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발걸음; 아이라이프를 보내며…
위 글에서 이쪽 편 대 저쪽 편 얘기를 꺼내기도 했지만, 오랜 맥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실상 웹 작업을 하려면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가령 아이폰 사진을 웹에 올리고 싶다면 iPhoto를 열고 아이폰과 연결한 다음 전송하고 그 사진을 닷맥에 올릴 지 다른 곳에 올릴 지 결정한 다음 사진을 바탕화면에 꺼내든 직접 올려 보내든 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포토에 쌓인 사진이 많을지언정 ‘퍼블리쉬’한 사진이 많을 리 없다. 물론 공개한 사진이 찍은 사진보다 적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게 얘기하기 보다는 나눠볼 사진이 많음에도 라이브러리에서 썩고 있는 사진이 많다는 게 더 현실적인 상황을 잘 반영한 말일 게다.
최근에 플리커를 써 보다가 매우 호감을 가졌는데 위 첫 번째 그림에서 보듯 일단 돈이 들어간다. 만만한 구글을 알아보니 아래와 같은 맥용 툴을 제공하지만 역시 위 두 번째 그림처럼 요금제로 운영되고 있다. 구글답지 않아…
가격으로만 본다면 플리커가 낫겠다. 하지만 구글에 제공하는 용량도 만만치 않다. 개인이 사용할 바에야 저 정도라면 충분하겠지. 문제는 다음이다. 위 피카사 맥용 업로더를 받아 설치해 보려 하니 문제 발생. 시스템에 개입하는 걸 싫어하는데 이 업로더는 뭔가를 더 설치하려고 시도를 한다. 단순 업로더가 아닌 것이다. 그렇잖아도 구글이 너무 많은 것을 ‘캐는’ 게 아닌가, ‘저 쪽 편’에 너무 많은 내 정보를 임의대로(동의는 허구) 갖다 놓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 단순해야 할 업로더도 뭔가 이상한 일을 벌이려고 하는 것이다.
일단 블로깅 툴인 ecto를 살펴보니 아래 그림처럼 블로깅 장소 외에 다른 곳에 올릴 옵션을 제공한다. 플리커는 기본이고 등록해 놓은 블로그 목록도 제공한다. 따라서 doccho.net에 블로깅을 하면서 등록해 놓은 티스토리 계정에 사진을 올릴 수도 있는 것이다. 호!
결국 당장 비용이 안 들어가는 제 3자 방식을 택했다.
일 년에 100불 씩 들어가는 닷맥, 지금은 모블미이건만 점점 사용 빈도는 줄어만 간다.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는(나도 마찬가지) 멋진 이메일 주소도 mac.com을 그렇게 쉽게 버리고 me.com으로 옮겨가는 애플의 행보다 마뜩잖은 마당에 그리 많은 옵션을 제공하지 않는 애플의 입장이, 이해는 가나, 그리 만족스럽지 못 하다.
아마도, 아마도 플리커 25불이 가장 나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바보같은 야후 메일에 비해 플리커는 서비스 구성은 보면 볼 수록 괜찮지 싶다. 이메일만 지메일 반만 됐어도 야후 메일인 것을…
어쨌든 구글 대 야후의 싸움은 계속 된다, 내 안에서. 닷맥? 모블미? 글쎄… 정말 이메일 주소만 아니라면 버렸을 지도… 이런 생각 처음 해 보는데… ?
미국에 온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8월 15일 오후 3시에 공항에 내려 후배 집에서 하루 쉬고 바로 다음 날 ‘지른’ 것은 바로 아이폰 개통이었습니다.
개통 전에 고민을 잠시 안 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아이폰이, 또한 아이폰 플랜이 그리 싼 가격이 아니라는 말을 들은 바 있고 해서 부담스러운 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저지른 아이폰이었고 2년 계약이라 해도 소위 ‘공짜폰’ 계약 기간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 기왕에 왔으니 초기 정착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하고, 생각보다는 전화기 없는 일상이 방금 도착한 이방인에게도 쉽지 않게 여겨져, 빠듯한 준비 및 일정 때문에 이리저리 고르지 못 할 바에는 이미 단말기가 있는 점이 장점이라 여겨 바로 아이폰 개통을 시도했습니다.
블록마다 즐비한 동네 몰(mall) 중에서도 특별히 유용한 ‘모음집’ 격이라 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후배 집은 Pomona city였고 그 옆 동네 San Dimas의 Target과 AT&T Corporate Store가 있는 곳도 그러한 유용한 모음 중 한 곳이었습니다.
AT&T 가게에 들어가려니 새삼 떨림을 느꼈습니다. 작년 9월 20일에 소중한 분들의 기막힌 ‘뽐뿌’로 손에 받아 든 아이폰. 이제 바햐흐로 새 생명을 불어 넣어 줄 때가 된 것이었습니다. 미리 검색해서 알아 본 바, GoPhone이라는 Prepaid 서비스가 있는데, 이 서비스는 작년 6월 아이폰이 첫 선을 보일 때도 존재했던, AT&T의 플랜 중 하나로서 당시 아이폰에 적용이 안 되는 서비스였으나 지금은 정식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신용 사회라는 현대 경제 방식에서 선불 방식의 서비스가 필요한 것은 비단 미국 뿐 아니라 어디든 마찬가지일 겁니다. ‘고폰’도 그러한 신용 사회의 틈새를 메우는 방식으로, AT&T 가게에 가 보니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제가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은 이민자들이 많은 지역으로 ‘고폰’ 이용자들이 많을 것이라 추측이 되었습니다. 저만해도 바로 그러한 사용자 중 한 사람이고요.
입구에 들어가니, 그 전에 들렀던 은행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미국의 서비스 기업들의 소비자 응대 방식이 우리와 다름을 느꼈습니다. 높다란 혹은 거리 있는 ‘창구’ 개념을 없애고 가급적 소비자와 가깝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손님을 맞이합니다. 서비스에 필수적이라 할 단말기(대개 모니터)를 옆에 두고 아주 가까이서 손님과 대화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장부에 이름을 입력하고 제 이름이 호명될 때까지 매장을 자유롭게 둘러 보는 동안 아이폰이 꽤 인기 있는 품목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비단 아이폰을 찾는 손님이 많은 것 뿐만 아니라 전시되어 있는 품목도 아이폰의 경우 독특한 부스를 따로 두어 광고 및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폰 액세서리도 제한적이나마 AT&T 마크의 박스에 담겨 팔리고 있었습니다.
반가운 것은 듣던대로 삼성과 엘지 제품이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느낀 것이었습니다. 아이폰을 필두로 전화 단말기의 기능과 패러다임이 바뀌는 점에 대한 대응은 아쉽다 하더라도 이렇게 소비 천국 미국에서 당당히 실력을 겨루는 한국 기업에 대한 마음은,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누그러진 것이었습니다.
이윽고 제 이름이 불리고, 활기찬 AT&T 직원이 무엇이 필요한 지 물어 봅니다. 아이폰을 보여주고 ‘고폰’ 서비스에 가입하고자 한다고 하니 걱정과 달리 당연하게 서비스 되는 것으로 진행을 합니다. 여권으로 신원 증명을 하고 주소를 불러주고 몇 가지 등록을 한 후 긴 영수증 종이를 출력하여 건네 주었습니다. 또한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던 ‘심카드’이건만 이곳에서는 이게 쌓여 있습니다. 하나를 꺼내 들더니 능숙하게 아이폰에 집어 넣고 개통을 시도합니다.
너무도 쉽게 처리 된 터라 내심 불안한 마음으로 확인을 했습니다. 처음에 아이폰은 ‘고폰’ 서비스에 해당이 안 되었지만 지금은 정식으로 하고 있다는 답을 해 줬습니다. 미국의 전화 개통은 한국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만, 번호는 선택이 불가능할 것으로 알고 있던 것과 달리 세 가지 랜덤 번호를 보여주고 고르도록 해 주더군요. 나중에 안 일은, 자신이 원하는 번호도 최대한 해 주는 것으로 말하고요. 7500 번호가 뜨길래 냉큼 선택했습니다. 직원도 웃으며 제가 운이 좋은 경우인 듯한 눈치더군요.
‘고폰’ 서비스는 Pay as You Go와 Pick Your Plan, 두 가지로 나뉘는데 직원은 Pay as You Go 서비스로 등록을 했습니다.
하지만 개통이 쉽게 되지 않았습니다. 자신있게 응대하는 직원의 태도와 주말이고 하니 한 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아이튠스에서 등록하는 거 알지, 하면서 정 불안하면 심 카드를 하나 더 줄테니 집에 가서 직접 해 보라고 하는 말에 가게를 나섰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아이폰에 수신부는 뜨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서 아이튠스에 물려 보니 서비스 되지 않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 때가 밤 시각으로 매우 난감했습니다. 당연히 된다고 큰소리 친 그 직원이 원망스럽기도 했죠. 우리처럼 동네도 아니고 가깝다 해도 차로 수십 분을 달려간 곳이어서 제 사정을 돌봐주는 후배에게도 다시 가자고 하기도 미안한 마음 등등,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일단 다시 관련 정보를 검색 해 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고폰’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가 많이 나왔습니다. 일단 확인한 것은 Pay as You Go가 아니고 Pick Your Plan으로 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자는 말 그대로 일정 플랜 내용(1분당 얼마의 요금인지)에 따라 자신이 선불로 지불한 만큼만 사용하는 것이었고 후자는 기본 2년 계약처럼 일정 금액이 요금으로 정해진 것이었습니다. Pick Your Plan에는 아이폰 부분이 따로 있고 여기에는 20불의 무제한 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포함된 것이었습니다. 아이폰 플랜은 이 데이터 접속 서비스가 필수여서 그러한 제약이 있는 것으로 이해됐습니다.
Pick Your Plan과 기본 2년 계약의 차이점은 기본 방식은 같되 지불 시점이 선불과 후불로 다르다는 점, 1분당 요금이 차이가 난다는 점, SMS 서비스가 기본인지 여부 등이 다릅니다. Pick Your Plan의 최저 플랜은 49.98불로 기본 통화 시간이 200분이 주어져 1분 당 0.15불의 요금이고 기본 플랜은 약 0.09불로 요금 차이가 많이 납니다. Pick Your Plan의 경우 홈페이지나 가게 방문을 통해 수시로 잔고를 채워 넣을 수 있어 약간 비싸더라도 해당 1분당 요금을 유지하여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는 장점과 Rollover Minutes라 하여 AT&T의 기본 서비스가 제공되어 지불한 내용 중 사용하지 않은 부분이 다음 달로 이월되어 요금 납부가 비교적 자유로운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세금 부과 내용이 차이가 있더군요.
아이폰 3G와 달리 오리지널은 원하는 시각과 장소에서 아이튠스를 통해 개통을 할 수 있습니다. ‘고폰’은 해당이 없었지만 현재 정식 서비스가 되어 개통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정식 서비스라 하더라도 우회 방식이 요구되었습니다. 바로 SSN, Social Security Number 확인 과정인데 사회보장 번호라고 해석되는 이 번호는 미국 생활에서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와 유사하게 널리 이용되는 번호로서 아쉽게도 지난 9/11 사태 이후 외국인에게는 발급 불가가 원칙으로 정해져서 여러가지 불편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이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소셜 번호’로 신용 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신용 조회가 통과되면 2년 계약 과정으로 들어가게 되고 통과되지 않을 정도의 신용이라면 ‘고폰’으로 넘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소셜 번호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맨 처음 아이폰 출시 당시 000-00-0000을 입력함으로써 통과할 수 있던 방식마저도 이제는 소용이 없게 되어 기본적으로 ‘고폰’도 이용 할 수가 없는 처지였습니다. 하지만 검색은 검색. ‘The Most Misused SSN’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 소셜 번호가 외부로 유출되어 여러 사람들이 도용/오용한 번호로 구글링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데 이 번호를 넣으면 신용 조회 과정으로 들어 갈 수 있고 (당연하게도) 신용이 안 좋은 것으로 평가되어 ‘고폰’ 서비스 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얻은 결과는 바로 다음 그림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고폰’의 Pick Your Plan 서비스도 기본 플랜처럼 다양한 요금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기본 플랜이 약 60불이니까 위에서 두 번째 옵션이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데 기본 300분 통화에 주말&밤 무료 통화가 500분이 주어져서 기본 플랜의 각 450분, 5000분에 비하면 매우 큰 차이가 있는 내용입니다.
저는 첫 번째 플랜을 선택했습니다. 일단 미국에서 전화를 사용할 일이 당장에는 많지 않을 것 같고 일단 ‘맛’을 본 다음에 업그레이드를 하든, 기본 플랜으로 옮기든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물론 저의 오판은 일주일 만에 드러났고 이후 플랜을 변경하는 것도 ‘완전 책 수준’의 어려운 과정을 겪게 됩니다. 이건 나중에 포스팅 하도록 하죠.
플랜을 확정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뜹니다.
그리고 제게 역사적인 순간이 다음 그림처럼 떴습니다.
개통의 순간이었습니다. 아쉽게도 번호 선택은 안 되었지만 그건 그리 큰 문제가 못 됐습니다.
이로써 제 아이폰 생활은 막이 오르게 됩니다. 처음 가졌던, 전화 기능이 없는 ‘폰’을 쓴다는 묘한 흥분과 달리 실생활에서 전화기로서 자리 매김을 한 아이폰 사용은 생각과 많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제가 가장 많이 쓰는 어플은 구글맵입니다. 물론 한국은 구글맵이 정식 서비스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우리가 한국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간편하게 전화 한 통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미국에서는 사정이 다른 것 같습니다. 가령 이마트를 찾아 간다고 할 때 우선 114나 이마트 대표번호를 통해 입점 위치와 개장 시간을 손쉽게 알 수 있다면, 여기서 Target을 찾는다고 한다면 (제가 얼마 되지 않은 이방인이어서도 그렇겠지만) Target 대표번호, 우리의 114 등을 떠올리기 보다 구글맵을 열어 보게 되는 것입니다. 내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주위 매장 검색을 해 주고 전화번호까지 보여주니 위치 및 관련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폰 등록 과정까지 글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실생활에서 쓰임새 관련한 글을 이어보겠습니다.
프로. 전문가라고 하면 좋을까. 가끔 위 사이트들을 가 본다. 여러 모양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이야기에 매킨토시를 버무려 놓고 있다. 다분히 애플 제품 홍보 사이트라는 면이 두드러지지만, 그런 유치한 생각은 접고 일단 그 내용에 빠져 본다면 여러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고 각자 자기의 분야에 맞는, 최소한 비슷한 경우를 찾을 수 있다.
전문가. 용어의 혼란이 심한 현대 사회에서 글을 쓰거나 접할 때 한자말을 되새기게 된다. 專門家 그 집으로 들어가는 오로지 하나의 문이라고 하면 될까. 국어사전의 말 풀이에 의하면 <집중 연구 + 지식/경험 풍부>로 요약할 수 있다. 집중 연구한 이력이 있어야 하며 그 지식과 경험이 풍부함을 증명까지 해야 전문가 소리를 들을성 싶다.
자칭 전문가입네, 전문가연 하는 사람들이 극도로 늘어난 현대사회지만 여전히 전문가에 대한 대접은 융숭하고 그 전단계로서 평가는 물렁한 편이다. 게다가 불행히도 아직 전문가군에 포함되는 직업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19세기에서 20세기 어디 쯤에 머물러 있어서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 행세를 하기란 생각보다 쉽다. 얼마 전 신 모 씨의 경우도 바로 이런 전문가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그가 집중 연구하여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었는지, 그런 요소들이 발휘되었는지, 또한 그런 지식과 경험이 어떻게 채용과 사회적 지위 획득에 기여했는지, 아니면 반대로 지위를 가짐과 동시에 그런 것들이 자동 부여 됐는지 등, 여러 사회 병폐와 맞물려 새로운 전문가 상을 조명할 기회를 잠깐이나마 언론에서 제공해 준 바도 있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들어 온 박사, 즉 박사 학위에 대한 부모님, 특히 아버지 및 친가 계열 분들의 열망은 가히 높고 높아서, 지금 내가 자랑스러워 마지 않는 내 아이디 독초, doccho도 여기서 비롯된 내 고뇌의 결과물이다. 애플 열렬 사용자로서 ‘부끄럽게도’ 이 아이디를 처음 사용한 것은 인터넷이 막 대중적으로 태동한 시기, 1990년대 초반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름 심혈을 기울인 MSN, Microsoft Network, 서비스였다. 당시 하이텔 아이디를 바꿔주는 단발 행사가 있어서 그 뒤 내 아이디는 doccho로 오로지 되었다.
독초. 어디 가서 내 아이디를 말하면 통상 듣던 것은 ‘의사십니까’ 하는 질문이었다. 그럼 내 대답은, 왜 살짝 까칠하게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닥터가 의사만 뜻하는 것은 아니지요’하는 것이었다. 당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만든 그 아이디는 Ph. D. doctor의 세 글자를 따고 내 성 cho를 뒤에 붙인 것인데 그 전에 봤던 ‘백투더퓨처’라는 영화에서 극중 마티가 ‘닥’하며 브라운 박사를 부르는 데서 그 쓰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전까지는 나도 닥터=의사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어른들 세계에 대한 반발은 당시 내게도 당연한 것이지만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송가 ‘박사’는 어린 내 머리에도 오랫동안 인이 박혀서 그런 것인지 좋은 뜻으로만 해석되어 있었다. 박사=전문가=교수 등등이 아니던가. 뭐든 자신의 필요와 흥미대로 뜻을 펼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모두에게 인정 받을 수 있는, 지금도 내가 최고로 꼽는 학자적 명예를 가장 일선에 놓을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 바로 박사, 교수 등의 전문가였던 것이다. 한창 청춘을 고민할 때 (지금도 이렇게 회자되는 지 모르겠지만)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 하는 기초적 전제에서 봐도 ‘박사’는 최고의 직업군이라 여겨졌다. 요즘 누구 말로는 부부 교수 25년에 3-40억은 축에도 못 든다는 말이 있지만 난 그 때도, 지금도 돈이 우선일 수 없다고 여긴다. 자식 키우는 아버지 입장에서 달리 말할 거리는 있지만 그건 본질과 다른 논외로 하고.
그제 사무실 후배에게 말한 바 있는데, 학연, 지연 등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게 작동하는 기제이고, 여전히 그 표지는 사람을 평가하는데 최우선으로 고려되고는 있지만, 과거와 달리 그 표지와 다른 표지를 먼저 선 보이며 평가를 요청할 때 ‘치워’라는 인식은 사라져 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대표적으로 이런 블로그를 보자. 어디서 나고 자랐고 어디 나왔는지 (여전히 중요할 수 있겠지만) 먼저 그 요소를 놓고 글을 판단하지는 않는다. 최고의 만화를 그려도 졸업장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여전하다해도 대중은 그 만화가를 여전히 뜨겁게 사랑한다는 사실도 우리는 소위 ‘넷심’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의 발단은 맥북 에어다. 상주하다시피 하는 알비님의 포럼에서 맥북 에어에 대한 글이 활발히 올라오고 자연스레 나도 ‘프로’가 아님을 선언하고 ‘에어처럼 자유롭게’ 살아 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저런 고민 끝에 일단 기존의 ‘프로다움’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 것이다.
(맥북 프로를 쓰면 프로고, 맥북을 쓰면 프로가 아닌 ‘범인’이다라는 유치함은 여기에 발 붙일 곳이 없다. 이렇게 한 자락 깔아 놓아야 하는 세태와 글로 전달하기의 어려움에 아쉬움은 남지만 읽는 자나 쓰는 자(나 자신)나 모자라긴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불가결한 일로 생각된다)
프로다움. 전문가다움. 다시 뜻풀이에 기댄다면 연구(공부)와 그로 인한 지식/경험의 우러남에서 그 ‘움’스런 기운이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전에는 그런 연구, 지식, 경험이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 그리고 알량한 졸업장으로만 확인되고, 확인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학연, 지연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중요하게 작동되는 그 기제와 별도로 다른 기제가 함께 돌아가고 인정 받을 수 있는 시대이다. 반대로 졸업장만으로, 박사학위만으로 25년을 교수라고 떠들고 다닐 수도 없다. 이미 우리는 전과는 다른 검증과 평가의 패러다임 변화를 맞이했다.
맥북 프로를 쓴다고 전문가이겠는가. 사진기를 무시로 갈아치운다고, 자칭 사진 전문가입네 교수입네, 한들 그게 전문가이겠는가. 도구는 익혀 쓰는 손에 따라 다른 가치를 내 뿜는 것이고 내가 캐논 D1을 써도 그건 그냥 일개 사진일 뿐, 작품이 아니다. 과연 내가 지향하는 전문가로서 가치가 ‘움’스럽게 나타나려면 얼마나 공부하고 경험으로 보여져야 할까. 나는 10여 년을 애플 제품을 써 왔으므로 애플 전문가일까.
시대가 인정하는 ‘프로다움’은 어느 정도일 지 궁금하다. 진정 맥북 프로가 어울린다는 얘기를 들으려면 얼마나 더 가야할까. (실제로 이사가 된 사례를 빗대) 주변에 잠시 ‘자기 기안’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이런 자기 기안 내지 기만 없는 진정한 전문가의 도구는 뭐가 되어야 할까. 오늘의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