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에어 이야기 4

Thursday, April 30th, 2009

<맥북에어와 넷북 두께 비교. 출처: 플리커>

넷북이 돌풍을 몰아 가고 있다. 언젠가 우리의 전통적인 데이터 분류 및 처리가 웹 기반으로 대거 이동 중이라는 얘기를 한 바 있는데, 그 때 NC(Network Computer, 네트워크 컴퓨터)와 맥북 에어의 관계를 살핀 바 있다. 넷북도 아마 이 범주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위 스마트폰이라는 전화 단말기와 컴퓨터의 결합이 시도되고 있는 요즘, 아직은 전화기와 노트북의 구분이 명확하고 넷북은 분명 노트북의 ‘서브’ 정도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다음과 같은 기사가 눈길을 끈다.

뉴스위크: 애플과 버라이즌, 새로운 기기?

소위 미디어 패드라는 기기가 애플에서 준비 중이고 통신망 사용을 위해 미국 버라이즌 사와 협상 중이라는 얘기다. 아마존 킨들과 비슷한 크기지만 액정은 킨들보다 크다고 전하고 있다.

애플에서 소위 넷북 라인을 내 놓는 것일까?

넷북의 성립 요소가 뭔가. 우선 물리적, 하드웨어의 요소를 보자. 아톰(혹은 유사) 씨피유, 10인치 내외의 작은 액정, 키보드가 넷북의 필수요소다. 씨피유는, 얼마 전 칩 회사를 거둔 애플이 아톰을 쓸까? 킨들이 6인치인데 크기는 비슷한데 액정은 크다고 하니 10인치는 적절한 크기가 될 수 있다. 키보드는?

넷북류처럼 물리적 키보드를 붙인다면 분명 애플제 넷북이라 불릴 것이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은 적다. 이유는 아래에 이어보기로 하자.

다음, 넷북의 소프트웨어 요소를 본다면 주로 웹서핑과 간단한 문서 작업에 쓰이는 것이 넷북의 주용도가 된다. 구글 기어나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대체품으로 나오는 요즘 애플리케이션을 보면 넷북은 확실히 간단한 문서 등의 작업에 적합한 크기와 화면, 배터리 구동 시간 등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애플은 iWork라는 오피스 프로그램을 별매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오피스 맥 버전을 팔고 있다. 애플에서 이런 간단한 작업용 서브 노트북 군을 선보여야 할 이유는 뭘까. 사용자가 필요로 하니까?

결론적으로, 애플에서는 넷북이라는 범주에 들만한 기기를 내 놓지 않을 것이다. 애플은 현재 닷맥을 이어 모블미라는 서비스를 판매 중이고 iWork에 적절히 편리함을 제공하는 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웹 기반의 iWork를 내 놓는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물론 애플에서 꼭 그런 서비스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구글 기어를 쓰라고 애플이 유도할까, 정말?

하드웨어의 비현실성. 미디어 패드에 10인치 액정은 적절하다. 씨피유는 잘 모르겠다. 애플에서 칩 회사를 인수했으니 굳이 아톰을 쓰라는 법도 없을게다. 하지만 무엇보다 키보드가 어울리지 않는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 놓으면서 과거 애플이 컴퓨터 산업에서 혁신적으로 이끌었던 사용 환경에 대해서 되새긴 바 있다. 마우스가 그러했고 아이팟의 휠이 그러했다. 그리고 아이폰을 기점으로 톡 건드리는, 터치 기기를 선 보였다. 여기에 10인치 액정을 달고 키보드까지 딸린 기기를, 미디어 패드라는 이름으로 내 놓을까, 애플이?

결론적으로, ((미디어 패드에 대한 전망은 다른 글로 대체해 본다.)) 애플은 넷북을 만들지 않을 것이며, 작업용 노트북은 맥북 라인이 유일 할 것이다. 10인치 액정에 키보드를 달고 있는 ‘노트북/넷북’은 애플의 제품 라인업에 어울리지 않는다. 현재 나오고 있는 미디어 패드는 키보드보다 터치 방식의 액정이 들어간 다른 기기라는 설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 맥북 에어 때문에 애플은 넷북을 내 놓을 필요가 없다. 위 사진을 보시라. 앞뒤 길이만 좀 길 뿐, 액정은 3인치 이상 크고 키보드는 풀사이즈 방식에다 배터리 구동 시간도 5시간 정도나 되는데 굳이 넷북이 필요할 이유가 무얼까?

가격? 애플 살 때 가격은 가장 하위 고려 요소이지 않았나, 지금까지? 애플을 좋아해서 구입하든 싫어해서 비판하든 가격은 언제나 애플 제품에 있어서 최우선 고려 대상은 아니다. 언제나 그랬다, 좋아 사는 사람은 가격표가 안 보이고, 싫어 안 사는 사람은 이러저러한데 비싸다는 결론일 뿐.

넷북, 애플은 과연?

Sunday, January 11th, 2009

넷북이라는 말이 나온지 한참 되었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Netbook

대략의 넷북 관련 정보는 위 위키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한글 위키에는 아직 등재된 내용이 없네요.

멀리는 1990년대 사이언(Psion)에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대중화 된 것은 재작년부터 선 보인 Asus의 Eee PC 시리즈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작은 제품에 강한 일본보다는 대만 제조사에서 넷북 열풍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Acer 제품도 그렇고요. 미국 제품으로는 HP가 심심찮게 넷북 관련 검색 결과에 등장하기도 하네요.

제 경우 사실 넷북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게도 애플에서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2008년 1월 맥북 에어를 내 놓음으로써 애플은 넷북이 아닌 ‘에어’라는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토록 얇으면서 쓸만한 노트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맥북 에어는 파격적이었습니다. 과거 NC라는 개념을 이어 받은 진정한 노트북이 바로 맥북 에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아래와 같은 제품의 소니 코리아 발표가 있었습니다.

97523_p_a01-400.jpg

http://vaio-online.sony.co.kr/CS/handler/vaio/kr/VAIOPageView-Start?PageName=notebook/enjoy/20090108.icm&ProductID=20090108

위 링크에서 자세한 사항을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1.ap.dell.com/content/products/category.aspx/laptop-mini?c=kr&cs=krdhs1&l=ko&s=dhs

델도 좀 지나긴 했지만 넷북 라인을 내 놨습니다. 미니 9, 미니 12 제품인데요. 각각 화면 크기로 이름을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델은 미국 본사도 그렇지만 한국 가격도 좋아 보입니다. 불과 몇 달 전 애플도 가격은 괜찮은 편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융통성이랄까, 한국 시장의 한계랄까, 여하튼 아쉽습니다. 누굴 탓할 수는 없겠지만요…

이외에도 넷북의 대중화를 이끈 Asus, HP 등의 이름이 넷북 관련 검색어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고요. 진정한 피씨 노트북 계열의 장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를) 레노보는 ‘아이디어 패드’라는 이름으로 넷북 라인을 선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위 두 회사, 즉 소니와 델의 ‘넷북’ 시장 참여는 시사하는 바가 커 보입니다. 제 편견일 지 모르나, 미국하면 델, 일본하면 소니가 떠 오르지 않을까 싶은 게 그 이유입니다. 물론 각자 대표하는 지점을 바라보고 평가할 때 그렇다는 말이 되겠고요. 묵직함에 견주어 가격 경쟁력이 있는 델과 전통의 기술 명가(라고 아직 부를 수 있는) 소니의 넷북 바이오 P, 이 두 제품이 던져주는 넷북 시장에 대한 관심과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소니의 바이오 P는 여타 회사 제품과 차별화 되는 지점이 확실해 보입니다. 우선 가격이 그렇고요. 화면도 그렇습니다. 가로로 긴 화면에 짧은 세로 비율. 손목 받침대가 전혀 없는 모양. 아직 확실한 우위를 보이는 제품이 없다 보니 ‘소니적’ 발상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관건은 가격인데 넷북이라는 제품의 지점에서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가격인지 지켜봐야겠습니다만 일단 가격만 놓고 보면 ‘넷북’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 가격이면 ‘풀 사이즈’ 노트북을 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델은 묵직함, 우직함의 제품 이미지와는 다른 발랄한 이름을 붙여서 내 놓았습니다. 델은 제품 스펙과 가격만 놓고 봐야 진정한 평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면에서 스펙만 접한 상태이지만 꽤 큰 넷북 시장의 파이를 차지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자, 과연 애플은 넷북 시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를 하고 있을까요. 넷북은 전통적인 제품 라인에서 벗어난 것으로 이미 10여 년전에 PDA의 바람을 타고 개념이 선 보인 이후 2000년대 후반에야 대중화를 이루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애플이 과연 전통적인 제품 라인을 벗어난 다른 제품을 선보일까요? 이번 1월 맥월드에서 이런 기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애플의 과거 제품 역사를 돌이켜보면 (노트북은 아닐지라도) 맥 미니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아이맥도 마찬가지였지요. 큐브도 그렇군요. 공교롭게도 모두 데스크탑이네요. 아이맥은 플로피의 제거, 일체형의 재발견 등 애플의 영혼이 담긴 역사적 제품이고, 큐브는 일찍 단종될 만큼 파격적인 컨셉이었습니다. 맥 미니는 굳이 윈도 사용자의 유인이라는 요소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만큼만 담아 내는 애플의 장기가 살아 있는 제품이고요.

데스크탑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한 애플이 노트북에서는 썩 그렇지 않습니다. 파워북 브랜드의 첫 선을 보인 이래 1999년에 아이북 라인의 분화 시도가 있었고 이후 맥북 라인으로 바뀌면서 세 가지 맥북 라인 체제(기본, 에어, 프로)가 작년 1월부터 구축되었습니다. 예전에 듀오라는 서브 노트북 라인이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존재했지만 잡스 시절은 아닙니다. 잡스 이후 첫 분화 라인이랄 수 있는 아이북은 서브라는 개념보다는 제품 다양화의 시각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제품의 개념은 아이맥과 더불어 매우 파격적이었지만 이후 흰색 폴리 카보네이트 시절로 접어들면서 학생을 위한 저렴한 매킨토시 노트북으로 자리 매김을 했습니다. 이제 이름이 합쳐진 맥북 라인에서 가장 막내의 위치를 차지한 맥북 라인으로 바통을 넘겨주었고요. 그러고 보면 파워북 시대에서 파워/아이북 시대의 분화가 있었고 이제 다시 맥북이라는 ‘단일 대오’로 한 우산 아래 모인 셈입니다.

애플은 이러한 데스크탑과 노트북 제품 외에 애플 티비 및 아이팟 제품을 큰 축으로 2001년에 선 보이기 시작했고 2007년에 아이폰을 세 번째 제품 축으로 선 보였습니다. 지금은 맥, 아이팟, 아이폰, 이렇게 세 축이 애플의 하드웨어 제품군입니다. 작년 아이팟 터치를 끝으로 모두 맥오에스 텐을 모태로 하는 제품 라인업이 되었습니다. (잡스가 복귀하면서 애플에 들고 들어 온 넥스트 스텝과 그 후신이 약 10년의 기간동안 애플을 장악했다고 보면 ‘오버’일까요.)

장황하게 애플의 제품 라인을 살펴 봤는데, 과연 넷북이 끼어들 틈이 있을까요. 큰 세 축의 제품 라인과 세 개의 맥 데스트탑 라인, 그리고 세 개의 맥북 라인에서 넷북의 위치는 어디 쯤 될까요. 노트북 라인은 특히 애플의 고집스러움이 베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데스크탑에서 전통적인 데스크탑 모양의 파워맥-맥 프로 라인을 세워두고 애플은 이런저런 시도를 해 왔습니다. 아이맥은 10년을 넘은 제품으로 1970년대 애플 시리즈와 1980년대 매킨토시를 이은 애플의 영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맥 노트북은 많은 사용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워북/아이북이라는 멋진 라인업을 포기하고 ‘맥북’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집결시켰습니다. 이름의 변화만 있었을 뿐 전통적인 제품 라인업은 크게 변화가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도리어 이번 17” 맥북 프로의 발표에서도 보듯 꾸준히 제품의 자체 변화만을 시도할 뿐입니다. 맥북 에어도 그런 선상에서 봐야 할 것이고요.

만일 1998년에 잡스 복귀 이후 단종된 뉴튼의 재발견이라면 모를까, 넷북은 애플 라인업에서 한 자리를 차지 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3이라는 숫자에 애플과 잡스가 연연해 하지 않는 이상, 맥북 미니라는 멋진 이름으로 3월에 잡스의 건강에 이상 없음과 더불어 발표를 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에어에서 이 글을 작성하며 소니의 바이오 P처럼 화면을 반으로 줄이고 풀 사이즈 키보드를 유지하면서 트랙패드와 손목 받침대를 제외한 제품으로 애플이 그 하얀 마크를 선 보일지 상상해 보지만, 기대보다는 의심이 갑니다.

여담인데요, 혹시 아이폰 제품의 분화라면 어떨까요. 3이라는 숫자에 더 의미 부여를 해 본다면, 이미 아이팟은 터치, 나노, 셔플의 세 라인이고요. 클래식은 아이팟의 영혼이었으니 이름 그대로 ‘살려만 두는’ 것이고요. 애플 티비는 “애플의 취미”임을 잡스가 누누이 밝혀온 만큼 그리 중요한 라인업이 아니고요. 아이폰은 한 가지 라인업이니 이미 소문이 돌았던 것처럼 아이폰 미니를 선 보이고 윗 라인업으로 아이폰 프로를 선 보이는 겁니다. 아이폰 프로. 음성 통화가 가능할 수도 있고 혹은 KT와 계약을 맺은대로 음성 통화를 제외한 와이브로 기술을 내장하여 진정한 터치 방식의 새로운 컴퓨터를 선 보이는 것이죠. 터무니 없다고요?!

애플의 넷북에 대한 대응이 궁금해 지는 2009년 1월입니다. 맥월드 발표를 보고 나니 더욱 궁금해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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