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hone in the U.S.; Registration

September 20th, 2008 | by doccho |

미국에 온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8월 15일 오후 3시에 공항에 내려 후배 집에서 하루 쉬고 바로 다음 날 ‘지른’ 것은 바로 아이폰 개통이었습니다.

개통 전에 고민을 잠시 안 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아이폰이, 또한 아이폰 플랜이 그리 싼 가격이 아니라는 말을 들은 바 있고 해서 부담스러운 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저지른 아이폰이었고 2년 계약이라 해도 소위 ‘공짜폰’ 계약 기간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 기왕에 왔으니 초기 정착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하고, 생각보다는 전화기 없는 일상이 방금 도착한 이방인에게도 쉽지 않게 여겨져, 빠듯한 준비 및 일정 때문에 이리저리 고르지 못 할 바에는 이미 단말기가 있는 점이 장점이라 여겨 바로 아이폰 개통을 시도했습니다.

블록마다 즐비한 동네 몰(mall) 중에서도 특별히 유용한 ‘모음집’ 격이라 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후배 집은 Pomona city였고 그 옆 동네 San Dimas의 Target과 AT&T Corporate Store가 있는 곳도 그러한 유용한 모음 중 한 곳이었습니다.

AT&T 가게에 들어가려니 새삼 떨림을 느꼈습니다. 작년 9월 20일에 소중한 분들의 기막힌 ‘뽐뿌’로 손에 받아 든 아이폰. 이제 바햐흐로 새 생명을 불어 넣어 줄 때가 된 것이었습니다. 미리 검색해서 알아 본 바, GoPhone이라는 Prepaid 서비스가 있는데, 이 서비스는 작년 6월 아이폰이 첫 선을 보일 때도 존재했던, AT&T의 플랜 중 하나로서 당시 아이폰에 적용이 안 되는 서비스였으나 지금은 정식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신용 사회라는 현대 경제 방식에서 선불 방식의 서비스가 필요한 것은 비단 미국 뿐 아니라 어디든 마찬가지일 겁니다. ‘고폰’도 그러한 신용 사회의 틈새를 메우는 방식으로, AT&T 가게에 가 보니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제가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은 이민자들이 많은 지역으로 ‘고폰’ 이용자들이 많을 것이라 추측이 되었습니다. 저만해도 바로 그러한 사용자 중 한 사람이고요.

입구에 들어가니, 그 전에 들렀던 은행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미국의 서비스 기업들의 소비자 응대 방식이 우리와 다름을 느꼈습니다. 높다란 혹은 거리 있는 ‘창구’ 개념을 없애고 가급적 소비자와 가깝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손님을 맞이합니다. 서비스에 필수적이라 할 단말기(대개 모니터)를 옆에 두고 아주 가까이서 손님과 대화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장부에 이름을 입력하고 제 이름이 호명될 때까지 매장을 자유롭게 둘러 보는 동안 아이폰이 꽤 인기 있는 품목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비단 아이폰을 찾는 손님이 많은 것 뿐만 아니라 전시되어 있는 품목도 아이폰의 경우 독특한 부스를 따로 두어 광고 및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폰 액세서리도 제한적이나마 AT&T 마크의 박스에 담겨 팔리고 있었습니다.

반가운 것은 듣던대로 삼성과 엘지 제품이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느낀 것이었습니다. 아이폰을 필두로 전화 단말기의 기능과 패러다임이 바뀌는 점에 대한 대응은 아쉽다 하더라도 이렇게 소비 천국 미국에서 당당히 실력을 겨루는 한국 기업에 대한 마음은,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누그러진 것이었습니다.

이윽고 제 이름이 불리고, 활기찬 AT&T 직원이 무엇이 필요한 지 물어 봅니다. 아이폰을 보여주고 ‘고폰’ 서비스에 가입하고자 한다고 하니 걱정과 달리 당연하게 서비스 되는 것으로 진행을 합니다. 여권으로 신원 증명을 하고 주소를 불러주고 몇 가지 등록을 한 후 긴 영수증 종이를 출력하여 건네 주었습니다. 또한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던 ‘심카드’이건만 이곳에서는 이게 쌓여 있습니다. 하나를 꺼내 들더니 능숙하게 아이폰에 집어 넣고 개통을 시도합니다.

너무도 쉽게 처리 된 터라 내심 불안한 마음으로 확인을 했습니다. 처음에 아이폰은 ‘고폰’ 서비스에 해당이 안 되었지만 지금은 정식으로 하고 있다는 답을 해 줬습니다. 미국의 전화 개통은 한국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만, 번호는 선택이 불가능할 것으로 알고 있던 것과 달리 세 가지 랜덤 번호를 보여주고 고르도록 해 주더군요. 나중에 안 일은, 자신이 원하는 번호도 최대한 해 주는 것으로 말하고요. 7500 번호가 뜨길래 냉큼 선택했습니다. 직원도 웃으며 제가 운이 좋은 경우인 듯한 눈치더군요.

‘고폰’ 서비스는 Pay as You Go와 Pick Your Plan, 두 가지로 나뉘는데 직원은 Pay as You Go 서비스로 등록을 했습니다.

하지만 개통이 쉽게 되지 않았습니다. 자신있게 응대하는 직원의 태도와 주말이고 하니 한 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아이튠스에서 등록하는 거 알지, 하면서 정 불안하면 심 카드를 하나 더 줄테니 집에 가서 직접 해 보라고 하는 말에 가게를 나섰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아이폰에 수신부는 뜨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서 아이튠스에 물려 보니 서비스 되지 않는 것으로 나옵니다.

iPhone_reg_1.png

이 때가 밤 시각으로 매우 난감했습니다. 당연히 된다고 큰소리 친 그 직원이 원망스럽기도 했죠. 우리처럼 동네도 아니고 가깝다 해도 차로 수십 분을 달려간 곳이어서 제 사정을 돌봐주는 후배에게도 다시 가자고 하기도 미안한 마음 등등,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일단 다시 관련 정보를 검색 해 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고폰’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가 많이 나왔습니다. 일단 확인한 것은 Pay as You Go가 아니고 Pick Your Plan으로 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자는 말 그대로 일정 플랜 내용(1분당 얼마의 요금인지)에 따라 자신이 선불로 지불한 만큼만 사용하는 것이었고 후자는 기본 2년 계약처럼 일정 금액이 요금으로 정해진 것이었습니다. Pick Your Plan에는 아이폰 부분이 따로 있고 여기에는 20불의 무제한 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포함된 것이었습니다. 아이폰 플랜은 이 데이터 접속 서비스가 필수여서 그러한 제약이 있는 것으로 이해됐습니다.

Pick Your Plan과 기본 2년 계약의 차이점은 기본 방식은 같되 지불 시점이 선불과 후불로 다르다는 점, 1분당 요금이 차이가 난다는 점, SMS 서비스가 기본인지 여부 등이 다릅니다. Pick Your Plan의 최저 플랜은 49.98불로 기본 통화 시간이 200분이 주어져 1분 당 0.15불의 요금이고 기본 플랜은 약 0.09불로 요금 차이가 많이 납니다. Pick Your Plan의 경우 홈페이지나 가게 방문을 통해 수시로 잔고를 채워 넣을 수 있어 약간 비싸더라도 해당 1분당 요금을 유지하여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는 장점과 Rollover Minutes라 하여 AT&T의 기본 서비스가 제공되어 지불한 내용 중 사용하지 않은 부분이 다음 달로 이월되어 요금 납부가 비교적 자유로운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세금 부과 내용이 차이가 있더군요.

아이폰 3G와 달리 오리지널은 원하는 시각과 장소에서 아이튠스를 통해 개통을 할 수 있습니다. ‘고폰’은 해당이 없었지만 현재 정식 서비스가 되어 개통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정식 서비스라 하더라도 우회 방식이 요구되었습니다. 바로 SSN, Social Security Number 확인 과정인데 사회보장 번호라고 해석되는 이 번호는 미국 생활에서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와 유사하게 널리 이용되는 번호로서 아쉽게도 지난 9/11 사태 이후 외국인에게는 발급 불가가 원칙으로 정해져서 여러가지 불편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이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소셜 번호’로 신용 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신용 조회가 통과되면 2년 계약 과정으로 들어가게 되고 통과되지 않을 정도의 신용이라면 ‘고폰’으로 넘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소셜 번호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맨 처음 아이폰 출시 당시 000-00-0000을 입력함으로써 통과할 수 있던 방식마저도 이제는 소용이 없게 되어 기본적으로 ‘고폰’도 이용 할 수가 없는 처지였습니다. 하지만 검색은 검색. ‘The Most Misused SSN’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 소셜 번호가 외부로 유출되어 여러 사람들이 도용/오용한 번호로 구글링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데 이 번호를 넣으면 신용 조회 과정으로 들어 갈 수 있고 (당연하게도) 신용이 안 좋은 것으로 평가되어 ‘고폰’ 서비스 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얻은 결과는 바로 다음 그림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iPhone_reg_2.png

보시는 것처럼 ‘고폰’의 Pick Your Plan 서비스도 기본 플랜처럼 다양한 요금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기본 플랜이 약 60불이니까 위에서 두 번째 옵션이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데 기본 300분 통화에 주말&밤 무료 통화가 500분이 주어져서 기본 플랜의 각 450분, 5000분에 비하면 매우 큰 차이가 있는 내용입니다.

저는 첫 번째 플랜을 선택했습니다. 일단 미국에서 전화를 사용할 일이 당장에는 많지 않을 것 같고 일단 ‘맛’을 본 다음에 업그레이드를 하든, 기본 플랜으로 옮기든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물론 저의 오판은 일주일 만에 드러났고 이후 플랜을 변경하는 것도 ‘완전 책 수준’의 어려운 과정을 겪게 됩니다. 이건 나중에 포스팅 하도록 하죠.

플랜을 확정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뜹니다.

iPhone_reg_3.png

그리고 제게 역사적인 순간이 다음 그림처럼 떴습니다.

iPhone_reg_4.png

개통의 순간이었습니다. 아쉽게도 번호 선택은 안 되었지만 그건 그리 큰 문제가 못 됐습니다.

이로써 제 아이폰 생활은 막이 오르게 됩니다. 처음 가졌던, 전화 기능이 없는 ‘폰’을 쓴다는 묘한 흥분과 달리 실생활에서 전화기로서 자리 매김을 한 아이폰 사용은 생각과 많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제가 가장 많이 쓰는 어플은 구글맵입니다. 물론 한국은 구글맵이 정식 서비스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우리가 한국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간편하게 전화 한 통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미국에서는 사정이 다른 것 같습니다. 가령 이마트를 찾아 간다고 할 때 우선 114나 이마트 대표번호를 통해 입점 위치와 개장 시간을 손쉽게 알 수 있다면, 여기서 Target을 찾는다고 한다면 (제가 얼마 되지 않은 이방인이어서도 그렇겠지만) Target 대표번호, 우리의 114 등을 떠올리기 보다 구글맵을 열어 보게 되는 것입니다. 내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주위 매장 검색을 해 주고 전화번호까지 보여주니 위치 및 관련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폰 등록 과정까지 글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실생활에서 쓰임새 관련한 글을 이어보겠습니다.

그럼,

* 이 글은 http://doccho.nethttp://albireo.net에 동시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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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to “iPhone in the U.S.; Registration”

  1. By 전창묵 on Sep 21, 2008

    앗! 수연님 미국에 가셨습니까?
    혹시 이민 가셨나요? 소식이 뜸한 사이 큰 변화가 있으신가보군요.
    암튼 멀리 가셨는데,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2. By doccho on Sep 21, 2008

    ㅎㅎ 이민 맞습니다. 요즘은 유학도 이민 범주에 넣던데요.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그간 과정을 좀 말씀드려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네요… –;;

  3. By 점선 on Sep 22, 2008

    미국에서의 아이폰 사용에 관해 정보를 찾고있던중, 개통부터 실생활에서의 활용에 관한 님의 글이 참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4. By doccho on Sep 22, 2008

    @점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더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

  5. By inhyung on Sep 23, 2008

    아.. 멀리 가셨군요^^
    학교에서 커피 마시던게 불과 얼마전 같은데..
    몇년사이에 저도 그렇고 생활들이 많이 바뀐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구요 ^^
    종종 이렇게라도 뵙겠습니다.

  6. By doccho on Sep 23, 2008

    인형님, 정말 그 때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는데요…

    방문해 주셔서 고맙고요. 건강하시고. 어쨌든 창묵님하고 이렇게 셋이 모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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