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줄놓 4; 서울법대 출신은 성골, 비법대는 진골? –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Thursday, December 4th, 2008

[From 서울법대 출신은 성골, 비법대는 진골? –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이거 뭐야. 서울신문이 이제는 연합 뭐 그런건가. 이렇게 서울신문 기사를 ‘받아’ 쓰나, 조선일보?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81204009004#

아래 ‘정줄놓 3’에서는 패러디의 정의도 모르는 조선일보와 기자에 대해 썼는데 위 조선일보 기사는 작성자도 없다. 최소한 창피한 줄은 아는 것이거나 인터넷 조선일보 등으로 분화된 내부 구성원이 그냥 막 올리는 것 중 하나일 게다.

서울대, 법대, 성골, 진골. 제목 장사가 뻔하다. 그럼에도 그나마 남 신문 기사를 복사한 듯 붙여 놓고 있다. 대단하다. 뻔뻔한 건가, 용감한 건가. 저작권 침해라고, 조선일보야.

다음은 기사 내용 자체 문제. 몰랐나? 로스쿨 법안 보면 타교 출신은 30% 이상 뽑아야 하는 게 명시 돼 있다. 호, 생각해 주는 것 같지? 아니거든. 반대로 본교 출신은 70%까지 뽑아도 된다는 말이잖아. 후배 하나가 지금 원서 내 놓고 기다리는데 일찌감치 말 한 적이 있다. 이거 지금 서울대 법대 막 졸업했거나 막 졸업할 애들이 가장 앗싸할 경우라고. 교수 입장이 돼 보라고, 누굴 뽑겠느냐 말이다. 총 국내 정원의 80%가 3년 후 변호사 타이틀을 얻는, 그런 (기존 시스템에 비하면) 거저 먹는 시장이다. 이번 50회 사법 시험에는 무려 9년 여를 신림동에 바쳐 온 선배 하나가 비법대 출신으로 마침내 합격했다. 헌데 이건 3년이면 되는 거거든.

존재감 없는 곳이어도 ABA 인증 학교라고 여기는 시험 볼 때 철저히 한다. 학생 이름 못 쓰게 하고 번호 나눠주고 답안지에 번호 쓰라고 한다. 면접? 서류만 내면 그걸로 심사한다. 우리 아직 대면 면접 하지? 과거 비슷한 면접 경험을 무려 세 번이나 해 봤다. 무시무시한 학장님 방안에 들어가면 오직 법과 신념으로 가득해 보이는 교수님들이 내 프로필을 담은 종이를 일제히 주르륵 넘긴다. 오금이 저리지. 그리고 얼굴 보고 물어 본다. 왜 간판 따러 왔나? 이렇게 물어 본다 (난 다른 질문 받았는데 당시 같이 면접 보던 애들 하나같이 얼굴이 허옇게 질려서 나왔다, 저 질문 받고). 면접 기법이라고 강변할 지 모르나 웃기는 소리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다. 시스템이지. 리트 시험 보고 서류 내면 끝이어야 한다. 사진 붙이지 말고 가족 중 누가 법조계에 있는지 물어 보지 말고 왜 법대에 오고 싶느냐는 질문에 아는 사람이 인도해 줬다 얘기할 때 ‘오, 법조계에 누가 계신가?’라고 다시 묻는 질문에 ‘아니오, 아내가 말했는데요’ 라고 할 때 뜨악해 하지 않을 그런 상황. 그런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몇 천 만원 쓰고 3년 후에 80%의 확률로 변호사가 된다. 싫은가? 난 공부는 잘 해도 서울대는 안 갈거야라는 치기 어린 고등학생이 아닌 이상 누가 이 제안을 싫어하겠는가. 달러 빚이라도 마다하겠는가. 게다가 급제한 마냥 어화둥둥하는 엘리트들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제길, 교수님들이 프로필 주르륵 넘길 때 문 앞에서 분명히 대학원생 한 명이 서 있을 거다. 들어오라는 사인을 기다리고 면접자들을 통제하는 임무를 지닌 자다. 그 찰나의 순간, 그러나 면접자에게는 영겁의 시간처럼 긴 그 순간. 그 안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우린 모른다. 혹시 아나. ‘어, 김 교수. 얘 그 방 애 아냐?’라고들 확인 하실지. 오해 받기 싫거들랑 갓끈은 집에서 안 풀리게 매고 나오자는 말이다.

원론으로 돌아가서, 조선일보. 신문답게 굴어라. 학교 다닐 때 말로만 공부하는 애들 못 봤나? 1등이라고 네 입으로 말하는 건 좋은데 좀 1등처럼 굴어야 뒤에서 욕한들 앞에서 ‘킹왕짱’이라고 해 줄 거 아니냐고.

ps. 이번 웹 화면 개편은 좋았어. 보통 이런 건 중앙일보가 잘 하는데 거긴 아직 멀었고. 그 네이버식 3분할 화면은 누구 생각인지 몰라도 아주 별로였거든. 정신 없고 집중 안 되고.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잖아. 광고만 잔뜩. 다음 개편 때는 그 자랑스런 너희 이름 위에 광고 올리는 짓은 좀 하지마. 1등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고 기품과 자존을 지킬 때 이뤄지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