정도 되었습니다.
좀 옆으로 옮겨서 찍어 본 풍경입니다. 매장 안에는 가족들, 연인들, 남녀노소 등 ‘종류’도 다양한 손님들이 오고 갑니다. 왼쪽 아래에는 아이들용 아이맥이 두 대 놓여 있습니다. 처음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애플 체험 센터가 생겼을 때 아이들용 아이맥이 놓여 있었던 기억입니다만, 이후 바뀌면서 이러한 배치는 없어졌습니다. 위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반대편에는 벽 하나가 온통 소프트웨어 박스를 담은 선반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자연스레 매장에서 물건을 구경하고 즉석에서 구입을 하며, 이런저런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애플 스토어. 꼭 애플이 아니어도, 컴퓨터가 아니어도 좋은 사례로 연구해야 할 사례임에 틀림없습니다.
도착한 시각은 세 시가 넘어서였지만 지니어스 바는 생각보다 혼잡했고 처음 사진에서 본 남녀 손님의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는 무슨 문제인지 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윽고 시간은 지나 네 시 경.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제 차례는 다섯 번째입니다. 제가 처음 도착했을 때 일곱 번째였는데 시간이 지나도 영 줄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예약 시간보다 빨리 볼 수 있겠다 싶었던 기대는 슬슬 반대로 바뀌어 예약 시간 네 시 사십분을 넘길 것 같았습니다. 이 때 안 일이지만 당일 예약도 가능한데 그건 이미 상황 종료된 일었고요.
현재 맥 파트를 담당하는 지니는 머리가 길고 약간 배고 나온 지니와 비니를 쓴 지니 두 사람. 머리 긴 지니는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를 붙잡고 수십 분을 서류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눈이 여간 날카롭지 않아서 아무래도 뭔가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제품 의뢰를 하러 온 남녀도 한숨을 간간이 섞고 앉아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비니를 쓴 지니가 담당한 손님은 대학(원)생으로 보이는 백팩을 맨 15″ 알북 사용자. 그냥 상태 점검하고 바로 맡길 것 같았던 상황이었지만 웬걸, 시간이 꽤 걸립니다. 매번 확인하는 바이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기다림은 정말 익숙해 보입니다. 이 사람들이 잘 참는다기 보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머리 긴 지니가 담당하던 남녀 손님이 자리를 뜹니다. 그 지니는 들릴 정도로 한숨을 푹 내 쉬고 묵묵히 흰 맥북 키보드에 열심히 손을 놀립니다. 아직 제 차례는 아니지만 저 지니에게 제 순서가 오면 별로 좋을 게 없어 보입니다. 제게 화를 내지는 않겠지만 어제 앞서 지니들에게 확인한 것도 있고, 제 상황을 설명할 능력도 부족하니 가급적 기분 좋은 지니에게 보이는 게 낫지 싶었습니다.
갑자기 지니어스 바 쪽이 한산해 지면서 호명되는 손님들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섯 번째 올라있던 제 이름이 슬슬 앞 순서로 변경됩니다. 어떤 지니일까, 제발 비니 쓴 지니에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되뇌입니다. 이윽고 15″ 알북 사용자가 자리를 뜨고 새 손님이 호명됩니다. 아, 제 차례가 아닙니다. 제 바로 앞 번호입니다. 다시 수 분여 기다림. 오렌지 색의–콘시어지로 보이는– 스태프가 제게 다가와 몇 번이냐고 묻습니다. 지니도 아니면서 왜 묻지 싶었는데 대답을 하고 옆에서 보니 매장 책임자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제 앞 다른 손님을 호명하더니 이윽고 머리 긴 지니가 나타나 맥북을 들여다 보면서 제 이름을 부릅니다. 으, 저 기분 안 좋은 지니가 내 담당이라니…
심호흡을 하고 설명을 하려던 찰나, 아침부터 준비한 온갖 설명 멘트가 깡그리 머릿 속에서 지워졌습니다. 이런 이런… 천천히 맥북 에어를 백팩에서 꺼냅니다. 에어가 처음 선 보였을 때 돌풍을 일으켰던 마닐라 봉투 모양의 슬리브를 꺼내 탁자 위에 놓습니다. 바로 옆 비니를 쓴 지니는 저를 기억하고는 관심있다는 듯 제 에어를 흘긋 곁눈질 합니다. 안 될거라고 한 제품의 상태가 궁금했을테죠.
걱정과 달리 머리 긴(길고 배도 나온) 지니는 제 얘기를 천천히 들어줍니다. 원래 준비했던 설명은 좀 길었는데 머릿 속이 텅빈 상태라 바로 액정을 보여주며 어제 설명한 것과 똑같이 얘기를 했습니다.
슬리브를 아래에 깔고 에어를 내려 놓았는데, 아, 이 지니는 뭔가 아는 듯 합니다. 최대한 제 사용 습관을 배려합니다. 에어 액정을 보기 위해 에어를 들어 올리는 모습이나 다시 내려 놓을 때 모습 등, 분명 이 사람은 오랫동안 맥을 써 왔고 저 같은 맥 사용자의 습성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충분히 배려된 느낌을 받으며 설명을 했는데 이윽고 이 지니가 대답합니다.
“수리 해 드리겠습니다.”
“네? 수리 된다고요? (반신반의하며, 그러나 분명 된다고 했으니 다른 대답 못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왜요?(라고 물었습니다. ㅎㅎ) 어제는 안 된다고 했는데(옆 비니를 쓴 지니를 흘긋 쳐다 봅니다. ㅎㅎ)…”
“이건 손님 과실이 아니니까요. 액정 문제네요.”
“아, 정말인가요. 고맙습니다X100”
기분히 확 날아오를 듯 좋아졌습니다. 예상 외로 순순히 수리 판정을 해 준 지니. 애플 스토어 및 스태프 시스템에 대한 장점이 돋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젊어 보이는 이들에게 주어진 권한이 꽤 커 보였고 예약과 기다림의 순간이 힘들어도 판정 및 수리 절차가 생각보다 간명하여 기다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는 듯 생각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지니는 제가 설명을 하지도 않았는데 맥북으로 서류 작업을 하며 제가 편한 날짜에 언제든 제 맥을 갖고 와서 수리를 맡기라고 합니다. 액정 문제는 당장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고 통상 수리는 5-7일 정도 걸리니 그렇게 말한다고 하였습니다. 요구하기 전에 제 마음을 헤아려 답변을 척척해 주는 지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좋은 기분도 잠시. 이내 평정을 되찾았습니다. (믿으실 지 모르겠으나) 내내 에어 액정 수리 여부에 대해 마음이 쓰였으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미국 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판정 및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고 이런 과정을 주위 사용자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마냥 좋아하면서 웃고 있을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아까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 때부터 유심히 지켜본 바, 위 사진의 왼쪽 머리 긴(배도 나온) 지니는 저 흰 맥북으로 꽤 오랜 작업을 합니다. 도대체 어떤 화면일까 그것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이제 제 수리 판정도 내려졌겠다 본격적으로 탐구에 들어갑니다.
말을 않고 옆에서 같이 화면을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사진은 찍지 못 했습니다. 한국의 애플 사용자와 환경에 대해 관심있는 모습이었습니다만, 한국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 내가 속한 포럼에 이 광경을 ‘리포트’해야한다고 사전 양해를 했지만, 화면은 안 된다고 하면서 맥북을 돌려 테이블 뒤로 돌아가더군요. 그게 위 사진 모습니다. 원래는 바로 제 옆에서 맥북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돌아 들어가기 전, 바로 옆에서 본 지니의 맥북 화면을 기억해 보겠습니다. 일단 사파리입니다. 처음에는 아이튠스인 줄 알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주소창이 보이는 사파리인데 화면 내용 상단에 아이튠스처럼 큼지막한 상태 표시 창이 있습니다. 그 아래에 각종 폼으로 이루어진 화면이 떠 있고 (아마도) 손님과 제품 정보를 담는 칸으로 꽉 차 있습니다.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나 했던 의문도 풀렸습니다. 웹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어서 해당 제품을 조회하고 입력하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걸리는 듯 했습니다.
머리 긴 지니는 자신의 명함–은색 애플 마크가 빛나는–에 수리 번호를 적어 제게 주었습니다. 다음에 올 때 이 번호를 알려 주면 바로 맡길 수 있다고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보증 기간 내 언제든 제 편할 때 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나오는 길, 따뜻한 봄날씨에 절로 콧노래에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참, 오늘 모두 해결되었으니 내일 예약은 취소해야 합니다. 잊은 채로 나왔다 애플 스토어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지만 웃음은 가시지 않습니다. 앗싸!
7. 결론
구경만 하던 미국 애플 스토어. 며칠 동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수리 판정 경험을 해 봤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언어 장벽 문제도 있겠지만 문제 발생과 수리 여부 결정까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비단 저 뿐 아니라 지니어스 바에서 목격한 여러 사용자들을 보고 있으니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애플 스토어의 스태프들, 특히 지니어스 바의 ‘지니’들은 겉으로 보이는 자유로운 모습과 달리 소비자에 대해 큰 권한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태프끼리 의견 교환을 하지 않고도 독자적인 판단으로 수리 여부 판정을 해 주면서 기다림에 지친 손님에게 더 이상의 고통은 요구하지 않았고, 즉석에서 수리까지 해 주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위 사진에서 흰 아이맥은 즉석 수리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사용자가 보는 가운데 진행하더군요.
시스템이야 어떻든, 소비자가 원하는 환경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빠르고 명확한 서비스가 아닐까요. 제가 경험한 미국 애플 스토어는 비록 예약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며칠 기다려야 하는 일은 기본이지만, 일단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받는 서비스는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앞 사람을 기다리면서 힘들었지만 막상 제 차례가 되자 충분히 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고요. 수리 판정도 바로 해 줄 권한을 갖는 스태프이다보니 설명을 되풀이할 필요도 없었고 매우 빠르게 일 처리가 되었습니다. 빠르지는 않아도 명확한 서비스를 함으로써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우리 경우를 떠 올려 봅니다. 예약이라 할 수 없는 당일 번호표 시스템입니다. 약간 기다리기는 해도 오늘 바로 의뢰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속도는 빠른 반면에, 수리 여부 판정은 오늘 받기 어렵습니다. 상황 설명을 하고 입고를 한 후 입고증을 받으면 수 일 내에 문자나 전화로 판정 여부를 설명 듣고 그 다음 과정이 진행되는 시스템입니다. 오늘 처리’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오늘 판정은 ‘안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어느 방법이 좋을지는 정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지니어스 바 형태는 아니라 할지라도, 이들의 수리 판단 권한이 생래적이 아닌 교육과 훈련에 의한 것은 명확한 이상, 우리나라 애플의 수리를 담당하는 곳도 교육과 훈련에 의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 제가 잘못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 제 경험으로는 수리 담당 기사께서 단독으로 판단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해 주시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만…
제목과 달리 최종 수리까지 해 본 경험기는 아니어서 송구스럽습니다. 제 에어를 다루는 품새나 입고된 제품을 포장지에 담아 안으로 들고 들어가는 것으로 봐서는 미국 애플 수리 기사들도 꽤 조심스럽게 제품을 다루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언제고 제가 일주일 정도 에어 없이 살 수 있을 때 수리를 맡겨서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해 봐야겠습니다.
이 글은 제 맥북 에어 액정에 문제가 생겨 미국 L.A. 인근에 위치한 Victoria Gardens(빅토리아 가든스)에 위치한 Apple Store(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여부 판정을 받기까지 과정을 서술한 글입니다. 제 맥북 에어 얘기와 애플 스토어에서 보고 경험한 것, 느낀 것 등을 싣습니다. 내용이 좀 길게 되었습니다. 1, 2부로 나누어 게재합니다.
맥북 에어를 사용한 지 이제 7개월 여가 돼 갑니다. 처음 맥북 에어를 구입하여 받아들고 열었을 때의 감격을 잊지 못 합니다. 그러나 곧이어 갖게 된 실망도 역시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제 에어는 액정 불빛이 고르지 못 합니다. 가운데 하단이 더 밝아서 주위와 밝기 강도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는 편이지만 어두운 곳에서 흰색 바탕 화면일 때는 얼룩처럼 보여 눈에 거슬려 보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액정의 조립 상태입니다. 전체적으로 조립 상태가 고르지 않아 화면 베젤이 굴곡져 있습니다.
키보드도 온전치 못 한 편입니다. 스페이스바는 약간 휘어져서 끄트머리가 액정에 닿는 일이 빈번합니다.
이와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맥북 에어는 참 쓸만한 기종입니다. 이렇게 얇은 노트북을 쓴다는 일은, 평소에 그저 무심히 지나치다가도 어느 샌가 그 가벼움과 얇음에 화들짝 놀라게 되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특히 요즘 제 주위의 비 맥북 유저들의 노트북, 즉 피씨 계열 노트북을 보노라면 어떻게 저렇게들 튼튼함만 강조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서설이 길었습니다. 오늘 쓸 얘기는 그제 액정을 닦다가 생긴 코팅 벗겨짐 증상에 대해서 이 곳 미국의 한 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여부를 판정받은 여정에 관한 것입니다.
1. 맥북 에어, 오랜만에 청소를 하다
그제 오랜만에 에어의 액정을 닦았습니다. 먼지와 지문으로 뽀얀 액정에서 조심스레 먼지를 털고 못 쓰게 된 런닝 셔츠에 살짝 물을 묻혀 살살 닦아 냅니다. 그리고는 다시 얇은 액정 닦이로 말끔하게 닦아 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없어지지 않는 자국들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자세히 관찰해 본 결과, 이동 시 액정이 키보드와 맞닿는 면에 상처가 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자국은 애지중지 써 온 그동안의 과정과 반대되는 가슴 아픈 결과이지만, 또한 그 사용한 시간만큼 당연히 생길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액정과 키보드는 노트북을 닫아 놓았을 때 상당히 밀착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좀 달랐습니다. 유명 해외 포럼에 맥북 에어의 트랙패드 부분과 액정이 닿아 생기는 결과에 대한 보고도 있었는데, 제 에어는 그 외에도 트랙패드의 구석 부분과 액정이 닿아 키보드로 인한 상처 이상으로 큰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제 문제는 여기서 발전되는데 이걸 먼지로 오해하고 열심히 닦아내다 보니 없어지기는 커녕 더 커져 버린 것이었습니다. 결국 액정 코팅이 3-4 밀리미터 정도 벗겨진 모습이 되었습니다.
무척이나 아끼는 제 성격에 비해 액정을 대하는 제 태도는 정반대 격이어서 거의 지문과 먼지, 빈번한 아이챗 대화로 인한 ‘파편’으로 얼룩진 액정이 평소 모습이긴 하지만, 이렇게 뭔가 외부 요인이 더해져서 생긴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액정을 닦기만 했는데 코팅이 지워지다니… 그동안 써 온 몇 대의 파워북과 맥북 등을 돌이켜 볼 때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2. 애플 스토어에서 서비스도 하나?
한국의 애플 서비스에 대해서 불만이 많습니다.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데, 기본적인 문제는 서비스 쪽과 사용자 쪽의 기본 전제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용자 쪽은 문제된 부분만을 정확히 짚어내서 빠르게 수리 완료가 되기를 바라고, 또한 그것이 우리 정서와 환경에 부합하는 방식인데 애플은 그 자리에서 바로 수리 여부 판정과 파트 교체를 해 주지 않습니다. 파트 교체도 큰 부품 단위인데다 수리 파트 수급이 빠르지 않아 생각보다 많이 기다리기 일쑤입니다. 현재 한국은 애플 코리아에 공인된 서비스 센터와 UBase와 계약된 서비스 센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애플 스토어 ((위키 참조))에 직접 수리 부문을 갖추고 있어서 구입과 서비스가 한 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애플과 계약으로 운영되는 Authorized Service Providers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서비스 센터는 우리의 공인 서비스 센터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처음 ‘애플 체험 센터’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개념과 매장 디자인으로 선을 보였고 구입과 서비스를 한 곳에서 담당했는데, 어느 샌가 서비스 파트가 없어졌고 또한 이후 A#(에이 샵)이라는 이름으로 바뀌면서 전체적인 매장 디자인이 애플 스토어와 다르게 돼 버렸습니다.
3. 미국 애플 스토어는 뭐, 다른가?
한국에도 생겼으면 하는 많은 애플 관련 부문 중 하나가 바로 애플 스토어입니다. 건물 벽을 커다랗게 장식한 흰 불빛의 애플 마크 밑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뤄 들고 나는 장면, 첫 개장 날 스탭들과 전날 밤을 세워 줄을 선 손님들 사이에 이뤄지는 하이파이브 입장 등, 사진 등으로 이미 많이 접했습니다만 실제로 운영되는 방식과 제품 전시 등은 애플을 좋아하는 사용자라면 한번 쯤 꼭 맛보고 싶은 경험이고, 때로는 ‘성지순례’의 일부로서 미국 방문 시 꼭 들러야 할 일정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우리와 다른 부분을 살펴보자면
전체적인 매장 레이아웃. Eight, Inc.라는 회사의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환한 배경과 편안해 보이는 목조 테이블에 온갖 맥과 아이팟, 아이폰이 시연을 위해 전시되어 있습니다.
스태프. Concierge(콘시어지), Specialist(스페셜리스트), Cashier(캐셔), Genius(지니어스), Creative(크리에이티브) 등 다양한 스태프가 있습니다.
콘시어지는 손님을 맞고 제품에 대한 질문, 답변, 구입을 돕습니다. 스태프는 입고 있는 유니폼–독특한 애플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에 따라 구분됩니다. 콘시어지는 오렌지색과 하늘색을 입습니다.
스페셜리스트는 기술적인 답변을 해 줍니다. 매장 곳곳에서 손님과 맥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스페셜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하늘색을 입고 있더군요. 왼쪽 팔 언저리에 스페셜리스트라고 씌여 있습니다.
캐셔는 현재 없어졌다고 합니다. 콘시어지가 매장 곳곳에서 단말기로 즉석 결제를 돕습니다. 현금 구매자는 지니어스바 한켠에서 줄을 서서 결제를 기다랍니다.
지니어스는 지니어스바에서 일을 합니다. 보통 매장을 돌아다니지는 않더군요. 매우 바쁘게 보였습니다. 보랏빛 나는 파란색 옷을 입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는 각종 이벤트를 담당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보지는 못 했습니다.
지니어스 바 ((위키 참조)). 지니어스 바는 애플 스토어의 독특한 부분이자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Heart and soul of our stores.” 애플 스토어에 대해서 Ron Johnson(론 존슨) 소매담당 수석 부사장이 자주 언급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매장마다 다른 구조겠지만 보통 한 쪽 벽을 모두 차지하고 높고 긴 바(bar)에 역시 높은 간편의자(stool)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제품 기술 문제를 상담해 주고 즉석에서 제품 수리를 해 주기도 하고, 제품 수리 여부 판정을 즉석에서 해 줍니다. 예약 시스템으로 운영되어 ‘빨리’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안 맞는 정서적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애플 스토어에서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의 경쟁률은 생각보다 대단한가 봅니다. 위키피디어 정보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16,438명 중 978명을 뽑았고 이는 약 5.95%의 비율이라고 하니 그 인기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매장에서 느낀 스태프들의 분위기는 즐기면서 일하는 것처럼 보였고 활기있는 모습으로 손님을 맞아 편안한 정보 공유와 질문, 답변이 이뤄지고 그만큼 손님의 구매로 자연스레 이뤄지는 듯한 모습입니다. 반대로 제가 만난 지니어스바의 지니어스(지니)는 제 바로 앞 손님 때문인지 굉장히 힘들어 하는 모습도 보여, 역시 서비스 업종의 힘든 환경이 미국, 애플 스토어라고 예외는 아닐 것 같았습니다.
4. 애플 스토어에 수리 예약을 하다
수요일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직접 매장을 찾기에는 늦은 시각이어서 일단 수리 예약을 시도했습니다. 애플 홈페이지에서 간편하게 이뤄집니다.
애플 서포트(support) 페이지에 접속하여 거주 지역을 선택하여 나온 화면입니다. 제가 있는 곳은 L.A. 동쪽 인근으로 빅토리아 가든스라는 커다란 쇼핑 ‘동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쇼핑몰이 있고 애플 스토어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가 다녀 본 곳이 몇 곳 안되지만 미국 매장은 밖에서 보는 면은 그리 크지 않은데 안쪽으로 깊숙하여 실제 매장 크기는 들어가면 더 크게 느껴지더군요. 이 매장도 애플 마크가 주는 그 매력은 다른 곳과 다르지 않습니다. 화면 오른쪽에서 원하는 메뉴를 선택합니다.
콘시어지라고 나오는 화면입니다. 실제 매장을 방문해도 입구에 서 있는 오렌지 혹은 하늘색 티셔츠 유니폼의 콘시어지 스태프가 있는데, 온라인 사이트에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같은 문구로 사용자를 맞이합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손님(guest)과 회원(member)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한국 애플 서비스에는 회원 제도가 없는데 이 곳에는 회원 제도가 있나 봅니다. 회원 관련하여 자세한 사항은 몰라서 넘어갔습니다. 손님 메뉴를 선택했습니다.
세부 항목이 나옵니다. 기술 지원을 받을 것인지 개인 구매에 대한 도움을 받기를 원하는지, 워크샵에 참석 신청을 할 것인지 고르게 되어 있습니다. 기술 지원을 신청했습니다.
이번에는 기종 선택 화면입니다. 애플의 제품 분류에 따라 맥, 아이팟, 아이폰 등 세 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맥북 에어이므로 맥을 선택했습니다. 실제 매장에 방문하면 지니어스바 앞에 같은 화면이 떠 있는 아이맥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퀵 드롭(quick drop)이라는 메뉴도 있습니다. 이것은 예약에 따른 기다림을 피해 제품만 맡겨 놓고 이상 여부 판정과 수리 여부, 비용 등을 나중에 전달 받을 수 있는 선택지라고 합니다. 실제로 아래에서 보듯 예약 시스템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당장 문제가 발생한 사용자에게 수리 의뢰조차 며칠 후에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편할 리가 없겠지요.
예약 날짜 화면입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날짜는 토요일 뿐입니다. 제가 예약한 날이 수요일이니까 무려 삼 일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좀 기다리더라도 그 날 바로 처리되는 ‘빨리빨리’ 환경이 그리워진 순간이었습니다.
날짜를 정하면 그 밑으로 시간대와 예약 시각이 정해집니다.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대략의 시간대를 정하는 것은 이해가 됐으나 분 단위까지 선택하는 옵션을 보니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시간 약속이 지켜질까 하는 의문이었죠.
예약이 확정되었다는 화면입니다. 대여섯 단계에 걸친 과정이었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확인할 수 있는 화면 구성과, 비록 기다림은 필수겠으나 배려가 보이는 예약 시간대 구성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제게 남은 과제는 과연 어떻게 상황 설명을 하고 순조롭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미국 생활에서 언제나 겪고 고민하는 문제가 남았습니다.
1990년대 후반의 웹 열풍에서 오늘 날 플랫폼으로서의 웹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리어 2001년 발표된 디지털 허브 전략과 파워맥 G4 큐브 발표는 아이맥에서 시작된, 미적 감각이 극대화된 하드웨어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이어가려는 애플의 전략이다, 라고 평가하는 것이 당시 분위기를 잘 반영한 분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넷은 이러한 하드웨어의 판매를 위한 날개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고요.
이런 애플의 모습은 70년대 개인 컴퓨터 시대를 열어 80년대 대중화된 개인 컴퓨터 시장을 활짝 만개시킨 애플의 역사를 생각해 볼 때 당연한 귀결이고 이후 비컴퓨터 기기 분야에서 커다란 성공으로 자리매김한 아이팟으로도 이어지는 애플의 비약적인 재기 모습입니다. 이후 하드웨어와 디자인의 중요성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재료가 바로 애플과 아이팟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혹 iTMS(2003)를 아이팟 성공의 첫째 요소라고 보는 분석이 있지만 이것은 ‘달 대신 손가락’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이팟의 성공은 이미 2001년 발표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애플의 거대한 전략, 디지털 허브의 단초로서 아이팟은 등장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2001년 발표된 디지털 허브는 지금 시각으로 본다면 매우 당연한 일상이지만 당시에는 애플의 하드웨어 판매를 위한 선전 문구라는 비판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맥 오에스 텐 이전부터 디지털 환경을 준비하는 모습-아이무비(맥오에스 8, 1999), 아이튠스(맥오에스 9, 2001)-을 고려할 때 이것은 정확한 분석이 아닙니다.
아래 비디오 링크는 2001년 5월에 발표된 아이북 광고 클립입니다.
아이북 광고 중에서 유명한 이 광고를 보고 저 빛나는 흰색 애플 마크에 현혹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음악과 사진, 비디오 클립을 엮어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이상한 일이 아닐까요(광고 주인공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군요!). 위 광고는 디지털 허브 개념을 손에 잡힐 듯한 일상으로 잘 포착하여 사례화 시킨, 잘 만든 광고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하드웨어가 여전히 중요해 보이고 그 매혹에 못 이긴 구매 행동을 자연스럽게 합리화 시키기 위해 미디어 속 주인공과 나를 일체화하는 경험을 선사해 주기도 한 광고였습니다.
이렇게 성공적인 디지털 허브 전략을 이어가며 애플은 2003년 1월 맥월드에서 아이라이프를 발표합니다. 당시 맥 오에스는 10.1이었습니다. 아이라이프는 이름 그대로 우리 일상에 그대로 스며들 듯 사용될 수 있는 애플의 역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악, 사진, 비디오 등의 재료를 가지고 몇 번의 클릭과 쉽고 재미있는 작업 과정을 거치면 그야말로 일상 생활을 고스란히 디지털화 시킬 수 있었고 이러한 ‘작품’은 거실의 티비와 주변 사람들에게 편하게 나눠 줄 수 있는 시디 형태로 ‘발행’이 되었던 것입니다.
아래 비디오 링크는 2004년 1월 아이라이프 발표 중 개러지 밴드 부분입니다.
이 클립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키노트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 키노트를 컴컴한 피씨방에서 윈도용 퀵타임으로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개인적으로 개러지 밴드를 거의 이용하지 못하지만 이 클립을 보면서 애플의 갖는 우리들 일상에 관한 상상력에 감탄하고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어느 정도 보편화된 일상으로 음악과 사진의 디지털화가 받아들여지는 시점에서 ‘창작’의 일반화를 우리가 꿈꿀 수 있게 해 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듯 애플에게 하드웨어는 그 자체로 기업의 핵심 영역이자 영혼입니다. 허브로서의 맥, ‘아이 + 라이프’를 즐기는 도구로서의 맥이 애플이 추구하는 바였던 것입니다. iTMS, iTunes 등 아이팟을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여러 환경이 제공되기에 앞서 아이팟은 그 흰 색과 은빛 뒷모습의 102% 조화로움을 가진 예술 작품 그 자체였습니다.
아래 비디오 클립은 2001년 가을 잡스가 아이팟을 처음 대중에 선 보인 작은 이벤트 모습니다. 배터리에 관해 설명하는 잡스의 눈을 한번 보시죠. 음악을 담는 그릇이 어떠해야 하는지 애플은 철저히 연구하고 또 연구했던 것입니다.
당시 환율이 굉장히 올라서 399불짜리 아이팟이 국내 가격으로 79만원으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엄청난 가격이었지만 중고 매물을 매일 뒤지며 그 우아한 모습을 주머니 속에 간직하고 싶었죠.
2008년 1월, 애플은 맥북 에어를 발표합니다. Air. 공기처럼 가볍다는 뜻도 좋지만 Wireless를 대신하는 말로 쓰임새가 돋보이는 작명입니다. -less는 뭔가 없음을 뜻하는 접미사입니다. 에어에는 뭐가 없을까요. 무게, 배터리 착탈불능, 광드라이브 등등 없는 것 투성입니다. 아래 클립은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은 바로 이렇게 ‘빈 노트북’임을 보여줍니다. 즉 진정 얇고 가벼워지려면 없애는 길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애플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기본 개념에 충실하되 그 빈 곳을 절묘하게 채우는 다른 수단과 개념의 제시 전략을 잘 보여줍니다.
에어에 없는 게 또 있습니다. 바로 하드 디스크 용량입니다. 테라 바이트가 우습게 회자되고 오로지 성능과 용량으로 치닫는 컴퓨터 산업의 흐름에서 ‘역주행’으로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한 맥북 에어는 기실 인터넷 열풍이 막 태동하던 시점에서 제창된 NC 개념의 변주라고 할 만합니다. NC의 핵심은 디스크가 없다는 전제에서 시작된 연결성이었습니다. NC가 너무 시대를 앞서 갔다는 아쉬움을 맥북 에어는 애플과 잡스 특유의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새롭게 개념을 세웁니다. 하드 디스크는 온존하되 용량을 최소화하고 연결성은 극대화 시키되 무선으로 바꾼 것입니다.
따라서 2000년대 초 허브로서의 맥에서 간편한 ‘연결 지점’으로서의 맥으로, 새롭게 애플의 하드웨어 개념을 정립하고자 하는 첫 주자가 바로 맥북 에어이며, 이런 의미에서 NC의 변주라기 보다 새로운 NC 개념을 세웠다고 평가해야 옳을 것입니다.
연결성의 극대화는 아이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분화된 기종 별 오에스 텐 개발팀의 사례에서 보듯 애플은 ‘getting connected’ 환경에 최적화되는 여러 기기를 선 보이고 그에 맞는 오에스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갑니다. 아이팟의 성공을 전화기와 융합하여 새로운 분기점으로 삼아 연결성에 기반한 맥과 휴대기기라는 양 산맥 하드웨어 전략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결의 최종 마침표(당분간이나마)는 바로 오늘 발표된 ‘모블 미’ 서비스입니다. 우선 개인정보, 전자우편, 사진 등을 실시간으로 연결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시작하는 모블 미는 구글의 모습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위 책은 ‘이쪽 편’ 대 ‘저쪽 편’의 관점으로 최근 구글로 대표되는 소위 ‘2.0 시대’에 대한 의미를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마이크로소프트로 대표되는 ‘이쪽 편’과 구글로 대표되는 ‘저쪽 편’이 존재하고 역사는 ‘저 쪽’으로 흘러 갈 것이라는 것입니다. ‘연결’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시장과 우리의 생활을 바꿔 가는지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애플은 어느 쪽일까요. 책에 나오지는 않지만 제조업의 강자라 할 ‘완고한 일본’과 더불어 70년대 출발하여 80년대 만개하고 어려움과 새로운 도약을 한 90년대를 거친 애플도 전통적인 ‘이쪽 편’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애플의 하드웨어는 ‘지는 해’로서 서서히 기울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애플은 이미 위에서 살펴 보았듯 어느 샌가 ‘저쪽 편’ 기업으로 방향을 틀었고 애플의 ‘이쪽 편’ 하드웨어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저쪽 편’ 서비스에 맞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 가시적인 출발이 바로 맥북 에어와 아이폰인 것입니다. ‘저쪽 편’의 대명사 구글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어딘가에 엄청난 수의 서버를 돌리고 있습니다. 애플은 눈에 보이는 서버의 모습으로 (백업이라는 개인적인 용도를 내세워) 타임캡슐을 은근히 시작했고 어느 새 무선 연결을 대세로 만들었습니다.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하드웨어로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 지점을 서서히 우리 생활 속에 구축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현재 애플은 디지털 허브와 아이라이프의 도구로서의 맥이 아닌 연결 도구로서의 맥을 만들고 있는 ‘저쪽 편’ 기업입니다. ‘Back to My Mac’으로 외부에서도 집에 있는 내 맥과 서버(타임캡슐)에 접속할 수 있고, 내 정보와 사진 등 디지털 미디어를 언제든 웹과 연결시킬 수 있으며 심지어 20기가에 달하는 홈 폴더를 제공합니다(모블 미).
이제 아이라이프를 보낼 때가 되었습니다. 여자친구에게,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 밤 새워 비디오 클립을 편집하기 보다 간편한 휴대 기기로 날 것 그대로의 클립을 유투브에 올려 공유하는 모습이 자연스럽습니다. 수십 기가에 달하는 음악을 하드 디스크에 채워 넣고 셔플 기능으로 원하는 음악을 찾기 보다 그냥 집에서 동기화 연결로 채워진 아이팟 셔플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음악, 사진, 영상 등 관리가 수반되고 노력이 더해져야 빛을 발하는 ‘My Life with iLife’는 이제 ‘My Life, always connected’로 바뀌어질 것입니다. 원하는 음악은 아이팟/폰으로 바로 구입해 듣고 사진은 그대로 내 홈피에 올려집니다. 편집의 노력은 이제 ‘대중(집단) 지성’의 힘을 빌리거나 좀 더 ‘프로-암’다운 작업에 어울리는 다른 도구로 이뤄질 것입니다. 맥북 에어의 액세서리가 텐서브, 맥 프로, 아이맥이라는 말은 전혀 농담만으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모블 미. 이제는 ‘저쪽 편’에서 건재한 애플의 새 서비스는 ‘활동적인 나’, ‘나를 움직이는 그 무엇’으로 개념을 잡아갈 것입니다. 그 움직임은 여전히 맥을 통해서, 아이폰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다만 그 역할을 하게 되는 맥은 허브가 아닌, 삶의 동반자가 아닌, ‘보이지 않는 -less적’ 맥(/아이폰)이 될 것입니다. ‘왼손은 그저 거들 뿐…’처럼 맥은 그저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와 미디어를 전달해 줄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도구의 우아함은 결코 저쪽 편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내 손 안에서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http://albireo.net과 http://doccho.net에 발행됩니다.
본질 문제를 계속 붙들고 있는데, 웃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난 피씨(a.k.a 아범)를 쓰면서 내 자아에 손상을 입는 경험을 한다. 도무지 내가 설정하고 있는 논리적 사용 환경에 부응하지 않는 이 운영체계가 90% 넘는 세계적 점유율, 게다가 98%가 넘는 한국의 운영체제 점유율을 갖고 있다는 게, 또한 대항마가 여전히 빈곤한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아이팟의 비약적인 성공이 윈도 사용자들을 끌어 들이면서 시작됐다는 사실도, 애플을 좋아하는 사용자로서 마음이 아픈 사실이다. 편 가르자는 얘기는 아니다. 자신의 환경에 대해 좀 더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의 일종인데, 그렇다고 맥 사용자=진지, 명석하고 윈도 사용자=무뇌아, 이런 공식에 대한 얘기는 절대 아니다. 다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의문을 갖는다면 저렇게 90%가 넘는 점유율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내가 너무 대중에 대한 폄하를 하고 있는 걸까, 윈도 쓰는 대개의 사용자들이 별 고민 없이 선택했다라는 전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나 자신도 10여 년 전까지 열렬한 윈도 사용자였고 그 경험에 비춰볼 때, 또한 다양한 인간 세상에서 선택의 결과가 90%가 넘는 비율로 나타날 때, 당연한 것으로 인정되는 ‘품목’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 보면 컴퓨터 운영체제, 윈도는 분명 그 답이 아닐 것이라 생각이 된다.
어쩔 수 없는 사무 환경에서 수 개월 여 윈도를 쓰면서도 내내 헛바퀴도는 심정일 때가 많다. 해서 마련한 나름의 최저선은 맥오에스와 비슷한 환경으로 윈도를 사용하는 것이다. 가령 파이어폭스, 플록 등의 어플이 일차적인 선택이 되고, 다행히 요즘은 웹 환경에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구글, 딜리셔스, 플리커 등 웹 환경이 이차 ‘저지선’으로 마른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내 윈도 화면을 가득 채우게 된다. 내 ‘자아붕괴’ 현상은 이렇게 근근히 발생 전 단계에서 두 단계 저지선 덕을 보고 있다.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일단 파일 관리 등의 차이는 정말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니 포기하더라도, 이메일 관리와 웹 브라우저의 선택 문제이다. 자잘하게는 맥오에스의 익스포제 환경이 매우 아쉬운 부분이고.
이메일 관리는 최근 닷맥 주도적 환경에서 지메일 환경으로 완전 이전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고민을 하고 있다. 나중에 따로 관련 글을 쓸 일이 있을 것이어서 생략하고, 웹 브라우저의 문제가 남는데 그게 이 글의 주제이다.
맥에서는 고민없이 사파리를 사용한다. 파이어폭스 3 베타4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업무용 페이지를 집에서 열 필요가 있을 때, 사무 환경을 고스란히 재연하고자 사용하는 것으로 최소한에 그친다. 최근 고민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플록인데(지금은 사무실 윈도 환경), 나름 ‘소셜 웹 브라우저’를 주장하며 각종 편의 사항을 담뿍 담고 있어서 자잘한 사용의 재미를 주고 있다. 아쉬운 두 가지 부분은, 기반이 되는 ‘파폭’이 3 버전이 나오는 시점에서 여전히 2 버전에 머물고 있고 1.1 버전 등 베타를 낼 때도 파폭 3 버전은 반영이 안되어서, 즉 파폭 3 버전 기반의 플록은 아직 먼 얘기여서 기다리가 힘들 것 같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맥용 파폭 3 베타 버전을 보면 사파리 대용으로 기대할만도 싶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데 유감스럽게도 맥용 플록은 맥용 사파리를 못 따라간다는 점이다. 반대로 윈도용 플록은 (이제 겨우 베타를 뗀) 윈도용 사파리보다 낫게 보인다.
윈도용 사파리는 며칠 전 업그레이드 돼서 베타 딱지를 뗐는데, 개인적으로는 화면 출력에서 마소 익스플로러나 파폭보다 더 마음에 든다. 속도도 나름 괜찮은 편이고. 아직 한글 관련, 특히 입력 부분은 답답한데 그럭저럭 참고 써 왔으나 오늘 발견한 워드프레스와 사파리 간 문제는 치명적이다.
워드프레스에서 사용되는 ‘비주얼’ 편집기는 오픈소스인 TinyMCE라는 데서 따서 쓴다는데, 이 편집기가 사파리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사파리에서 글을 편집하고 단락 구분을 주면 그 부분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려 글 전체가 ‘통문단’으로 바뀌는 것이다. 기껏 잘 편집해 올려 놓고 무심코 사파리로 편집을 할라치면 갑자기 답답한 ‘통글’이 화면에 펼쳐지는 것이다. 책임 소재는 의견이 나뉘는데 구글 검색으로 알게 된 바로는 당장 해결책이 없을 듯 하다.
윈도는 그렇다치고, 맥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가 부딪힐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워드프레스의 대안과 사파리의 대안을 비교해 보면 일단 워드프레스의 승리. 맥에서는 다른 글 편집 방법을 써야 하겠다. 사파리가 좀 더 ‘본질스러운’ 어플이겠으나 원칙만 내세우는 옹고집보다 예외를 둘 줄 아는 지혜란 여기다 갖다 붙혀도 되지 않을까. 😆
엑토의 문제라고 생각했으나 그건 아닌 것 같다. 결국 ‘혐의’를 벗은 엑토를 잘 써 볼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