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정기 일과
March 26th, 2011 | by doccho |대략 지지난 주부터 내 토요일 정기일과가 하나 생겼다.
바로 아침 장 보기. 스프라웃이라는 동네 식료품점이 있다. ‘파머스 마켓’이라고 이름 붙은 농장-시장이어서 여러가지 채소, 과일, 육-유제품들을 판다. 올개닉, 유기농 상품도 꽤 많은 편이고.
이 스프라웃에 매 토요일 아침에 혼자서 차를 몰고 간다. 집에서 대략 5분 거리. 집에서 내린 일은 대략 우유, 계란, 빵을 사오는 것. 특히 빵의 경우 요즘 마늘빵에 맛이 들었다. 단돈 2불. 우리 다섯 식구가 두세 끼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양이 많다. 이 마늘빵은 정육-빵 코너에 가서 주문을 하면 즉석에서 빵에 마늘 소스를 발라 만들어 준다. 이걸 갖고 와서 집에 있는 오븐에 구워 먹는 것이다.
우리가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에 어떤 반찬이든 왕의 밥상으로 여기듯 이렇게 갓 구운 빵은, 이제까지 맛보지 못 한, 그래서 이제까지 스스로 ‘빵맛’이라고 여기던 그 맛이 진정한 빵 맛이 아니었음을 알게 해 주었다. 한 살배기 꼬맹이까지 이 빵을 즐겨 먹으니 가히 우리 집 보배로운 아침식사다.
가족들이 즐거워할 것을 기대하면서 아침 장을 보는 아빠 심정, 참 좋다. 주책스럽게도 빵 코너 중국인 아줌마한테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 토요일 아침 스프라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오늘 토요일, 오늘은 또한 신선한 커피 콩을 받아 즉석에서 갈아서 커피를 사 왔다. 역시 단돈 2불어치. 이 정도면 아내와 나 둘이서 이삼 주는 먹을 것 같다.
소소한 행복.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 우리 모습. 토요일 아침에 내가 소중히 그려보는 그림이다.
By forist on Mar 26, 2011
sprouts, 그 이름처럼 작은 행복들이 싹 트는 토요일 아침을 그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유, 계란, 빵, 아이, 커피, 그리고 가족. 제가 좋아하는 단어들을 많이 써주시니 그 또한 감사합니다. ^^ 때 마침 앞 마당에 아이들과 함께 심어놓은 꽃씨에서 새싹이 터 올랐습니다. 작은 행복이 더 크게 다가오는 토요일 오후입니다.
By doccho on Mar 27, 2011
여기 신학교 덕에 한국인 유학생, 특히 오랜 기간 유학을 직업처럼 살아오신 가정을 많이 뵙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전 턱없이 새내기인데요. 별 발전없는 하루하루가 가끔 댕~ 하며 소중하게 다가올 때가 있는데, 이번 주말이 그랬습니다. 옆 동네 분들한테 많이 배우고 있고요. 이렇게 답글 남겨 주시니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고요.
방문 고맙습니다~
By skaface on Apr 3, 2011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저 또한 이곳 서울에서 토요일 아침마다 코스트코에 가서 장을 보고 휴일날 입을 셔츠와 면바지를 사고 육류코너와 과일코너에서 일주일치 식량을 사는 그런 가장의 모습입니다. 다만 주말 쇼핑인파에 묻히지 않기 위해 아주 이른 아침부터 움직여야 한다는 점만 빼고 만족합니다.^^
By doccho on Apr 3, 2011
답글 고맙습니다. 저는 대략 8시 경에 장보러 갑니다. 아침에 가면 상쾌하기도 하고, 토요일 아침은 내가 책임진다, 뭐 그런 ‘사명감’스러운 생각도 하고요. ^^ 코스트코, 한국에서는 필수 코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침 일찍 가신다면 피곤은 해도 대신 좀 상쾌하고 가뿐한 장보기는 가능하시겠지요? 사람이 워낙 많이 몰리는 곳이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