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킨토시’가 어울리는 풍경

Friday, March 13th, 2009

이렇게 제목을 붙여서 글타래를 만들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합니다만… 당장 제 형편도 책과 맥의 멋진 하모니라고 보여드릴만한 ‘그림’은 안 나오네요…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이렇게 올려 봅니다. 아래 링크는 비교적 맥 비호환적인(개인적인 짧은 경험에서 비롯되어 판단하는) 네이버 쪽 링크인데요. 가수 이 적 씨의 집 내부인데 알북으로 추정되는 맥이 있네요. 15″인지 17″인지는 잘 모르겠고요.

http://book.naver.com/bookshelf/story.nhn?startmonth=200810

저도 저희집 ‘친구들’과 어울려 넓직한 탁자에서 각자 자기 책이나 일을 하는 여유로움을 갖는 게 꿈 중 하나인데요. 그 때 한 켠에 ‘매킨토시’ ((애플이 ‘매킨토시’라는 이름을 언제 버렸는지 확실치 않은데 Mactracker로 찾은 정보에 의하면 파워 매킨토시 G3라는 이름까지는 사용이 됐군요. G4로 넘어 오면서 ‘파워맥’이라고 정식 명칭을 정했는데 그 직전 ‘아이맥’을 발표했으니 대략 1999년 전후로 ‘매킨토시’라는 이름은 사라진 듯 합니다. 컴퓨터 이름이면서도 참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이름인데 이리 오래 사용 안 해 왔으니… 참 아쉽네요… ))가 놓여있도록 하는 게 또한 목표입니다. 어떤 ‘매킨토시’가 좋을 지 어떤 맥이 좋을 지,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는데 현재는 큐브를 갖고 있으니 1순위이긴 합니다. 실제 사용을 위해서는 당시 최신형 아이맥이지 않을까도 싶고요.

미국 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경험기, 2부

Tuesday, March 10th, 2009

(파일 업로드에 문제가 있어 사진이 누락됐습니다. 나중에 수정보완합니다.)
사진 첨부되었습니다.

0. 서설

1. 맥북 에어, 오랜만에 청소를 하다

2. 애플 스토어에서 서비스도 하나?

3. 미국 애플 스토어는 뭐, 다른가?

4. 애플 스토어에 수리 예약을 하다

(이상 1부 목차)

5. 애플 스토어, 직접 찾아가다

오늘은 2월 19일 목요일. 어제 온라인으로 예약은 했지만 토요일 약속시간까지 기다리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이틀이나 기다려야 하는데 무엇보다 수리 여부라도 알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앞섭니다.

아침 수업을 들으면서 고민 끝에 애플 스토어를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본시 당일 방문자를 염두에 두는 것이 대개의 예약 시스템이라는 생각에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생각은 맞았습니다.

이른 봄 바람의 따스함도 에어 액정에 대한 걱정과 상념으로 느낄 겨를이 없습니다. 평일 느즈막한 오후인데도 애플 스토어는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하지만 매장 깊숙히 자리잡은 지니어스 바를 바라보니 그리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지니들도 한가롭게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나가는 콘시어지 스태프에게 저간의 사정을 얘기했습니다. 기대와 달리 예약없이 지니어스 바 상담은 안 된다고 합니다. 지니어스 바 앞에 있는 리셉션용 아이맥으로 예약을 하라고 안내해 줍니다. 이 사람들의 ‘노’는 어지간해서 ‘예스’로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다시 예약을, 어제 예약을 했음에도, 시도해 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날짜가 하루 앞당겨진 금요일 오후 네 시에 예약 시간이 비어 있습니다. 분명 어제는 토요일 밖에 없었는데 말이죠.

그래도 하루 당겨진 게 어디냐 싶어서 예약을 마쳤습니다. 그리고는 지니어스 바 앞에서 이들의 서비스를 유심히 지켜 봤습니다. 꼭 예약으로만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느슨한 일과로 보이는 가운데, 지니들도 바쁘게 예약 손님을 맞지 않고, 그렇게 맞을 손님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제 차례는 없지만 잠시 짬을 내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좀 더 옆으로 자리를 옮겨 지켜 봤습니다.

갑자기 모자(비니)를 쓴 지니 한 사람이 저와 눈이 마주치고 “뭐, 필요하신가요”라고 질문을 합니다. 순간 내 문제를 상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내일 예약을 잡았다고 답했습니다. 이 사람들 눈 마주치면 의례 던지는 인사치레 정도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지켜 봤지만 여전히 그리 빡빡하지 않은 일 진행으로만 보였습니다.

이윽고 용기를 내어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방금 제게 질문을 던진 지니에게 다가가 내일 예약을 잡았으나 잠깐 질문을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합니다.

“집에서 액정을 닦다가 코팅이 벗겨졌다. 난 힘을 주지도 않았고 오히려 키보드와 트랙패드 때문에 액정에 흠이 생겨 난 자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가. 그런데 사용자의 과실이면 보증 서비스가 안 된다.”

“과실일 수가 없다. ‘흠’이 생긴 곳을 문질렀는데 코팅이 벗겨졌다.”

“‘흠’이라고? ‘크랙’? 그렇다면 안 될 것 같다.”

“‘크랙’은 아니다.”

(옆 다른 지니)”물로 닦았는가?”

(괜히 꼬투리 잡힐까)”아니다. 입김만 불어 닦았을 뿐이다.”

“봐야 알겠지만 힘들 것 같다.”

대략 위와 같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흠’을 정확히 설명하기도 어려웠고 이해도 못 한 것 같았습니다. 내일 다시 와서 보여주겠지만, 보지도 않고 설명을 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맥이 탁 풀렸습니다.

6. “다 이루었다.”

흰 수염이 멋진, 인자하면서도 날카로운 인상의 헬드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불법행위법 수업. 긴장 속에서도 온통 신경은 오후에 잡은 예약 시간에 쏠립니다. 뭐라고 설명할까, 어떤 답을 해 줄까, 만일 서비스가 된다면 언제 맡긴다고 할까, 서비스 안 된다고 하면 어쩔까 등등… 점심 무렵이면 수업이 끝나 오후부터는 홀가분한 기분을 만끽해야할 금요일이지만, 오전부터 어깨를 짓누르는 고민과 수업 틈틈히 전해오는 긴장 속에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날 듯이 집으로 가서 점심을 대충 해결하고 예약 시간을 기다립니다. 예약 시각은 네 시 사십분. 점심을 먹고서도 한 시간여를 기다려야 하는데 맥없이 기다리느니 일단 가 보기로 했습니다. 예약 시간이 정확히 지켜질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 어제 가 본 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면 일찍 차례가 올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애플 스토어 @빅토리아 가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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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어서 그런지 지니어스 바는 어제와 달리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화면에서 등을 보이는 남녀는 유니바디 15″ 맥북 프로를 들고 와서 서비스 의뢰를 하는데 시간을 꽤 소요했습니다. 그 뒤로 보이는 모자(비니)를 쓴 지니가 어제 제게 답을 해 준 그 지니입니다. 오른쪽 챙 모자를 쓴 지니도 어제 그 지니고요. 이 애플 스토어는 지니어스 바에 대략 다섯 대의 맥북/프로를 두고 서비스를 진행하는데 보통 네 군데로 나뉘어 서비스가 진행됩니다. 왼쪽 둘은 맥 서비스, 오른쪽 둘은 아이폰/아이팟 서비스를 진행합니다. 비니를 쓴 지니와 사진에 안 보이는 다른 지니가 맥을 담당하는 지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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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시간보다 일찍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너무 일찍 간 관계로 매장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위 사진은 기다리며 찍은 매장 안 풍경입니다. 예약 아이맥 바로 앞에서 찍은 것인데 저 테이블은 1:1 예약을 한 손님을 위한 테이블입니다. 비교적 나이가 드신 저 하늘색 티셔츠의 스태프는 ‘specialist’라는 표시가 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손님에게 상세한 맥 사용 방법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맞은 편 손님들도 담당 스태프에게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복잡한 지니어스 바 앞과 달리 매장 안은 전체적으로 한산했습니다. 이 때 시각이 약 세 시 정도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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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옆으로 옮겨서 찍어 본 풍경입니다. 매장 안에는 가족들, 연인들, 남녀노소 등 ‘종류’도 다양한 손님들이 오고 갑니다. 왼쪽 아래에는 아이들용 아이맥이 두 대 놓여 있습니다. 처음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애플 체험 센터가 생겼을 때 아이들용 아이맥이 놓여 있었던 기억입니다만, 이후 바뀌면서 이러한 배치는 없어졌습니다. 위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반대편에는 벽 하나가 온통 소프트웨어 박스를 담은 선반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자연스레 매장에서 물건을 구경하고 즉석에서 구입을 하며, 이런저런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애플 스토어. 꼭 애플이 아니어도, 컴퓨터가 아니어도 좋은 사례로 연구해야 할 사례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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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시각은 세 시가 넘어서였지만 지니어스 바는 생각보다 혼잡했고 처음 사진에서 본 남녀 손님의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는 무슨 문제인지 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윽고 시간은 지나 네 시 경.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제 차례는 다섯 번째입니다. 제가 처음 도착했을 때 일곱 번째였는데 시간이 지나도 영 줄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예약 시간보다 빨리 볼 수 있겠다 싶었던 기대는 슬슬 반대로 바뀌어 예약 시간 네 시 사십분을 넘길 것 같았습니다. 이 때 안 일이지만 당일 예약도 가능한데 그건 이미 상황 종료된 일었고요.

현재 맥 파트를 담당하는 지니는 머리가 길고 약간 배고 나온 지니와 비니를 쓴 지니 두 사람. 머리 긴 지니는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를 붙잡고 수십 분을 서류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눈이 여간 날카롭지 않아서 아무래도 뭔가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제품 의뢰를 하러 온 남녀도 한숨을 간간이 섞고 앉아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비니를 쓴 지니가 담당한 손님은 대학(원)생으로 보이는 백팩을 맨 15″ 알북 사용자. 그냥 상태 점검하고 바로 맡길 것 같았던 상황이었지만 웬걸, 시간이 꽤 걸립니다. 매번 확인하는 바이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기다림은 정말 익숙해 보입니다. 이 사람들이 잘 참는다기 보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머리 긴 지니가 담당하던 남녀 손님이 자리를 뜹니다. 그 지니는 들릴 정도로 한숨을 푹 내 쉬고 묵묵히 흰 맥북 키보드에 열심히 손을 놀립니다. 아직 제 차례는 아니지만 저 지니에게 제 순서가 오면 별로 좋을 게 없어 보입니다. 제게 화를 내지는 않겠지만 어제 앞서 지니들에게 확인한 것도 있고, 제 상황을 설명할 능력도 부족하니 가급적 기분 좋은 지니에게 보이는 게 낫지 싶었습니다.

갑자기 지니어스 바 쪽이 한산해 지면서 호명되는 손님들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섯 번째 올라있던 제 이름이 슬슬 앞 순서로 변경됩니다. 어떤 지니일까, 제발 비니 쓴 지니에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되뇌입니다. 이윽고 15″ 알북 사용자가 자리를 뜨고 새 손님이 호명됩니다. 아, 제 차례가 아닙니다. 제 바로 앞 번호입니다. 다시 수 분여 기다림. 오렌지 색의–콘시어지로 보이는– 스태프가 제게 다가와 몇 번이냐고 묻습니다. 지니도 아니면서 왜 묻지 싶었는데 대답을 하고 옆에서 보니 매장 책임자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제 앞 다른 손님을 호명하더니 이윽고 머리 긴 지니가 나타나 맥북을 들여다 보면서 제 이름을 부릅니다. 으, 저 기분 안 좋은 지니가 내 담당이라니…

심호흡을 하고 설명을 하려던 찰나, 아침부터 준비한 온갖 설명 멘트가 깡그리 머릿 속에서 지워졌습니다. 이런 이런… 천천히 맥북 에어를 백팩에서 꺼냅니다. 에어가 처음 선 보였을 때 돌풍을 일으켰던 마닐라 봉투 모양의 슬리브를 꺼내 탁자 위에 놓습니다. 바로 옆 비니를 쓴 지니는 저를 기억하고는 관심있다는 듯 제 에어를 흘긋 곁눈질 합니다. 안 될거라고 한 제품의 상태가 궁금했을테죠.

걱정과 달리 머리 긴(길고 배도 나온) 지니는 제 얘기를 천천히 들어줍니다. 원래 준비했던 설명은 좀 길었는데 머릿 속이 텅빈 상태라 바로 액정을 보여주며 어제 설명한 것과 똑같이 얘기를 했습니다.

슬리브를 아래에 깔고 에어를 내려 놓았는데, 아, 이 지니는 뭔가 아는 듯 합니다. 최대한 제 사용 습관을 배려합니다. 에어 액정을 보기 위해 에어를 들어 올리는 모습이나 다시 내려 놓을 때 모습 등, 분명 이 사람은 오랫동안 맥을 써 왔고 저 같은 맥 사용자의 습성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충분히 배려된 느낌을 받으며 설명을 했는데 이윽고 이 지니가 대답합니다.

“수리 해 드리겠습니다.”

“네? 수리 된다고요? (반신반의하며, 그러나 분명 된다고 했으니 다른 대답 못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왜요?(라고 물었습니다. ㅎㅎ) 어제는 안 된다고 했는데(옆 비니를 쓴 지니를 흘긋 쳐다 봅니다. ㅎㅎ)…”

“이건 손님 과실이 아니니까요. 액정 문제네요.”

“아, 정말인가요. 고맙습니다X100”

기분히 확 날아오를 듯 좋아졌습니다. 예상 외로 순순히 수리 판정을 해 준 지니. 애플 스토어 및 스태프 시스템에 대한 장점이 돋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젊어 보이는 이들에게 주어진 권한이 꽤 커 보였고 예약과 기다림의 순간이 힘들어도 판정 및 수리 절차가 생각보다 간명하여 기다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는 듯 생각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지니는 제가 설명을 하지도 않았는데 맥북으로 서류 작업을 하며 제가 편한 날짜에 언제든 제 맥을 갖고 와서 수리를 맡기라고 합니다. 액정 문제는 당장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고 통상 수리는 5-7일 정도 걸리니 그렇게 말한다고 하였습니다. 요구하기 전에 제 마음을 헤아려 답변을 척척해 주는 지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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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분도 잠시. 이내 평정을 되찾았습니다. (믿으실 지 모르겠으나) 내내 에어 액정 수리 여부에 대해 마음이 쓰였으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미국 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판정 및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고 이런 과정을 주위 사용자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마냥 좋아하면서 웃고 있을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아까 15″ 유니바디 맥북 프로 때부터 유심히 지켜본 바, 위 사진의 왼쪽 머리 긴(배도 나온) 지니는 저 흰 맥북으로 꽤 오랜 작업을 합니다. 도대체 어떤 화면일까 그것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이제 제 수리 판정도 내려졌겠다 본격적으로 탐구에 들어갑니다.

말을 않고 옆에서 같이 화면을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사진은 찍지 못 했습니다. 한국의 애플 사용자와 환경에 대해 관심있는 모습이었습니다만, 한국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다, 내가 속한 포럼에 이 광경을 ‘리포트’해야한다고 사전 양해를 했지만, 화면은 안 된다고 하면서 맥북을 돌려 테이블 뒤로 돌아가더군요. 그게 위 사진 모습니다. 원래는 바로 제 옆에서 맥북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돌아 들어가기 전, 바로 옆에서 본 지니의 맥북 화면을 기억해 보겠습니다. 일단 사파리입니다. 처음에는 아이튠스인 줄 알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주소창이 보이는 사파리인데 화면 내용 상단에 아이튠스처럼 큼지막한 상태 표시 창이 있습니다. 그 아래에 각종 폼으로 이루어진 화면이 떠 있고 (아마도) 손님과 제품 정보를 담는 칸으로 꽉 차 있습니다.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나 했던 의문도 풀렸습니다. 웹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어서 해당 제품을 조회하고 입력하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걸리는 듯 했습니다.

머리 긴 지니는 자신의 명함–은색 애플 마크가 빛나는–에 수리 번호를 적어 제게 주었습니다. 다음에 올 때 이 번호를 알려 주면 바로 맡길 수 있다고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보증 기간 내 언제든 제 편할 때 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나오는 길, 따뜻한 봄날씨에 절로 콧노래에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참, 오늘 모두 해결되었으니 내일 예약은 취소해야 합니다. 잊은 채로 나왔다 애플 스토어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지만 웃음은 가시지 않습니다. 앗싸!

7. 결론

구경만 하던 미국 애플 스토어. 며칠 동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수리 판정 경험을 해 봤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언어 장벽 문제도 있겠지만 문제 발생과 수리 여부 결정까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비단 저 뿐 아니라 지니어스 바에서 목격한 여러 사용자들을 보고 있으니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애플 스토어의 스태프들, 특히 지니어스 바의 ‘지니’들은 겉으로 보이는 자유로운 모습과 달리 소비자에 대해 큰 권한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태프끼리 의견 교환을 하지 않고도 독자적인 판단으로 수리 여부 판정을 해 주면서 기다림에 지친 손님에게 더 이상의 고통은 요구하지 않았고, 즉석에서 수리까지 해 주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위 사진에서 흰 아이맥은 즉석 수리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사용자가 보는 가운데 진행하더군요.

시스템이야 어떻든, 소비자가 원하는 환경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빠르고 명확한 서비스가 아닐까요. 제가 경험한 미국 애플 스토어는 비록 예약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며칠 기다려야 하는 일은 기본이지만, 일단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받는 서비스는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앞 사람을 기다리면서 힘들었지만 막상 제 차례가 되자 충분히 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고요. 수리 판정도 바로 해 줄 권한을 갖는 스태프이다보니 설명을 되풀이할 필요도 없었고 매우 빠르게 일 처리가 되었습니다. 빠르지는 않아도 명확한 서비스를 함으로써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우리 경우를 떠 올려 봅니다. 예약이라 할 수 없는 당일 번호표 시스템입니다. 약간 기다리기는 해도 오늘 바로 의뢰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속도는 빠른 반면에, 수리 여부 판정은 오늘 받기 어렵습니다. 상황 설명을 하고 입고를 한 후 입고증을 받으면 수 일 내에 문자나 전화로 판정 여부를 설명 듣고 그 다음 과정이 진행되는 시스템입니다. 오늘 처리’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오늘 판정은 ‘안 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어느 방법이 좋을지는 정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지니어스 바 형태는 아니라 할지라도, 이들의 수리 판단 권한이 생래적이 아닌 교육과 훈련에 의한 것은 명확한 이상, 우리나라 애플의 수리를 담당하는 곳도 교육과 훈련에 의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 제가 잘못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 제 경험으로는 수리 담당 기사께서 단독으로 판단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해 주시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만…

제목과 달리 최종 수리까지 해 본 경험기는 아니어서 송구스럽습니다. 제 에어를 다루는 품새나 입고된 제품을 포장지에 담아 안으로 들고 들어가는 것으로 봐서는 미국 애플 수리 기사들도 꽤 조심스럽게 제품을 다루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언제고 제가 일주일 정도 에어 없이 살 수 있을 때 수리를 맡겨서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해 봐야겠습니다.

미국 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경험기, 1부

Saturday, February 21st, 2009

0. 서설

이 글은 제 맥북 에어 액정에 문제가 생겨 미국 L.A. 인근에 위치한 Victoria Gardens(빅토리아 가든스)에 위치한 Apple Store(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여부 판정을 받기까지 과정을 서술한 글입니다. 제 맥북 에어 얘기와 애플 스토어에서 보고 경험한 것, 느낀 것 등을 싣습니다. 내용이 좀 길게 되었습니다. 1, 2부로 나누어 게재합니다.

맥북 에어를 사용한 지 이제 7개월 여가 돼 갑니다. 처음 맥북 에어를 구입하여 받아들고 열었을 때의 감격을 잊지 못 합니다. 그러나 곧이어 갖게 된 실망도 역시 기억에 남는 일입니다. 제 에어는 액정 불빛이 고르지 못 합니다. 가운데 하단이 더 밝아서 주위와 밝기 강도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는 편이지만 어두운 곳에서 흰색 바탕 화면일 때는 얼룩처럼 보여 눈에 거슬려 보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액정의 조립 상태입니다. 전체적으로 조립 상태가 고르지 않아 화면 베젤이 굴곡져 있습니다.

키보드도 온전치 못 한 편입니다. 스페이스바는 약간 휘어져서 끄트머리가 액정에 닿는 일이 빈번합니다.

이와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맥북 에어는 참 쓸만한 기종입니다. 이렇게 얇은 노트북을 쓴다는 일은, 평소에 그저 무심히 지나치다가도 어느 샌가 그 가벼움과 얇음에 화들짝 놀라게 되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특히 요즘 제 주위의 비 맥북 유저들의 노트북, 즉 피씨 계열 노트북을 보노라면 어떻게 저렇게들 튼튼함만 강조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서설이 길었습니다. 오늘 쓸 얘기는 그제 액정을 닦다가 생긴 코팅 벗겨짐 증상에 대해서 이 곳 미국의 한 애플 스토어에서 수리 여부를 판정받은 여정에 관한 것입니다.

1. 맥북 에어, 오랜만에 청소를 하다

그제 오랜만에 에어의 액정을 닦았습니다. 먼지와 지문으로 뽀얀 액정에서 조심스레 먼지를 털고 못 쓰게 된 런닝 셔츠에 살짝 물을 묻혀 살살 닦아 냅니다. 그리고는 다시 얇은 액정 닦이로 말끔하게 닦아 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없어지지 않는 자국들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자세히 관찰해 본 결과, 이동 시 액정이 키보드와 맞닿는 면에 상처가 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자국은 애지중지 써 온 그동안의 과정과 반대되는 가슴 아픈 결과이지만, 또한 그 사용한 시간만큼 당연히 생길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액정과 키보드는 노트북을 닫아 놓았을 때 상당히 밀착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좀 달랐습니다. 유명 해외 포럼에 맥북 에어의 트랙패드 부분과 액정이 닿아 생기는 결과에 대한 보고도 있었는데, 제 에어는 그 외에도 트랙패드의 구석 부분과 액정이 닿아 키보드로 인한 상처 이상으로 큰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제 문제는 여기서 발전되는데 이걸 먼지로 오해하고 열심히 닦아내다 보니 없어지기는 커녕 더 커져 버린 것이었습니다. 결국 액정 코팅이 3-4 밀리미터 정도 벗겨진 모습이 되었습니다.

무척이나 아끼는 제 성격에 비해 액정을 대하는 제 태도는 정반대 격이어서 거의 지문과 먼지, 빈번한 아이챗 대화로 인한 ‘파편’으로 얼룩진 액정이 평소 모습이긴 하지만, 이렇게 뭔가 외부 요인이 더해져서 생긴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액정을 닦기만 했는데 코팅이 지워지다니… 그동안 써 온 몇 대의 파워북과 맥북 등을 돌이켜 볼 때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2. 애플 스토어에서 서비스도 하나?

한국의 애플 서비스에 대해서 불만이 많습니다.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데, 기본적인 문제는 서비스 쪽과 사용자 쪽의 기본 전제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용자 쪽은 문제된 부분만을 정확히 짚어내서 빠르게 수리 완료가 되기를 바라고, 또한 그것이 우리 정서와 환경에 부합하는 방식인데 애플은 그 자리에서 바로 수리 여부 판정과 파트 교체를 해 주지 않습니다. 파트 교체도 큰 부품 단위인데다 수리 파트 수급이 빠르지 않아 생각보다 많이 기다리기 일쑤입니다. 현재 한국은 애플 코리아에 공인된 서비스 센터와 UBase와 계약된 서비스 센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애플 스토어 ((위키 참조))에 직접 수리 부문을 갖추고 있어서 구입과 서비스가 한 곳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애플과 계약으로 운영되는 Authorized Service Providers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서비스 센터는 우리의 공인 서비스 센터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처음 ‘애플 체험 센터’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개념과 매장 디자인으로 선을 보였고 구입과 서비스를 한 곳에서 담당했는데, 어느 샌가 서비스 파트가 없어졌고 또한 이후 A#(에이 샵)이라는 이름으로 바뀌면서 전체적인 매장 디자인이 애플 스토어와 다르게 돼 버렸습니다.

3. 미국 애플 스토어는 뭐, 다른가?

한국에도 생겼으면 하는 많은 애플 관련 부문 중 하나가 바로 애플 스토어입니다. 건물 벽을 커다랗게 장식한 흰 불빛의 애플 마크 밑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뤄 들고 나는 장면, 첫 개장 날 스탭들과 전날 밤을 세워 줄을 선 손님들 사이에 이뤄지는 하이파이브 입장 등, 사진 등으로 이미 많이 접했습니다만 실제로 운영되는 방식과 제품 전시 등은 애플을 좋아하는 사용자라면 한번 쯤 꼭 맛보고 싶은 경험이고, 때로는 ‘성지순례’의 일부로서 미국 방문 시 꼭 들러야 할 일정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우리와 다른 부분을 살펴보자면

  • 전체적인 매장 레이아웃. Eight, Inc.라는 회사의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환한 배경과 편안해 보이는 목조 테이블에 온갖 맥과 아이팟, 아이폰이 시연을 위해 전시되어 있습니다.
  • 스태프. Concierge(콘시어지), Specialist(스페셜리스트), Cashier(캐셔), Genius(지니어스), Creative(크리에이티브) 등 다양한 스태프가 있습니다.
    1. 콘시어지는 손님을 맞고 제품에 대한 질문, 답변, 구입을 돕습니다. 스태프는 입고 있는 유니폼–독특한 애플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에 따라 구분됩니다. 콘시어지는 오렌지색과 하늘색을 입습니다.
    2. 스페셜리스트는 기술적인 답변을 해 줍니다. 매장 곳곳에서 손님과 맥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스페셜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하늘색을 입고 있더군요. 왼쪽 팔 언저리에 스페셜리스트라고 씌여 있습니다.
    3. 캐셔는 현재 없어졌다고 합니다. 콘시어지가 매장 곳곳에서 단말기로 즉석 결제를 돕습니다. 현금 구매자는 지니어스바 한켠에서 줄을 서서 결제를 기다랍니다.
    4. 지니어스는 지니어스바에서 일을 합니다. 보통 매장을 돌아다니지는 않더군요. 매우 바쁘게 보였습니다. 보랏빛 나는 파란색 옷을 입고 있습니다.
    5. 크리에이티브는 각종 이벤트를 담당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보지는 못 했습니다.
  • 지니어스 바 ((위키 참조)). 지니어스 바는 애플 스토어의 독특한 부분이자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Heart and soul of our stores.” 애플 스토어에 대해서 Ron Johnson(론 존슨) 소매담당 수석 부사장이 자주 언급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매장마다 다른 구조겠지만 보통 한 쪽 벽을 모두 차지하고 높고 긴 바(bar)에 역시 높은 간편의자(stool)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제품 기술 문제를 상담해 주고 즉석에서 제품 수리를 해 주기도 하고, 제품 수리 여부 판정을 즉석에서 해 줍니다. 예약 시스템으로 운영되어 ‘빨리’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안 맞는 정서적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애플 스토어에서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의 경쟁률은 생각보다 대단한가 봅니다. 위키피디어 정보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16,438명 중 978명을 뽑았고 이는 약 5.95%의 비율이라고 하니 그 인기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매장에서 느낀 스태프들의 분위기는 즐기면서 일하는 것처럼 보였고 활기있는 모습으로 손님을 맞아 편안한 정보 공유와 질문, 답변이 이뤄지고 그만큼 손님의 구매로 자연스레 이뤄지는 듯한 모습입니다. 반대로 제가 만난 지니어스바의 지니어스(지니)는 제 바로 앞 손님 때문인지 굉장히 힘들어 하는 모습도 보여, 역시 서비스 업종의 힘든 환경이 미국, 애플 스토어라고 예외는 아닐 것 같았습니다.

4. 애플 스토어에 수리 예약을 하다

수요일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직접 매장을 찾기에는 늦은 시각이어서 일단 수리 예약을 시도했습니다. 애플 홈페이지에서 간편하게 이뤄집니다.

Picture 20.png

애플 서포트(support) 페이지에 접속하여 거주 지역을 선택하여 나온 화면입니다. 제가 있는 곳은 L.A. 동쪽 인근으로 빅토리아 가든스라는 커다란 쇼핑 ‘동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쇼핑몰이 있고 애플 스토어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가 다녀 본 곳이 몇 곳 안되지만 미국 매장은 밖에서 보는 면은 그리 크지 않은데 안쪽으로 깊숙하여 실제 매장 크기는 들어가면 더 크게 느껴지더군요. 이 매장도 애플 마크가 주는 그 매력은 다른 곳과 다르지 않습니다. 화면 오른쪽에서 원하는 메뉴를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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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시어지라고 나오는 화면입니다. 실제 매장을 방문해도 입구에 서 있는 오렌지 혹은 하늘색 티셔츠 유니폼의 콘시어지 스태프가 있는데, 온라인 사이트에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같은 문구로 사용자를 맞이합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손님(guest)과 회원(member)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한국 애플 서비스에는 회원 제도가 없는데 이 곳에는 회원 제도가 있나 봅니다. 회원 관련하여 자세한 사항은 몰라서 넘어갔습니다. 손님 메뉴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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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항목이 나옵니다. 기술 지원을 받을 것인지 개인 구매에 대한 도움을 받기를 원하는지, 워크샵에 참석 신청을 할 것인지 고르게 되어 있습니다. 기술 지원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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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기종 선택 화면입니다. 애플의 제품 분류에 따라 맥, 아이팟, 아이폰 등 세 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맥북 에어이므로 맥을 선택했습니다. 실제 매장에 방문하면 지니어스바 앞에 같은 화면이 떠 있는 아이맥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퀵 드롭(quick drop)이라는 메뉴도 있습니다. 이것은 예약에 따른 기다림을 피해 제품만 맡겨 놓고 이상 여부 판정과 수리 여부, 비용 등을 나중에 전달 받을 수 있는 선택지라고 합니다. 실제로 아래에서 보듯 예약 시스템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당장 문제가 발생한 사용자에게 수리 의뢰조차 며칠 후에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편할 리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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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날짜 화면입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날짜는 토요일 뿐입니다. 제가 예약한 날이 수요일이니까 무려 삼 일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좀 기다리더라도 그 날 바로 처리되는 ‘빨리빨리’ 환경이 그리워진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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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를 정하면 그 밑으로 시간대와 예약 시각이 정해집니다.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대략의 시간대를 정하는 것은 이해가 됐으나 분 단위까지 선택하는 옵션을 보니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시간 약속이 지켜질까 하는 의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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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이 확정되었다는 화면입니다. 대여섯 단계에 걸친 과정이었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확인할 수 있는 화면 구성과, 비록 기다림은 필수겠으나 배려가 보이는 예약 시간대 구성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제게 남은 과제는 과연 어떻게 상황 설명을 하고 순조롭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미국 생활에서 언제나 겪고 고민하는 문제가 남았습니다.

(2부로 이어집니다.)

5. 애플 스토어, 직접 찾아가다

6. “다 이루었다.”

7. 결론

아이폰 v. 팜 프리 2

Sunday, February 15th, 2009

New “Meet Pre” video demonstrates new functionality, incredible calming effect – Engadget.

위 영상은 팜 프리의 광고 영상으로 보입니다. 아이폰이 했던 것과 비슷하게 사용자의 실제 사용 화면처럼 보여주면서 자연스레 팜 프리의 우수한 기능을 보여줍니다.

이것 참 애플 아이폰 입장에서는 큰 일입니다.  아이폰을 쓰는 입장에서 앱(App) 사이에 유연한 사용이 아쉽다고 느끼던 차인데, 저 팜 프리의 영상을 보니… 매우 부드럽고 사이사이 연동이 매우 뛰어난 사용이 가능하다고 느껴집니다. 저는 자꾸 저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차기 아이폰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아이폰이 저러한 환경을 준비했든 안 했든, 분명한 것은 팜 프리가 먼저 선을 보였고 선점했다는 것입니다. 미팅할 사람들 목록 나열과 그에 따른 사용, 달력에서 일정을 바로 잡아 끌어 변경할 수 있는 기능, 달력에서 빈 시간에 해당하는 화면을 줄여서 표현해 주는 아기자기함 등, 프리가 가진 매력이 담뿍 담겨 보입니다. (추가) 화면의 사방을 이용한 화면전환, 어플 종료와 웹 화면을 바로 이메일로 링크/공유할 수 있는 부분 등 아이폰에서 아직 선 보이지 않은, 혹은 훨씬 더 나은 사용자 환경이 눈길을 끄네요.

국내에서 팜 트레오가 어떤 캐리어로 정식으로 나왔는지 검색해 봤는데, 이 글로 미뤄봐서 사용자들이 개별적으로 사용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프리도 우리 나라 정발은 기약이 없다는 것인데…

달아오르는 스마트폰 경쟁, 삼성과 엘지가 선전해 주길 기원하며 좀 더 열린 기술 시대를 국내 사용자들이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이 펼쳐지길, 아울러 기대해 봅니다.

아이폰 v. 팜 프레

Saturday, January 31st, 2009

한 마디로, 아이폰의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습니다. 이 때까지 무려 5년은 앞선 기술이라고 자랑해 왔고 사용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뿌듯해 했고 구글이 만들었다는 지폰도 우습게 넘겨 버렸습니다. 실제로 그랬죠. 지폰은 앱 스토어에 필적하는 ‘마켓’을 오픈할 것이라는 정도의 뉴스만 남기고 흐물흐물 잊혀졌습니다. 지금도 팔리고는 있을테지지만 존재감이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팜 프레. ((Palm Pre를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가에 관해서 puzit님이 조언을 주셨는데 다른 지적이 있었습니다. ‘프리’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이번 2009 CES에서 확실히 주목을 받았습니다. 20분이 넘는 위 비디오를 한번 보기를 권유합니다. 이럴 수가하는, 그러고 싶은 기능이 한 둘이 아닙니다.

먼지 백 버튼. 팜 프레의 모양은 귀퉁이 둥그스름하게 빠진 것을 빼고는 위에서 보면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군더더기 없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에서는 홈 버튼이라고 이름 붙여서 어느 앱에서건 홈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여기서 불편한 점이 생기는데 앱 간에 이동하려면 반드시 홈을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앱을 처음부터 다시 실행시켜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어느 앱은 홈으로 돌아갔다가 와도 그 지점에서 계속 실행이 이어지지만 어느 앱은 그렇지 않습니다. 팜 프레는 홈 버튼이 아니고 백 버튼 ((위 리뷰에서는 백 버튼이라고 들었는데 루빈스타인의 공식 발표를 보니 Center Button이라고 되어 있네요.))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홈으로 가는 게 아니고 앱을 나열하는, 멀티태스킹(다중작업) 화면으로 돌아가는 버튼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체 화면을 차지하던 앱이 축소되면서 같이 실행 중인 다른 앱들과 병렬로 나란히 늘어서게 되고 사용자가, 마치 아이폰에서 사진을 넘기듯이, 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주 부드럽게 화면이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멀티태스킹 ((Cards라고 이름 붙였네요.))은 위 백 버튼과 더불어 아이폰과 정확히 차별되는 지점입니다. 어느 정도 성능을 내 줄지 모르나 위 비디오에서 보여진 바로는 꽤 괜찮은 편으로 보입니다. 저 데모 기기가 현재 시판 중인게 아니고 좀 더 다듬어질 것을 생각한다면 틀림없이 더 훌륭하게 나오겠지요. 홈 버튼이 없는 대신 아래 백 버튼 주위 부분 ((Gesture Area라고 하네요.))이 터치를 감지하는 역할도 합니다. 위로 슥 훑어주면 홈 화면이 화면을 덮으며 나타납니다. 또한 나열된 앱을 집어서 위로 보내면 앱을 종료하게 됩니다(그렇게 보입니다).

다음은 키보드입니다. 아이폰이 터치 기기라는 걸을 강력히 인식시켜주는 부분이 바로 키보드입니다. 화면 조작만 터치로 하는 게 아니고 입력도 터치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온전히 ‘풀 터치’라는 이미지를 아이폰이 선점해서 주장하는 역할을 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키보드입니다. 그런데 팜은 잡스가 아이폰 발표 당시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던 그 하드웨어 키보드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잡스가 기존 키보드를 화면에 보이면서 완전히 구시대 유물로 선을 좍 그어 버렸을 때 사용자들의 뇌리에는 어느 새 그런 인식이 자연스레 스며듭니다. 그게 잡스가 가진 힘입니다. 현실왜곡장이 바로 그것이죠. 그런 부담은 아랑곳 없는 듯 팜은 구시대적 키보드를 달고 나옵니다. 써 본 분들은 평가가 갈리지만 최소한 애플의 터치 방식 키보드 옹호론자라 하더라도 불편한 점은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앞서 간 만큼 완전치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팜은 이런 부분을 어떻게 고려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왜 이렇게 키보드를 넣었을까요. 실제로 시판되고 써 봐야겠지만, 일단 기존 방식을 따름으로써 안전, 친숙함 등을 고려했을 것 같습니다. 안전은 애플과 부딪힐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죠. 현재로서는 터치 방식 키보드를 구현함으로써 얻는 위험 부담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애플의 방식 외에 현저히 다른 뭔가를 보여주기에는 말입니다.

충전기. 굉장하지 않습니까. 자석을 이용해서 붙여 놓기만 하면 충전이 된다니 말입니다.

그 외 음악, 비디오, 이메일 등을 시연하는데 화면이 작아 잘 보이진 않아도 꽤 잘 만들었다고 생각될만큼 시연 장면이 부드럽습니다. 리눅스 기반의 웹오에스라고 이름을 붙였나 본데 팜의 기술력이 대단합니다. 팜은 트레오라는 스마트폰의 원조들 격에 속하는 기기를 이미 만든 경험이 있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자, 애플이 최근 특허 운운하면서 열 받은 이유가 좀 감히 잡히지요. 그런데 더 크게 중요한 사실은, 바로 존 루빈스타인입니다. 넥스트 시절부터 잡스와 함께 일 했고 2006년까지 애플에서 아이팟을 담당했던 수석 부사장입니다. ((Senior vice president을 이렇게 해석하면 될런지?)) 이 분이 2006년 애플을 그만두고 잠시 공백을 거친 후 2007년 10월 팜으로 옮겨 갔습니다. 당연히 애플의 구석구석을 잘 알 수 밖에 없고 이번 팜 프레가 나오기까지 꽤 큰 역할을 한 것은 자명합니다. 위에 나열한 기술 중에서 홈 버튼과 키보드 빼고 애플에서 구현 예정이지 않은 기술이 있을까요? 전 이미 애플의 아이폰 로드맵 중에서 저와 같은 기술은 모두 들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면 놀랄만하지만 그렇다고 획기적이고 창조적인 것들은 아니지요. 팜이 먼저 치고 나왔고 상당히 비슷한 손가락 움직임에 따른 화면 조작은 애플에서 경계를 가질 만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사실 멀티 터치 기술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기술 자체야 특허로 보호해도 다양한 구현과 자잘한 기술적 차이로 얼마든지 우회가 되는 게 저 기술이겠지요. 중요한 것은 인터페이스가 오히려 더 중요할 것입니다. 팜 프레는 그런 부분, 즉 아이폰의 화면 구성과 조작 부분을 꽤 연구하고 피할만큼 피하면서, 오히려 더 낫게, 루빈스타인의 머릿 속에 들어 있을 애플, 아이폰의 로드맵 중 일부를 미리 시장에 선 보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볼 때 아직 기술 타령 이나 신문에 오르내리는 우리 현실은 안타깝습니다. 이미 기술 자체의 구현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구현해 보일까 하는 단계에서 저들은 다투고 있는데 말입니다. 감압이니 정전압이니 하는 용어들을 입에 담는 자체가 너무 바보 같지요.

며칠 전 뉴욕 타임스에 기사가 하나 올랐습니다. 가십거리이긴 하지만 새로운 권력 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로 블랙베리가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단순히 이메일 주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계 최고의 지도자 그룹 중 한 사람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주변인들과 연락을 주고 받는 게 핵심입니다. 노트북으로도 데스크탑으로도 업무를 볼 수 있지만 사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키보드를 만질 일은 없습니다. 그는 아마도 서류에 서명하고 남들과 얘기하고 듣고 검토하고 보고 받는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일들, 컴퓨터를 쓸 일이 전혀 없는 수 많은 일에 쌓여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이 유일하게 집중하여 작은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아마도 하루에 수십 분은 충분히 시간을 들여 혼자만의 시간 동안 뭔가를 해야 할 때 이용하는 게 바로 블랙베리입니다.

블랙베리의 성공은 오로지 이메일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블랙베리는 가히 실시간 이메일이라고 할만큼 이메일을 보내고 받는데 탁월합니다. 최근까지 여러 모델이 나오지만 인가젯의 리뷰를 봐도 블랙베리의 여타 기능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웹브라우저의 느린 속도는 도저히 인내할 수준이 못 되어 보입니다.

그런 블랙베리, 그런 구시대적 키보드를 달고 있는, 애플이 주장에 의하면 퇴물이 될 기기 라인업에 팜 프레가 들어 왔습니다. 팜 프레는 분명히 아이폰류의 새로운 스마트폰 대열에 넣을 수도 있을만한 기기이지만 제 생각에 팜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팜은 기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모양도 크게 다르지 않고 결정적으로 같은 방식의 키보드를 쓰면서도 훨씬 나은 성능과 조작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은 혼자이지만 팜 프레는 혼자가 아닌 것이죠.

지폰은 다음 버전이 나와야 아이폰과 견주어 볼만할 것 같고, 블랙베리는 아이폰과는 다른 지점의 단말기라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윈도 7을 탑재한 단말기는 과거 마소의 경우처럼 일단 나와야 뭔가 끼워주든 말든 할 것이고요.

팜 프레.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그럴 듯한 기기이면서 기술적으로도 아이폰과 대적할만한 기기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전적으로 비디오 리뷰만 보고 판단한 것이라는 전제이긴 합니다. 애플에서 공언한 5년을 앞선 기술은 불과 2년 만에 따라잡힌 것일까요.

(추가)
프레를 공개한 키노트 링크를 붙입니다. 누구인지도 모를 수 많은 사람들이 무대 위를 오가는군요. 애플이 발표의 임팩트는 역시 한 수 위.

팜 프레 공개 키노트

Can I give iTunes Plus music as a gift?; 구입한 아이튠스 플러스 음악을 선물로 줄 수 있을까

Thursday, January 15th, 2009

Can I give iTunes Plus music as a gift?

[From iTunes Store: iTunes Plus Frequently Asked Questions (FAQ)]

재미 없다는 평이 중론인 2009년 1월 맥월드 키노트, 그것도 애플의 마지막 참여였던 그 역사의 맥월드는 잡스도 아닌 쉴러가 발표하면서 막을 내렸다. 사실 요 몇 년을 돌이켜 보면 2008년 1월에 맥북 에어를, 2007년 1월에 아이폰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그리고 실제로 우리들은 그 멋진 하드웨어에 열광하기는 했지만, 1월 키노트의 핵심이 ‘하나 더’ 였던 적은 까마득한 옛날 일이다. ((실제로 이 주문은 약발이 꽤 없어졌다. 이 주문의 하이라이트는 2000년 가을 큐브를 발표할 때였다고 단언할 수 있다. One More Thing은 사실 하드웨어 라인업을 새로 소개하면서 획기적인 하나의 제품이 더해질 때 최고의 효과가 있다. 지난 1월 쉴러의 키노트 때도 이 주문이 나왔지만 확실히 기대심리는 최저였고 결과도 그랬다.))

줄줄이 읊기에는 귀찮음이 제일 변명이 될 터이지만, 여하튼 그동안의 1월 키노트는 오히려 아이라이프 발표가 하이라이트였다고 할 수 있다.

거대한 발걸음; 아이라이프를 보내며…

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2003년 1월 맥월드 키노트에서 이미 나온 프로그램에 몇 가지를 더해 하나의 ‘스위트’ 구성을 하며 아이라이프는 선 보였다. 이후 여섯 번의 해를 넘기며 아이라이프는 애플의 첫 해를 장식하는 대표적인 발표 제품이었다. ((http://en.wikipedia.org/wiki/Ilife 참고. 예외적으로 ’08 버전은 2007년 여름에 발표됐고 이름은 다음 해 번호가 붙여졌다. 따라서 ’08 버전은 2년치 버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도로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그러려니 하고 봐 넘겨왔지만 애플만한 회사의 CEO가 비록 몇 날 며칠 ((몇 일과 며칠의 차이를 외우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그 차이 없이 며칠이라고만 한다고?! 한글이 왜 이리 되는 것인지… ))을 연습에 바친다고해도 그런 발표는 쉬운 게 아니다. 의례 잡스니까 하면서 봐 왔지만 이번 쉴러(이 양반도 거물 아닌가)의 발표를 보면 확실히 타고난 것이라고만 하기에는 우리가 게을리 본 면, 즉 그들의 피나는 반복과 연습의 산물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과 첫 링크에 관련 없는 얘기를 썼다.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이번 발표는 아이라이프가 대세였고 어느샌가 그 소속에서 벗어난 아이튠스 ((http://en.wikipedia.org/wiki/Ilife 참고. 아이튠스에 대해서는 자세히 안 나와 있지만 처음에는 확실히 아이라이프 소속이었다.))는 DRM-free, iTunes Plus의 대대적인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가격 구성이 달라진 것은 일단 음반사들이 어떻게 가격을 매길지 지켜봐야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절묘한 가격 정책과 구성을 할 것임이 틀림없을테고.

아이튠스 플러스. 잠금 장치가 없다. 오로지 해당 곡마다 내 아이디가 새겨져 있을 뿐이다. 불법 공유가 다시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이런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잠금 장치가 없다는 것은 자유로운 기기 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사용자 마음대로 노래를 ‘뿌려도’ 좋다는 것일까, 과연?

위 첫 링크는 애플에서 제공하는 관련 ‘자주하는 질문’ 모음이다. 내용 말미에 해당 내용이 있다. 폰트까지 따라해 보자면,

Can I give iTunes Plus music as a gift?

이런 질문이 올라와 있다. 오, 식구들과 친구들과 노래를 공유해도 좋냐는 질문. 과연 그럴까. 해당 질문에 이어 자세한 사항에 대한 링크가 달려 있다. 가 보면… 역시 아니다. 원래 ‘선물’ 기능, 즉 노래를 선물해 보내는 기능이 있는데 플러스 음원도 그렇게 보낼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따라서 공유해도 좋다는 질문과 답변이 아닌 것이다.

어느 게시판에서 관련 내용을 읽고 어? 했다가 어… 했다. 애플이 그럴 리가 없다. 아이튠스 플러스는 남들과 공유하라고 음악 잠금 장치를 푼 게 아니다.

확실히 해 두고자 아래 애플의 친절한 설명 덧붙여 본다.

What is iTunes Plus?

iTunes Plus refers to songs and music videos available in our highest-quality 256 kbps AAC encoding (twice the current bit rate of 128 kbps), and without digital rights management (DRM). There are no burn limits and iTunes Plus music will play on all iPods, Mac or Windows computers, Apple TVs, and many other digital music players.

iTunes DRM-protected music includes audio with a bit rate of 128 kbps and allows users to transfer songs and videos to up to five computers, burn seven copies of the same playlist to CD, and sync to an unlimited number of iPods.

그러니까 아이튠스 플러스는 잠금장치 없는 고음/화질 미디어이고 시디나 디비디로 굽거나 다른 기기에서 재생할 때 제한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잠금장치 했던 음악은 다섯 대라는 현실적 제약이 있었고 시디로 구울 때도 일곱 번의 제한이 있었는데 이번 정책 변경으로 이러한 제약이 없는 노래/비디오를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코 남들에게 줘도 된다는 얘기는 없고, 그런 늬앙스를 풍기지도 않는다.

나만해도 몇 대의 맥과 아이팟이 있는가. 다섯 대의 제약은 실상 무리다. 가족도 애플의 정책에 의하면 ‘남’이지만 실제로 함께 쓰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동안 줄기차기 얘기해 왔던 것처럼 기존 시디나 디비디처럼 사용할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음원과 화원의 관리 방법을 애플에서 고민하고 제공해야 한다고 할 때, 가족끼리 주고 받고 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그런 면에서 애플티비와 맥 미니를 잇는 새로운 미디어 홈 서버의 출현도 점쳐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잠금장치? 친구와 공유? 가능했다. 잠금장치 해제, 다섯 대의 제약 없어짐, 무한대로 공유? 가능하다. 하지만 구입 당시 약속한 내용에 반하는 사용 행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법 위반의 사용이 된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의 자유지만, 한껏 애플 팬이 되고자 하며 그 고민과 사용자 배려 제품과 모습에 찬사를 보내 왔다면-비록 이상과 현실은 다르니 친한 몇몇에게 내가 구입한 음원을 주며 들어 보라고, 듣고 좋으면 한번 사 보라고 할지언정- 최소한 그들의 본심은 제대로 읽고 있는 게 팬으로서 지켜야 할 모습이고,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아쉬운 소리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뭐, 결론은 영어 공부인가? 아니, 알려면 제대로 알자. 이게 핵심이고… 사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렇게 시간 들여가며 게시판이니 블로그니 하며 서로 공유하고 돕는 것 아닌가. 지식은 자랑할 게 아니고 서로 나누고, 따라서 돕자는 취지일테니 말이지.

* http://albireo.nethttp://doccho.net에 동시에 발행됩니다.

넷북, 애플은 과연?

Sunday, January 11th, 2009

넷북이라는 말이 나온지 한참 되었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Netbook

대략의 넷북 관련 정보는 위 위키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한글 위키에는 아직 등재된 내용이 없네요.

멀리는 1990년대 사이언(Psion)에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대중화 된 것은 재작년부터 선 보인 Asus의 Eee PC 시리즈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작은 제품에 강한 일본보다는 대만 제조사에서 넷북 열풍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Acer 제품도 그렇고요. 미국 제품으로는 HP가 심심찮게 넷북 관련 검색 결과에 등장하기도 하네요.

제 경우 사실 넷북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게도 애플에서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2008년 1월 맥북 에어를 내 놓음으로써 애플은 넷북이 아닌 ‘에어’라는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토록 얇으면서 쓸만한 노트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맥북 에어는 파격적이었습니다. 과거 NC라는 개념을 이어 받은 진정한 노트북이 바로 맥북 에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아래와 같은 제품의 소니 코리아 발표가 있었습니다.

97523_p_a01-400.jpg

http://vaio-online.sony.co.kr/CS/handler/vaio/kr/VAIOPageView-Start?PageName=notebook/enjoy/20090108.icm&ProductID=20090108

위 링크에서 자세한 사항을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1.ap.dell.com/content/products/category.aspx/laptop-mini?c=kr&cs=krdhs1&l=ko&s=dhs

델도 좀 지나긴 했지만 넷북 라인을 내 놨습니다. 미니 9, 미니 12 제품인데요. 각각 화면 크기로 이름을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델은 미국 본사도 그렇지만 한국 가격도 좋아 보입니다. 불과 몇 달 전 애플도 가격은 괜찮은 편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융통성이랄까, 한국 시장의 한계랄까, 여하튼 아쉽습니다. 누굴 탓할 수는 없겠지만요…

이외에도 넷북의 대중화를 이끈 Asus, HP 등의 이름이 넷북 관련 검색어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고요. 진정한 피씨 노트북 계열의 장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를) 레노보는 ‘아이디어 패드’라는 이름으로 넷북 라인을 선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위 두 회사, 즉 소니와 델의 ‘넷북’ 시장 참여는 시사하는 바가 커 보입니다. 제 편견일 지 모르나, 미국하면 델, 일본하면 소니가 떠 오르지 않을까 싶은 게 그 이유입니다. 물론 각자 대표하는 지점을 바라보고 평가할 때 그렇다는 말이 되겠고요. 묵직함에 견주어 가격 경쟁력이 있는 델과 전통의 기술 명가(라고 아직 부를 수 있는) 소니의 넷북 바이오 P, 이 두 제품이 던져주는 넷북 시장에 대한 관심과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소니의 바이오 P는 여타 회사 제품과 차별화 되는 지점이 확실해 보입니다. 우선 가격이 그렇고요. 화면도 그렇습니다. 가로로 긴 화면에 짧은 세로 비율. 손목 받침대가 전혀 없는 모양. 아직 확실한 우위를 보이는 제품이 없다 보니 ‘소니적’ 발상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관건은 가격인데 넷북이라는 제품의 지점에서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가격인지 지켜봐야겠습니다만 일단 가격만 놓고 보면 ‘넷북’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 가격이면 ‘풀 사이즈’ 노트북을 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델은 묵직함, 우직함의 제품 이미지와는 다른 발랄한 이름을 붙여서 내 놓았습니다. 델은 제품 스펙과 가격만 놓고 봐야 진정한 평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면에서 스펙만 접한 상태이지만 꽤 큰 넷북 시장의 파이를 차지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자, 과연 애플은 넷북 시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를 하고 있을까요. 넷북은 전통적인 제품 라인에서 벗어난 것으로 이미 10여 년전에 PDA의 바람을 타고 개념이 선 보인 이후 2000년대 후반에야 대중화를 이루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애플이 과연 전통적인 제품 라인을 벗어난 다른 제품을 선보일까요? 이번 1월 맥월드에서 이런 기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애플의 과거 제품 역사를 돌이켜보면 (노트북은 아닐지라도) 맥 미니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아이맥도 마찬가지였지요. 큐브도 그렇군요. 공교롭게도 모두 데스크탑이네요. 아이맥은 플로피의 제거, 일체형의 재발견 등 애플의 영혼이 담긴 역사적 제품이고, 큐브는 일찍 단종될 만큼 파격적인 컨셉이었습니다. 맥 미니는 굳이 윈도 사용자의 유인이라는 요소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만큼만 담아 내는 애플의 장기가 살아 있는 제품이고요.

데스크탑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한 애플이 노트북에서는 썩 그렇지 않습니다. 파워북 브랜드의 첫 선을 보인 이래 1999년에 아이북 라인의 분화 시도가 있었고 이후 맥북 라인으로 바뀌면서 세 가지 맥북 라인 체제(기본, 에어, 프로)가 작년 1월부터 구축되었습니다. 예전에 듀오라는 서브 노트북 라인이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존재했지만 잡스 시절은 아닙니다. 잡스 이후 첫 분화 라인이랄 수 있는 아이북은 서브라는 개념보다는 제품 다양화의 시각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제품의 개념은 아이맥과 더불어 매우 파격적이었지만 이후 흰색 폴리 카보네이트 시절로 접어들면서 학생을 위한 저렴한 매킨토시 노트북으로 자리 매김을 했습니다. 이제 이름이 합쳐진 맥북 라인에서 가장 막내의 위치를 차지한 맥북 라인으로 바통을 넘겨주었고요. 그러고 보면 파워북 시대에서 파워/아이북 시대의 분화가 있었고 이제 다시 맥북이라는 ‘단일 대오’로 한 우산 아래 모인 셈입니다.

애플은 이러한 데스크탑과 노트북 제품 외에 애플 티비 및 아이팟 제품을 큰 축으로 2001년에 선 보이기 시작했고 2007년에 아이폰을 세 번째 제품 축으로 선 보였습니다. 지금은 맥, 아이팟, 아이폰, 이렇게 세 축이 애플의 하드웨어 제품군입니다. 작년 아이팟 터치를 끝으로 모두 맥오에스 텐을 모태로 하는 제품 라인업이 되었습니다. (잡스가 복귀하면서 애플에 들고 들어 온 넥스트 스텝과 그 후신이 약 10년의 기간동안 애플을 장악했다고 보면 ‘오버’일까요.)

장황하게 애플의 제품 라인을 살펴 봤는데, 과연 넷북이 끼어들 틈이 있을까요. 큰 세 축의 제품 라인과 세 개의 맥 데스트탑 라인, 그리고 세 개의 맥북 라인에서 넷북의 위치는 어디 쯤 될까요. 노트북 라인은 특히 애플의 고집스러움이 베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데스크탑에서 전통적인 데스크탑 모양의 파워맥-맥 프로 라인을 세워두고 애플은 이런저런 시도를 해 왔습니다. 아이맥은 10년을 넘은 제품으로 1970년대 애플 시리즈와 1980년대 매킨토시를 이은 애플의 영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맥 노트북은 많은 사용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워북/아이북이라는 멋진 라인업을 포기하고 ‘맥북’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집결시켰습니다. 이름의 변화만 있었을 뿐 전통적인 제품 라인업은 크게 변화가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도리어 이번 17” 맥북 프로의 발표에서도 보듯 꾸준히 제품의 자체 변화만을 시도할 뿐입니다. 맥북 에어도 그런 선상에서 봐야 할 것이고요.

만일 1998년에 잡스 복귀 이후 단종된 뉴튼의 재발견이라면 모를까, 넷북은 애플 라인업에서 한 자리를 차지 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3이라는 숫자에 애플과 잡스가 연연해 하지 않는 이상, 맥북 미니라는 멋진 이름으로 3월에 잡스의 건강에 이상 없음과 더불어 발표를 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에어에서 이 글을 작성하며 소니의 바이오 P처럼 화면을 반으로 줄이고 풀 사이즈 키보드를 유지하면서 트랙패드와 손목 받침대를 제외한 제품으로 애플이 그 하얀 마크를 선 보일지 상상해 보지만, 기대보다는 의심이 갑니다.

여담인데요, 혹시 아이폰 제품의 분화라면 어떨까요. 3이라는 숫자에 더 의미 부여를 해 본다면, 이미 아이팟은 터치, 나노, 셔플의 세 라인이고요. 클래식은 아이팟의 영혼이었으니 이름 그대로 ‘살려만 두는’ 것이고요. 애플 티비는 “애플의 취미”임을 잡스가 누누이 밝혀온 만큼 그리 중요한 라인업이 아니고요. 아이폰은 한 가지 라인업이니 이미 소문이 돌았던 것처럼 아이폰 미니를 선 보이고 윗 라인업으로 아이폰 프로를 선 보이는 겁니다. 아이폰 프로. 음성 통화가 가능할 수도 있고 혹은 KT와 계약을 맺은대로 음성 통화를 제외한 와이브로 기술을 내장하여 진정한 터치 방식의 새로운 컴퓨터를 선 보이는 것이죠. 터무니 없다고요?!

애플의 넷북에 대한 대응이 궁금해 지는 2009년 1월입니다. 맥월드 발표를 보고 나니 더욱 궁금해 지네요.

* 이 글은 http://albireo.nethttp://doccho.net에 동시에 발행됩니다.

Google v. Yahoo, and .Mac

Sunday, September 21st, 2008

뭐 정작 당사자들은 모르겠지만 일단 내 안에서 이들의 싸움이 시작된 것은 오래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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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발걸음; 아이라이프를 보내며…
위 글에서 이쪽 편 대 저쪽 편 얘기를 꺼내기도 했지만, 오랜 맥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실상 웹 작업을 하려면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가령 아이폰 사진을 웹에 올리고 싶다면 iPhoto를 열고 아이폰과 연결한 다음 전송하고 그 사진을 닷맥에 올릴 지 다른 곳에 올릴 지 결정한 다음 사진을 바탕화면에 꺼내든 직접 올려 보내든 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포토에 쌓인 사진이 많을지언정 ‘퍼블리쉬’한 사진이 많을 리 없다. 물론 공개한 사진이 찍은 사진보다 적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게 얘기하기 보다는 나눠볼 사진이 많음에도 라이브러리에서 썩고 있는 사진이 많다는 게 더 현실적인 상황을 잘 반영한 말일 게다.

최근에 플리커를 써 보다가 매우 호감을 가졌는데 위 첫 번째 그림에서 보듯 일단 돈이 들어간다. 만만한 구글을 알아보니 아래와 같은 맥용 툴을 제공하지만 역시 위 두 번째 그림처럼 요금제로 운영되고 있다. 구글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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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으로만 본다면 플리커가 낫겠다. 하지만 구글에 제공하는 용량도 만만치 않다. 개인이 사용할 바에야 저 정도라면 충분하겠지. 문제는 다음이다. 위 피카사 맥용 업로더를 받아 설치해 보려 하니 문제 발생. 시스템에 개입하는 걸 싫어하는데 이 업로더는 뭔가를 더 설치하려고 시도를 한다. 단순 업로더가 아닌 것이다. 그렇잖아도 구글이 너무 많은 것을 ‘캐는’ 게 아닌가, ‘저 쪽 편’에 너무 많은 내 정보를 임의대로(동의는 허구) 갖다 놓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 단순해야 할 업로더도 뭔가 이상한 일을 벌이려고 하는 것이다.

일단 블로깅 툴인 ecto를 살펴보니 아래 그림처럼 블로깅 장소 외에 다른 곳에 올릴 옵션을 제공한다. 플리커는 기본이고 등록해 놓은 블로그 목록도 제공한다. 따라서 doccho.net에 블로깅을 하면서 등록해 놓은 티스토리 계정에 사진을 올릴 수도 있는 것이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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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당장 비용이 안 들어가는 제 3자 방식을 택했다.

일 년에 100불 씩 들어가는 닷맥, 지금은 모블미이건만 점점 사용 빈도는 줄어만 간다. 이구동성으로 주장하는(나도 마찬가지) 멋진 이메일 주소도 mac.com을 그렇게 쉽게 버리고 me.com으로 옮겨가는 애플의 행보다 마뜩잖은 마당에 그리 많은 옵션을 제공하지 않는 애플의 입장이, 이해는 가나, 그리 만족스럽지 못 하다.

아마도, 아마도 플리커 25불이 가장 나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바보같은 야후 메일에 비해 플리커는 서비스 구성은 보면 볼 수록 괜찮지 싶다. 이메일만 지메일 반만 됐어도 야후 메일인 것을…

어쨌든 구글 대 야후의 싸움은 계속 된다, 내 안에서. 닷맥? 모블미? 글쎄… 정말 이메일 주소만 아니라면 버렸을 지도… 이런 생각 처음 해 보는데… ?

iPhone in the U.S.; Registration

Saturday, September 20th, 2008

미국에 온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8월 15일 오후 3시에 공항에 내려 후배 집에서 하루 쉬고 바로 다음 날 ‘지른’ 것은 바로 아이폰 개통이었습니다.

개통 전에 고민을 잠시 안 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아이폰이, 또한 아이폰 플랜이 그리 싼 가격이 아니라는 말을 들은 바 있고 해서 부담스러운 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저지른 아이폰이었고 2년 계약이라 해도 소위 ‘공짜폰’ 계약 기간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 기왕에 왔으니 초기 정착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하고, 생각보다는 전화기 없는 일상이 방금 도착한 이방인에게도 쉽지 않게 여겨져, 빠듯한 준비 및 일정 때문에 이리저리 고르지 못 할 바에는 이미 단말기가 있는 점이 장점이라 여겨 바로 아이폰 개통을 시도했습니다.

블록마다 즐비한 동네 몰(mall) 중에서도 특별히 유용한 ‘모음집’ 격이라 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후배 집은 Pomona city였고 그 옆 동네 San Dimas의 Target과 AT&T Corporate Store가 있는 곳도 그러한 유용한 모음 중 한 곳이었습니다.

AT&T 가게에 들어가려니 새삼 떨림을 느꼈습니다. 작년 9월 20일에 소중한 분들의 기막힌 ‘뽐뿌’로 손에 받아 든 아이폰. 이제 바햐흐로 새 생명을 불어 넣어 줄 때가 된 것이었습니다. 미리 검색해서 알아 본 바, GoPhone이라는 Prepaid 서비스가 있는데, 이 서비스는 작년 6월 아이폰이 첫 선을 보일 때도 존재했던, AT&T의 플랜 중 하나로서 당시 아이폰에 적용이 안 되는 서비스였으나 지금은 정식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신용 사회라는 현대 경제 방식에서 선불 방식의 서비스가 필요한 것은 비단 미국 뿐 아니라 어디든 마찬가지일 겁니다. ‘고폰’도 그러한 신용 사회의 틈새를 메우는 방식으로, AT&T 가게에 가 보니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제가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은 이민자들이 많은 지역으로 ‘고폰’ 이용자들이 많을 것이라 추측이 되었습니다. 저만해도 바로 그러한 사용자 중 한 사람이고요.

입구에 들어가니, 그 전에 들렀던 은행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미국의 서비스 기업들의 소비자 응대 방식이 우리와 다름을 느꼈습니다. 높다란 혹은 거리 있는 ‘창구’ 개념을 없애고 가급적 소비자와 가깝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손님을 맞이합니다. 서비스에 필수적이라 할 단말기(대개 모니터)를 옆에 두고 아주 가까이서 손님과 대화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장부에 이름을 입력하고 제 이름이 호명될 때까지 매장을 자유롭게 둘러 보는 동안 아이폰이 꽤 인기 있는 품목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비단 아이폰을 찾는 손님이 많은 것 뿐만 아니라 전시되어 있는 품목도 아이폰의 경우 독특한 부스를 따로 두어 광고 및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폰 액세서리도 제한적이나마 AT&T 마크의 박스에 담겨 팔리고 있었습니다.

반가운 것은 듣던대로 삼성과 엘지 제품이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느낀 것이었습니다. 아이폰을 필두로 전화 단말기의 기능과 패러다임이 바뀌는 점에 대한 대응은 아쉽다 하더라도 이렇게 소비 천국 미국에서 당당히 실력을 겨루는 한국 기업에 대한 마음은,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누그러진 것이었습니다.

이윽고 제 이름이 불리고, 활기찬 AT&T 직원이 무엇이 필요한 지 물어 봅니다. 아이폰을 보여주고 ‘고폰’ 서비스에 가입하고자 한다고 하니 걱정과 달리 당연하게 서비스 되는 것으로 진행을 합니다. 여권으로 신원 증명을 하고 주소를 불러주고 몇 가지 등록을 한 후 긴 영수증 종이를 출력하여 건네 주었습니다. 또한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던 ‘심카드’이건만 이곳에서는 이게 쌓여 있습니다. 하나를 꺼내 들더니 능숙하게 아이폰에 집어 넣고 개통을 시도합니다.

너무도 쉽게 처리 된 터라 내심 불안한 마음으로 확인을 했습니다. 처음에 아이폰은 ‘고폰’ 서비스에 해당이 안 되었지만 지금은 정식으로 하고 있다는 답을 해 줬습니다. 미국의 전화 개통은 한국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만, 번호는 선택이 불가능할 것으로 알고 있던 것과 달리 세 가지 랜덤 번호를 보여주고 고르도록 해 주더군요. 나중에 안 일은, 자신이 원하는 번호도 최대한 해 주는 것으로 말하고요. 7500 번호가 뜨길래 냉큼 선택했습니다. 직원도 웃으며 제가 운이 좋은 경우인 듯한 눈치더군요.

‘고폰’ 서비스는 Pay as You Go와 Pick Your Plan, 두 가지로 나뉘는데 직원은 Pay as You Go 서비스로 등록을 했습니다.

하지만 개통이 쉽게 되지 않았습니다. 자신있게 응대하는 직원의 태도와 주말이고 하니 한 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아이튠스에서 등록하는 거 알지, 하면서 정 불안하면 심 카드를 하나 더 줄테니 집에 가서 직접 해 보라고 하는 말에 가게를 나섰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아이폰에 수신부는 뜨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서 아이튠스에 물려 보니 서비스 되지 않는 것으로 나옵니다.

iPhone_reg_1.png

이 때가 밤 시각으로 매우 난감했습니다. 당연히 된다고 큰소리 친 그 직원이 원망스럽기도 했죠. 우리처럼 동네도 아니고 가깝다 해도 차로 수십 분을 달려간 곳이어서 제 사정을 돌봐주는 후배에게도 다시 가자고 하기도 미안한 마음 등등,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일단 다시 관련 정보를 검색 해 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고폰’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가 많이 나왔습니다. 일단 확인한 것은 Pay as You Go가 아니고 Pick Your Plan으로 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자는 말 그대로 일정 플랜 내용(1분당 얼마의 요금인지)에 따라 자신이 선불로 지불한 만큼만 사용하는 것이었고 후자는 기본 2년 계약처럼 일정 금액이 요금으로 정해진 것이었습니다. Pick Your Plan에는 아이폰 부분이 따로 있고 여기에는 20불의 무제한 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포함된 것이었습니다. 아이폰 플랜은 이 데이터 접속 서비스가 필수여서 그러한 제약이 있는 것으로 이해됐습니다.

Pick Your Plan과 기본 2년 계약의 차이점은 기본 방식은 같되 지불 시점이 선불과 후불로 다르다는 점, 1분당 요금이 차이가 난다는 점, SMS 서비스가 기본인지 여부 등이 다릅니다. Pick Your Plan의 최저 플랜은 49.98불로 기본 통화 시간이 200분이 주어져 1분 당 0.15불의 요금이고 기본 플랜은 약 0.09불로 요금 차이가 많이 납니다. Pick Your Plan의 경우 홈페이지나 가게 방문을 통해 수시로 잔고를 채워 넣을 수 있어 약간 비싸더라도 해당 1분당 요금을 유지하여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는 장점과 Rollover Minutes라 하여 AT&T의 기본 서비스가 제공되어 지불한 내용 중 사용하지 않은 부분이 다음 달로 이월되어 요금 납부가 비교적 자유로운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세금 부과 내용이 차이가 있더군요.

아이폰 3G와 달리 오리지널은 원하는 시각과 장소에서 아이튠스를 통해 개통을 할 수 있습니다. ‘고폰’은 해당이 없었지만 현재 정식 서비스가 되어 개통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정식 서비스라 하더라도 우회 방식이 요구되었습니다. 바로 SSN, Social Security Number 확인 과정인데 사회보장 번호라고 해석되는 이 번호는 미국 생활에서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와 유사하게 널리 이용되는 번호로서 아쉽게도 지난 9/11 사태 이후 외국인에게는 발급 불가가 원칙으로 정해져서 여러가지 불편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이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소셜 번호’로 신용 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신용 조회가 통과되면 2년 계약 과정으로 들어가게 되고 통과되지 않을 정도의 신용이라면 ‘고폰’으로 넘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소셜 번호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맨 처음 아이폰 출시 당시 000-00-0000을 입력함으로써 통과할 수 있던 방식마저도 이제는 소용이 없게 되어 기본적으로 ‘고폰’도 이용 할 수가 없는 처지였습니다. 하지만 검색은 검색. ‘The Most Misused SSN’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 소셜 번호가 외부로 유출되어 여러 사람들이 도용/오용한 번호로 구글링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데 이 번호를 넣으면 신용 조회 과정으로 들어 갈 수 있고 (당연하게도) 신용이 안 좋은 것으로 평가되어 ‘고폰’ 서비스 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얻은 결과는 바로 다음 그림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iPhone_reg_2.png

보시는 것처럼 ‘고폰’의 Pick Your Plan 서비스도 기본 플랜처럼 다양한 요금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기본 플랜이 약 60불이니까 위에서 두 번째 옵션이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데 기본 300분 통화에 주말&밤 무료 통화가 500분이 주어져서 기본 플랜의 각 450분, 5000분에 비하면 매우 큰 차이가 있는 내용입니다.

저는 첫 번째 플랜을 선택했습니다. 일단 미국에서 전화를 사용할 일이 당장에는 많지 않을 것 같고 일단 ‘맛’을 본 다음에 업그레이드를 하든, 기본 플랜으로 옮기든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물론 저의 오판은 일주일 만에 드러났고 이후 플랜을 변경하는 것도 ‘완전 책 수준’의 어려운 과정을 겪게 됩니다. 이건 나중에 포스팅 하도록 하죠.

플랜을 확정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뜹니다.

iPhone_reg_3.png

그리고 제게 역사적인 순간이 다음 그림처럼 떴습니다.

iPhone_reg_4.png

개통의 순간이었습니다. 아쉽게도 번호 선택은 안 되었지만 그건 그리 큰 문제가 못 됐습니다.

이로써 제 아이폰 생활은 막이 오르게 됩니다. 처음 가졌던, 전화 기능이 없는 ‘폰’을 쓴다는 묘한 흥분과 달리 실생활에서 전화기로서 자리 매김을 한 아이폰 사용은 생각과 많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제가 가장 많이 쓰는 어플은 구글맵입니다. 물론 한국은 구글맵이 정식 서비스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우리가 한국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간편하게 전화 한 통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미국에서는 사정이 다른 것 같습니다. 가령 이마트를 찾아 간다고 할 때 우선 114나 이마트 대표번호를 통해 입점 위치와 개장 시간을 손쉽게 알 수 있다면, 여기서 Target을 찾는다고 한다면 (제가 얼마 되지 않은 이방인이어서도 그렇겠지만) Target 대표번호, 우리의 114 등을 떠올리기 보다 구글맵을 열어 보게 되는 것입니다. 내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주위 매장 검색을 해 주고 전화번호까지 보여주니 위치 및 관련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폰 등록 과정까지 글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실생활에서 쓰임새 관련한 글을 이어보겠습니다.

그럼,

* 이 글은 http://doccho.nethttp://albireo.net에 동시에 발행됩니다.

거대한 발걸음; 아이라이프를 보내며…

Thursday, July 10th, 2008

1990년대 후반의 웹 열풍에서 오늘 날 플랫폼으로서의 웹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리어 2001년 발표된 디지털 허브 전략과 파워맥 G4 큐브 발표는 아이맥에서 시작된, 미적 감각이 극대화된 하드웨어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이어가려는 애플의 전략이다, 라고 평가하는 것이 당시 분위기를 잘 반영한 분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넷은 이러한 하드웨어의 판매를 위한 날개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고요.

이런 애플의 모습은 70년대 개인 컴퓨터 시대를 열어 80년대 대중화된 개인 컴퓨터 시장을 활짝 만개시킨 애플의 역사를 생각해 볼 때 당연한 귀결이고 이후 비컴퓨터 기기 분야에서 커다란 성공으로 자리매김한 아이팟으로도 이어지는 애플의 비약적인 재기 모습입니다. 이후 하드웨어와 디자인의 중요성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재료가 바로 애플과 아이팟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혹 iTMS(2003)를 아이팟 성공의 첫째 요소라고 보는 분석이 있지만 이것은 ‘달 대신 손가락’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이팟의 성공은 이미 2001년 발표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애플의 거대한 전략, 디지털 허브의 단초로서 아이팟은 등장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2001년 발표된 디지털 허브는 지금 시각으로 본다면 매우 당연한 일상이지만 당시에는 애플의 하드웨어 판매를 위한 선전 문구라는 비판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맥 오에스 텐 이전부터 디지털 환경을 준비하는 모습-아이무비(맥오에스 8, 1999), 아이튠스(맥오에스 9, 2001)-을 고려할 때 이것은 정확한 분석이 아닙니다.

아래 비디오 링크는 2001년 5월에 발표된 아이북 광고 클립입니다.

아이북 광고 중에서 유명한 이 광고를 보고 저 빛나는 흰색 애플 마크에 현혹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음악과 사진, 비디오 클립을 엮어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이상한 일이 아닐까요(광고 주인공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군요!). 위 광고는 디지털 허브 개념을 손에 잡힐 듯한 일상으로 잘 포착하여 사례화 시킨, 잘 만든 광고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하드웨어가 여전히 중요해 보이고 그 매혹에 못 이긴 구매 행동을 자연스럽게 합리화 시키기 위해 미디어 속 주인공과 나를 일체화하는 경험을 선사해 주기도 한 광고였습니다.

이렇게 성공적인 디지털 허브 전략을 이어가며 애플은 2003년 1월 맥월드에서 아이라이프를 발표합니다. 당시 맥 오에스는 10.1이었습니다. 아이라이프는 이름 그대로 우리 일상에 그대로 스며들 듯 사용될 수 있는 애플의 역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악, 사진, 비디오 등의 재료를 가지고 몇 번의 클릭과 쉽고 재미있는 작업 과정을 거치면 그야말로 일상 생활을 고스란히 디지털화 시킬 수 있었고 이러한 ‘작품’은 거실의 티비와 주변 사람들에게 편하게 나눠 줄 수 있는 시디 형태로 ‘발행’이 되었던 것입니다.

아래 비디오 링크는 2004년 1월 아이라이프 발표 중 개러지 밴드 부분입니다.

이 클립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키노트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 키노트를 컴컴한 피씨방에서 윈도용 퀵타임으로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개인적으로 개러지 밴드를 거의 이용하지 못하지만 이 클립을 보면서 애플의 갖는 우리들 일상에 관한 상상력에 감탄하고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어느 정도 보편화된 일상으로 음악과 사진의 디지털화가 받아들여지는 시점에서 ‘창작’의 일반화를 우리가 꿈꿀 수 있게 해 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듯 애플에게 하드웨어는 그 자체로 기업의 핵심 영역이자 영혼입니다. 허브로서의 맥, ‘아이 + 라이프’를 즐기는 도구로서의 맥이 애플이 추구하는 바였던 것입니다. iTMS, iTunes 등 아이팟을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여러 환경이 제공되기에 앞서 아이팟은 그 흰 색과 은빛 뒷모습의 102% 조화로움을 가진 예술 작품 그 자체였습니다.

아래 비디오 클립은 2001년 가을 잡스가 아이팟을 처음 대중에 선 보인 작은 이벤트 모습니다. 배터리에 관해 설명하는 잡스의 눈을 한번 보시죠. 음악을 담는 그릇이 어떠해야 하는지 애플은 철저히 연구하고 또 연구했던 것입니다.

당시 환율이 굉장히 올라서 399불짜리 아이팟이 국내 가격으로 79만원으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엄청난 가격이었지만 중고 매물을 매일 뒤지며 그 우아한 모습을 주머니 속에 간직하고 싶었죠.

2008년 1월, 애플은 맥북 에어를 발표합니다. Air. 공기처럼 가볍다는 뜻도 좋지만 Wireless를 대신하는 말로 쓰임새가 돋보이는 작명입니다. -less는 뭔가 없음을 뜻하는 접미사입니다. 에어에는 뭐가 없을까요. 무게, 배터리 착탈불능, 광드라이브 등등 없는 것 투성입니다. 아래 클립은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은 바로 이렇게 ‘빈 노트북’임을 보여줍니다. 즉 진정 얇고 가벼워지려면 없애는 길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애플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기본 개념에 충실하되 그 빈 곳을 절묘하게 채우는 다른 수단과 개념의 제시 전략을 잘 보여줍니다.

에어에 없는 게 또 있습니다. 바로 하드 디스크 용량입니다. 테라 바이트가 우습게 회자되고 오로지 성능과 용량으로 치닫는 컴퓨터 산업의 흐름에서 ‘역주행’으로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한 맥북 에어는 기실 인터넷 열풍이 막 태동하던 시점에서 제창된 NC 개념의 변주라고 할 만합니다. NC의 핵심은 디스크가 없다는 전제에서 시작된 연결성이었습니다. NC가 너무 시대를 앞서 갔다는 아쉬움을 맥북 에어는 애플과 잡스 특유의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새롭게 개념을 세웁니다. 하드 디스크는 온존하되 용량을 최소화하고 연결성은 극대화 시키되 무선으로 바꾼 것입니다.

따라서 2000년대 초 허브로서의 맥에서 간편한 ‘연결 지점’으로서의 맥으로, 새롭게 애플의 하드웨어 개념을 정립하고자 하는 첫 주자가 바로 맥북 에어이며, 이런 의미에서 NC의 변주라기 보다 새로운 NC 개념을 세웠다고 평가해야 옳을 것입니다.

연결성의 극대화는 아이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분화된 기종 별 오에스 텐 개발팀의 사례에서 보듯 애플은 ‘getting connected’ 환경에 최적화되는 여러 기기를 선 보이고 그에 맞는 오에스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갑니다. 아이팟의 성공을 전화기와 융합하여 새로운 분기점으로 삼아 연결성에 기반한 맥과 휴대기기라는 양 산맥 하드웨어 전략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결의 최종 마침표(당분간이나마)는 바로 오늘 발표된 ‘모블 미’ 서비스입니다. 우선 개인정보, 전자우편, 사진 등을 실시간으로 연결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시작하는 모블 미는 구글의 모습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0982197

위 책은 ‘이쪽 편’ 대 ‘저쪽 편’의 관점으로 최근 구글로 대표되는 소위 ‘2.0 시대’에 대한 의미를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마이크로소프트로 대표되는 ‘이쪽 편’과 구글로 대표되는 ‘저쪽 편’이 존재하고 역사는 ‘저 쪽’으로 흘러 갈 것이라는 것입니다. ‘연결’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시장과 우리의 생활을 바꿔 가는지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애플은 어느 쪽일까요. 책에 나오지는 않지만 제조업의 강자라 할 ‘완고한 일본’과 더불어 70년대 출발하여 80년대 만개하고 어려움과 새로운 도약을 한 90년대를 거친 애플도 전통적인 ‘이쪽 편’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애플의 하드웨어는 ‘지는 해’로서 서서히 기울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애플은 이미 위에서 살펴 보았듯 어느 샌가 ‘저쪽 편’ 기업으로 방향을 틀었고 애플의 ‘이쪽 편’ 하드웨어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저쪽 편’ 서비스에 맞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 가시적인 출발이 바로 맥북 에어와 아이폰인 것입니다. ‘저쪽 편’의 대명사 구글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어딘가에 엄청난 수의 서버를 돌리고 있습니다. 애플은 눈에 보이는 서버의 모습으로 (백업이라는 개인적인 용도를 내세워) 타임캡슐을 은근히 시작했고 어느 새 무선 연결을 대세로 만들었습니다.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하드웨어로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 지점을 서서히 우리 생활 속에 구축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현재 애플은 디지털 허브와 아이라이프의 도구로서의 맥이 아닌 연결 도구로서의 맥을 만들고 있는 ‘저쪽 편’ 기업입니다. ‘Back to My Mac’으로 외부에서도 집에 있는 내 맥과 서버(타임캡슐)에 접속할 수 있고, 내 정보와 사진 등 디지털 미디어를 언제든 웹과 연결시킬 수 있으며 심지어 20기가에 달하는 홈 폴더를 제공합니다(모블 미).

이제 아이라이프를 보낼 때가 되었습니다. 여자친구에게,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 밤 새워 비디오 클립을 편집하기 보다 간편한 휴대 기기로 날 것 그대로의 클립을 유투브에 올려 공유하는 모습이 자연스럽습니다. 수십 기가에 달하는 음악을 하드 디스크에 채워 넣고 셔플 기능으로 원하는 음악을 찾기 보다 그냥 집에서 동기화 연결로 채워진 아이팟 셔플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음악, 사진, 영상 등 관리가 수반되고 노력이 더해져야 빛을 발하는 ‘My Life with iLife’는 이제 ‘My Life, always connected’로 바뀌어질 것입니다. 원하는 음악은 아이팟/폰으로 바로 구입해 듣고 사진은 그대로 내 홈피에 올려집니다. 편집의 노력은 이제 ‘대중(집단) 지성’의 힘을 빌리거나 좀 더 ‘프로-암’다운 작업에 어울리는 다른 도구로 이뤄질 것입니다. 맥북 에어의 액세서리가 텐서브, 맥 프로, 아이맥이라는 말은 전혀 농담만으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모블 미. 이제는 ‘저쪽 편’에서 건재한 애플의 새 서비스는 ‘활동적인 나’, ‘나를 움직이는 그 무엇’으로 개념을 잡아갈 것입니다. 그 움직임은 여전히 맥을 통해서, 아이폰을 통해서 이뤄집니다. 다만 그 역할을 하게 되는 맥은 허브가 아닌, 삶의 동반자가 아닌, ‘보이지 않는 -less적’ 맥(/아이폰)이 될 것입니다. ‘왼손은 그저 거들 뿐…’처럼 맥은 그저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와 미디어를 전달해 줄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도구의 우아함은 결코 저쪽 편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내 손 안에서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http://albireo.net과 http://doccho.net에 발행됩니다.