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경험기, 2부

Tuesday, March 10th, 2009

(파일 업로드에 문제가 있어 사진이 누락됐습니다. 나중에 수정보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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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설

1. 맥북 에어, 오랜만에 청소를 하다

2. 애플 스토어에서 서비스도 하나?

3. 미국 애플 스토어는 뭐, 다른가?

4. 애플 스토어에 수리 예약을 하다

(이상 1부 목차)

5. 애플 스토어, 직접 찾아가다

오늘은 2월 19일 목요일. 어제 온라인으로 예약은 했지만 토요일 약속시간까지 기다리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틀이나 기다려야 하는데 무엇보다 수리 여부라도 알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앞섭니다.

아침 수업을 들으면서 고민 끝에 애플 스토어를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본시 당일 방문자를 염두에 두는 것이 대개의 예약 시스템이라는 생각에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생각은 맞았습니다.

이른 봄 바람의 따스함도 에어 액정에 대한 걱정과 상념으로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평일 느즈막한 오후인데도 애플 스토어는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하지만 매장 깊숙히 자리잡은 지니어스 바를 바라보니 그리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지니들도 한가롭게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나가는 콘시어지 스태프에게 저간의 사정을 얘기했습니다. 기대와 달리 예약없이 지니어스 바 상담은 안 된다고 합니다. 지니어스 바 앞에 있는 리셉션용 아이맥으로 예약을 하라고 안내해 줍니다. 이 사람들의 ‘노’는 어지간해서 ‘예스’로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다시 예약을, 어제 예약을 했음에도, 시도해 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날짜가 하루 앞당겨진 금요일 오후 네 시에 예약 시간이 비어 있습니다. 분명 어제는 토요일 밖에 없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하루 당겨진 게 어디냐 싶어서 예약을 마쳤습니다. 그리고는 지니어스 바 앞에서 이들의 서비스를 유심히 지켜 봤습니다. 꼭 예약으로만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느슨한 일과로 보이는 가운데, 지니들도 바쁘게 예약 손님을 맞지 않고, 그렇게 맞을 손님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제 차례는 없지만 잠시 짬을 내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좀 더 옆으로 자리를 옮겨 지켜 봤습니다.

갑자기 모자(비니)를 쓴 지니 한 사람이 저와 눈이 마주치고 “뭐, 필요하신가요”라고 질문을 합니다. 순간 내 문제를 상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내일 예약을 잡았다고 답했습니다. 이 사람들 눈 마주치면 의례 던지는 인사치레 정도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지켜 봤지만 여전히 그리 빡빡하지 않은 일 진행으로만 보였습니다.

이윽고 용기를 내어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방금 제게 질문을 던진 지니에게 다가가 내일 예약을 잡았으나 잠깐 질문을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합니다.

“집에서 액정을 닦다가 코팅이 벗겨졌다. 난 힘을 주지도 않았고 오히려 키보드와 트랙패드 때문에 액정에 흠이 생겨 난 자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가. 그런데 사용자의 과실이면 보증 서비스가 안 된다.”

“과실일 수가 없다. ‘흠’이 생긴 곳을 문질렀는데 코팅이 벗겨졌다.”

“‘흠’이라고? ‘크랙’? 그렇다면 안 될 것 같다.”

“‘크랙’은 아니다.”

(옆 다른 지니)”물로 닦았는가?”

(괜히 꼬투리 잡힐까)”아니다. 입김만 불어 닦았을 뿐이다.”

“봐야 알겠지만 힘들 것 같다.”

대략 위와 같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흠’을 정확히 설명하기도 어려웠고 이해도 못 한 것 같았습니다. 내일 다시 와서 보여주겠지만, 보지도 않고 설명을 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맥이 탁 풀렸습니다.

6. “다 이루었다.”

흰 수염이 멋진, 인자하면서도 날카로운 인상의 헬드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불법행위법 수업. 긴장 속에서도 온통 신경은 오후에 잡은 예약 시간에 쏠립니다. 뭐라고 설명할까, 어떤 답을 해 줄까, 만일 서비스가 된다면 언제 맡긴다고 할까, 서비스 안 된다고 하면 어쩔까 등등… 점심 무렵이면 수업이 끝나 오후부터는 홀가분한 기분을 만끽해야할 금요일이지만, 오전부터 어깨를 짓누르는 고민과 수업 틈틈히 전해오는 긴장 속에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날 듯이 집으로 가서 점심을 대충 해결하고 예약 시간을 기다립니다. 예약 시각은 네 시 사십분. 점심을 먹고서도 한 시간여를 기다려야 하는데 맥없이 기다리느니 일단 가 보기로 했습니다. 예약 시간이 정확히 지켜질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 어제 가 본 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면 일찍 차례가 올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애플 스토어 @빅토리아 가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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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어서 그런지 지니어스 바는 어제와 달리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화면에서 등을 보이는 남녀는 유니바디 15″ 맥북 프로를 들고 와서 서비스 의뢰를 하는데 시간을 꽤 소요했습니다. 그 뒤로 보이는 모자(비니)를 쓴 지니가 어제 제게 답을 해 준 그 지니입니다. 오른쪽 챙 모자를 쓴 지니도 어제 그 지니고요. 이 애플 스토어는 지니어스 바에 대략 다섯 대의 맥북/프로를 두고 서비스를 진행하는데 보통 네 군데로 나뉘어 서비스가 진행됩니다. 왼쪽 둘은 맥 서비스, 오른쪽 둘은 아이폰/아이팟 서비스를 진행합니다. 비니를 쓴 지니와 사진에 안 보이는 다른 지니가 맥을 담당하는 지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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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시간보다 일찍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너무 일찍 간 관계로 매장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위 사진은 기다리며 찍은 매장 안 풍경입니다. 예약 아이맥 바로 앞에서 찍은 것인데 저 테이블은 1:1 예약을 한 손님을 위한 테이블입니다. 비교적 나이가 드신 저 하늘색 티셔츠의 스태프는 ‘specialist’라는 표시가 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손님에게 상세한 맥 사용 방법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맞은 편 손님들도 담당 스태프에게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복잡한 지니어스 바 앞과 달리 매장 안은 전체적으로 한산했습니다. 이 때 시각이 약 세 시 정도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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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옆으로 옮겨서 찍어 본 풍경입니다. 매장 안에는 가족들, 연인들, 남녀노소 등 ‘종류’도 다양한 손님들이 오고 갑니다. 왼쪽 아래에는 아이들용 아이맥이 두 대 놓여 있습니다. 처음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애플 체험 센터가 생겼을 때 아이들용 아이맥이 놓여 있었던 기억입니다만, 이후 바뀌면서 이러한 배치는 없어졌습니다. 위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반대편에는 벽 하나가 온통 소프트웨어 박스를 담은 선반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자연스레 매장에서 물건을 구경하고 즉석에서 구입을 하며, 이런저런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애플 스토어. 꼭 애플이 아니어도, 컴퓨터가 아니어도 좋은 사례로 연구해야 할 사례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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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시각은 세 시가 넘어서였지만 지니어스 바는 생각보다 혼잡했고 처음 사진에서 본 남녀 손님의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는 무슨 문제인지 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윽고 시간은 지나 네 시 경.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제 차례는 다섯 번째입니다. 제가 처음 도착했을 때 일곱 번째였는데 시간이 지나도 영 줄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예약 시간보다 빨리 볼 수 있겠다 싶었던 기대는 슬슬 반대로 바뀌어 예약 시간 네 시 사십분을 넘길 것 같았습니다. 이 때 안 일이지만 당일 예약도 가능한데 그건 이미 상황 종료된 일었고요.

현재 맥 파트를 담당하는 지니는 머리가 길고 약간 배고 나온 지니와 비니를 쓴 지니 두 사람. 머리 긴 지니는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를 붙잡고 수십 분을 서류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눈이 여간 날카롭지 않아서 아무래도 뭔가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제품 의뢰를 하러 온 남녀도 한숨을 간간이 섞고 앉아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비니를 쓴 지니가 담당한 손님은 대학(원)생으로 보이는 백팩을 맨 15″ 알북 사용자. 그냥 상태 점검하고 바로 맡길 것 같았던 상황이었지만 웬걸, 시간이 꽤 걸립니다. 매번 확인하는 바이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기다림은 정말 익숙해 보입니다. 이 사람들이 잘 참는다기 보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머리 긴 지니가 담당하던 남녀 손님이 자리를 뜹니다. 그 지니는 들릴 정도로 한숨을 푹 내 쉬고 묵묵히 흰 맥북 키보드에 열심히 손을 놀립니다. 아직 제 차례는 아니지만 저 지니에게 제 순서가 오면 별로 좋을 게 없어 보입니다. 제게 화를 내지는 않겠지만 어제 앞서 지니들에게 확인한 것도 있고, 제 상황을 설명할 능력도 부족하니 가급적 기분 좋은 지니에게 보이는 게 낫지 싶었습니다.

갑자기 지니어스 바 쪽이 한산해 지면서 호명되는 손님들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섯 번째 올라있던 제 이름이 슬슬 앞 순서로 변경됩니다. 어떤 지니일까, 제발 비니 쓴 지니에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되뇌입니다. 이윽고 15″ 알북 사용자가 자리를 뜨고 새 손님이 호명됩니다. 아, 제 차례가 아닙니다. 제 바로 앞 번호입니다. 다시 수 분여 기다림. 오렌지 색의–콘시어지로 보이는– 스태프가 제게 다가와 몇 번이냐고 묻습니다. 지니도 아니면서 왜 묻지 싶었는데 대답을 하고 옆에서 보니 매장 책임자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제 앞 다른 손님을 호명하더니 이윽고 머리 긴 지니가 나타나 맥북을 들여다 보면서 제 이름을 부릅니다. 으, 저 기분 안 좋은 지니가 내 담당이라니…

심호흡을 하고 설명을 하려던 찰나, 아침부터 준비한 온갖 설명 멘트가 깡그리 머릿 속에서 지워졌습니다. 이런 이런… 천천히 맥북 에어를 백팩에서 꺼냅니다. 에어가 처음 선 보였을 때 돌풍을 일으켰던 마닐라 봉투 모양의 슬리브를 꺼내 탁자 위에 놓습니다. 바로 옆 비니를 쓴 지니는 저를 기억하고는 관심있다는 듯 제 에어를 흘긋 곁눈질 합니다. 안 될거라고 한 제품의 상태가 궁금했을테죠.

걱정과 달리 머리 긴(길고 배도 나온) 지니는 제 얘기를 천천히 들어줍니다. 원래 준비했던 설명은 좀 길었는데 머릿 속이 텅빈 상태라 바로 액정을 보여주며 어제 설명한 것과 똑같이 얘기를 했습니다.

슬리브를 아래에 깔고 에어를 내려 놓았는데, 아, 이 지니는 뭔가 아는 듯 합니다. 최대한 제 사용 습관을 배려합니다. 에어 액정을 보기 위해 에어를 들어 올리는 모습이나 다시 내려 놓을 때 모습 등, 분명 이 사람은 오랫동안 맥을 써 왔고 저 같은 맥 사용자의 습성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충분히 배려된 느낌을 받으며 설명을 했는데 이윽고 이 지니가 대답합니다.

“수리 해 드리겠습니다.”

“네? 수리 된다고요? (반신반의하며, 그러나 분명 된다고 했으니 다른 대답 못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왜요?(라고 물었습니다. ㅎㅎ) 어제는 안 된다고 했는데(옆 비니를 쓴 지니를 흘긋 쳐다 봅니다. ㅎㅎ)…”

“이건 손님 과실이 아니니까요. 액정 문제네요.”

“아, 정말인가요. 고맙습니다X100”

기분히 확 날아오를 듯 좋아졌습니다. 예상 외로 순순히 수리 판정을 해 준 지니. 애플 스토어 및 스태프 시스템에 대한 장점이 돋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젊어 보이는 이들에게 주어진 권한이 꽤 커 보였고 예약과 기다림의 순간이 힘들어도 판정 및 수리 절차가 생각보다 간명하여 기다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는 듯 생각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지니는 제가 설명을 하지도 않았는데 맥북으로 서류 작업을 하며 제가 편한 날짜에 언제든 제 맥을 갖고 와서 수리를 맡기라고 합니다. 액정 문제는 당장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고 통상 수리는 5-7일 정도 걸리니 그렇게 말한다고 하였습니다. 요구하기 전에 제 마음을 헤아려 답변을 척척해 주는 지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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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분도 잠시. 이내 평정을 되찾았습니다. (믿으실 지 모르겠으나) 내내 에어 액정 수리 여부에 대해 마음이 쓰였으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미국 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판정 및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고 이런 과정을 주위 사용자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마냥 좋아하면서 웃고 있을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아까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 때부터 유심히 지켜본 바, 위 사진의 왼쪽 머리 긴(배도 나온) 지니는 저 흰 맥북으로 꽤 오랜 작업을 합니다. 도대체 어떤 화면일까 그것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이제 제 수리 판정도 내려졌겠다 본격적으로 탐구에 들어갑니다.

말을 않고 옆에서 같이 화면을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사진은 찍지 못 했습니다. 한국의 애플 사용자와 환경에 대해 관심있는 모습이었습니다만, 한국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 내가 속한 포럼에 이 광경을 ‘리포트’해야한다고 사전 양해를 했지만, 화면은 안 된다고 하면서 맥북을 돌려 테이블 뒤로 돌아가더군요. 그게 위 사진 모습니다. 원래는 바로 제 옆에서 맥북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돌아 들어가기 전, 바로 옆에서 본 지니의 맥북 화면을 기억해 보겠습니다. 일단 사파리입니다. 처음에는 아이튠스인 줄 알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주소창이 보이는 사파리인데 화면 내용 상단에 아이튠스처럼 큼지막한 상태 표시 창이 있습니다. 그 아래에 각종 폼으로 이루어진 화면이 떠 있고 (아마도) 손님과 제품 정보를 담는 칸으로 꽉 차 있습니다.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나 했던 의문도 풀렸습니다. 웹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어서 해당 제품을 조회하고 입력하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걸리는 듯 했습니다.

머리 긴 지니는 자신의 명함–은색 애플 마크가 빛나는–에 수리 번호를 적어 제게 주었습니다. 다음에 올 때 이 번호를 알려 주면 바로 맡길 수 있다고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보증 기간 내 언제든 제 편할 때 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나오는 길, 따뜻한 봄날씨에 절로 콧노래에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참, 오늘 모두 해결되었으니 내일 예약은 취소해야 합니다. 잊은 채로 나왔다 애플 스토어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지만 웃음은 가시지 않습니다. 앗싸!

7. 결론

구경만 하던 미국 애플 스토어. 며칠 동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수리 판정 경험을 해 봤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언어 장벽 문제도 있겠지만 문제 발생과 수리 여부 결정까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비단 저 뿐 아니라 지니어스 바에서 목격한 여러 사용자들을 보고 있으니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애플 스토어의 스태프들, 특히 지니어스 바의 ‘지니’들은 겉으로 보이는 자유로운 모습과 달리 소비자에 대해 큰 권한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태프끼리 의견 교환을 하지 않고도 독자적인 판단으로 수리 여부 판정을 해 주면서 기다림에 지친 손님에게 더 이상의 고통은 요구하지 않았고, 즉석에서 수리까지 해 주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위 사진에서 흰 아이맥은 즉석 수리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사용자가 보는 가운데 진행하더군요.

시스템이야 어떻든, 소비자가 원하는 환경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빠르고 명확한 서비스가 아닐까요. 제가 경험한 미국 애플 스토어는 비록 예약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며칠 기다려야 하는 일은 기본이지만, 일단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받는 서비스는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앞 사람을 기다리면서 힘들었지만 막상 제 차례가 되자 충분히 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고요. 수리 판정도 바로 해 줄 권한을 갖는 스태프이다보니 설명을 되풀이할 필요도 없었고 매우 빠르게 일 처리가 되었습니다. 빠르지는 않아도 명확한 서비스를 함으로써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우리 경우를 떠 올려 봅니다. 예약이라 할 수 없는 당일 번호표 시스템입니다. 약간 기다리기는 해도 오늘 바로 의뢰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속도는 빠른 반면에, 수리 여부 판정은 오늘 받기 어렵습니다. 상황 설명을 하고 입고를 한 후 입고증을 받으면 수 일 내에 문자나 전화로 판정 여부를 설명 듣고 그 다음 과정이 진행되는 시스템입니다. 오늘 처리’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오늘 판정은 ‘안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어느 방법이 좋을지는 정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지니어스 바 형태는 아니라 할지라도, 이들의 수리 판단 권한이 생래적이 아닌 교육과 훈련에 의한 것은 명확한 이상, 우리나라 애플의 수리를 담당하는 곳도 교육과 훈련에 의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 제가 잘못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 제 경험으로는 수리 담당 기사께서 단독으로 판단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해 주시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만…

제목과 달리 최종 수리까지 해 본 경험기는 아니어서 송구스럽습니다. 제 에어를 다루는 품새나 입고된 제품을 포장지에 담아 안으로 들고 들어가는 것으로 봐서는 미국 애플 수리 기사들도 꽤 조심스럽게 제품을 다루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언제고 제가 일주일 정도 에어 없이 살 수 있을 때 수리를 맡겨서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해 봐야겠습니다.

직업이 존재를 규정한다

Friday, March 14th, 2008

http://gatorlog.com/?p=943

제목 그대로 베껴오면 이상할 것 같아서 바꾼 제목을 달아 본다. 위는 아거님의 블로그 중 해당 글 주소.

도대체 뭔 소리?

(다행이다. 옆 자리 동료가 철학과 졸업자! 얻어 들은 바를 내 식으로 풀자면)

(아래 어디 글에서 내 아이디 얘기도 했지만) 이제껏 내 직업으로 내 존재를 알리겠다, 스스로 내 존재를 완성해 가겠다라고 생각하고 살아 온 나로서는 반대로 생각해 본다. 존재로 직업을 규정해 갈 때는 아니지 않을까. 앎의 끝이 어디일까. 내 존재를 완전히 안다는 게 불가능한 현실에서, 즉 나날이 새로운 나를 느끼며 (대개 타협적, 비겁함으로 바뀌는 것 같아 불안하지만) 내 존재의 ‘존재’에 대해 놀라는 현실에서 ‘나’를 앎으로 ‘행함’을 이뤄가겠다, 완성해 가겠다 하는 것은 호사가 아닐까. 나랑 친한 ‘누구’ 말로는 ‘철없는 소리’라고 늘 면박을 주던데…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달리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내 존재를 내가 규정함으로써 내 행위/삶에 대한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누군가 내 존재를 탐구하고 내 ‘행위’를 규정해 주는 수고는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 아닐까. 똘망한 눈길로 ‘아빠’를 외치는 우리 두 넘의 아들들도 내가 넥타이를 멜 때와 청바지+운동화를 걸쳤을 때 회사, 학교로 아빠의 행선지를 구분하는 놀라운 직감/판단력을 가졌는데 과연 이들의 그런 이해와 ‘이해(배려)’가 어린 아이들이어서만이겠는가.

소통의 대상인 타인에게 내 존재를 봐 달라는 말은 내 짐을 져 달라는 소리로 들릴까 두렵다. 내가 뭘 하는지 봐 주는 관심/배려를 고마워해야 하는 세상이 지금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지 않은가. ‘나쁜 놈 홍길동은 도둑’이라는 말과, ‘도둑 홍길동은 나쁜 놈’이라는 말 중에서 어느 편이 와 닿는가. 세상은 후자에 더 편하게 반응하지 않을까. 타인을 편하게 배려하는 내 ‘존재’는 좀 더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블로깅이, 새롭게 존재를 규정해 가는 도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점점 더 블로깅으로 직업/행함을 만들어 가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직업으로 블로깅을 하면서 실착하는 사례도 보인다. 위에 친한 ‘누구’는 요즘 내 ‘컴퓨터로 읽는 행위’에 대해 잔소리가 현저히 줄어 들었다. 되려 잘 해 보라고 격려도 해 준다. 뭐가 될 지 노심초사 7년을 날 ‘따라다녔는데’ 이제는 ‘내가 누군지’ 제대로 알아 가라고 등을 떠 민다.

그럼 맥북 에어. 그걸 사야 한다. – -;; 내 존재를 규정해 주는 다른 고마운 툴, 애플. – -;;

ps. 아거님 블로그에 ‘디카’님이 답글을 다셨다. 게다가 내가 올린 글타래 링크도. 우연이 아니다. 맥북 에어… – -b

[composed and posted with ecto]

Pro

Thursday, February 28th, 2008

http://www.apple.com/pro/profiles/
http://www.apple.com/business/profiles/
http://www.apple.com/science/profiles/
http://www.apple.com/itpro/profiles/ 

프로. 전문가라고 하면 좋을까. 가끔 위 사이트들을 가 본다. 여러 모양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이야기에 매킨토시를 버무려 놓고 있다. 다분히 애플 제품 홍보 사이트라는 면이 두드러지지만, 그런 유치한 생각은 접고 일단 그 내용에 빠져 본다면 여러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고 각자 자기의 분야에 맞는, 최소한 비슷한 경우를 찾을 수 있다.

전문가. 용어의 혼란이 심한 현대 사회에서 글을 쓰거나 접할 때 한자말을 되새기게 된다.

그 집으로 들어가는 오로지 하나의 문이라고 하면 될까. 국어사전의 말 풀이에 의하면 <집중 연구 + 지식/경험 풍부>로 요약할 수 있다. 집중 연구한 이력이 있어야 하며 그 지식과 경험이 풍부함을 증명까지 해야 전문가 소리를 들을성 싶다.

자칭 전문가입네, 전문가연 하는 사람들이 극도로 늘어난 현대사회지만 여전히 전문가에 대한 대접은 융숭하고 그 전단계로서 평가는 물렁한 편이다. 게다가 불행히도 아직 전문가군에 포함되는 직업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19세기에서 20세기 어디 쯤에 머물러 있어서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 행세를 하기란 생각보다 쉽다. 얼마 전 신 모 씨의 경우도 바로 이런 전문가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그가 집중 연구하여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었는지, 그런 요소들이 발휘되었는지, 또한 그런 지식과 경험이 어떻게 채용과 사회적 지위 획득에 기여했는지, 아니면 반대로 지위를 가짐과 동시에 그런 것들이 자동 부여 됐는지 등, 여러 사회 병폐와 맞물려 새로운 전문가 상을 조명할 기회를 잠깐이나마 언론에서 제공해 준 바도 있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들어 온 박사, 즉 박사 학위에 대한 부모님, 특히 아버지 및 친가 계열 분들의 열망은 가히 높고 높아서, 지금 내가 자랑스러워 마지 않는 내 아이디 독초, doccho도 여기서 비롯된 내 고뇌의 결과물이다. 애플 열렬 사용자로서 ‘부끄럽게도’ 이 아이디를 처음 사용한 것은 인터넷이 막 대중적으로 태동한 시기, 1990년대 초반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름 심혈을 기울인 MSN, Microsoft Network, 서비스였다. 당시 하이텔 아이디를 바꿔주는 단발 행사가 있어서 그 뒤 내 아이디는 doccho로 오로지 되었다.

독초. 어디 가서 내 아이디를 말하면 통상 듣던 것은 ‘의사십니까’ 하는 질문이었다. 그럼 내 대답은, 왜 살짝 까칠하게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닥터가 의사만 뜻하는 것은 아니지요’하는 것이었다. 당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만든 그 아이디는 Ph. D. doctor의 세 글자를 따고 내 성 cho를 뒤에 붙인 것인데 그 전에 봤던 ‘백투더퓨처’라는 영화에서 극중 마티가 ‘닥’하며 브라운 박사를 부르는 데서 그 쓰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전까지는 나도 닥터=의사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어른들 세계에 대한 반발은 당시 내게도 당연한 것이지만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송가 ‘박사’는 어린 내 머리에도 오랫동안 인이 박혀서 그런 것인지 좋은 뜻으로만 해석되어 있었다. 박사=전문가=교수 등등이 아니던가. 뭐든 자신의 필요와 흥미대로 뜻을 펼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모두에게 인정 받을 수 있는, 지금도 내가 최고로 꼽는 학자적 명예를 가장 일선에 놓을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 바로 박사, 교수 등의 전문가였던 것이다. 한창 청춘을 고민할 때 (지금도 이렇게 회자되는 지 모르겠지만)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 하는 기초적 전제에서 봐도 ‘박사’는 최고의 직업군이라 여겨졌다.
요즘 누구 말로는 부부 교수 25년에 3-40억은 축에도 못 든다는 말이 있지만 난 그 때도, 지금도 돈이 우선일 수 없다고 여긴다. 자식 키우는 아버지 입장에서 달리 말할 거리는 있지만 그건 본질과 다른 논외로 하고.

그제 사무실 후배에게 말한 바 있는데, 학연, 지연 등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게 작동하는 기제이고, 여전히 그 표지는 사람을 평가하는데 최우선으로 고려되고는 있지만, 과거와 달리 그 표지와 다른 표지를 먼저 선 보이며 평가를 요청할 때 ‘치워’라는 인식은 사라져 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대표적으로 이런 블로그를 보자. 어디서 나고 자랐고 어디 나왔는지 (여전히 중요할 수 있겠지만) 먼저 그 요소를 놓고 글을 판단하지는 않는다. 최고의 만화를 그려도 졸업장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여전하다해도 대중은 그 만화가를 여전히 뜨겁게 사랑한다는 사실도 우리는 소위 ‘넷심’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의 발단은 맥북 에어다. 상주하다시피 하는 알비님의 포럼에서 맥북 에어에 대한 글이 활발히 올라오고 자연스레 나도 ‘프로’가 아님을 선언하고 ‘에어처럼 자유롭게’ 살아 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저런 고민 끝에 일단 기존의 ‘프로다움’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 것이다.

(맥북 프로를 쓰면 프로고, 맥북을 쓰면 프로가 아닌 ‘범인’이다라는 유치함은 여기에 발 붙일 곳이 없다. 이렇게 한 자락 깔아 놓아야 하는 세태와 글로 전달하기의 어려움에 아쉬움은 남지만 읽는 자나 쓰는 자(나 자신)나 모자라긴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불가결한 일로 생각된다)

프로다움. 전문가다움. 다시 뜻풀이에 기댄다면 연구(공부)와 그로 인한 지식/경험의 우러남에서 그 ‘움’스런 기운이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전에는 그런 연구, 지식, 경험이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 그리고 알량한 졸업장으로만 확인되고, 확인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학연, 지연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중요하게 작동되는 그 기제와 별도로 다른 기제가 함께 돌아가고 인정 받을 수 있는 시대이다. 반대로 졸업장만으로, 박사학위만으로 25년을 교수라고 떠들고 다닐 수도 없다. 이미 우리는 전과는 다른 검증과 평가의 패러다임 변화를 맞이했다.

맥북 프로를 쓴다고 전문가이겠는가. 사진기를 무시로 갈아치운다고, 자칭 사진 전문가입네 교수입네, 한들 그게 전문가이겠는가. 도구는 익혀 쓰는 손에 따라 다른 가치를 내 뿜는 것이고 내가 캐논 D1을 써도 그건 그냥 일개 사진일 뿐, 작품이 아니다. 과연 내가 지향하는 전문가로서 가치가 ‘움’스럽게 나타나려면 얼마나 공부하고 경험으로 보여져야 할까. 나는 10여 년을 애플 제품을 써 왔으므로 애플 전문가일까.

시대가 인정하는 ‘프로다움’은 어느 정도일 지 궁금하다. 진정 맥북 프로가 어울린다는 얘기를 들으려면 얼마나 더 가야할까. (실제로 이사가 된 사례를 빗대) 주변에 잠시 ‘자기 기안’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이런 자기 기안 내지 기만 없는 진정한 전문가의 도구는 뭐가 되어야 할까. 오늘의 의문이다.

[composed and posted with ec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