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위시하여 최근에 도래한 ‘모블 소프트웨어’와 ‘소프트웨어 매매 시장’의 개념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특히 해당 국내 기업들의 매체 ‘선전전’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요. 어느 정도의 서비스일 지, 실체의 ‘맛’도 보기 전인데 마치 애플의 ‘앱 스토어’처럼 될만한 기대를 갖게 만드는 데 있어서 걱정도 됩니다.
매우 개인적인 염려이며 ‘설레발’이기도 하지만, 한편 이런 매체들에서 양산되는 온갖 발표과 설들과 더불어 ‘이름’과 ‘허명’에 기대 저 같은 일개 유저의 ‘설레발’ 못지 않은 ‘설레발’도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힘있는 분들의 ‘설레발’에 비판이 있었고, 이에 어느 분께서 개인의 경제 행위에 대한 비판이 온당치 않다는 의견을 올리셨던 기억이 있는데, 저는 좀 반대로 생각됩니다. 우리 현실을 객관적 시각으로 봐야 함에도 자꾸 저 먼 어딘가를 보게 만드는 의견들이 많아 보입니다.
전 요즘 도리어 삼성전자 편을 들고 싶어졌습니다. “그래, 아이폰 다 포기하고 기다릴테니 지금 소니 따라잡은 것처럼 한번 애플도 따라잡아 봐라.” 이렇게 말입니다. 단, 지금부터 핸펀 가게 진열장 채울 하드웨어 종류와 개수만 생각하지 말고 소프트웨어에 전력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맥북 에어. 최고의 노트북. 내게 이 최고의 노트북 rev. A의 기회를 갖게 해 준 모든 주위 환경에 고마움을 느낀다. ((특히 알비님, 구희님!)) 워낙 뭐든 뒷착, 막차를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매킨토시 ((이젠 맥이라는 이름이 공식적이지만 여전히 매킨토시라는 이름은 정겨움을 넘어 그 이상의 느낌을 준다.)) 역시도 그래왔다. SE/30은 중고를, PowerBook 520은 엘렉스의 땡처리 행사에서 겨우 하나를, PowerBook G3, Pismo는 그 “아르마니” 라인업의 마지막 물건이었다.
rev. A. 그 제품의 철학과 노력, 고심과 번뇌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이다. 책도 초판을 모으는 수집가가 있듯이 매킨토시도 rev. A가 주는 마력(매력이 아닌 마력)은 남다르다. 바로 그 rev. A., 맥북 에어의 초판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이다.
맥북 에어. 유니바디 맥북 라인업의 ‘문열이’이자 중간에 끼어 ‘엔드 유저’급도 아니고 ‘프로 유저’급도 아닌 중간자. 하지만 그 중간적 입장이 주는 묘한 장점 또한 에어의 장점이다. 맥북 사용자도 맥북 프로 사용자도 적절한 필요와 가격, 성능을 고려하여 결정하여 기종을 결정했지만 에어는 그 이상을 요구한다. 성능은 맥북에 못 미치면서 가격은 프로와 같다(비슷하다고 해 두자). 사용자의 ‘선택’이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왜 당신은 맥북 에어를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 질문에 적절히 대답하는 것, 그리고 내가 몰랐던 맥북 에어를 돌아 보는 게 이번 이야기 모음의 목표.
아이팟 셔플이 새로 나왔습니다. 세 번째 버전이지요. 첫 번째 버전은 아래 그림처럼 생겼고요.
<제가 좋아하는 파워서포트 실리콘 재킷을 입고 있는 아이팟 셔플 1세대, 출처: 플리커>
두 번째 버전은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셔플 2세대, 출처: 플리커>
저는 현재 셔플 2세대를 갖고 있습니다만, 1세대가 단종 된 후로 계속 갖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위 사진에서처럼 개념이 맞아 떨어지는 라인업은 보기만 해도 흐뭇함을 안겨 줍니다. ((글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옮기다가 미처 내용까지 수정이 안 되어 어색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셔플 1세대는 나노 1세대와 아이팟 5세대와 흐름을 같이 하는 디자인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죠.
<셔플 2세대, 나노 1세대, 아이팟 5세대, 터치, 아이폰, 출처: 플리커>
역시 나노 2세대는 흰 아이팟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래 사진은 어떤가요?
<아이팟 5세대, 나노 1세대, 셔플 1세대, 출처: 플리커>
왼쪽부터 각각 2005년 10월, 같은 해 9월, 같은 1월 선 보였습니다. 셔플이 2005년 연초에 가장 먼저 나왔고 가을께 나노가 처음 등장하고, 아이팟 5세대가 비디오 기능을 달고 나왔지요. 2001년에 처음 아이팟이 등장한 이후 해마다 세대를 달리하고 다시 미니라는 이름으로 아이팟 라인업이 분화된 이래 가장 완벽한 아이팟 라인업, 아이팟 2차 부흥기의 기틀을 마련한 라인업이 바로 저 세 모델의 라인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아이팟 디자인적 특징 중 하나인 흰색, 그 흰색을 기기 본체에 채택한 마지막 모델들이었습니다.
이듬해인 2006년에 셔플 2세대, 나노 2세대가 알미늄 룩으로 선 보였는데 셔플은 “Wearable”이라는 컨셉으로 “Shuffle”이라는 특이한 개념을 그럭저럭 잘 이은 반면 나노는 첫 나노만큼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 했던 것 같습니다. ((매우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나노 3세대는 짜리몽당한 모양에 비디오 기능을 달고 나오면서 아이팟 클래식의 새 알미늄룩과 보조가 맞았고 셔플 2세대도 잘 어울립니다. 위에 나란히 선 보인 사진 보셨죠. 어떤가요. 꽤 잘 어울리죠.
2008년 가을, 어느덧 나노는 4세대에 이르고, 아이팟 클래식도 120기로 ‘단일대오’를 이루게 됩니다. 또한 2007년 9월에 선 보인 아이팟 터치는 ‘아이폰 대용’이라는 오명을 뒤로 하고 터치 2세대로 거듭나면서 아이팟 클래식을 뒤로 하며 명실상부 “가장 재미있는 아이팟”이라는 이름을 걸고 전면에 등장합니다. 이 때 아이팟 라인은 세 번째 큰 변화를 맞이합니다.
아이팟 디자인의 진수였던 흰색 본체를 포기한 이래 그나마 흰색 컨셉의 명맥을 유지하던 클릭휠도 클래식에만 남기고 사라진 것입니다. 물론 “크로마토그래피” 나노 4세대 9개 모델에서 두 개를 제외한 일곱 개 모델은 여전히 흰색 휠을 달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주력 모델을 봐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노 4세대의 대표 모델은 본체가 은색, 휠이 검정색이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2008년 1월 선 보인 맥북 에어의 컨셉을 닮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디자인의 변화는 곧이어 선 보인 유니바디 맥북과 맥북 프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맥북 프로조차 검정색 ‘계산기’ 키보드로 바뀐 것입니다. 바햐흐로 애플에 은색+검정색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컨셉의 시발점은 아이맥 액정 2세대 버전입니다. 액정에 글래스룩을 도입하면서 검정색으로 사방을 감싸 버렸지요.))
얼마 전 선 보인 아이팟 셔플 3세대. 이러한 은색+검정색 라인업에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기존 2세대에서 은색 대표 모델 외에 알록달록한 모델로 가뿐한 느낌을 주려했던 셔플 조차도 이제는 은색과 검정색 두 모델로 자못 묵직하게 애플 ‘패밀리’에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아이팟 셔플 3세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크기입니다.>
제 손이 작은 편이고 더구나 손가락이 짧은 편이지만 그래도 새로 나온 셔플 3세대는 매우 작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잠시 사용해 본 셔플 3세대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맥오에스 텐 10.5 버전인 레퍼드에서 처음 선 보인 개량된 음성 기술이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매우 자연스러운(자연스럽다고 할 만한) 음성으로 현재 재생 노래와 재생 목록을 잘 안내해 줍니다.
<새 이어버드와 달리 마이크가 없는 셔플용 리모트 이어버드>
이번 셔플 3세대의 특징은 재생 버튼이 없어지고 오로지 이어버드가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됐다는 점입니다. 마이크조차 없앤 셔플용 이어버드는 잭 부분의 모양도 변경되어 그동안 고질적인 파손 문제를 일으켰던 부분을 개선했습니다. 이후 아이팟과 아이폰의 번들 이어폰에도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새 셔플은 클립 부분에 ‘스뎅룩’을 반영하여 아이팟 같지 않은 기존 셔플의 분위기를 탈피하고, 음식성 ((forist님 제보로 찾아낸 오타입니다. 제 요즘 생활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ㅠㅠ )) 안내 기능까지 더해 더욱 그럴듯한 아이팟 라인업의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이제 대표 아이팟인 터치와 새 나노와 더불어 은색, 검정, 스뎅룩 등이 어울려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게 됩니다.
아이팟 나노는 2005년 9월을 시작으로 매년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사실상 아이팟 판매의 대표주자는 아마도 나노 라인일 것입니다. 아이팟은 2005년 5세대, 2007년 클래식(6세대)로 2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선 보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터치 역시 2007년, 2008년 9월에 각각 업데이트 되었으므로 여름께 선 보일 것이 유력한 새 아이폰과 더불어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리라 기대합니다.
리모트가 달린 새 이어버드가 제한적으로 아이팟 모델을 지원하지만, 번들되는 것은 새 셔플이 가장 처음이고 ((새 이어버드 출시 이후로 번들이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본체 조절 버튼까지 없앴으니 올해 새로 선 보일 아이팟들은 어떤 모양과 색깔, 그리고 어떤 기능적 변화가 있을지 자못 궁금해 집니다.
새 셔플은 꼭 구입해야 할 소품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제가 달성하고 싶은 것은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입니다. 다행히 이 셔플을 파는 곳을 찾았는데 99불의 가격을 어떻게 극복할 지 그것이 과제입니다…
저도 저희집 ‘친구들’과 어울려 넓직한 탁자에서 각자 자기 책이나 일을 하는 여유로움을 갖는 게 꿈 중 하나인데요. 그 때 한 켠에 ‘매킨토시’ ((애플이 ‘매킨토시’라는 이름을 언제 버렸는지 확실치 않은데 Mactracker로 찾은 정보에 의하면 파워 매킨토시 G3라는 이름까지는 사용이 됐군요. G4로 넘어 오면서 ‘파워맥’이라고 정식 명칭을 정했는데 그 직전 ‘아이맥’을 발표했으니 대략 1999년 전후로 ‘매킨토시’라는 이름은 사라진 듯 합니다. 컴퓨터 이름이면서도 참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이름인데 이리 오래 사용 안 해 왔으니… 참 아쉽네요… ))가 놓여있도록 하는 게 또한 목표입니다. 어떤 ‘매킨토시’가 좋을 지 어떤 맥이 좋을 지,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는데 현재는 큐브를 갖고 있으니 1순위이긴 합니다. 실제 사용을 위해서는 당시 최신형 아이맥이지 않을까도 싶고요.
(파일 업로드에 문제가 있어 사진이 누락됐습니다. 나중에 수정보완합니다.)
사진 첨부되었습니다.
0. 서설
1. 맥북 에어, 오랜만에 청소를 하다
2. 애플 스토어에서 서비스도 하나?
3. 미국 애플 스토어는 뭐, 다른가?
4. 애플 스토어에 수리 예약을 하다
(이상 1부 목차)
5. 애플 스토어, 직접 찾아가다
오늘은 2월 19일 목요일. 어제 온라인으로 예약은 했지만 토요일 약속시간까지 기다리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틀이나 기다려야 하는데 무엇보다 수리 여부라도 알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앞섭니다.
아침 수업을 들으면서 고민 끝에 애플 스토어를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본시 당일 방문자를 염두에 두는 것이 대개의 예약 시스템이라는 생각에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생각은 맞았습니다.
이른 봄 바람의 따스함도 에어 액정에 대한 걱정과 상념으로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평일 느즈막한 오후인데도 애플 스토어는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하지만 매장 깊숙히 자리잡은 지니어스 바를 바라보니 그리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지니들도 한가롭게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나가는 콘시어지 스태프에게 저간의 사정을 얘기했습니다. 기대와 달리 예약없이 지니어스 바 상담은 안 된다고 합니다. 지니어스 바 앞에 있는 리셉션용 아이맥으로 예약을 하라고 안내해 줍니다. 이 사람들의 ‘노’는 어지간해서 ‘예스’로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다시 예약을, 어제 예약을 했음에도, 시도해 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날짜가 하루 앞당겨진 금요일 오후 네 시에 예약 시간이 비어 있습니다. 분명 어제는 토요일 밖에 없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하루 당겨진 게 어디냐 싶어서 예약을 마쳤습니다. 그리고는 지니어스 바 앞에서 이들의 서비스를 유심히 지켜 봤습니다. 꼭 예약으로만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느슨한 일과로 보이는 가운데, 지니들도 바쁘게 예약 손님을 맞지 않고, 그렇게 맞을 손님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제 차례는 없지만 잠시 짬을 내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좀 더 옆으로 자리를 옮겨 지켜 봤습니다.
갑자기 모자(비니)를 쓴 지니 한 사람이 저와 눈이 마주치고 “뭐, 필요하신가요”라고 질문을 합니다. 순간 내 문제를 상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내일 예약을 잡았다고 답했습니다. 이 사람들 눈 마주치면 의례 던지는 인사치레 정도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지켜 봤지만 여전히 그리 빡빡하지 않은 일 진행으로만 보였습니다.
이윽고 용기를 내어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방금 제게 질문을 던진 지니에게 다가가 내일 예약을 잡았으나 잠깐 질문을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합니다.
“집에서 액정을 닦다가 코팅이 벗겨졌다. 난 힘을 주지도 않았고 오히려 키보드와 트랙패드 때문에 액정에 흠이 생겨 난 자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가. 그런데 사용자의 과실이면 보증 서비스가 안 된다.”
“과실일 수가 없다. ‘흠’이 생긴 곳을 문질렀는데 코팅이 벗겨졌다.”
“‘흠’이라고? ‘크랙’? 그렇다면 안 될 것 같다.”
“‘크랙’은 아니다.”
(옆 다른 지니)”물로 닦았는가?”
(괜히 꼬투리 잡힐까)”아니다. 입김만 불어 닦았을 뿐이다.”
“봐야 알겠지만 힘들 것 같다.”
대략 위와 같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흠’을 정확히 설명하기도 어려웠고 이해도 못 한 것 같았습니다. 내일 다시 와서 보여주겠지만, 보지도 않고 설명을 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맥이 탁 풀렸습니다.
6. “다 이루었다.”
흰 수염이 멋진, 인자하면서도 날카로운 인상의 헬드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불법행위법 수업. 긴장 속에서도 온통 신경은 오후에 잡은 예약 시간에 쏠립니다. 뭐라고 설명할까, 어떤 답을 해 줄까, 만일 서비스가 된다면 언제 맡긴다고 할까, 서비스 안 된다고 하면 어쩔까 등등… 점심 무렵이면 수업이 끝나 오후부터는 홀가분한 기분을 만끽해야할 금요일이지만, 오전부터 어깨를 짓누르는 고민과 수업 틈틈히 전해오는 긴장 속에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날 듯이 집으로 가서 점심을 대충 해결하고 예약 시간을 기다립니다. 예약 시각은 네 시 사십분. 점심을 먹고서도 한 시간여를 기다려야 하는데 맥없이 기다리느니 일단 가 보기로 했습니다. 예약 시간이 정확히 지켜질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 어제 가 본 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면 일찍 차례가 올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애플 스토어 @빅토리아 가든스.
금요일이어서 그런지 지니어스 바는 어제와 달리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화면에서 등을 보이는 남녀는 유니바디 15″ 맥북 프로를 들고 와서 서비스 의뢰를 하는데 시간을 꽤 소요했습니다. 그 뒤로 보이는 모자(비니)를 쓴 지니가 어제 제게 답을 해 준 그 지니입니다. 오른쪽 챙 모자를 쓴 지니도 어제 그 지니고요. 이 애플 스토어는 지니어스 바에 대략 다섯 대의 맥북/프로를 두고 서비스를 진행하는데 보통 네 군데로 나뉘어 서비스가 진행됩니다. 왼쪽 둘은 맥 서비스, 오른쪽 둘은 아이폰/아이팟 서비스를 진행합니다. 비니를 쓴 지니와 사진에 안 보이는 다른 지니가 맥을 담당하는 지니들입니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너무 일찍 간 관계로 매장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위 사진은 기다리며 찍은 매장 안 풍경입니다. 예약 아이맥 바로 앞에서 찍은 것인데 저 테이블은 1:1 예약을 한 손님을 위한 테이블입니다. 비교적 나이가 드신 저 하늘색 티셔츠의 스태프는 ‘specialist’라는 표시가 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손님에게 상세한 맥 사용 방법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맞은 편 손님들도 담당 스태프에게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복잡한 지니어스 바 앞과 달리 매장 안은 전체적으로 한산했습니다. 이 때 시각이 약 세 시 정도 되었습니다.
좀 옆으로 옮겨서 찍어 본 풍경입니다. 매장 안에는 가족들, 연인들, 남녀노소 등 ‘종류’도 다양한 손님들이 오고 갑니다. 왼쪽 아래에는 아이들용 아이맥이 두 대 놓여 있습니다. 처음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애플 체험 센터가 생겼을 때 아이들용 아이맥이 놓여 있었던 기억입니다만, 이후 바뀌면서 이러한 배치는 없어졌습니다. 위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반대편에는 벽 하나가 온통 소프트웨어 박스를 담은 선반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자연스레 매장에서 물건을 구경하고 즉석에서 구입을 하며, 이런저런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애플 스토어. 꼭 애플이 아니어도, 컴퓨터가 아니어도 좋은 사례로 연구해야 할 사례임에 틀림없습니다.
도착한 시각은 세 시가 넘어서였지만 지니어스 바는 생각보다 혼잡했고 처음 사진에서 본 남녀 손님의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는 무슨 문제인지 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윽고 시간은 지나 네 시 경.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제 차례는 다섯 번째입니다. 제가 처음 도착했을 때 일곱 번째였는데 시간이 지나도 영 줄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예약 시간보다 빨리 볼 수 있겠다 싶었던 기대는 슬슬 반대로 바뀌어 예약 시간 네 시 사십분을 넘길 것 같았습니다. 이 때 안 일이지만 당일 예약도 가능한데 그건 이미 상황 종료된 일었고요.
현재 맥 파트를 담당하는 지니는 머리가 길고 약간 배고 나온 지니와 비니를 쓴 지니 두 사람. 머리 긴 지니는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를 붙잡고 수십 분을 서류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눈이 여간 날카롭지 않아서 아무래도 뭔가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제품 의뢰를 하러 온 남녀도 한숨을 간간이 섞고 앉아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비니를 쓴 지니가 담당한 손님은 대학(원)생으로 보이는 백팩을 맨 15″ 알북 사용자. 그냥 상태 점검하고 바로 맡길 것 같았던 상황이었지만 웬걸, 시간이 꽤 걸립니다. 매번 확인하는 바이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기다림은 정말 익숙해 보입니다. 이 사람들이 잘 참는다기 보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머리 긴 지니가 담당하던 남녀 손님이 자리를 뜹니다. 그 지니는 들릴 정도로 한숨을 푹 내 쉬고 묵묵히 흰 맥북 키보드에 열심히 손을 놀립니다. 아직 제 차례는 아니지만 저 지니에게 제 순서가 오면 별로 좋을 게 없어 보입니다. 제게 화를 내지는 않겠지만 어제 앞서 지니들에게 확인한 것도 있고, 제 상황을 설명할 능력도 부족하니 가급적 기분 좋은 지니에게 보이는 게 낫지 싶었습니다.
갑자기 지니어스 바 쪽이 한산해 지면서 호명되는 손님들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섯 번째 올라있던 제 이름이 슬슬 앞 순서로 변경됩니다. 어떤 지니일까, 제발 비니 쓴 지니에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되뇌입니다. 이윽고 15″ 알북 사용자가 자리를 뜨고 새 손님이 호명됩니다. 아, 제 차례가 아닙니다. 제 바로 앞 번호입니다. 다시 수 분여 기다림. 오렌지 색의–콘시어지로 보이는– 스태프가 제게 다가와 몇 번이냐고 묻습니다. 지니도 아니면서 왜 묻지 싶었는데 대답을 하고 옆에서 보니 매장 책임자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제 앞 다른 손님을 호명하더니 이윽고 머리 긴 지니가 나타나 맥북을 들여다 보면서 제 이름을 부릅니다. 으, 저 기분 안 좋은 지니가 내 담당이라니…
심호흡을 하고 설명을 하려던 찰나, 아침부터 준비한 온갖 설명 멘트가 깡그리 머릿 속에서 지워졌습니다. 이런 이런… 천천히 맥북 에어를 백팩에서 꺼냅니다. 에어가 처음 선 보였을 때 돌풍을 일으켰던 마닐라 봉투 모양의 슬리브를 꺼내 탁자 위에 놓습니다. 바로 옆 비니를 쓴 지니는 저를 기억하고는 관심있다는 듯 제 에어를 흘긋 곁눈질 합니다. 안 될거라고 한 제품의 상태가 궁금했을테죠.
걱정과 달리 머리 긴(길고 배도 나온) 지니는 제 얘기를 천천히 들어줍니다. 원래 준비했던 설명은 좀 길었는데 머릿 속이 텅빈 상태라 바로 액정을 보여주며 어제 설명한 것과 똑같이 얘기를 했습니다.
슬리브를 아래에 깔고 에어를 내려 놓았는데, 아, 이 지니는 뭔가 아는 듯 합니다. 최대한 제 사용 습관을 배려합니다. 에어 액정을 보기 위해 에어를 들어 올리는 모습이나 다시 내려 놓을 때 모습 등, 분명 이 사람은 오랫동안 맥을 써 왔고 저 같은 맥 사용자의 습성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충분히 배려된 느낌을 받으며 설명을 했는데 이윽고 이 지니가 대답합니다.
“수리 해 드리겠습니다.”
“네? 수리 된다고요? (반신반의하며, 그러나 분명 된다고 했으니 다른 대답 못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왜요?(라고 물었습니다. ㅎㅎ) 어제는 안 된다고 했는데(옆 비니를 쓴 지니를 흘긋 쳐다 봅니다. ㅎㅎ)…”
“이건 손님 과실이 아니니까요. 액정 문제네요.”
“아, 정말인가요. 고맙습니다X100”
기분히 확 날아오를 듯 좋아졌습니다. 예상 외로 순순히 수리 판정을 해 준 지니. 애플 스토어 및 스태프 시스템에 대한 장점이 돋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젊어 보이는 이들에게 주어진 권한이 꽤 커 보였고 예약과 기다림의 순간이 힘들어도 판정 및 수리 절차가 생각보다 간명하여 기다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는 듯 생각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지니는 제가 설명을 하지도 않았는데 맥북으로 서류 작업을 하며 제가 편한 날짜에 언제든 제 맥을 갖고 와서 수리를 맡기라고 합니다. 액정 문제는 당장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고 통상 수리는 5-7일 정도 걸리니 그렇게 말한다고 하였습니다. 요구하기 전에 제 마음을 헤아려 답변을 척척해 주는 지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좋은 기분도 잠시. 이내 평정을 되찾았습니다. (믿으실 지 모르겠으나) 내내 에어 액정 수리 여부에 대해 마음이 쓰였으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미국 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판정 및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고 이런 과정을 주위 사용자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마냥 좋아하면서 웃고 있을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아까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 때부터 유심히 지켜본 바, 위 사진의 왼쪽 머리 긴(배도 나온) 지니는 저 흰 맥북으로 꽤 오랜 작업을 합니다. 도대체 어떤 화면일까 그것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이제 제 수리 판정도 내려졌겠다 본격적으로 탐구에 들어갑니다.
말을 않고 옆에서 같이 화면을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사진은 찍지 못 했습니다. 한국의 애플 사용자와 환경에 대해 관심있는 모습이었습니다만, 한국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 내가 속한 포럼에 이 광경을 ‘리포트’해야한다고 사전 양해를 했지만, 화면은 안 된다고 하면서 맥북을 돌려 테이블 뒤로 돌아가더군요. 그게 위 사진 모습니다. 원래는 바로 제 옆에서 맥북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돌아 들어가기 전, 바로 옆에서 본 지니의 맥북 화면을 기억해 보겠습니다. 일단 사파리입니다. 처음에는 아이튠스인 줄 알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주소창이 보이는 사파리인데 화면 내용 상단에 아이튠스처럼 큼지막한 상태 표시 창이 있습니다. 그 아래에 각종 폼으로 이루어진 화면이 떠 있고 (아마도) 손님과 제품 정보를 담는 칸으로 꽉 차 있습니다.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나 했던 의문도 풀렸습니다. 웹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어서 해당 제품을 조회하고 입력하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걸리는 듯 했습니다.
머리 긴 지니는 자신의 명함–은색 애플 마크가 빛나는–에 수리 번호를 적어 제게 주었습니다. 다음에 올 때 이 번호를 알려 주면 바로 맡길 수 있다고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보증 기간 내 언제든 제 편할 때 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나오는 길, 따뜻한 봄날씨에 절로 콧노래에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참, 오늘 모두 해결되었으니 내일 예약은 취소해야 합니다. 잊은 채로 나왔다 애플 스토어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지만 웃음은 가시지 않습니다. 앗싸!
7. 결론
구경만 하던 미국 애플 스토어. 며칠 동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수리 판정 경험을 해 봤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언어 장벽 문제도 있겠지만 문제 발생과 수리 여부 결정까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비단 저 뿐 아니라 지니어스 바에서 목격한 여러 사용자들을 보고 있으니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애플 스토어의 스태프들, 특히 지니어스 바의 ‘지니’들은 겉으로 보이는 자유로운 모습과 달리 소비자에 대해 큰 권한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태프끼리 의견 교환을 하지 않고도 독자적인 판단으로 수리 여부 판정을 해 주면서 기다림에 지친 손님에게 더 이상의 고통은 요구하지 않았고, 즉석에서 수리까지 해 주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위 사진에서 흰 아이맥은 즉석 수리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사용자가 보는 가운데 진행하더군요.
시스템이야 어떻든, 소비자가 원하는 환경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빠르고 명확한 서비스가 아닐까요. 제가 경험한 미국 애플 스토어는 비록 예약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며칠 기다려야 하는 일은 기본이지만, 일단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받는 서비스는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앞 사람을 기다리면서 힘들었지만 막상 제 차례가 되자 충분히 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고요. 수리 판정도 바로 해 줄 권한을 갖는 스태프이다보니 설명을 되풀이할 필요도 없었고 매우 빠르게 일 처리가 되었습니다. 빠르지는 않아도 명확한 서비스를 함으로써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우리 경우를 떠 올려 봅니다. 예약이라 할 수 없는 당일 번호표 시스템입니다. 약간 기다리기는 해도 오늘 바로 의뢰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속도는 빠른 반면에, 수리 여부 판정은 오늘 받기 어렵습니다. 상황 설명을 하고 입고를 한 후 입고증을 받으면 수 일 내에 문자나 전화로 판정 여부를 설명 듣고 그 다음 과정이 진행되는 시스템입니다. 오늘 처리’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오늘 판정은 ‘안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어느 방법이 좋을지는 정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지니어스 바 형태는 아니라 할지라도, 이들의 수리 판단 권한이 생래적이 아닌 교육과 훈련에 의한 것은 명확한 이상, 우리나라 애플의 수리를 담당하는 곳도 교육과 훈련에 의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 제가 잘못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 제 경험으로는 수리 담당 기사께서 단독으로 판단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해 주시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만…
제목과 달리 최종 수리까지 해 본 경험기는 아니어서 송구스럽습니다. 제 에어를 다루는 품새나 입고된 제품을 포장지에 담아 안으로 들고 들어가는 것으로 봐서는 미국 애플 수리 기사들도 꽤 조심스럽게 제품을 다루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언제고 제가 일주일 정도 에어 없이 살 수 있을 때 수리를 맡겨서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해 봐야겠습니다.
위 영상은 팜 프리의 광고 영상으로 보입니다. 아이폰이 했던 것과 비슷하게 사용자의 실제 사용 화면처럼 보여주면서 자연스레 팜 프리의 우수한 기능을 보여줍니다.
이것 참 애플 아이폰 입장에서는 큰 일입니다. 아이폰을 쓰는 입장에서 앱(App) 사이에 유연한 사용이 아쉽다고 느끼던 차인데, 저 팜 프리의 영상을 보니… 매우 부드럽고 사이사이 연동이 매우 뛰어난 사용이 가능하다고 느껴집니다. 저는 자꾸 저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차기 아이폰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아이폰이 저러한 환경을 준비했든 안 했든, 분명한 것은 팜 프리가 먼저 선을 보였고 선점했다는 것입니다. 미팅할 사람들 목록 나열과 그에 따른 사용, 달력에서 일정을 바로 잡아 끌어 변경할 수 있는 기능, 달력에서 빈 시간에 해당하는 화면을 줄여서 표현해 주는 아기자기함 등, 프리가 가진 매력이 담뿍 담겨 보입니다. (추가) 화면의 사방을 이용한 화면전환, 어플 종료와 웹 화면을 바로 이메일로 링크/공유할 수 있는 부분 등 아이폰에서 아직 선 보이지 않은, 혹은 훨씬 더 나은 사용자 환경이 눈길을 끄네요.
국내에서 팜 트레오가 어떤 캐리어로 정식으로 나왔는지 검색해 봤는데, 이 글로 미뤄봐서 사용자들이 개별적으로 사용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프리도 우리 나라 정발은 기약이 없다는 것인데…
달아오르는 스마트폰 경쟁, 삼성과 엘지가 선전해 주길 기원하며 좀 더 열린 기술 시대를 국내 사용자들이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이 펼쳐지길, 아울러 기대해 봅니다.
한 마디로, 아이폰의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습니다. 이 때까지 무려 5년은 앞선 기술이라고 자랑해 왔고 사용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뿌듯해 했고 구글이 만들었다는 지폰도 우습게 넘겨 버렸습니다. 실제로 그랬죠. 지폰은 앱 스토어에 필적하는 ‘마켓’을 오픈할 것이라는 정도의 뉴스만 남기고 흐물흐물 잊혀졌습니다. 지금도 팔리고는 있을테지지만 존재감이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팜 프레. ((Palm Pre를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가에 관해서 puzit님이 조언을 주셨는데 다른 지적이 있었습니다. ‘프리’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이번 2009 CES에서 확실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20분이 넘는 위 비디오를 한번 보기를 권유합니다. 이럴 수가하는, 그러고 싶은 기능이 한 둘이 아닙니다.
먼지 백 버튼. 팜 프레의 모양은 귀퉁이 둥그스름하게 빠진 것을 빼고는 위에서 보면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군더더기 없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에서는 홈 버튼이라고 이름 붙여서 어느 앱에서건 홈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여기서 불편한 점이 생기는데 앱 간에 이동하려면 반드시 홈을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앱을 처음부터 다시 실행시켜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어느 앱은 홈으로 돌아갔다가 와도 그 지점에서 계속 실행이 이어지지만 어느 앱은 그렇지 않습니다. 팜 프레는 홈 버튼이 아니고 백 버튼 ((위 리뷰에서는 백 버튼이라고 들었는데 루빈스타인의 공식 발표를 보니 Center Button이라고 되어 있네요.))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홈으로 가는 게 아니고 앱을 나열하는, 멀티태스킹(다중작업) 화면으로 돌아가는 버튼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체 화면을 차지하던 앱이 축소되면서 같이 실행 중인 다른 앱들과 병렬로 나란히 늘어서게 되고 사용자가, 마치 아이폰에서 사진을 넘기듯이, 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주 부드럽게 화면이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멀티태스킹 ((Cards라고 이름 붙였네요.))은 위 백 버튼과 더불어 아이폰과 정확히 차별되는 지점입니다. 어느 정도 성능을 내 줄지 모르나 위 비디오에서 보여진 바로는 꽤 괜찮은 편으로 보입니다. 저 데모 기기가 현재 시판 중인게 아니고 좀 더 다듬어질 것을 생각한다면 틀림없이 더 훌륭하게 나오겠지요. 홈 버튼이 없는 대신 아래 백 버튼 주위 부분 ((Gesture Area라고 하네요.))이 터치를 감지하는 역할도 합니다. 위로 슥 훑어주면 홈 화면이 화면을 덮으며 나타납니다. 또한 나열된 앱을 집어서 위로 보내면 앱을 종료하게 됩니다(그렇게 보입니다).
다음은 키보드입니다. 아이폰이 터치 기기라는 걸을 강력히 인식시켜주는 부분이 바로 키보드입니다. 화면 조작만 터치로 하는 게 아니고 입력도 터치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온전히 ‘풀 터치’라는 이미지를 아이폰이 선점해서 주장하는 역할을 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키보드입니다. 그런데 팜은 잡스가 아이폰 발표 당시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던 그 하드웨어 키보드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잡스가 기존 키보드를 화면에 보이면서 완전히 구시대 유물로 선을 좍 그어 버렸을 때 사용자들의 뇌리에는 어느 새 그런 인식이 자연스레 스며듭니다. 그게 잡스가 가진 힘입니다. 현실왜곡장이 바로 그것이죠. 그런 부담은 아랑곳 없는 듯 팜은 구시대적 키보드를 달고 나옵니다. 써 본 분들은 평가가 갈리지만 최소한 애플의 터치 방식 키보드 옹호론자라 하더라도 불편한 점은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앞서 간 만큼 완전치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팜은 이런 부분을 어떻게 고려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왜 이렇게 키보드를 넣었을까요. 실제로 시판되고 써 봐야겠지만, 일단 기존 방식을 따름으로써 안전, 친숙함 등을 고려했을 것 같습니다. 안전은 애플과 부딪힐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죠. 현재로서는 터치 방식 키보드를 구현함으로써 얻는 위험 부담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애플의 방식 외에 현저히 다른 뭔가를 보여주기에는 말입니다.
충전기. 굉장하지 않습니까. 자석을 이용해서 붙여 놓기만 하면 충전이 된다니 말입니다.
그 외 음악, 비디오, 이메일 등을 시연하는데 화면이 작아 잘 보이진 않아도 꽤 잘 만들었다고 생각될만큼 시연 장면이 부드럽습니다. 리눅스 기반의 웹오에스라고 이름을 붙였나 본데 팜의 기술력이 대단합니다. 팜은 트레오라는 스마트폰의 원조들 격에 속하는 기기를 이미 만든 경험이 있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자, 애플이 최근 특허 운운하면서 열 받은 이유가 좀 감히 잡히지요. 그런데 더 크게 중요한 사실은, 바로 존 루빈스타인입니다. 넥스트 시절부터 잡스와 함께 일 했고 2006년까지 애플에서 아이팟을 담당했던 수석 부사장입니다. ((Senior vice president을 이렇게 해석하면 될런지?)) 이 분이 2006년 애플을 그만두고 잠시 공백을 거친 후 2007년 10월 팜으로 옮겨 갔습니다. 당연히 애플의 구석구석을 잘 알 수 밖에 없고 이번 팜 프레가 나오기까지 꽤 큰 역할을 한 것은 자명합니다. 위에 나열한 기술 중에서 홈 버튼과 키보드 빼고 애플에서 구현 예정이지 않은 기술이 있을까요? 전 이미 애플의 아이폰 로드맵 중에서 저와 같은 기술은 모두 들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면 놀랄만하지만 그렇다고 획기적이고 창조적인 것들은 아니지요. 팜이 먼저 치고 나왔고 상당히 비슷한 손가락 움직임에 따른 화면 조작은 애플에서 경계를 가질 만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사실 멀티 터치 기술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기술 자체야 특허로 보호해도 다양한 구현과 자잘한 기술적 차이로 얼마든지 우회가 되는 게 저 기술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인터페이스가 오히려 더 중요할 것입니다. 팜 프레는 그런 부분, 즉 아이폰의 화면 구성과 조작 부분을 꽤 연구하고 피할만큼 피하면서, 오히려 더 낫게, 루빈스타인의 머릿 속에 들어 있을 애플, 아이폰의 로드맵 중 일부를 미리 시장에 선 보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볼 때 아직 기술 타령 이나 신문에 오르내리는 우리 현실은 안타깝습니다. 이미 기술 자체의 구현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구현해 보일까 하는 단계에서 저들은 다투고 있는데 말입니다. 감압이니 정전압이니 하는 용어들을 입에 담는 자체가 너무 바보 같지요.
며칠 전 뉴욕 타임스에 기사가 하나 올랐습니다. 가십거리이긴 하지만 새로운 권력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로 블랙베리가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단순히 이메일 주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 최고의 지도자 그룹 중 한 사람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주변인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 게 핵심입니다. 노트북으로도 데스크탑으로도 업무를 볼 수 있지만 사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키보드를 만질 일은 없습니다. 그는 아마도 서류에 서명하고 남들과 얘기하고 듣고 검토하고 보고 받는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일들, 컴퓨터를 쓸 일이 전혀 없는 수 많은 일에 쌓여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유일하게 집중하여 작은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아마도 하루에 수십 분은 충분히 시간을 들여 혼자만의 시간 동안 뭔가를 해야 할 때 이용하는 게 바로 블랙베리입니다.
블랙베리의 성공은 오로지 이메일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블랙베리는 가히 실시간 이메일이라고 할만큼 이메일을 보내고 받는데 탁월합니다. 최근까지 여러 모델이 나오지만 인가젯의 리뷰를 봐도 블랙베리의 여타 기능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웹브라우저의 느린 속도는 도저히 인내할 수준이 못 되어 보입니다.
그런 블랙베리, 그런 구시대적 키보드를 달고 있는, 애플이 주장에 의하면 퇴물이 될 기기 라인업에 팜 프레가 들어 왔습니다. 팜 프레는 분명히 아이폰류의 새로운 스마트폰 대열에 넣을 수도 있을만한 기기이지만 제 생각에 팜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팜은 기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모양도 크게 다르지 않고 결정적으로 같은 방식의 키보드를 쓰면서도 훨씬 나은 성능과 조작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은 혼자이지만 팜 프레는 혼자가 아닌 것이죠.
지폰은 다음 버전이 나와야 아이폰과 견주어 볼만할 것 같고, 블랙베리는 아이폰과는 다른 지점의 단말기라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윈도 7을 탑재한 단말기는 과거 마소의 경우처럼 일단 나와야 뭔가 끼워주든 말든 할 것이고요.
팜 프레.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그럴 듯한 기기이면서 기술적으로도 아이폰과 대적할만한 기기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전적으로 비디오 리뷰만 보고 판단한 것이라는 전제이긴 합니다. 애플에서 공언한 5년을 앞선 기술은 불과 2년 만에 따라잡힌 것일까요.
(추가)
프레를 공개한 키노트 링크를 붙입니다. 누구인지도 모를 수 많은 사람들이 무대 위를 오가는군요. 애플이 발표의 임팩트는 역시 한 수 위.
기업인의 성격적 결함이나 작지 않은 실패도 과감히 묻어두고 기꺼이 환호를 보내주는 미국인을 보면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격적 결함”, “실패”에 방점을 두고 그럼에도 환호를 보내는 미국인들과 그런 환경에서 기업을 하니 저러한 성공의 결과로 사회에 보답한다는 그런 바람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니까 “대우”를 좀 해 달라는 것이잖는가. 앞서 차장 ‘대우’랑은 좀 다른 대우겠다. 대우, 즉 우대를 좀 해 달라는 말로도 쓸 수 있겠다. 낮음에서 높임의 우대는 아니고 한자말이니 바꿔써도 무방한 경우의 낱말이라 하겠다.
어째서 대우를, 우대를 해야 한다는 걸까. 이건희 한 사람만 예를 들어 보자. 얼마 전 법원의 판결도 있었고, 세봐야 알겠지만 별도 좀 다셨었고, 엑스파일이라 불리는 국가 전복적 공권력 파탄의 중심에 있다는 논란이 있고, 남들 돈으로 거대 기업으로 불려진 결과를 자기들 가족들의 ‘천재적’ 능력의 결과로 포장해 가며 몇 만 명 먹여 살린다고 그러시고 ((윤종용이 과거 그랬다. 이건희와 밤새 토론을 했는데 기업은 역시 ‘오너’가 운영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고. 전문 경영인이 따라 갈 수 없다고. 최고위층에서 이런 말들이나 하고 있는 게 삼성의 실체다.))
아, 그런 기업 말고 다른 기업을 말하신다고? 또 김 새게 하는 건가. 잘 들어라, 독하다해도 할 수 없어. “저것들 다 도둑이야.” 들으면 힘 빠지는 이 말, 국민들이, 시민들이 기업에 할 말이 아니라고 하고 싶나 본데, 우린 이건희의 성격적 결함이나 이재용의 e-삼성 같은 작은 실패에 야유를 보내지 않는다. 실제로 독하다 독하다 해도 해외 나가서 ‘SAMSUNG’이라는 이름만 봐도 눈물이 날 수 있는 게, 또한 우리네 사람들 정서다.
도대체 왜 그렇게 남탓만 하는가. 대우 받고 싶으면 그만큼 해라. 당신도 차장은 아니어도 차장만큼 하니까 그런 직함 달고 돈도 받을 것 아닌가.
재미 없다는 평이 중론인 2009년 1월 맥월드 키노트, 그것도 애플의 마지막 참여였던 그 역사의 맥월드는 잡스도 아닌 쉴러가 발표하면서 막을 내렸다. 사실 요 몇 년을 돌이켜 보면 2008년 1월에 맥북 에어를, 2007년 1월에 아이폰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그리고 실제로 우리들은 그 멋진 하드웨어에 열광하기는 했지만, 1월 키노트의 핵심이 ‘하나 더’ 였던 적은 까마득한 옛날 일이다. ((실제로 이 주문은 약발이 꽤 없어졌다. 이 주문의 하이라이트는 2000년 가을 큐브를 발표할 때였다고 단언할 수 있다. One More Thing은 사실 하드웨어 라인업을 새로 소개하면서 획기적인 하나의 제품이 더해질 때 최고의 효과가 있다. 지난 1월 쉴러의 키노트 때도 이 주문이 나왔지만 확실히 기대심리는 최저였고 결과도 그랬다.))
줄줄이 읊기에는 귀찮음이 제일 변명이 될 터이지만, 여하튼 그동안의 1월 키노트는 오히려 아이라이프 발표가 하이라이트였다고 할 수 있다.
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2003년 1월 맥월드 키노트에서 이미 나온 프로그램에 몇 가지를 더해 하나의 ‘스위트’ 구성을 하며 아이라이프는 선 보였다. 이후 여섯 번의 해를 넘기며 아이라이프는 애플의 첫 해를 장식하는 대표적인 발표 제품이었다. ((http://en.wikipedia.org/wiki/Ilife 참고. 예외적으로 ’08 버전은 2007년 여름에 발표됐고 이름은 다음 해 번호가 붙여졌다. 따라서 ’08 버전은 2년치 버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도로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그러려니 하고 봐 넘겨왔지만 애플만한 회사의 CEO가 비록 몇 날 며칠 ((몇 일과 며칠의 차이를 외우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그 차이 없이 며칠이라고만 한다고?! 한글이 왜 이리 되는 것인지… ))을 연습에 바친다고해도 그런 발표는 쉬운 게 아니다. 의례 잡스니까 하면서 봐 왔지만 이번 쉴러(이 양반도 거물 아닌가)의 발표를 보면 확실히 타고난 것이라고만 하기에는 우리가 게을리 본 면, 즉 그들의 피나는 반복과 연습의 산물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과 첫 링크에 관련 없는 얘기를 썼다.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이번 발표는 아이라이프가 대세였고 어느샌가 그 소속에서 벗어난 아이튠스 ((http://en.wikipedia.org/wiki/Ilife 참고. 아이튠스에 대해서는 자세히 안 나와 있지만 처음에는 확실히 아이라이프 소속이었다.))는 DRM-free, iTunes Plus의 대대적인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가격 구성이 달라진 것은 일단 음반사들이 어떻게 가격을 매길지 지켜봐야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절묘한 가격 정책과 구성을 할 것임이 틀림없을테고.
아이튠스 플러스. 잠금 장치가 없다. 오로지 해당 곡마다 내 아이디가 새겨져 있을 뿐이다. 불법 공유가 다시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이런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잠금 장치가 없다는 것은 자유로운 기기 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사용자 마음대로 노래를 ‘뿌려도’ 좋다는 것일까, 과연?
위 첫 링크는 애플에서 제공하는 관련 ‘자주하는 질문’ 모음이다. 내용 말미에 해당 내용이 있다. 폰트까지 따라해 보자면,
Can I give iTunes Plus music as a gift?
이런 질문이 올라와 있다. 오, 식구들과 친구들과 노래를 공유해도 좋냐는 질문. 과연 그럴까. 해당 질문에 이어 자세한 사항에 대한 링크가 달려 있다. 가 보면… 역시 아니다. 원래 ‘선물’ 기능, 즉 노래를 선물해 보내는 기능이 있는데 플러스 음원도 그렇게 보낼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따라서 공유해도 좋다는 질문과 답변이 아닌 것이다.
어느 게시판에서 관련 내용을 읽고 어? 했다가 어… 했다. 애플이 그럴 리가 없다. 아이튠스 플러스는 남들과 공유하라고 음악 잠금 장치를 푼 게 아니다.
확실히 해 두고자 아래 애플의 친절한 설명 덧붙여 본다.
What is iTunes Plus?
iTunes Plus refers to songs and music videos available in our highest-quality 256 kbps AAC encoding (twice the current bit rate of 128 kbps), and without digital rights management (DRM). There are no burn limits and iTunes Plus music will play on all iPods, Mac or Windows computers, Apple TVs, and many other digital music players.
iTunes DRM-protected music includes audio with a bit rate of 128 kbps and allows users to transfer songs and videos to up to five computers, burn seven copies of the same playlist to CD, and sync to an unlimited number of iPods.
그러니까 아이튠스 플러스는 잠금장치 없는 고음/화질 미디어이고 시디나 디비디로 굽거나 다른 기기에서 재생할 때 제한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잠금장치 했던 음악은 다섯 대라는 현실적 제약이 있었고 시디로 구울 때도 일곱 번의 제한이 있었는데 이번 정책 변경으로 이러한 제약이 없는 노래/비디오를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코 남들에게 줘도 된다는 얘기는 없고, 그런 늬앙스를 풍기지도 않는다.
나만해도 몇 대의 맥과 아이팟이 있는가. 다섯 대의 제약은 실상 무리다. 가족도 애플의 정책에 의하면 ‘남’이지만 실제로 함께 쓰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동안 줄기차기 얘기해 왔던 것처럼 기존 시디나 디비디처럼 사용할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음원과 화원의 관리 방법을 애플에서 고민하고 제공해야 한다고 할 때, 가족끼리 주고 받고 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그런 면에서 애플티비와 맥 미니를 잇는 새로운 미디어 홈 서버의 출현도 점쳐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잠금장치? 친구와 공유? 가능했다. 잠금장치 해제, 다섯 대의 제약 없어짐, 무한대로 공유? 가능하다. 하지만 구입 당시 약속한 내용에 반하는 사용 행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법 위반의 사용이 된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의 자유지만, 한껏 애플 팬이 되고자 하며 그 고민과 사용자 배려 제품과 모습에 찬사를 보내 왔다면-비록 이상과 현실은 다르니 친한 몇몇에게 내가 구입한 음원을 주며 들어 보라고, 듣고 좋으면 한번 사 보라고 할지언정- 최소한 그들의 본심은 제대로 읽고 있는 게 팬으로서 지켜야 할 모습이고,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아쉬운 소리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뭐, 결론은 영어 공부인가? 아니, 알려면 제대로 알자. 이게 핵심이고… 사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렇게 시간 들여가며 게시판이니 블로그니 하며 서로 공유하고 돕는 것 아닌가. 지식은 자랑할 게 아니고 서로 나누고, 따라서 돕자는 취지일테니 말이지.
대략의 넷북 관련 정보는 위 위키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한글 위키에는 아직 등재된 내용이 없네요.
멀리는 1990년대 사이언(Psion)에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대중화 된 것은 재작년부터 선 보인 Asus의 Eee PC 시리즈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작은 제품에 강한 일본보다는 대만 제조사에서 넷북 열풍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Acer 제품도 그렇고요. 미국 제품으로는 HP가 심심찮게 넷북 관련 검색 결과에 등장하기도 하네요.
제 경우 사실 넷북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게도 애플에서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2008년 1월 맥북 에어를 내 놓음으로써 애플은 넷북이 아닌 ‘에어’라는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토록 얇으면서 쓸만한 노트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맥북 에어는 파격적이었습니다. 과거 NC라는 개념을 이어 받은 진정한 노트북이 바로 맥북 에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델도 좀 지나긴 했지만 넷북 라인을 내 놨습니다. 미니 9, 미니 12 제품인데요. 각각 화면 크기로 이름을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델은 미국 본사도 그렇지만 한국 가격도 좋아 보입니다. 불과 몇 달 전 애플도 가격은 괜찮은 편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융통성이랄까, 한국 시장의 한계랄까, 여하튼 아쉽습니다. 누굴 탓할 수는 없겠지만요…
이외에도 넷북의 대중화를 이끈 Asus, HP 등의 이름이 넷북 관련 검색어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고요. 진정한 피씨 노트북 계열의 장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를) 레노보는 ‘아이디어 패드’라는 이름으로 넷북 라인을 선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위 두 회사, 즉 소니와 델의 ‘넷북’ 시장 참여는 시사하는 바가 커 보입니다. 제 편견일 지 모르나, 미국하면 델, 일본하면 소니가 떠 오르지 않을까 싶은 게 그 이유입니다. 물론 각자 대표하는 지점을 바라보고 평가할 때 그렇다는 말이 되겠고요. 묵직함에 견주어 가격 경쟁력이 있는 델과 전통의 기술 명가(라고 아직 부를 수 있는) 소니의 넷북 바이오 P, 이 두 제품이 던져주는 넷북 시장에 대한 관심과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소니의 바이오 P는 여타 회사 제품과 차별화 되는 지점이 확실해 보입니다. 우선 가격이 그렇고요. 화면도 그렇습니다. 가로로 긴 화면에 짧은 세로 비율. 손목 받침대가 전혀 없는 모양. 아직 확실한 우위를 보이는 제품이 없다 보니 ‘소니적’ 발상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관건은 가격인데 넷북이라는 제품의 지점에서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가격인지 지켜봐야겠습니다만 일단 가격만 놓고 보면 ‘넷북’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 가격이면 ‘풀 사이즈’ 노트북을 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델은 묵직함, 우직함의 제품 이미지와는 다른 발랄한 이름을 붙여서 내 놓았습니다. 델은 제품 스펙과 가격만 놓고 봐야 진정한 평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면에서 스펙만 접한 상태이지만 꽤 큰 넷북 시장의 파이를 차지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자, 과연 애플은 넷북 시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를 하고 있을까요. 넷북은 전통적인 제품 라인에서 벗어난 것으로 이미 10여 년전에 PDA의 바람을 타고 개념이 선 보인 이후 2000년대 후반에야 대중화를 이루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애플이 과연 전통적인 제품 라인을 벗어난 다른 제품을 선보일까요? 이번 1월 맥월드에서 이런 기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애플의 과거 제품 역사를 돌이켜보면 (노트북은 아닐지라도) 맥 미니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아이맥도 마찬가지였지요. 큐브도 그렇군요. 공교롭게도 모두 데스크탑이네요. 아이맥은 플로피의 제거, 일체형의 재발견 등 애플의 영혼이 담긴 역사적 제품이고, 큐브는 일찍 단종될 만큼 파격적인 컨셉이었습니다. 맥 미니는 굳이 윈도 사용자의 유인이라는 요소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만큼만 담아 내는 애플의 장기가 살아 있는 제품이고요.
데스크탑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한 애플이 노트북에서는 썩 그렇지 않습니다. 파워북 브랜드의 첫 선을 보인 이래 1999년에 아이북 라인의 분화 시도가 있었고 이후 맥북 라인으로 바뀌면서 세 가지 맥북 라인 체제(기본, 에어, 프로)가 작년 1월부터 구축되었습니다. 예전에 듀오라는 서브 노트북 라인이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존재했지만 잡스 시절은 아닙니다. 잡스 이후 첫 분화 라인이랄 수 있는 아이북은 서브라는 개념보다는 제품 다양화의 시각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제품의 개념은 아이맥과 더불어 매우 파격적이었지만 이후 흰색 폴리 카보네이트 시절로 접어들면서 학생을 위한 저렴한 매킨토시 노트북으로 자리 매김을 했습니다. 이제 이름이 합쳐진 맥북 라인에서 가장 막내의 위치를 차지한 맥북 라인으로 바통을 넘겨주었고요. 그러고 보면 파워북 시대에서 파워/아이북 시대의 분화가 있었고 이제 다시 맥북이라는 ‘단일 대오’로 한 우산 아래 모인 셈입니다.
애플은 이러한 데스크탑과 노트북 제품 외에 애플 티비 및 아이팟 제품을 큰 축으로 2001년에 선 보이기 시작했고 2007년에 아이폰을 세 번째 제품 축으로 선 보였습니다. 지금은 맥, 아이팟, 아이폰, 이렇게 세 축이 애플의 하드웨어 제품군입니다. 작년 아이팟 터치를 끝으로 모두 맥오에스 텐을 모태로 하는 제품 라인업이 되었습니다. (잡스가 복귀하면서 애플에 들고 들어 온 넥스트 스텝과 그 후신이 약 10년의 기간동안 애플을 장악했다고 보면 ‘오버’일까요.)
장황하게 애플의 제품 라인을 살펴 봤는데, 과연 넷북이 끼어들 틈이 있을까요. 큰 세 축의 제품 라인과 세 개의 맥 데스트탑 라인, 그리고 세 개의 맥북 라인에서 넷북의 위치는 어디 쯤 될까요. 노트북 라인은 특히 애플의 고집스러움이 베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데스크탑에서 전통적인 데스크탑 모양의 파워맥-맥 프로 라인을 세워두고 애플은 이런저런 시도를 해 왔습니다. 아이맥은 10년을 넘은 제품으로 1970년대 애플 시리즈와 1980년대 매킨토시를 이은 애플의 영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맥 노트북은 많은 사용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워북/아이북이라는 멋진 라인업을 포기하고 ‘맥북’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집결시켰습니다. 이름의 변화만 있었을 뿐 전통적인 제품 라인업은 크게 변화가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도리어 이번 17” 맥북 프로의 발표에서도 보듯 꾸준히 제품의 자체 변화만을 시도할 뿐입니다. 맥북 에어도 그런 선상에서 봐야 할 것이고요.
만일 1998년에 잡스 복귀 이후 단종된 뉴튼의 재발견이라면 모를까, 넷북은 애플 라인업에서 한 자리를 차지 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3이라는 숫자에 애플과 잡스가 연연해 하지 않는 이상, 맥북 미니라는 멋진 이름으로 3월에 잡스의 건강에 이상 없음과 더불어 발표를 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에어에서 이 글을 작성하며 소니의 바이오 P처럼 화면을 반으로 줄이고 풀 사이즈 키보드를 유지하면서 트랙패드와 손목 받침대를 제외한 제품으로 애플이 그 하얀 마크를 선 보일지 상상해 보지만, 기대보다는 의심이 갑니다.
여담인데요, 혹시 아이폰 제품의 분화라면 어떨까요. 3이라는 숫자에 더 의미 부여를 해 본다면, 이미 아이팟은 터치, 나노, 셔플의 세 라인이고요. 클래식은 아이팟의 영혼이었으니 이름 그대로 ‘살려만 두는’ 것이고요. 애플 티비는 “애플의 취미”임을 잡스가 누누이 밝혀온 만큼 그리 중요한 라인업이 아니고요. 아이폰은 한 가지 라인업이니 이미 소문이 돌았던 것처럼 아이폰 미니를 선 보이고 윗 라인업으로 아이폰 프로를 선 보이는 겁니다. 아이폰 프로. 음성 통화가 가능할 수도 있고 혹은 KT와 계약을 맺은대로 음성 통화를 제외한 와이브로 기술을 내장하여 진정한 터치 방식의 새로운 컴퓨터를 선 보이는 것이죠. 터무니 없다고요?!
애플의 넷북에 대한 대응이 궁금해 지는 2009년 1월입니다. 맥월드 발표를 보고 나니 더욱 궁금해 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