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 그렇다. 1

May 12th, 2009 | by doccho |

비용 줄이고 환경 살리고… 미(美) 대학들 “두꺼운 교과서, 전자책으로 대체” –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이제 겨우 10여개월 살아봤는데 이런 소리하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그런데 오지랖 운운 소리 들을지라도 하고 싶은 얘기가 종종 생긴다. 바로 위 내용처럼 엉뚱한 얘기를 들을 때다. 나도 전에는 ‘그런가보다, 미국 좋네’ 등 그냥 수용자 입장에서만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 좀 더 보고 생각하게 된 바를 얘기 안 할 수 없는 것이다.

얼마 전 아마존에서 킨들 DX를 발표했다. 킨들 2 발표 석 달이 채 안 돼 새 기종을 발표한 것이다. 뉴욕의 유서 깊은 페이스 대학에서 발표를 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신문과 책 대체 수단으로 킨들 DX를 내세우려는 전략을 돋보이게 하려는 것이었다. 뉴욕 타임스 최고위층도 왔다지, 아마.

나는 미래에 종이 신문과 책을 대체할 기술이 나올 것이라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아니 찬성하고 그렇게 나오리라 생각하고 적극 지지한다. 그렇게 돼야 한다. 되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를 대체한다고? 그게 가능할까? 적은 시간과 경험이지만 내가 지난 두 학기동안 여기서 본 이 곳 학생들의 공부 방법은 나와는 천양지차여서 놀랐다. 각 개인의 호불호에 따를 일이지만 교수님을 비롯해서 학생들 상당수가 교과서에 형광펜 잔치를 벌인다. 색깔별로 아주 색칠을 한다. 중요한 것만 챙기는 것도 아니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나와는 아주 다른 방법이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참 부담스럽다. 책도 오죽 비싼가. 내용도 많고 질도 괜찮은 종이지만 교과서 한 권에 10만원, 아니 20만원이 넘다니 참 기가 찰 일이다.

킨들은 아니다. 지금 그 킨들 DX는 아니다. 이런 학생들의 공부 습관을 일거에 바꿀 수도 없고 킨들이 그런 공부 습관에 맞춘 환경을 제공할 리도 만무하다. 기사에 나온 일부 몇 대학이 아주 초기의 시험 단계에 참가하기로 한 것일 뿐이다. 아직 시작도 안 된 일이다.

위 링크 기사를 보면, 기본도 안 됐다. 첫 문장과 다음 문장의 내용이 맞지 않다. 대체하고 있는데, 프로젝트에 참가하기로 한 건 말이 안 된다. 대체할 전망이라고 하면 모를까.

하루 아침 일도 아니고 신문의 질 저하는 예전부터 있던 일인데 굳이 이 기사에 거품을 무는 이유는? 물론 킨들에 관심도 있고 조선일보에 관심도 있어서다. 나처럼 매일 조선일보 사이트에 자주 접속하는 사람도 많이 않을 듯 하다. 그래서 불편하다. 저렇게 호도하는 내용이, 그리고 비겁하게 싸구려 냄새나는 제목 장사가 너무 불편하다. 따옴표를 찍는 방법도 모르고 그걸 비겁하게 이용하려는 얄팍한 수도 너무 뻔하고, 한 마디로 기자라고 개목걸이하고 다니고 팔뚝에 완장 차고 다니는 그치들의 뻣뻣한 목언저리에 비해서 허접하게 ‘생산’되는 그 글들이 불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안 그렇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기들 편한대로 이렇다, 저렇다 갖다 붙이면서 별 생각없이 글자 몇 가 끄적대며 수 천 만원 연봉 챙기는 그 기자 정신의 이면에 서 있는 미국의 허상. 그 허상은 너희들의 바람일 뿐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온갖 부조리며 인간 허투루보는 족속들이 즐비한 이 정글 같은 곳에 그냥 그렇다더라 하면서 끄적여 대는 한심한 글로 속 상하고 위에서 쪼임받고 허튼 자료 조사해야 하는 우리 군상들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아이폰 관련해서 멋대로 구는 힘있는 작자들의 횡포에 열 받다가 저 기사에 그만 이렇게 적고 만다. ‘정줄놓’ 시리즈 끝내며 열 그만 받기로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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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to “미국, 안 그렇다. 1”

  1. By forist on May 12, 2009

    제가 16개월전에 유학 떠나면서 들은 말이
    “미국… 참 나쁜 놈들이다” 였습니다. 제 친형이 한 말이라 그냥 웃어넘겼죠.

    한 16개월 이 곳에서 살아보고 드는 생각이
    “미국… 참 나쁜 놈들 많다” 입니다.

    이들의 진절머리나는 이기주의와 천박한 자본주의 때문에 한 세대 이내에
    쓴 맛을 보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드는 곳입니다.

    왜 그렇게 유럽 사람들이 아메리칸들을 무시하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고나
    할까요?

  2. By doccho on May 12, 2009

    사실 말 하기가 참 조심스러운 내용입니다.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30대 후반 부터 40대 초반까지, 꽤 배우고 ‘기술’ 있는 분들의 미국행이 줄을 잇는다고 합니다. 못 가서 힘들어도 하고요. 저도 그런 심정 충분히 알았고, 이해합니다. 그런만큼 우리 사회의 문제나 어려움들을 몸소 겪고도 있고요. 제 아이들이 이제 9, 7세니까 웬만큼 알고 있다고 해도 주제 넘은 얘기는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꿈과 희망을 갖고 이 곳에 왔지만,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현실과 장벽이 많다는 생각이, 그동안 들었습니다. 이 사람들 순박하고 착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면과 또한 그렇지 않은 사람들, 자신의 얄팍한 경험이 모두인 것처럼 자기본위의 생각과 강압적인 ‘도움주기’ 등 배려와 깊은 양심의 소리가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제가 있는 지역은 한국 교민이 많은 곳인데 이민 생활 30년에 남은 게 손에 없다는 얘기도 들리고 한국 사람끼리 조심해야 한다는 소리도 들리는 걸 보면, 한국 사람들의 본심의 문제라기보다 이들이 낯설은 이 곳에서 얼마나 ‘단련’되어야만 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절약도 없고 소비라는 두 바퀴 자전거가 비틀거리는 모습이 정말 미국, 우리가 신문 방송에서 매일 본 미국이 맞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그렇다더라, 미국에서는 안 그렇다, 미국, 미국, 미국~ 외치는 저런 한심한 기사를 보면 더 속이 상합니다. 나오면 다 애국자 된다는데 그 정도는 아니어도 우리가 기 죽고 괜한 부채감이나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3. By doccho on Sep 28, 2009

    http://www.engadget.com/2009/09/28/china-unicom-readies-october-1st-iphone-launch/

    역시나 생각했던 바대로 평가가 나왔습니다. 현재 모습의 킨들이 교과서를 대체한다? 절대 만무한 일입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 지 주목해야 할 일이긴 합니다.

  4. By SmummaExamn on Sep 1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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