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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경험기, 1부

Saturday, February 21st, 2009

0. 서설

이 글은 제 맥북 에어 액정에 문제가 생겨 미국 L.A. 인근에 위치한 Victoria Gardens(빅토리아 가든스)에 위치한 Apple Store(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여부 판정을 받기까지 과정을 서술한 글입니다. 제 맥북 에어 얘기와 애플 스토어에서 보고 경험한 것, 느낀 것 등을 싣습니다. 내용이 좀 길게 되었습니다. 1, 2부로 나누어 게재합니다.

맥북 에어를 사용한 지 이제 7개월 여가 돼 갑니다. 처음 맥북 에어를 구입하여 받아들고 열었을 때의 감격을 잊지 못 합니다. 그러나 곧이어 갖게 된 실망도 역시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제 에어는 액정 불빛이 고르지 못 합니다. 가운데 하단이 더 밝아서 주위와 밝기 강도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는 편이지만 어두운 곳에서 흰색 바탕 화면일 때는 얼룩처럼 보여 눈에 거슬려 보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액정의 조립 상태입니다. 전체적으로 조립 상태가 고르지 않아 화면 베젤이 굴곡져 있습니다.

키보드도 온전치 못 한 편입니다. 스페이스바는 약간 휘어져서 끄트머리가 액정에 닿는 일이 빈번합니다.

이와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맥북 에어는 참 쓸만한 기종입니다. 이렇게 얇은 노트북을 쓴다는 일은, 평소에 그저 무심히 지나치다가도 어느 샌가 그 가벼움과 얇음에 화들짝 놀라게 되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특히 요즘 제 주위의 비 맥북 유저들의 노트북, 즉 피씨 계열 노트북을 보노라면 어떻게 저렇게들 튼튼함만 강조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서설이 길었습니다. 오늘 쓸 얘기는 그제 액정을 닦다가 생긴 코팅 벗겨짐 증상에 대해서 이 곳 미국의 한 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여부를 판정받은 여정에 관한 것입니다.

1. 맥북 에어, 오랜만에 청소를 하다

그제 오랜만에 에어의 액정을 닦았습니다. 먼지와 지문으로 뽀얀 액정에서 조심스레 먼지를 털고 못 쓰게 된 런닝 셔츠에 살짝 물을 묻혀 살살 닦아 냅니다. 그리고는 다시 얇은 액정 닦이로 말끔하게 닦아 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없어지지 않는 자국들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자세히 관찰해 본 결과, 이동 시 액정이 키보드와 맞닿는 면에 상처가 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자국은 애지중지 써 온 그동안의 과정과 반대되는 가슴 아픈 결과이지만, 또한 그 사용한 시간만큼 당연히 생길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액정과 키보드는 노트북을 닫아 놓았을 때 상당히 밀착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좀 달랐습니다. 유명 해외 포럼에 맥북 에어의 트랙패드 부분과 액정이 닿아 생기는 결과에 대한 보고도 있었는데, 제 에어는 그 외에도 트랙패드의 구석 부분과 액정이 닿아 키보드로 인한 상처 이상으로 큰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제 문제는 여기서 발전되는데 이걸 먼지로 오해하고 열심히 닦아내다 보니 없어지기는 커녕 더 커져 버린 것이었습니다. 결국 액정 코팅이 3-4 밀리미터 정도 벗겨진 모습이 되었습니다.

무척이나 아끼는 제 성격에 비해 액정을 대하는 제 태도는 정반대 격이어서 거의 지문과 먼지, 빈번한 아이챗 대화로 인한 ‘파편’으로 얼룩진 액정이 평소 모습이긴 하지만, 이렇게 뭔가 외부 요인이 더해져서 생긴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액정을 닦기만 했는데 코팅이 지워지다니… 그동안 써 온 몇 대의 파워북과 맥북 등을 돌이켜 볼 때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2. 애플 스토어에서 서비스도 하나?

한국의 애플 서비스에 대해서 불만이 많습니다.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데, 기본적인 문제는 서비스 쪽과 사용자 쪽의 기본 전제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용자 쪽은 문제된 부분만을 정확히 짚어내서 빠르게 수리 완료가 되기를 바라고, 또한 그것이 우리 정서와 환경에 부합하는 방식인데 애플은 그 자리에서 바로 수리 여부 판정과 파트 교체를 해 주지 않습니다. 파트 교체도 큰 부품 단위인데다 수리 파트 수급이 빠르지 않아 생각보다 많이 기다리기 일쑤입니다. 현재 한국은 애플 코리아에 공인된 서비스 센터와 UBase와 계약된 서비스 센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애플 스토어 ((위키 참조))에 직접 수리 부문을 갖추고 있어서 구입과 서비스가 한 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애플과 계약으로 운영되는 Authorized Service Providers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서비스 센터는 우리의 공인 서비스 센터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처음 ‘애플 체험 센터’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개념과 매장 디자인으로 선을 보였고 구입과 서비스를 한 곳에서 담당했는데, 어느 샌가 서비스 파트가 없어졌고 또한 이후 A#(에이 샵)이라는 이름으로 바뀌면서 전체적인 매장 디자인이 애플 스토어와 다르게 돼 버렸습니다.

3. 미국 애플 스토어는 뭐, 다른가?

한국에도 생겼으면 하는 많은 애플 관련 부문 중 하나가 바로 애플 스토어입니다. 건물 벽을 커다랗게 장식한 흰 불빛의 애플 마크 밑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뤄 들고 나는 장면, 첫 개장 날 스탭들과 전날 밤을 세워 줄을 선 손님들 사이에 이뤄지는 하이파이브 입장 등, 사진 등으로 이미 많이 접했습니다만 실제로 운영되는 방식과 제품 전시 등은 애플을 좋아하는 사용자라면 한번 쯤 꼭 맛보고 싶은 경험이고, 때로는 ‘성지순례’의 일부로서 미국 방문 시 꼭 들러야 할 일정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우리와 다른 부분을 살펴보자면

  • 전체적인 매장 레이아웃. Eight, Inc.라는 회사의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환한 배경과 편안해 보이는 목조 테이블에 온갖 맥과 아이팟, 아이폰이 시연을 위해 전시되어 있습니다.
  • 스태프. Concierge(콘시어지), Specialist(스페셜리스트), Cashier(캐셔), Genius(지니어스), Creative(크리에이티브) 등 다양한 스태프가 있습니다.
    1. 콘시어지는 손님을 맞고 제품에 대한 질문, 답변, 구입을 돕습니다. 스태프는 입고 있는 유니폼–독특한 애플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에 따라 구분됩니다. 콘시어지는 오렌지색과 하늘색을 입습니다.
    2. 스페셜리스트는 기술적인 답변을 해 줍니다. 매장 곳곳에서 손님과 맥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스페셜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하늘색을 입고 있더군요. 왼쪽 팔 언저리에 스페셜리스트라고 씌여 있습니다.
    3. 캐셔는 현재 없어졌다고 합니다. 콘시어지가 매장 곳곳에서 단말기로 즉석 결제를 돕습니다. 현금 구매자는 지니어스바 한켠에서 줄을 서서 결제를 기다랍니다.
    4. 지니어스는 지니어스바에서 일을 합니다. 보통 매장을 돌아다니지는 않더군요. 매우 바쁘게 보였습니다. 보랏빛 나는 파란색 옷을 입고 있습니다.
    5. 크리에이티브는 각종 이벤트를 담당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보지는 못 했습니다.
  • 지니어스 바 ((위키 참조)). 지니어스 바는 애플 스토어의 독특한 부분이자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Heart and soul of our stores.” 애플 스토어에 대해서 Ron Johnson(론 존슨) 소매담당 수석 부사장이 자주 언급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매장마다 다른 구조겠지만 보통 한 쪽 벽을 모두 차지하고 높고 긴 바(bar)에 역시 높은 간편의자(stool)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제품 기술 문제를 상담해 주고 즉석에서 제품 수리를 해 주기도 하고, 제품 수리 여부 판정을 즉석에서 해 줍니다. 예약 시스템으로 운영되어 ‘빨리’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안 맞는 정서적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애플 스토어에서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의 경쟁률은 생각보다 대단한가 봅니다. 위키피디어 정보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16,438명 중 978명을 뽑았고 이는 약 5.95%의 비율이라고 하니 그 인기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매장에서 느낀 스태프들의 분위기는 즐기면서 일하는 것처럼 보였고 활기있는 모습으로 손님을 맞아 편안한 정보 공유와 질문, 답변이 이뤄지고 그만큼 손님의 구매로 자연스레 이뤄지는 듯한 모습입니다. 반대로 제가 만난 지니어스바의 지니어스(지니)는 제 바로 앞 손님 때문인지 굉장히 힘들어 하는 모습도 보여, 역시 서비스 업종의 힘든 환경이 미국, 애플 스토어라고 예외는 아닐 것 같았습니다.

4. 애플 스토어에 수리 예약을 하다

수요일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직접 매장을 찾기에는 늦은 시각이어서 일단 수리 예약을 시도했습니다. 애플 홈페이지에서 간편하게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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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서포트(support) 페이지에 접속하여 거주 지역을 선택하여 나온 화면입니다. 제가 있는 곳은 L.A. 동쪽 인근으로 빅토리아 가든스라는 커다란 쇼핑 ‘동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쇼핑몰이 있고 애플 스토어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가 다녀 본 곳이 몇 곳 안되지만 미국 매장은 밖에서 보는 면은 그리 크지 않은데 안쪽으로 깊숙하여 실제 매장 크기는 들어가면 더 크게 느껴지더군요. 이 매장도 애플 마크가 주는 그 매력은 다른 곳과 다르지 않습니다. 화면 오른쪽에서 원하는 메뉴를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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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시어지라고 나오는 화면입니다. 실제 매장을 방문해도 입구에 서 있는 오렌지 혹은 하늘색 티셔츠 유니폼의 콘시어지 스태프가 있는데, 온라인 사이트에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같은 문구로 사용자를 맞이합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손님(guest)과 회원(member)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한국 애플 서비스에는 회원 제도가 없는데 이 곳에는 회원 제도가 있나 봅니다. 회원 관련하여 자세한 사항은 몰라서 넘어갔습니다. 손님 메뉴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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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항목이 나옵니다. 기술 지원을 받을 것인지 개인 구매에 대한 도움을 받기를 원하는지, 워크샵에 참석 신청을 할 것인지 고르게 되어 있습니다. 기술 지원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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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기종 선택 화면입니다. 애플의 제품 분류에 따라 맥, 아이팟, 아이폰 등 세 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맥북 에어이므로 맥을 선택했습니다. 실제 매장에 방문하면 지니어스바 앞에 같은 화면이 떠 있는 아이맥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퀵 드롭(quick drop)이라는 메뉴도 있습니다. 이것은 예약에 따른 기다림을 피해 제품만 맡겨 놓고 이상 여부 판정과 수리 여부, 비용 등을 나중에 전달 받을 수 있는 선택지라고 합니다. 실제로 아래에서 보듯 예약 시스템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당장 문제가 발생한 사용자에게 수리 의뢰조차 며칠 후에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편할 리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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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날짜 화면입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날짜는 토요일 뿐입니다. 제가 예약한 날이 수요일이니까 무려 삼 일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좀 기다리더라도 그 날 바로 처리되는 ‘빨리빨리’ 환경이 그리워진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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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를 정하면 그 밑으로 시간대와 예약 시각이 정해집니다.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대략의 시간대를 정하는 것은 이해가 됐으나 분 단위까지 선택하는 옵션을 보니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시간 약속이 지켜질까 하는 의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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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이 확정되었다는 화면입니다. 대여섯 단계에 걸친 과정이었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확인할 수 있는 화면 구성과, 비록 기다림은 필수겠으나 배려가 보이는 예약 시간대 구성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제게 남은 과제는 과연 어떻게 상황 설명을 하고 순조롭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미국 생활에서 언제나 겪고 고민하는 문제가 남았습니다.

(2부로 이어집니다.)

5. 애플 스토어, 직접 찾아가다

6. “다 이루었다.”

7. 결론

아이폰 v. 팜 프리 2

Sunday, February 15th, 2009

New “Meet Pre” video demonstrates new functionality, incredible calming effect – Engadget.

위 영상은 팜 프리의 광고 영상으로 보입니다. 아이폰이 했던 것과 비슷하게 사용자의 실제 사용 화면처럼 보여주면서 자연스레 팜 프리의 우수한 기능을 보여줍니다.

이것 참 애플 아이폰 입장에서는 큰 일입니다.  아이폰을 쓰는 입장에서 앱(App) 사이에 유연한 사용이 아쉽다고 느끼던 차인데, 저 팜 프리의 영상을 보니… 매우 부드럽고 사이사이 연동이 매우 뛰어난 사용이 가능하다고 느껴집니다. 저는 자꾸 저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차기 아이폰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아이폰이 저러한 환경을 준비했든 안 했든, 분명한 것은 팜 프리가 먼저 선을 보였고 선점했다는 것입니다. 미팅할 사람들 목록 나열과 그에 따른 사용, 달력에서 일정을 바로 잡아 끌어 변경할 수 있는 기능, 달력에서 빈 시간에 해당하는 화면을 줄여서 표현해 주는 아기자기함 등, 프리가 가진 매력이 담뿍 담겨 보입니다. (추가) 화면의 사방을 이용한 화면전환, 어플 종료와 웹 화면을 바로 이메일로 링크/공유할 수 있는 부분 등 아이폰에서 아직 선 보이지 않은, 혹은 훨씬 더 나은 사용자 환경이 눈길을 끄네요.

국내에서 팜 트레오가 어떤 캐리어로 정식으로 나왔는지 검색해 봤는데, 이 글로 미뤄봐서 사용자들이 개별적으로 사용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프리도 우리 나라 정발은 기약이 없다는 것인데…

달아오르는 스마트폰 경쟁, 삼성과 엘지가 선전해 주길 기원하며 좀 더 열린 기술 시대를 국내 사용자들이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이 펼쳐지길, 아울러 기대해 봅니다.

오바마 대통령 주례 연설 4

Sunday, February 15th, 2009

The White House – Blog Post – A major milestone.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계속해서 미국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한다. 그럼으로써 사회적인 단결을 꾀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당신 돈이다. 그리고(그러므로) 당신은 어디에 어떻게 그 돈이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 Recovery.gov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하는 대통령의 육성이다.

‘돈 원 없이 써 봤다’는 전 지식경제부 장관. 당신은 우리 돈을 어디에 썼는가? ‘없어진 원’은 누구의 원인가, 국민인가, 당신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다른 누구인가?

미국식 아침식사

Thursday, February 12th, 2009

이제 미국 생활 6개월 째입니다. 아직까지 궁금한 게 이 사람들 뭐 먹고 사나 하는 것입니다. 저야 매일 밥인데 말이죠. 기회 될 때마다 여기 로스쿨 친구들에게 물어 보는데 딱히 이거다 하는 게 없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기회를 봤습니다. 집 앞에 있는 66번 도로 ((픽사-디즈니 애니메이션 ‘카’에 나온 길이죠.))의 역사를 증언하듯 서 있는 Red Hill Coffee. 여기서 기본 중 기본이 뭐냐는 물음에 아래와 같은 아침식사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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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과 커피 머그>

먼저 커피를 시켰습니다. 소박한 머그잔에 가득 담아 주는 커피.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종이로 된, 관광객이 가져갈 수 있는 메뉴판을 따로 줍니다. 메뉴판을 보니 커피는 단돈 1불. 저 머그잔에 가득 담아 줍니다. 오, 맛이 매우 부드럽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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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자리에서 본 식당 내부>

역사가 매우 오래된 집입니다. 벽면을 가득 메운 건 별별 모양과 배경의 사진들. 고색창연한 식당 테이블 보를 보니 정말 오래됐구나 싶습니다. 이런 느낌은 영화 탑건에 나왔던 샌디에이고의 식당을 연상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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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켓 + 그라비 소스>

오늘 주문한 메뉴는 베이컨 네 조각에 스크램블 계란 세 개입니다. 이런 기본 메뉴에 으깬 감자 구운 것과 위와 같이 비스켓+그라비 소스가 제공된다고 합니다. 가격은 7.5불. 꽤 비싼 가격인데 ((요즘 제 사정도 그렇고 전반적인 체감 물가도 그렇고)) 경험삼아 시켜 봤습니다. 비스켓은 우리나라 KFC에서 먹을 수 있는 그것과 같고요. 그라비는 평소 궁금해 하던 것인데 저렇게 찐득한 모양으로 덮밥처럼 덮어 나오네요. 맛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맛이었습니다. 저것만 먹어도 배가 솔찮게 차던데 과연 메인 메뉴는 어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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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모든 메뉴: 베이컨 네 조각+스크램블 에그 세 개, 거기에 감자와 비스켓, 커피>

주문한 메인 메뉴가 나왔습니다. 타지는 않았지만 아주 바삭하게 구워진 베이컨 네 조각과 스크램들드 에그 세 개. 거기에 감자까지 한 가득입니다. 비스켓 그라비 소스를 반도 안 먹었는데 저렇게 많이 더해졌습니다. 연신 커피만 마시다보니 어느 새 서빙하는 분께서 한 가득 커피를 리필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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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힐 커피숍 전경>

유서 깊은 도로변에 자리 잡은, 역시 유서 깊은 곳입니다. 문에는 한국전을 기억한다는 기념 표시도 달려 있습니다. 주변은 시 경계 지역으로 매우 황량합니다. 이 가게는 아침식사 전용으로 오후 1시에 문을 닫습니다.

위 식사는 경험삼아 시도해 본 것입니다. 입에 맞긴 하지만 가격과 양이 부담스러워 자주 찾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커피는 매우 괜찮습니다. 스타벅스에서 제가 즐기는 카페 미스토가 2불인데 여기 커피 1불에 리필을 계속 해 줍니다. 스타벅스도 카드 회원이어서 리필이 되긴 하는데 점원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데 여기는 알아서 척척 채워 주네요.

모처럼 휴강으로 얻은 목요일의 평화로운 휴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아까워서 안 남기려고 다 먹었더니 네 시간이나 지난 지금까지 속이 부대끼네요. 허허…

Twitter Search

Thursday, February 12th, 2009

Twitter Search.

작년 6월에 관련 기술 회사를 인수하고 7월에 공지 블로그 글이 올라 왔다. Digg에는 아주 가끔만 가고 Delicious는 거의 사용 안 하고, 그 외 뭐가 또 있을까 하면서, 어쨌거나 관련 기술 검색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그냥 구글링 ((로그인 안 한 상태로 구글링, 구글을 멀리하기로))으로 해결하는 편이다. ((관련해서 네이버 등 국내 검색 기술을 거의 쓰지 않는 편인데, IT 쪽 일로 먹고사는 친한 친구의 비아냥 같은 얘기를 들어봤다. 마치 잘난 척 하는 것처럼 얘기 하던데… 이건 그냥 사파리를 몇 년 사용하다 생긴 사용 습관인데 마치 의식적인 무시나 거리두기로 보였나 보다. 지식인이라는 것도 티비 광고 때문에 아는 정도지 거기서 뭔가 의미있는 결과를 얻은 적도 얻으려는 시도도 해 본 적이 없다. 국내 검색 시장을 생각해 볼 때,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긴 한 것 같은데, 달리 보면 결국 불편없이 굳이 포탈이란 데를 갈 필요 없이 생활한다는 것 아닌가.)) 주에도 밝혔듯이 정말 편한 검색 환경만 이용하고 있는데, 오늘 괜찮은 방법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트위터 검색.

내가 쓴 글을 검색할 필요가 있어서 가 본 것인데 당연하지 않게도 내 트위터 페이지에는 검색 방법이 없고, 저렇게 구글스러운 화면으로 검색 도메인이 따로 있었다. 검색 결과는 괜찮은 편. 정확히 원하는 글을 찾아 주었다.

트위터가 대성공한 이후로 이 모델로 어떤 사업 방향이 펼쳐질까 궁금해 하고 전망하는 글이 많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으로 더욱 주가를 높인 트위터. 일단 아이폰으로 검색어를 설정하고 결과를 봤는데 심심할 때 특히 좋아 보인다. SNS, 새 시대 사회 연결망이랄 수 있는 이 인터넷 연결망 수단이 많이 발전한 가운데, 트위터는 단연 온갖 종류의 정보, 그것도 아주 개인의 내밀한 혹은 개인끼리의 내밀한 부분을 담아내는 수단 중 최고봉이다. 이 부분에서 검색이 끼어 든다면 굉장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이폰 검색어 결과를 RSS로 받아 보는 것도 가능하다. 관련 블로그를 해 보고 있는데 아주 좋은 물적, 인적 소스가 될 것 같다.

집에 틀어박혀 있는 이유

Wednesday, February 11th, 2009

[제745호] 낭만 고양이 : 문화 : 뉴스 : 안인용의 런던 콜링 : 한겨레21.

오늘은 수요일. 수업에 치일 줄 알고 내심 걱정을 했다. 열 페이지도 안 나가던 진도를 하루 아침에 60페이지나 읽어 오라는 Civil Procedure 교수님의 엄포에 떨면서 말이지. 어랏, 진도는 안 나가고 75분동안 전체 아웃라인 강의를!

내일 Criminal Law는 휴강. 다음 주 Make-up으로 double classes가 되겠지만 걱정없이 듣는 재미가 있는 수업이어서 부담보다는 내일 하루 쉰다는 안도와 여유가 좋다. 그런데 왜 3:00 P.M. 밖에 안 됐는데 집에 있어야 하는 거지?

안인용 기자가 아주 잘 써 줬다. 바로 저 이유다. 피곤. 아까움 등등. 그저 집에서 밥 먹고 집에서 맥북 에어 끼고 있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경험치가 쌓인 것이다. 물론 아쉬운 면면–뭔가 해야하고 뭔가 봐야하고 뭔가 놓치면 아까울 것이라는–들은 지워버리거나 포기한다기보다는 미뤄둔다는 핑계를 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또 하나, 집에 있으면 좋은 이유는 바로 모자란 공부 시간 확보다. 하지만 이건 위 이유의 반대 차원, 보상 차원에서 피워낸 핑계에 지나지 않음을 매번 확인한다. 지금 8:45 P.M. 한 시간 있으면 졸릴 시간인데 계획한대로 책을 보고 있나? 아니다, 계속 맥북 에어와 함께 하고 있다. OmniFocus에 쌓아 둔 할 일이 태산인데도 먼 산 보기로 일관하는 중이다.

분명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이 저녁이 아까울 것이다. 뭔가 특별한 일을 했어야 했는데, 하며 말이지. 실상 할 일은 없는데도 말이지. 그나마 계획한대로 책에 코를 박고 있었다면 그 아쉬움이 위안으로 일부 바뀌었을테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 여유를 즐기는 편이 아직은 좋다. 주중에 한번도 앉을 새가 없는 이 의자, 아이팟 하이파이 옆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여유가, 이 여유로움을 느낀다는 사실이 좋다.

지난 주부터 아쉬움을 달래는 한 가지 방법을 개발해 낸 것이, 바로 아침 운동이다. 여전히 공부 아닌 다른 방법이지만 그래도 효과는 좋았다. 내일도 아침부터 시도해 볼 참이다. 인증샷도 한번 마련해 보려 한다.

아, 로스쿨 관련 첫 글을 이렇게 한번 올려 보는군.

오바마 대통령 주례 연설 3

Saturday, February 7th, 2009

http://www.whitehouse.gov/blog_post/compromise1/

슬슬 식상할 때가 됐습니다. 언제까지 굿뉴스, 배드뉴스만 외칠 수 있을까요. 의회에서 일단 정부 안을 지지하는 모습인 것 같은데 지켜볼 일입니다. 외부요인이든 내부요인이든 좋은 결과, 그게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아닐까 싶습니다. 비단 미국 대통령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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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주례 연설보다 다른 것에 주목을 하고 싶습니다. 백악관 첫 화면은 네 개의 탭을 담은 사진이 초기 화면에 뜨는데 볼 때마다 느끼지만 사진이 참 좋다고 할까요, 주인공인 오바마 대통령 말고 그 이면을 보여주는 화면을 볼 때마다 신기하면서도 재미 있습니다.

우리 대통령께서 ‘닌텐도’ 발언으로 또 한바탕 바람을 몰고 오셨죠. 충분히 ‘지시’하실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뜨거운 국내 웹의 반응에 더욱 흥미가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얼마 전 오마바 대통령도 그런 ‘지시’ 비슷한 걸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자동차 연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다른 점은 오바마 행정부는 법으로 그러한 기술 개발에 대한 압박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둘 다 ‘지시’의 형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미국은 한술 더 떠서 법안으로까지 강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자동차 연료를 제한하는 법안과 닌텐도 같은 게임기 개발을 강제하는 법안은 좀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장에 맡길 부분이라고 여겨지는 공통점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며칠 전 오바마 대통령의 그 ‘지시’ 뉴스를 보고 의아해 하다가 닌텐도 같은 게임기 개발을 ‘지시’하신 대통령의 모습도 그리 낯설지 만은 않았습니다.

지시든 법을 통한 강제이든 공감대와 하나의 목표가 설정되어 같이 뛰면 얼마나 좋을까요. 굳이 두 대통령의 지시를 구분한다면,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국정 이슈 중 하나인 에너지와 환경 문제에서 자동차 대체 연료 문제는 응당 고민되고 기술 개발도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즉 앞뒤가 맞아 떨어지는 것이지만, 이명박 행정부에서 게임기 개발은 과연 어느 국정 이슈에 맞출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생기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그냥 경제를 살리자, 돈을 벌자, 창의력을 높이자와 같은 두루뭉술한 구호 속으로는 당연히 포섭되겠지만 그런 구호는 누구나 외칠 수 있는 공허한 것이니까요. 정교함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앞뒤가 맞는 주장이 펼쳐질 때 비록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이라 하더라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뜬금없다, 이 표현이 딱 맞겠습니다. 많이들 말씀하시는대로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만 봐도 과연 게임기의 사회적 효과를 고려한 발언이겠느냐, 그냥 내 뱉은 거 아니냐는 시각이 옳아 보입니다.

다시 위 사진 얘기로 돌아가자면, 일단 취임 초기니까 좋게 봐 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만 그보다 진심으로 좋게 봐 주고 싶은 것은, 일관성이 있다는 것, 그 중에서도 자신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면서 지지자들 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공화당을 모두 아우르는 미국민들에 대한 발언임을 끊임없이 되뇌면서 저렇게 이면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진짜 오마바 행정부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신뢰를 주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뢰. 이건 아무렇게나 얻는 게 아니지요. 최소한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취임 전부터 신뢰의 문제로 시달린 이명박 정부는 이걸 얻기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고민하는 지 묻고 싶네요. 벌써 1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말입니다. 또한 신뢰는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한테만 해당하는 게 아니지요. 나를 반대한 사람들의 신뢰, 좋아하고 따르게 바꿀 수는 없을 지라도 최소한 내 방향에 대한 믿음은 상대방에게도 심어줄 수 있어야 진정한 신뢰가 쌓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5년 단임제에서는 아쉽게도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간이 매우 한정적으로 정해져 있지요. 앞으로 딱 6개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통령의 뒷모습

Tuesday, February 3rd, 2009

Picture 13.png

역사적으로 대통령의 뒷모습을 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 경우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 같고. 물리적이지 않은 뒷모습이라면 숱하게 봐 왔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뒷모습 사진이다. 백악관 사이트에 저렇게 올라 와 있다. 지난 일요일 수퍼볼 시청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친근해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 취임 한 달도 안 된 거대 강국의 대통령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인다.

아이폰 v. 팜 프레

Saturday, January 31st, 2009

한 마디로, 아이폰의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습니다. 이 때까지 무려 5년은 앞선 기술이라고 자랑해 왔고 사용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뿌듯해 했고 구글이 만들었다는 지폰도 우습게 넘겨 버렸습니다. 실제로 그랬죠. 지폰은 앱 스토어에 필적하는 ‘마켓’을 오픈할 것이라는 정도의 뉴스만 남기고 흐물흐물 잊혀졌습니다. 지금도 팔리고는 있을테지지만 존재감이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팜 프레. ((Palm Pre를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가에 관해서 puzit님이 조언을 주셨는데 다른 지적이 있었습니다. ‘프리’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이번 2009 CES에서 확실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20분이 넘는 위 비디오를 한번 보기를 권유합니다. 이럴 수가하는, 그러고 싶은 기능이 한 둘이 아닙니다.

먼지 백 버튼. 팜 프레의 모양은 귀퉁이 둥그스름하게 빠진 것을 빼고는 위에서 보면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군더더기 없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에서는 홈 버튼이라고 이름 붙여서 어느 앱에서건 홈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여기서 불편한 점이 생기는데 앱 간에 이동하려면 반드시 홈을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앱을 처음부터 다시 실행시켜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어느 앱은 홈으로 돌아갔다가 와도 그 지점에서 계속 실행이 이어지지만 어느 앱은 그렇지 않습니다. 팜 프레는 홈 버튼이 아니고 백 버튼 ((위 리뷰에서는 백 버튼이라고 들었는데 루빈스타인의 공식 발표를 보니 Center Button이라고 되어 있네요.))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홈으로 가는 게 아니고 앱을 나열하는, 멀티태스킹(다중작업) 화면으로 돌아가는 버튼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체 화면을 차지하던 앱이 축소되면서 같이 실행 중인 다른 앱들과 병렬로 나란히 늘어서게 되고 사용자가, 마치 아이폰에서 사진을 넘기듯이, 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주 부드럽게 화면이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멀티태스킹 ((Cards라고 이름 붙였네요.))은 위 백 버튼과 더불어 아이폰과 정확히 차별되는 지점입니다. 어느 정도 성능을 내 줄지 모르나 위 비디오에서 보여진 바로는 꽤 괜찮은 편으로 보입니다. 저 데모 기기가 현재 시판 중인게 아니고 좀 더 다듬어질 것을 생각한다면 틀림없이 더 훌륭하게 나오겠지요. 홈 버튼이 없는 대신 아래 백 버튼 주위 부분 ((Gesture Area라고 하네요.))이 터치를 감지하는 역할도 합니다. 위로 슥 훑어주면 홈 화면이 화면을 덮으며 나타납니다. 또한 나열된 앱을 집어서 위로 보내면 앱을 종료하게 됩니다(그렇게 보입니다).

다음은 키보드입니다. 아이폰이 터치 기기라는 걸을 강력히 인식시켜주는 부분이 바로 키보드입니다. 화면 조작만 터치로 하는 게 아니고 입력도 터치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온전히 ‘풀 터치’라는 이미지를 아이폰이 선점해서 주장하는 역할을 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키보드입니다. 그런데 팜은 잡스가 아이폰 발표 당시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던 그 하드웨어 키보드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잡스가 기존 키보드를 화면에 보이면서 완전히 구시대 유물로 선을 좍 그어 버렸을 때 사용자들의 뇌리에는 어느 새 그런 인식이 자연스레 스며듭니다. 그게 잡스가 가진 힘입니다. 현실왜곡장이 바로 그것이죠. 그런 부담은 아랑곳 없는 듯 팜은 구시대적 키보드를 달고 나옵니다. 써 본 분들은 평가가 갈리지만 최소한 애플의 터치 방식 키보드 옹호론자라 하더라도 불편한 점은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앞서 간 만큼 완전치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팜은 이런 부분을 어떻게 고려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왜 이렇게 키보드를 넣었을까요. 실제로 시판되고 써 봐야겠지만, 일단 기존 방식을 따름으로써 안전, 친숙함 등을 고려했을 것 같습니다. 안전은 애플과 부딪힐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죠. 현재로서는 터치 방식 키보드를 구현함으로써 얻는 위험 부담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애플의 방식 외에 현저히 다른 뭔가를 보여주기에는 말입니다.

충전기. 굉장하지 않습니까. 자석을 이용해서 붙여 놓기만 하면 충전이 된다니 말입니다.

그 외 음악, 비디오, 이메일 등을 시연하는데 화면이 작아 잘 보이진 않아도 꽤 잘 만들었다고 생각될만큼 시연 장면이 부드럽습니다. 리눅스 기반의 웹오에스라고 이름을 붙였나 본데 팜의 기술력이 대단합니다. 팜은 트레오라는 스마트폰의 원조들 격에 속하는 기기를 이미 만든 경험이 있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자, 애플이 최근 특허 운운하면서 열 받은 이유가 좀 감히 잡히지요. 그런데 더 크게 중요한 사실은, 바로 존 루빈스타인입니다. 넥스트 시절부터 잡스와 함께 일 했고 2006년까지 애플에서 아이팟을 담당했던 수석 부사장입니다. ((Senior vice president을 이렇게 해석하면 될런지?)) 이 분이 2006년 애플을 그만두고 잠시 공백을 거친 후 2007년 10월 팜으로 옮겨 갔습니다. 당연히 애플의 구석구석을 잘 알 수 밖에 없고 이번 팜 프레가 나오기까지 꽤 큰 역할을 한 것은 자명합니다. 위에 나열한 기술 중에서 홈 버튼과 키보드 빼고 애플에서 구현 예정이지 않은 기술이 있을까요? 전 이미 애플의 아이폰 로드맵 중에서 저와 같은 기술은 모두 들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면 놀랄만하지만 그렇다고 획기적이고 창조적인 것들은 아니지요. 팜이 먼저 치고 나왔고 상당히 비슷한 손가락 움직임에 따른 화면 조작은 애플에서 경계를 가질 만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사실 멀티 터치 기술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기술 자체야 특허로 보호해도 다양한 구현과 자잘한 기술적 차이로 얼마든지 우회가 되는 게 저 기술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인터페이스가 오히려 더 중요할 것입니다. 팜 프레는 그런 부분, 즉 아이폰의 화면 구성과 조작 부분을 꽤 연구하고 피할만큼 피하면서, 오히려 더 낫게, 루빈스타인의 머릿 속에 들어 있을 애플, 아이폰의 로드맵 중 일부를 미리 시장에 선 보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볼 때 아직 기술 타령 이나 신문에 오르내리는 우리 현실은 안타깝습니다. 이미 기술 자체의 구현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구현해 보일까 하는 단계에서 저들은 다투고 있는데 말입니다. 감압이니 정전압이니 하는 용어들을 입에 담는 자체가 너무 바보 같지요.

며칠 전 뉴욕 타임스에 기사가 하나 올랐습니다. 가십거리이긴 하지만 새로운 권력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로 블랙베리가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단순히 이메일 주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 최고의 지도자 그룹 중 한 사람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주변인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 게 핵심입니다. 노트북으로도 데스크탑으로도 업무를 볼 수 있지만 사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키보드를 만질 일은 없습니다. 그는 아마도 서류에 서명하고 남들과 얘기하고 듣고 검토하고 보고 받는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일들, 컴퓨터를 쓸 일이 전혀 없는 수 많은 일에 쌓여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유일하게 집중하여 작은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아마도 하루에 수십 분은 충분히 시간을 들여 혼자만의 시간 동안 뭔가를 해야 할 때 이용하는 게 바로 블랙베리입니다.

블랙베리의 성공은 오로지 이메일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블랙베리는 가히 실시간 이메일이라고 할만큼 이메일을 보내고 받는데 탁월합니다. 최근까지 여러 모델이 나오지만 인가젯의 리뷰를 봐도 블랙베리의 여타 기능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웹브라우저의 느린 속도는 도저히 인내할 수준이 못 되어 보입니다.

그런 블랙베리, 그런 구시대적 키보드를 달고 있는, 애플이 주장에 의하면 퇴물이 될 기기 라인업에 팜 프레가 들어 왔습니다. 팜 프레는 분명히 아이폰류의 새로운 스마트폰 대열에 넣을 수도 있을만한 기기이지만 제 생각에 팜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팜은 기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모양도 크게 다르지 않고 결정적으로 같은 방식의 키보드를 쓰면서도 훨씬 나은 성능과 조작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은 혼자이지만 팜 프레는 혼자가 아닌 것이죠.

지폰은 다음 버전이 나와야 아이폰과 견주어 볼만할 것 같고, 블랙베리는 아이폰과는 다른 지점의 단말기라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윈도 7을 탑재한 단말기는 과거 마소의 경우처럼 일단 나와야 뭔가 끼워주든 말든 할 것이고요.

팜 프레.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그럴 듯한 기기이면서 기술적으로도 아이폰과 대적할만한 기기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전적으로 비디오 리뷰만 보고 판단한 것이라는 전제이긴 합니다. 애플에서 공언한 5년을 앞선 기술은 불과 2년 만에 따라잡힌 것일까요.

(추가)
프레를 공개한 키노트 링크를 붙입니다. 누구인지도 모를 수 많은 사람들이 무대 위를 오가는군요. 애플이 발표의 임팩트는 역시 한 수 위.

팜 프레 공개 키노트

오바마 대통령 주례 연설 2

Saturday, January 31st, 2009

괜히 딱딱하게 느껴지기 보다 매주 보는 단막극 같은 느낌이다. 이번에는 분장도 좀 더 돼서 얼굴이 떠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도 말에 힘이 있다. 일단 약속을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미국민들이 희망을 갖고 싶고 힘을 얻고 싶으니 ‘잠 안 자고 열심히 하겠다’라는 빈말보다 어떻게 해서 어떻게 결과를 가져 오겠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싶어 할테니 그렇겠지. 그저 빈말이 아님을 보여줘야 할텐데 참 힘들 것 같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기보다는 오바마는 “It’s enough.”라고 단언해 버렸다. 말 내용의 주체가 다르다. 잃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당사자 중심이고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대방 중심이다. 확실히 오바마의 말이 선을 명확히 긋고 내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데 유리하게 보인다.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면, 되찾은 후 어떻게 해야할지 숙제로 남게 된다. 모두들 그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고 찾은 후에 뭘 할 것인지, 찾은 게 국민들 것인지 아니면 오로지 자기들 것으로 삼는지 계속 보게 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전임자의 역할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 오바마를 보는 사람들 눈에는 전임자와 다른 모습만 보여주면 충분하다고 여길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리고 ‘타원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전임자와 확실히 다른 자기 스타일을 보여 버린다. 대표적으로 블랙베리를 계속 쓴다는 점과 21세기라는 개념에 걸맞는 백악관 사이트를 통한 소통 등이 대표 사례가 되겠다. 바로 위 동영상처럼 기술을 ‘사용하는’ 이미지에 유투브와 구글이 쌓은 이미지를 오롯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주 첫 대통령 주례 연설은 무려 150만 정도 되는 방문객 집계를 보았다. 가히 ‘현상’이다. 한 국가 대통령의 주간 연설이 상업 사이트에 올라오고 그걸 전세계 사람들이 한번씩 본다니 말이다.

한편 고맙기도 하다. 좋든 싫든, 지들이 주장하든 아니든,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 대통령은 아니어도 최소한 전세계에서 한 손에 꼽는 지도자 역할은 하지 않나. 세계 시민을 상대로 이렇게 서비스 정신에 충실하게 움직여 주니 고맙다는 말이다.

Vimeo라는 서비스가 이번에 유투브와 같이 붙었다. 지켜 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