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셔플: 디자인 이야기

Sunday, March 22nd, 2009

아이팟 셔플이 새로 나왔습니다. 세 번째 버전이지요. 첫 번째 버전은 아래 그림처럼 생겼고요.


<제가 좋아하는 파워서포트 실리콘 재킷을 입고 있는 아이팟 셔플 1세대, 출처: 플리커>

두 번째 버전은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셔플 2세대, 출처: 플리커>

저는 현재 셔플 2세대를 갖고 있습니다만, 1세대가 단종 된 후로 계속 갖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위 사진에서처럼 개념이 맞아 떨어지는 라인업은 보기만 해도 흐뭇함을 안겨 줍니다. ((글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옮기다가 미처 내용까지 수정이 안 되어 어색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셔플 1세대는 나노 1세대와 아이팟 5세대와 흐름을 같이 하는 디자인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죠.


<셔플 2세대, 나노 1세대, 아이팟 5세대, 터치, 아이폰, 출처: 플리커>

역시 나노 2세대는 흰 아이팟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래 사진은 어떤가요?


<아이팟 5세대, 나노 1세대, 셔플 1세대, 출처: 플리커>

왼쪽부터 각각 2005년 10월, 같은 해 9월, 같은 1월 선 보였습니다. 셔플이 2005년 연초에 가장 먼저 나왔고 가을께 나노가 처음 등장하고, 아이팟 5세대가 비디오 기능을 달고 나왔지요. 2001년에 처음 아이팟이 등장한 이후 해마다 세대를 달리하고 다시 미니라는 이름으로 아이팟 라인업이 분화된 이래 가장 완벽한 아이팟 라인업, 아이팟 2차 부흥기의 기틀을 마련한 라인업이 바로 저 세 모델의 라인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아이팟 디자인적 특징 중 하나인 흰색, 그 흰색을 기기 본체에 채택한 마지막 모델들이었습니다.


<iLounge에서 플리커에 올린 사진. 셔플 2세대는 나노 3세대, 아이팟 클래식(6세대)과 컨셉이 같습니다. 출처: 플리커>

이듬해인 2006년에 셔플 2세대, 나노 2세대가 알미늄 룩으로 선 보였는데 셔플은 “Wearable”이라는 컨셉으로 “Shuffle”이라는 특이한 개념을 그럭저럭 잘 이은 반면 나노는 첫 나노만큼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 했던 것 같습니다. ((매우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나노 3세대는 짜리몽당한 모양에 비디오 기능을 달고 나오면서 아이팟 클래식의 새 알미늄룩과 보조가 맞았고 셔플 2세대도 잘 어울립니다. 위에 나란히 선 보인 사진 보셨죠. 어떤가요. 꽤 잘 어울리죠.

2008년 가을, 어느덧 나노는 4세대에 이르고, 아이팟 클래식도 120기로 ‘단일대오’를 이루게 됩니다. 또한 2007년 9월에 선 보인 아이팟 터치는 ‘아이폰 대용’이라는 오명을 뒤로 하고 터치 2세대로 거듭나면서 아이팟 클래식을 뒤로 하며 명실상부 “가장 재미있는 아이팟”이라는 이름을 걸고 전면에 등장합니다. 이 때 아이팟 라인은 세 번째 큰 변화를 맞이합니다.

아이팟 디자인의 진수였던 흰색 본체를 포기한 이래 그나마 흰색 컨셉의 명맥을 유지하던 클릭휠도 클래식에만 남기고 사라진 것입니다. 물론 “크로마토그래피” 나노 4세대 9개 모델에서 두 개를 제외한 일곱 개 모델은 여전히 흰색 휠을 달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주력 모델을 봐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노 4세대의 대표 모델은 본체가 은색, 휠이 검정색이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2008년 1월 선 보인 맥북 에어의 컨셉을 닮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의 변화는 곧이어 선 보인 유니바디 맥북과 맥북 프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맥북 프로조차 검정색 ‘계산기’ 키보드로 바뀐 것입니다. 바햐흐로 애플에 은색+검정색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컨셉의 시발점은 아이맥 액정 2세대 버전입니다. 액정에 글래스룩을 도입하면서 검정색으로 사방을 감싸 버렸지요.))

얼마 전 선 보인 아이팟 셔플 3세대. 이러한 은색+검정색 라인업에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기존 2세대에서 은색 대표 모델 외에 알록달록한 모델로 가뿐한 느낌을 주려했던 셔플 조차도 이제는 은색과 검정색 두 모델로 자못 묵직하게 애플 ‘패밀리’에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IMG_0370
<아이팟 셔플 3세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크기입니다.>

제 손이 작은 편이고 더구나 손가락이 짧은 편이지만 그래도 새로 나온 셔플 3세대는 매우 작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잠시 사용해 본 셔플 3세대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맥오에스 텐 10.5 버전인 레퍼드에서 처음 선 보인 개량된 음성 기술이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매우 자연스러운(자연스럽다고 할 만한) 음성으로 현재 재생 노래와 재생 목록을 잘 안내해 줍니다.

IMG_0371
<새 이어버드와 달리 마이크가 없는 셔플용 리모트 이어버드>

이번 셔플 3세대의 특징은 재생 버튼이 없어지고 오로지 이어버드가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마이크조차 없앤 셔플용 이어버드는 잭 부분의 모양도 변경되어 그동안 고질적인 파손 문제를 일으켰던 부분을 개선했습니다. 이후 아이팟과 아이폰의 번들 이어폰에도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새 셔플은 클립 부분에 ‘스뎅룩’을 반영하여 아이팟 같지 않은 기존 셔플의 분위기를 탈피하고, 음성 ((forist님 제보로 찾아낸 오타입니다. 제 요즘 생활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ㅠㅠ )) 안내 기능까지 더해 더욱 그럴듯한 아이팟 라인업의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이제 대표 아이팟인 터치와 새 나노와 더불어 은색, 검정, 스뎅룩 등이 어울려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게 됩니다.

아이팟 나노는 2005년 9월을 시작으로 매년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사실상 아이팟 판매의 대표주자는 아마도 나노 라인일 것입니다. 아이팟은 2005년 5세대, 2007년 클래식(6세대)로 2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선 보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터치 역시 2007년, 2008년 9월에 각각 업데이트 되었으므로 여름께 선 보일 것이 유력한 새 아이폰과 더불어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리라 기대합니다.

리모트가 달린 새 이어버드가 제한적으로 아이팟 모델을 지원하지만, 번들되는 것은 새 셔플이 가장 처음이고 ((새 이어버드 출시 이후로 번들이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본체 조절 버튼까지 없앴으니 올해 새로 선 보일 아이팟들은 어떤 모양과 색깔, 그리고 어떤 기능적 변화가 있을지 자못 궁금해 집니다.

새 셔플은 꼭 구입해야 할 소품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제가 달성하고 싶은 것은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입니다. 다행히 이 셔플을 파는 곳을 찾았는데 99불의 가격을 어떻게 극복할 지 그것이 과제입니다…


<위에서부터 셔플 1세대, 나노 1세대, 아이팟 5세대, 출처: 플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