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趙
Thursday, March 20th, 2008아래 아이디에 관한 내용이 담긴 글도 있지만, 언제나 본질의 문제에서 고심을 하게 된다. 케텔로 인터넷의 본류에 뛰어 들면서 20대 초년의 ‘어린’ 나이임에도 아이디에 관한 고민이 먼저 됐다. 요즘 나보다 훨씬 어린 학생들을 비롯해서 주위를 보면 아이디를 정함에 그리 고민이 없는 것 같아 의아할 때가 있다. 물론 붙잡고 물어보면 다들 이런저런 이유가 있는 작명법을 내세우지만 평범한 숫자 조합이나 큰 의미를 갖지 않은 아이디로 정하는 경우를 왕왕 본다.
인터넷을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93년 초였지만, 폭발적 인터넷 사용의 흐름은 90년대 중반에서 후반에 이르는 시기에 이뤄진 게 맞을 듯 싶다. 당시 다니던 대학에서 학교 계정을 자유로이 만들게끔 정책을 바꿔 시행을 시작했다. 원래는 도무지 창의적인 안을 낼 수 없게끔 아이디를 배포했던 기억이다. 학생들 아이디에는 정한 이름 뒤에 반드시 숫자를 넣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헌데 바뀐 정책에서도 ‘장유유서’ 덕분인지 아이디 만드는 시기에 학교 구성원 간 차등을 두었다. 교수, 교직원 먼저 만들고 학생은 나중에 만들게 한 것이다. 즉 먼저 교직원, 교수가 아이디를 만들면 나중에 학생은 원하는 아이디를 만들 수 없는 것이었다. 아이디 조합 체계는 대개 이름의 영문자 이니셜을 따랐을 때이기 때문에 겹치는 사례가 많을 것 같아 고육책으로 낸 듯 했다. 그리곤 중복된 아이디를 신청하면 숫자를 임의로 붙이거나 다른 아이디로 유도했던 것이다.
내 아이디는 다행히도, 꽤 고심하고 지은 노력 탓인지, 겹치는 아이디가 아니었다. 사실 흔한 조합이긴 한데 dr은 생각해도 doc는 생각들을 안 한 모양이다. 지금도 새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겹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몇 가지 예외가 있으니, 가장 ‘타격’이 큰 것은 네이버다. 웬만한 서비스는 다 ‘점거’를 했지만 네이버를 그닥 써 오지도 않았고 네이버에서 계정을 만들게끔 한 사실도 알지 못 했다. 타격이 크다는 것은 매우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다는 것보다 괜한 ‘상실감’, 미리 움직이지 못한, 빼앗긴 듯한 아쉬움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써 놓고 보니 매우 유치한 생각인데…
그럭저럭 짧은 이메일 주소와 원하는 아이디를 얻은 탓에 ‘자랑스레’ 학교 아이디와 전자우편 계정을 잘 사용해 왔다. 지금도 쓰고 있는데 대개 스팸 편지가 우려되는 항목에 이 계정을 사용한다. 워낙 오래 된 것이다보니 스팸이 태반인 계정이다.지금 생각해도 아이디에 대한 내 결정은 잘 된 듯 싶고,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다. 괜히 ‘우쭐한’ 듯 해 보일 지 몰라도 실상 내 꿈과 오랜 훗날의 내 모습을 계속해서 투영해 보는 소중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루에 내 아이디를 몇 번이나 자판에 쳐 넣어 보는지 세 보진 않았지만 족히 수십 번은 될 듯 싶다.
십수 년의 인터넷 생활은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개념과 기술, 서비스의 등장으로 나날이 새롭고, 또한 혼란스러워진 시기이기도 하다. 나름 따라잡으려 노력도 하고 취사선택을 통한 선택과 배제의 논리를 만들어 절제를 하곤 있지만 ‘읽는 행위’ 자체에 대한 갈망은 나날이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한겨레를 중간에 일년 반의 공백을 제외하고는 결혼 전부터 꾸준히 구독하여 매일 아침 40분 내지 한 시간여를 변기 위에서 읽는 것 + 알파를 시행하느라 아내와 장모님의 ‘조 서방 딴 집 살림’이라는 비난도 마다 않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아내에게 나중에 서점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다가 결혼 초기에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반 진반의 웃음기 약간 섞인 ‘씨츄에이숀’도 있었다. 또한 그걸로 부족해서 첫번째 인터넷 신문이라는 모 사이트에서 열독자를 뽑았다면 초기 구성원으로 족히 명함을 들이밀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던 것이 언젠가부터 아침 신문과 9시 뉴스 시청 외에는 많이 줄여 오고 있었는데, 최근 블로그, 블로깅에 대한 고심의 결과로 RSS 구독도 조심스레 시작해 보고 있다. 헌데 이게 ‘장난’이 아니다. ‘피드’(공급) 선택이 매우 중요한데 일단 돌아다니면서 선정하여 열 개 안쪽으로 구독을 해 보고 있다. 하루에 열 개 안팎의 새 글이 등록되는데 문제는 이게 아니다. 블로깅은 기본적으로 정보를 담는 행위이기 때문에, 또한 요즘 정보에 대한 ‘대우’는 최소한 출처의 링크 내지 인용이 기본적 소양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하나의 글 속에 걸린 링크까지 본다치면 새 글의 수는 급격히 늘어난다. 인용된 링크는 또 어떤가.
결국 절제에 대한 원칙이 없으면 계속 바다에서 허우적 대는 셈이 된다. 이걸 체계적으로 해 보기 위해 구글 북마크, 딜리셔스를 번갈아 써 보고 있는데, 일단 하나의 서비스에 ‘올인’하는 것이 향후 편한 환경 구축에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지라 그런 서비스 자체에 대한 ‘심사’도 병행해야 한다. 물론 알비님의 포럼에 들르는 것과 글타래 읽기와 답글 달기, 관련 해외 정보 살피기 등은 기본 중의 기본적인 사항이다.가히 ‘읽는 중’ 팻말을 목에 걸고 다녀야 할 지경이다.
‘개점휴업’이었던 지난 독초닷넷 블로그에서는 doccho의 해석을 홀로 독, 독 독 등의 음산한 의미로 파생시켜 보고자 했는데 이젠 자연스레 ‘읽을 독’의 독이다.
읽는 나. 읽고 있는 나. 내 본질에, 내가 원하는 모습에 한 발짝 가까이 간 모습이다. 블로깅이 내 본질을 향한 여정, 진리를 향한 여정에서 훌륭한 도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